<P>현직 초등교사입니다.</P> <P>요즘 교사에 대한 인식이 바닥이다보니 이런 곳에 글 쓰기도 좀 망설여지긴 합니다만..</P> <P>애들 가르친지 1년 남짓..하도 답답한 마음이 들어 글을 남겨봅니다.</P> <P> </P> <P>현재 6학년 담임을 맡고 있습니다.</P> <P>두달, 세달 지나가면서 아이들과 정도 들고 즐겁게 생활하게 되었습니다.</P> <P>그런데 언제부터인지 쉬는 시간에 아이들이 떠들때 귀에 거슬리는 소리가 자꾸 들리더군요.</P> <P>바로 인터넷 비속어들이었습니다.</P> <P>'찰지구나' '게이' '고자라니'등등..</P> <P>(게이라는 말은 비속어는 아니지만..초등학생들이 장난스럽게 쓰기에는 좀... 그렇더군요.)</P> <P>여기까지는 뭐, 장난은 장난이니까 하고 넘어가려고 했습니다. </P> <P>'고자라니'의 경우는 반에 '고자'라는 발음과 이름이 비슷한 아이가 있어서 놀리는 말이라 사용하지 않도록 지도를 했습니다.</P> <P>(가운데 손가락 올리는 짓거리도 많이들 하길래 fuck이라는 단어의 사전적 뜻을 알려주었습니다.</P> <P>알 건 다 아는 애들이라... 어느 정도 충격 요법이 되어 한동안은 사용하지 않더군요)</P> <P>좀 뜸하다 싶더니만, 얼마 후 </P> <P>'운지', '운지천'하는 소리가 자꾸 들리더군요.</P> <P>사실 그 때까지도 들어만 봤지 무슨 뜻인지도 잘 모르고 있었는데 애들이 자꾸 그 말을 사용하니까 궁금해지더라구요.</P> <P>헐.....</P> <P>네이버에 검색해 보고 나서 큰 충격을 받았습니다.</P> <P>그런 끔찍한 말을 열두살 먹은 애들이 아무렇지 않게 웃으면서 사용하고 있었습니다. 우리 반 교실에서요.</P> <P>무슨 뜻인지 아냐고 물었습니다. 잘 모르더군요. </P> <P> </P> <P>공무원들은, 특히 교사들은 정치적으로 특정 세력이나 정치인을 지지하는 발언을 할 수가 없죠.</P> <P>저도 그런 면에서는 항상 조심해 왔었습니다. </P> <P>하지만 이건 아니었습니다. 정치 뭐 그딴거 다 제껴놓고 돌아가신 분을 모독</P> <P>하는 말을 애들이 아무렇지 않게 쓰고 있으니까요.</P> <P> </P> <P>자리를 바꾸고 각자 모둠 이름을 정해 보라고 했을 때 급기야 어떤 녀석이 '운지천'으로 하고싶다고 했을 때 참을성이 다하고 말았습니다.</P> <P>자리 바꾸던 걸 때려치고 '운지', '운지천'이라는 말에 담긴 뜻을 얘기해 주었습니다. 그리고 이런 이야기를 했습니다.</P> <P> </P> <P>너희들은 존경하는 사람이 있냐. 쌤은 반기문 총장님을 존경한다. 그리고 돌아가신 노무현 전 대통령을 존경한다.</P> <P>그렇다고 해서 너희들에게 선생님처럼 노무현 대통령을 존경하라고 강요는 절대 안한다. </P> <P>이명박 대통령이나 김대중, 전두환, 노태우, 박정희 전 대통령들을 존경한다고 이야기한다면 그대로 존중해 줄 거다.</P> <P>또 쌤은 너희들에게 어떤 인터넷 사이트나 커뮤니티에 들어가 봐라, 들어가지 말아라 소리를 할 권리가 없다.</P> <P>인터넷은 자유로운 공간이니까, 그 안에서 너희들이 무엇을 보고, 무엇을 남기는지 알 수도 없고, 안다고 해서 침해할 권리도 없다.</P> <P>하지만 잘못된 것을 잘못되었다고 할 수 있는 권리는 있다.</P> <P>이렇게 생각해 봐라. 너희 아버지가 강도가 쏜 총에 맞아 돌아가셨다.</P> <P>그런데 누가 초상집에 와서 백지영의 '총맞은 것처럼'을 불러댄다고 생각해봐라.</P> <P>그 사람은 제정신이 아니거나, 인격에 큰 문제가 있는 사람이다.</P> <P>(이 드립은 네이버에서 검색했을 때 나온 걸 인용했습니다)</P> <P>너희들이 요즘 자주 사용하는 운지 어쩌고 하는 말이 그것과 다르지 않다.</P> <P>여러분들은 6학년이다. 어리다면 어리지만, 알 만큼은 아는 나이다.</P> <P>그래서 더 걱정이다. 너희들이 그런 말들을 썼다는 사실에. 정확한 뜻을 알</P> <P>고도 그랬을까봐서.. 인터넷의 무서움을 새삼 느끼고 있다.</P> <P>여기 있는 여러분은 모르고 있었다가 이제서야 알게 되었을 거라고 믿는다... 앞으로는 그런 말을 입에 담지 않기를 바란다.</P> <P> </P> <P>글로 써 놓고 보니 시공간이 오그라드는 대사들이 된 것 같네요...</P> <P>여튼 이 말을 한 지 며칠이 지났는데 아직까지는 아이들이 그런 말을 사용하지는 않고 있습니다.</P> <P> </P> <P>요즘 인터넷 여론을 보면,</P> <P>학생들은 학생들대로 고리타분한 어른들의 세태를 욕하고, </P> <P>어른들은 어른들대로 학생들의 비도덕성을 욕하는 것을 쉽게 볼 수 있더군요.</P> <P>하지만 초등학교 때부터 시험 점수에 찌들고, 또 오로지 시험점수를 위해 다니는 학원에 찌들어 버린 아이들이</P> <P>학원에 다녀 와서 지친 마음을 의지할 곳은 게임과 인터넷 공간밖에 없습니다.</P> <P>(사실 저 자신도 아니라고는 할 수가 없네요)</P> <P>그러다 보면 잡다한 정보들을 많이 접할 수는 있지만 질이 높은 고민을 하기는 어렵죠.</P> <P>아이들은 무조건 먹고, 무조건 배설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 안타깝습니다.</P> <P> </P> <P>아이들에게 이야기했듯, 저는 누군가를 존경하고 지지해야 한다고 강요하지는 않을 겁니다.</P> <P>하지만 '스스로 판단하는 법'을 가르쳐야겠죠?</P> <P>국가수준 학업 성취도 평가(두둥)라는 그 이름도 삭막한 예비 수능시험이 다행히 1학기에 끝났으니,</P> <P>2학기부터는 아이들에게 스스로 생각해 볼 수 있는 토의, 토론 수업을 많이 해보려고 합니다.</P> <P> </P> <P>얼마 전 친구와 술을 마시다 보니 정치에 대한 얘기가 나왔습니다. </P> <P>전 별로 할 얘기가 없어 아이들이 운지 운지 하는 소리를 해서 고민이라는 얘기를 했죠.</P> <P>그러자 그 친구는 노무현 대통령에게 그런 인격 모독적인 말을 쓰는 것이 잘못이라면,</P> <P>현 대통령에게 쥐새끼 라는 말을 하는 건 괜찮냐는 얘기였습니다.</P> <P>물론 그 사람의 잘못된 정책이나 죄에 대해 '비판'하는 것은 국민으로서의 당연한 권리이지만,</P> <P>노무현 대통령에게 '운지'라는 말을 쓰지 말라고 한다면</P> <P>이명박 대통령에게도 그런 말을 써서는 안 되지 않을까 하는 얘기였죠.</P> <P>'비판'할 권리조차 박탈하려는 사람이라 할 지라도 말입니다.</P> <P>순간 저는 할 말이 없었습니다.</P> <P>(그 친구가 딱히 이명박대통령을 지지하는 친구는 아니었습니다. 그저 정치 자체에 약간 회의적인 친구...)</P> <P> </P> <P>제가 애들한테 항상 하는 얘기가 있습니다.</P> <P>어떤 아이가 다른 아이를 때리거나 놀립니다.</P> <P>"너 왜 00때리니?"</P> <P>그럼 그 아이는 십중팔구 이렇게 얘기합니다.</P> <P>"얘가 먼저 절 놀렸거든요."</P> <P>그럼 저는 이렇게 얘기하죠.</P> <P>"널 때린 사람에게 똑같이 때려서 갚아주면 그건 싸움에서는 비기고 똑같은 사람이 되는 거다.</P> <P> 싸움에서 이기더라도 똑같은 사람이 된다. 하지만 널 때리더라도 참고 이야기로 해결한다면 </P> <P>그건 싸움도 이기고 그 사람보다 더 나은 사람이 되는거야."</P> <P> </P> <P>물론 성인군자나 할 소립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도 맞는 소리라고 생각합니다.</P> <P>욕에 욕으로, 폭력에 폭력으로 대항하는 것은 결국 똑같은 사람이 되는 것 아닐까요?</P> <P>잘못된 정책에는 정당한 비판으로,</P> <P>잘못된 정권에는 투표로,</P> <P>그런 게 민주주의라는 생각이 드네요.</P> <P>또 무분별한 욕을 싸지르기 보다는 그런 것들을 통해 정치에 참여하는 법을 아이들에게 가르치고 싶기도 하구요..</P> <P> </P> <P>쓰다 보니 정체성 없는 이상한 글을 올리게 된 것 같은데요..</P> <P>끝까지 읽어주신 분께 감사드립니다.(__)</P>
솔직히 일베는 안했음 좋겠다 얘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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