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2012년 12월 그날에도 무너지는 마음으로 글을 썼었는데, 10년이 지난 오늘 또 이런 마음으로 글을 남기게 될지 그때는 상상이나 했을까요.</p> <p>어제 저녁 개표를 기다리던 그 시간에 아내와 이런 이야기를 했었죠.</p> <p>"10년전에 그렇게 크게 겪었으니, 혹시라도 또 그런 일이 일어나더라도 그 때만큼은 충격이 크지 않겠지?"</p> <p>물론 이번엔 아닐꺼라는 희망을 가지고 말이죠.</p> <p> </p> <p>전 48살입니다. 회사에선 임원으로 근무하고 있고, 집은 3채 있습니다. 중학생, 초등학생 아이들이 있구요.</p> <p>점점 잃을 것이 많아지더군요. 재산이 늘어가니 세금때문에 저도 참 짜증도 많이 났습니다. 회사에선 직급이 올라가다보니 10년전 그 때와 같은 뜨거운 가슴도 많이 사라지는 것 같구요. 임원들끼리 나누는 대화에서 '그 빨갱이들' 이라는 말을 들어도 예전처럼 막 불끈불끈 올라오진 않고, 오히려 차라리 못된 놈들이라도 말이 통하는 놈들이 낫겠지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었구요.</p> <p> </p> <p>투표소에서 잠시 고민했습니다.</p> <p>어차피 사람보고 찍는게 아니라 어떤 세력에게 힘을 주느냐의 문제라고 생각하니, 2번을 찍어도 괜찮겠다는 생각을 잠시 했습니다.</p> <p>양도세 때문에 팔지도 못하고 애만 썩이고 있는 아파트도 생각이 났구요, 속 썩이는 직원 자르지도 못하고, 노동청에 신고 받고 애먹었던 일들도 생각났구요, 중대재해다 뭐다 해서 업무 메뉴얼 만들고 컨설팅 받고 했던 귀찮았던 일들도 생각났구요.</p> <p> </p> <p>1번을 찍은 이유.</p> <p>딱 하나입니다. 그 중학생, 초등학생 두 아이들 때문입니다.</p> <p> </p> <p>내가 잃어서, 그 아이들이 좀 더 얻을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주고 싶었습니다.</p> <p>가진것으로 판단하는 사회가 아닌 더 나은 가치관을 만들어가는 사회를 물려주고 싶었거든요.</p> <p> </p> <p>전 10년 전과 같은 마음은 아닌 것 같습니다.</p> <p>하지만 그때보다 더 구체적이고 확실한 이유는 생긴 것 같습니다.</p> <p>5년간 지켜보겠습니다. 그리고 또 결정하겠습니다.</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