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안녕. 미국에서 당직 서면서 펨코하는 흉부외과 팰로우야.</p> <p> <br></p> <p>미국 건너와서 일 시작한지 이제 한달 살짝 넘었고 이제 슬슬 적응이 되서 당직실 컴퓨터에 한글 추가하고 펨코 중이야.</p> <p> <br></p> <p>예전에 한 번 USMLE (미국 의사 자격) 시험 합격증 받고 신나서 올렸다가 포텐간거 보고 글삭 한적 있는데</p> <p>이젠 완전히 건너와 있네.</p> <p> <br></p> <p>전에 합격증 올릴땐 워낙 이바닥이 좁아 아는 사람이 보면 바로 나인지 알것 같아서 찜찜해서 지워버렸는데</p> <p>그냥 뭐 누군지 알아보면 알아보라지뭐....</p> <p> <br></p> <p>내가 지금 일 시작한 병원은 미국에서도 항상 손가락안에 드는 초대형 병원이고 심장 수술도 엄청 나게 하는 곳이야. 한국에서 팰로우 하다가 좀 더 배우고 싶어서 알아봐서 실제 임상일하는 팰로우로 건너와 있고 미국 애들이랑 같이 수술 하고 일하고 있어.</p> <p>영어가 안되서 미치겠는데 그래도 어찌어찌 하는 중이야.</p> <p> <br></p> <p>한국에서 지금 의사 정원 늘리는 문제로 말이 많은데 의사 정원 늘려봤자 우리 과 상황이 좋아질 수가 없는 이유를 미국 시스템과 비교해서 설명해줄게. 반박은 언제든 환영인데 근거가 있었음 좋겠어.</p> <p> <br></p> <p>한국에서 내 전문의 동기는 약 20명이였어. 흉부외과 점점 줄고 있다고 사람 없다고 난리였고 지금도 마찬가지지.</p> <p>근데 그 친구들 지금 다 뭐하는 줄 알아? 대학병원에 붙어 있을 수 있는 애들은 절반 정도 될까?</p> <p> <br></p> <p>흉부외과가 대학병원에 못붙어 있다는 건. 특히 나같이 심장수술하는 사람이 거기 없다는 건 흉부외과로 못 산다는 거야.</p> <p>어짜피 우린 개업도 안되고 개업하더라도 전공 살리는게 아니니깐. 수련받으면서 한번도 못본 하지정맥류 개업이 진짜로 흉부외과로 사는 건 아니자나.</p> <p>그럼 왜 사람 없다는 데 절반도 못붙어 있을까.</p> <p>특히 나같이 심장하는 애들은 내 동기중에 한 손가락으로 뽑을 정도만 대학에 남아 있게 된걸까.</p> <p> <br></p> <p>간단해. 병원에서 사람을 더 안 뽑으니깐. 흉부외과 지원자 없다곤 하지만 전공의 주 80시간 개나 주고 일 시키면 되고, 전공의 주 80 시간 지켜야하면 팰로우 굴리면 되고, 팰로우 없으면 기존에 뽑아 놓은 교수들 노예 처럼 굴리면 되니깐.</p> <p>같은 한통속 아니냐고? 의사들끼리 부려먹는걸 왜 누굴 탓하냐고? 병원장은 의사긴 하지만 대부분 대학병원에 병원장이 자기가 원한다고 의사 더 뽑을 수 있는게 아니자나. 대부분 대학병원은 국립이거나 초대형 재단 소속인데 무슨.</p> <p>뭐하나 잘못하면 짤리는게 재단 소속 대학병원 병원장인데....</p> <p> <br></p> <p>그래도 대학병원 교순데 월급 천만원은 줘야하는데 천만원 주고 더 뽑을 만큼 수입은 안나고 정부에서 다른 직군은 주 40시간이니 하면서 의료인력은 제한에서 친절하게 빼줬는데 뭘. 이미 이사람들은 전공의 시절부터 개처럼 일하는게 익숙하고. 어짜피 일안해서 사람 죽으면 그거 눈앞에서 봐야하고 소송당하고 멱살잡히는데 울면서하도 일할텐데.</p> <p>뽑아서 돈안되고 사람 많이 뽑아서 편하게 일하게 해놓으면 인건비 안벌려서 적자날거고 뭐하러 더 뽑겠어. 나 같아도 안뽑아.</p> <p> <br></p> <p>돈 밖에 모르냐고? 그건 아닌데 돈 안벌고 직원 몇 천짜리 병원을 어떻게 운영해.</p> <p>그래도 비영리든 뭐든 하나의 큰 회사나 마찬가진데 적자 내면서 운영하면 다 문닫아야지. 직원 월급 땅파서 줄것도 아니고.</p> <p> <br></p> <p>의사 월급 줄이면 되지 않냐는 감정적인 이야기 나올때 됐는데 월 천 받고 주 80시간 100시간 일하는 사람들 보고 월급 더 줄이라고?</p> <p>내 와이프가 군의관 장기하라고 그렇게 꼬셨었어. 월 천 받고 100시간 일할래. 600 받고 40시간 일할래. 부사관 원사달면 그게 차라리 낫겠다고.</p> <p>다 때려치고 피부과를 하던 성형외과를 하던 유튜브를 하던 하겠지. 600 받으면서 집에 허구헌날 안들어오면 와이프가 참도 참겠다. 전공의, 군의관 때 박봉에 대학원 대학교 학비에 아직 마이너스 인생인데.</p> <p> <br></p> <p>그래서 안뽑아서 자리 없고 자리없어서 더 안하고 그러다보니 점점 망하는 거 뿐이야.</p> <p>흉부외과 전공의 더 늘린다고 어짜피 대학병원에 수술할 수 있는 외과 의사 수는 똑같을 거야. 결국.</p> <p> <br></p> <p>미국은 그럼 어떤지 알아?</p> <p>전공의 엄청 적게 뽑아.</p> <p>미국에서 외과 의사 엄청 인기 좋은 이유가 뭐냐면 돈 잘 벌고 미래가 보장되어 있긴 때문이지.</p> <p>얘네는 대도시 아닌 곳에서 자기 수술 경력 좀 되면 1년에 50만불도 받는것 같더라고. 뭐 인력 구직 사이트에 80만 불+ 알파 까지 봤어. 어마어마 하지. 근데 그렇게 비싸게 주고 모셔가는 이유는 자리는 많은데 흉부외과 별로 없어서야.</p> <p>내가 일하는 병원은 미국에서 항상 흉부외과 1위 2위를 다투던 병원이야. 수술은 한국의 웬만한 초대형 병원 3-4배 정도 하고 있어.</p> <p>근데 전공의는 연차당 2명 정도야 그나마도 외과하고 건너오는 거니깐. 지금 나랑 일하는 전공의가 총 4명이 끝이야.</p> <p>아산병원 흉부외과 전공의가 연차당 5명인걸 생각하면 한 연차 전공의만도 못한 숫자가 세계에서 제일 크다는 병원 흉부외과 전공의 총 숫자야.</p> <p> <br></p> <p>인기가 좋은 만큼 처음부터 정말 미국에서 가장 똑똑한 애들이 들어오고</p> <p>적게 배출되는 대신 한명한명 나가서 한명의 외과의사로써 활동할 수 있게 가르치고</p> <p>교수들도 여유가 있으니 진짜 잘 가르쳐서 애네들은 보통 팰로우를 안해. 안해도 나가서 수술 할 수 있게 만들어 놓으니깐.</p> <p> <br></p> <p>전문의가 취직을 해도 그리 사는게 나쁘진 않아. 여전히 애들도 열심히 일하지만 중황자실에 밤이나 낮이나 중환자 전담의가 있어서 작은 일은 연락 받을 일이 없고. 한 병원에 흉부외과가 여러명이 있으니 돌아가며 콜당직 서도 크게 부담없고.</p> <p>낮엔 열심히 일하지만 밤엔 가족들이랑 지내고 주말엔 골프치고 낚시하고 여행 다니고. 누가 안하고 싶겠어.</p> <p>전공의들도 부지런하게 일어나서 일하지만 저녁이 되면 당직만 빼고 다 집에가 6시가 됐는데 왜 아직도 남아있냐면서 나한테 화냈다... 몇일 전에.</p> <p>난 한국에서 6시에 바깥 구경을 한 일이 드물었는데 ㅎㅎ</p> <p>전문간호사, 중환자실 전담의, 교수 등등 사람이 너무 많아서 굳이 그렇게 일하지 않아도 되니깐 가능한 거야.</p> <p>나도 그 빈자리를 채우기 위해 뽑힌 외국인 팰로우인거고.</p> <p> <br></p> <p>우리 나라? 전문의가 되도 병원에 흉부외과 2명 막 이러헥 있으니 수술하다가 외래 보다가 중환자실 환자 안좋으면 뛰쳐나가고, 여행 가다가 돌아오고, 와이프 애 낳았는데 3일만에 얼굴보고. 근데 월급은 뭐 일반 회사원 보단 낫지만 한 7-800? 정도 받아. 뭐 잘나가시는 분들은 모르겠지만 7-800이 보통 수준이야. 대학병원.</p> <p>그나마 그자리도 없어서 결국엔 피부 미용, 정맥류 하고 있는 거고. 아니면 개처럼 구르기 싫어서 나간거던지...</p> <p> <br></p> <p>의대생 더 뽑는다고 이러한 문제가 해결될까. 어짜피 더 안뽑을 텐데. 아니면 월급 을 500으로 줄이고 2명 뽑을거 3명 뽑겠지. 그냥 때려치던지 미국에서 어떻게든 남아서 살던지 할거야 그럼.</p> <p> <br></p> <p>대우를 잘해주면 누구나 하고 싶어하고 부족해지지 않아. 미국은 시골 지역은 도시 지역의사 연봉 2배 이상을 줘. 심지어 3-4배도 있고.</p> <p>그러니깐 젊고 괜찮은 의사들이 몇년이라도 와서 일하고 돈 좀 모이면 나가고 하면서 부족하단 이야긴 안나와.</p> <p> <br></p> <p>그리고 10년? 내가 흉부외과 의사 10년차야. 아직 심장 수술 나 혼자 제대로 할수가 없어. 나름 좋은 의대 나와서 좋은 곳으로 수련 받고 미국 병원까지 와있는데 앞으로 몇년은 더 있어야 자신 있어 질것 같아. 잘할려면 10년은 더 걸리겠지.</p> <p>근데 10년 시골에 박아둔다고 그 사람들이 무슨일을 할수 있을까.</p> <p>사실 강제로 뽑아서 10년만 채울 생각 가득한 사람들이라면 내 환자 맡기고 싶지도 않고...</p> <p> <br></p> <p>다른 이유라면모르겠지만 우리과 같은 사람들 이름 팔아 인원 늘리지 않았으면 좋겠어. 더 망할 것 같으니깐....</p> <p> <br></p> <p>그리고 진료 시간 짧아서 늘려야한다고 하는 사람들은 양심은 있는지 좀 물어보고 싶을 지경이야.</p> <p>마사지도 시간에 따라 요금이 다른데 진료비가 적으니 어쩔수 없단 생각은 안해봤는지 모르겠어.</p> <p>여긴 진료 시간 따라 돈 받아. 환자 진료 보면 차팅하면서 시간을 얼마나 할애했는지 에 따라 진료비 청구하게되어있어.</p> <p>간단한건 여기도 짧게 환자 보고 끝나. 오래 환자 봐야할 거면 돈 그만큼 더 받아. 싼 대신 5분 진료 볼 수 밖에 없는 환경이 수십년전부터 만들어진건데 돈은 그대로 주면서 진료 시간만 늘리라니....</p> <p> <br></p> <p>자꾸 돈돈돈 한다고? 난 내 월급 통장에 얼마찍히는 지 연말정산 하면서 아는 사람이야.</p> <p>관심도 없고 용돈은 한달에 10만원 정도 쓰는거 같고. 옷은 병원 옷 있고 다녀. 근데 나도 자식새끼 있고 거의 혼자 애키우는 와이프 있는데 월급은 제대로 들고 가야지 이혼 안당하지. 안그대로 이혼당한 흉부외과 의사 수두룩한데....</p> <p> <br></p> <p> <br></p> <p> <br></p> <p>점점 내용이 산으로 가고 하소연이 되는거 같네.</p> <p>그냥 있다보니 여기가 너무 부러워. 어짜피 여기서 계속 일하려면 레지던트 다시해야하는데 그것도 생각중이야. 레지던트는 박봉이지만 한국에서 교수하는 것보다 아이랑 더 많이 있을 수 있을 것 같아서...</p> <p> <br></p> <p>여튼 그냥 흉부외과, 그리고 흉부외과가 탑오브탑인 미국에서 일하다보니 정부 정책이 얼마나 말이 안되는지 속이 터질 지경이라서 하소연 좀 했어.</p> <p> <br></p> <p>일할 자리가 없어서 흉부외과가 망해 간다고 하소연하니 지원자를 더 늘려준다네.</p> <p>신기 하네. 청년 실업 일자리가 없다고 하소연 하면 외국인 노동자 들여올 거 같다 ㅎㅎ</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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