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v>전우용</div> <div>"찢묻과 반찢묻으로 싸우는 사이 적폐는 부차화 되었다"</div> <div><br></div> <div><br></div> <div>1931년 일본은 중국 동북지역을 점령하여 만주국을 세우고 대륙 침공의 기회를 노렸습니다. </div> <div><br></div> <div>일본은 1927년에 시작된 국민당과 공산당 사이의 내전이 쉽게 끝나지 않으리라고 판단했고, </div> <div><br></div> <div>장개석은 일본의 예상대로 “먼저 내부의 적을 소탕한 뒤에 외부의 적과 싸운다”는 원칙을 견지했습니다. </div> <div><br></div> <div>하지만 장개석 방식으로 ‘내부의 적’을 소탕하는 게 간단치는 않았습니다. </div> <div><br></div> <div>그와 그의 '충성스러운' 측근들은 공산당뿐 아니라 </div> <div><br></div> <div><br></div> <div>(1) 공산당의 첩자, (2) 공산당과 내통하는 자, (3) 장래에 공산당과 내통할 가능성이 있는 자, </div> <div>(4) 장래에 공산당과 내통할 가능성이 있는 자와 가까운 자, </div> <div><br></div> <div>(5) 공산당보다 일본을 더 싫어하는 자 등을 모두 적발하여 축출, 처단해야 한다고 보았습니다. </div> <div><br></div> <div><br></div> <div>이렇게 다 쳐내면, 결국 남는 건 ‘일본보다 공산당을 더 미워하는 자’만 남게 마련입니다. </div> <div><br></div> <div>하지만 그런 자들은 그리 많지 않았습니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1936년 동북 군벌 장학량은 서안에서 장개석을 인질로 잡아 ‘내전을 중단하고 먼저 일본과 싸우겠다’는 </div> <div><br></div> <div>약속을 받아냅니다. 대신 스스로 장개석의 인질이 되죠. </div> <div><br></div> <div>나중에 대만으로 쫓겨간 장개석은 장학량 때문에 본토를 잃었다고 생각해서 그를 1990년까지 구금했습니다. </div> <div><br></div> <div>그러나 국민당이 패배한 건 부패하고 부도덕했기 때문이지, 장학량 때문은 아니었습니다. </div> <div><br></div> <div>‘내부의 적을 먼저 소탕하고 외적에 맞선다’는 ‘내수외양(內修外攘)’을 언제나 통용되는 불변의 원리라고 </div> <div><br></div> <div>생각하는 사람이 많지만, 고 노회찬 의원 말대로 외계인이 침공하면 한국과 일본도 손을 잡아야 합니다.</div> <div><br></div> <div><br></div> <div>이재명 지사와 그 지지자들을 ‘내부의 적’으로 규정하고 그들을 민주당에서 축출해야 문재인 정부가 성공할 수 </div> <div>있다고 주장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그런데 지금의 이재명 지사는 제기된 의혹을 풀기에도 버거운 상태입니다. </div> <div>특검이라도 자청해서 의혹들을 말끔히 해소하지 못하면, 그가 미래를 기약하기는 어렵습니다. </div> <div>현재의 이재명 지사에게는 문재인 정부와 대립할 이유도 힘도 없습니다. </div> <div>부도덕하다는 이미지를 떨쳐내지 못하는 한, 미래의 이지사도 유력한 대권 후보가 되기 어려울 겁니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이재명 지사의 존재 자체가 정부 여당에 부담이 되기 때문에 하루속히 출당시키고 지사직을 박탈해야 한다고 </div> <div>주장하는 사람도 많습니다. 의혹들이 모두 사실이라고 ‘확신’하는 사람이라면, 얼마든지 할 수 있는 주장입니다. </div> <div>민주당원이라면 이지사의 탈당, 출당, 제명을 요구할 수 있고, 경기도민이라면 지사직 사퇴를 요구할 수 있습니다. </div> <div>하지만 ‘사실 여부’에 대한 판단은 사람에 따라 다를 수 있습니다. </div> <div>설혹 판단을 공유한다 하더라도, 대응 방식이 다를 수도 있습니다. </div> <div>하지만 지금 이지사 배척을 강경히 주장하는 사람들은, ‘다른 대응’조차 용납하지 않습니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저들은 이재명 지사가 버틸 수 있는 건, 이른바 ‘찢묻 세력’이 방대하기 때문이라고 주장합니다. </div> <div>저들의 주장에 따르면, ‘찢묻 세력’은 오른쪽으로 일베부터 왼쪽으로 구 통진당 세력까지, </div> <div>위로 족벌언론과 민주당 유력 정치인, 검찰 경찰 법원에서부터 아래로 소도시 조폭에 이르기까지 </div> <div>그 범위가 어마어마합니다. </div> <div><br></div> <div><br></div> <div>그들 생각 속의 이재명 지사는 서로 어울릴 수 없는 세력들을 하나로 묶는 삼두육비의 초능력자입니다. </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저들은 스스로 ‘찢묻 세력’의 범위를 엄청나게 확장해 놓고, 자기들을 그에 맞서 싸우는 ‘진정한 문파’로 규정합니다. </div> <div>저들에게는 자한-바미당, 정의당, 민평당, 민주당 내 ‘찢묻 세력’, 일베, 박사모, 구 통진당 세력, 족벌언론과 </div> <div>진보언론 모두가 ‘적’입니다. </div> <div>더구나 그들은 이른바 ‘적폐세력’인 ‘예전의 적’보다도 민주개혁 세력 내부의 ‘새로운 적’에게 공세를 집중합니다. </div> <div>자한당의 남경필씨와 바미당의 김영환씨는 그들의 동지이고, 민주당의 이해찬 의원은 그들의 적입니다. </div> <div><br></div> <div>양승태 대법원의 사법농단에 관한 조사가 진행되는 와중에, 법원은 김기춘을 석방했습니다. </div> <div>자한당은 기무사의 쿠데타 모의를 공공연히 두둔하고, 족벌언론들은 ‘적폐청산’을 전방위적으로 비방합니다. </div> <div>여당 출신 국회의장은 “국민이 적폐청산에 피로감을 느낀다”고도 했습니다. </div> <div>이대로 조금만 더 시간이 흐르면, 적폐청산의 동력은 소멸할 겁니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그렇지만 이제 적어도 온라인상에서는, ‘적폐 대 반적폐’의 구도는 부차화하고 </div> <div>‘찢묻 대 반찢묻’의 구도가 전면화했습니다. </div> <div>이른바 적폐 세력에게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구도입니다. </div> <div><br></div> <div><br></div> <div>이재명 지사 관련 의혹의 상당 부분은 이미 사법적 판단의 영역으로 넘어갔지만, 어떤 수사 결과가 나오든 </div> <div>이 구도가 쉽게 바뀌지는 않을 겁니다. 설혹 이지사가 탈당하거나 지사직을 잃는다고 해도, </div> <div>이런 '공멸적' 프레임 전환을 주도한 사람들은 이 구도를 계속 유지하려고 할 겁니다. </div> <div>민주개혁 세력을 분열시키려는 외부의 ‘갈라치기’ 때문에 이런 현상이 벌어졌다고 보는 의견도 있지만, </div> <div>제가 보기에 적폐세력은 이 상황을 즐기고 이용할 뿐입니다. </div> <div>왜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는가에 관한 제 생각은 다음 기회에 따로 적겠습니다. </div> <div>다만 한 가지 미리 짚어 두자면, 박사모 집회에도 제 돈 내고 나온 사람이 적지 않았습니다. </div> <div><br></div> <div><br></div> <div>‘순수하고 자발적인 행동’이 반드시 ‘좋은 결과’를 낳는 건 아닙니다. </di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