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an style="color:#333333;font-family:'나눔고딕', nanumgothic, 'se_NanumGothic', AppleSDGothicNeo, sans-serif, simhei;font-size:16px;">31년 전, 저는 재수생이었습니다. 이미 고 3 끝물부터 교회 형들이 교회 지하에 있던 청년회실에서 창문을 가리고 틀었던 광주항쟁 비디오와 '죽음을 넘어 시대의 어둠을 넘어' 같은 책자와 사진물을 통해 충격을 받고, 일찌감치 조금이나마 사회와 민족의 문제에 눈을 뜰 수 있었던 터라, 그 어렴풋한 분노에 몸을 맡기고 거리에 나아가 설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독재타도! 직선제로!"의 구호가 거리를 메웠고, 매캐한 최루탄 내음은 눈을 따갑게 했을 뿐 아니라 눈코입에서 줄줄줄 온갖 액체들이 쏟아져 나오게 만들었지만, 그 안에서도 항쟁은 계속 확산 일변도였습니다. <br></span><span style="color:#333333;font-family:'나눔고딕', nanumgothic, 'se_NanumGothic', AppleSDGothicNeo, sans-serif, simhei;font-size:16px;"><br></span><span style="color:#333333;font-family:'나눔고딕', nanumgothic, 'se_NanumGothic', AppleSDGothicNeo, sans-serif, simhei;font-size:16px;">아마 이 때 군부독재 세력은 무력을 다시 동원하려 했을 겁니다. 이미 광주에서 피를 한 번 보았던 터, 그러나 독재자는 그 다음 해에 자기의 집권 시대의 치적으로 올림픽을 열려 하고 있었고, 만일 그 올림픽이열릴 예정인 도시에서 유혈 진압이 일어난다고 하면 그 올림픽에 대한 보이코트는 분명했겠지요. 게다가 그 올림픽은 이미 그 전에 80년 모스크바, 84년 LA 올림픽이 진영간 반목과 갈등으로 인해 반 쪽 올림픽이 되었던 직후의 올림픽이었습니다. 정말 동서 화해의 '핑계'가 돼 줘야 할 이유가 충분했던 겁니다. <br></span><span style="color:#333333;font-family:'나눔고딕', nanumgothic, 'se_NanumGothic', AppleSDGothicNeo, sans-serif, simhei;font-size:16px;"><br></span><span style="color:#333333;font-family:'나눔고딕', nanumgothic, 'se_NanumGothic', AppleSDGothicNeo, sans-serif, simhei;font-size:16px;">결국 전두환은 국민들에게 굴복합니다. 아니, 실질적으로는 그의 '주인'이었던 미국의 입김에 굴복하고 6.29선언을 노태우를 통해 발표(실질적으로는 대독)시킴으로서 플랜 B를 가동시킵니다. 그리고 우리가 아는대로, 87항쟁의 과실은 지금의 헌법을 만들어 낸 것, 그래서 제 5공화국을 끝장낸 것이지만, 결국 노태우는 그들이 세웠던 플랜 B, 즉 양김 분열을 통한 표 분산으로 인해 국민들이 쟁취한 직선제의 과실을 다시 군부독재의 잔재세력이 따먹는 결과를 만들어 냅니다. <br></span><span style="color:#333333;font-family:'나눔고딕', nanumgothic, 'se_NanumGothic', AppleSDGothicNeo, sans-serif, simhei;font-size:16px;"><br>그때 거리에서, 명동성당 앞에서 돌을 들고 서 있던 재수생은 전경들에게 밀려 성당 경내까지 들어가게 됩니다. 그런데, 그곳에서 봤던 성모상을 보면서 이런 생각을 하게 됩니다. 지금 이 위기에서 저를 구해 주신다면 언젠가는 제가 천주교에 입교하고 싶다고. 그리고 31년이 지난 지금, 그 재수생은 두 아이의 아버지가 됐습니다. 큰 아들은 그때 아빠의 나이가 됐고, 어렴풋이 사회가 돌아가는 것에 대해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때의 재수생은 지금 일요일이면 이렇게 성당 사무실에 앉아 있습니다. <br></span><span style="color:#333333;font-family:'나눔고딕', nanumgothic, 'se_NanumGothic', AppleSDGothicNeo, sans-serif, simhei;font-size:16px;"><br></span><span style="color:#333333;font-family:'나눔고딕', nanumgothic, 'se_NanumGothic', AppleSDGothicNeo, sans-serif, simhei;font-size:16px;">31년이 지난 6월, 저는 이제 돋보기를 끼지 않으면 모니터 위의 글씨들이 또렷하게 보이지 않을 정도의 나이가 됐습니다. 노안 판정을 받은 건 벌써 10년 전의 이야기. 그때보다는 사회를 보는 눈은 조금 넓어졌을 겁니다. 나이가 먹으며 마음의 눈도 자랐다고 감히 말하긴 어려울 것 같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학교 때 "반전 반핵 양키 고 홈!!!" 을 외쳤던 청년은 이제 전쟁을 반대하려면 남과 북이 함께 노력해야 하며, 평화를 위해 함께 나아가야 하는 방향엔 심지어 배제와 증오의 대상이었던 '양키 대통령'이 같은 생각을 해 줘야만 한다는 것을 이해할 수 있을 정도는 됐습니다. <br></span><span style="color:#333333;font-family:'나눔고딕', nanumgothic, 'se_NanumGothic', AppleSDGothicNeo, sans-serif, simhei;font-size:16px;"><br></span><span style="color:#333333;font-family:'나눔고딕', nanumgothic, 'se_NanumGothic', AppleSDGothicNeo, sans-serif, simhei;font-size:16px;">그런 의미들이 담긴 6월 10일에 싱가폴엔 김정은과 트럼프가 도착했고, 이제 전혀 다른 세상을 열게 될 대화의 물꼬를 트게 됐습니다. 설레입니다. 뭔지 모를 이상한, 알 수 없는 감정의 소용돌이 속에서 눈물이 왈칵왈칵 쏟아집니다. 성당 사무실에 앉아 있는데, 사람들 미사 끝나고 나오기 전에 이 눈물을 티내지 않고 닦아낼 수 있었으면, 눈이 마를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아, 잘 되겠지요. 잘 되겠지요. 엉터리 신자의 기도를 들어주실 하느님, 정말 이 기도만큼은 들어 주셨으면 합니다. 아, 빨리 눈물 닦아야 하는데, 쪽팔리게 왜 이런대. <br></span><span style="color:#333333;font-family:'나눔고딕', nanumgothic, 'se_NanumGothic', AppleSDGothicNeo, sans-serif, simhei;font-size:16px;"><br>그 해 6월은 제게 기적이었습니다. <br></span><span style="color:#333333;font-family:'나눔고딕', nanumgothic, 'se_NanumGothic', AppleSDGothicNeo, sans-serif, simhei;font-size:16px;">그리고 서른 한 해가 지나고, 저는 다시 6월의 기적을 바라보며, 그 열매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span><span style="color:#333333;font-family:'나눔고딕', nanumgothic, 'se_NanumGothic', AppleSDGothicNeo, sans-serif, simhei;font-size:16px;"></span><span style="color:#333333;font-family:'나눔고딕', nanumgothic, 'se_NanumGothic', AppleSDGothicNeo, sans-serif, simhei;font-size:16px;"><br></span><span style="color:#333333;font-family:'나눔고딕', nanumgothic, 'se_NanumGothic', AppleSDGothicNeo, sans-serif, simhei;font-size:16px;"><br></span><span style="color:#333333;font-family:'나눔고딕', nanumgothic, 'se_NanumGothic', AppleSDGothicNeo, sans-serif, simhei;font-size:16px;"><br></span><span style="color:#333333;font-family:'나눔고딕', nanumgothic, 'se_NanumGothic', AppleSDGothicNeo, sans-serif, simhei;font-size:16px;">시애틀에서... <br></span><span style="color:#333333;font-family:'나눔고딕', nanumgothic, 'se_NanumGothic', AppleSDGothicNeo, sans-serif, simhei;font-size:16px;"></span><span style="color:#333333;font-family:'나눔고딕', nanumgothic, 'se_NanumGothic', AppleSDGothicNeo, sans-serif, simhei;font-size:16px;"><br></span><div class="autosourcing-stub-extra"></div><span style="color:#333333;font-family:'나눔고딕', nanumgothic, 'se_NanumGothic', AppleSDGothicNeo, sans-serif, simhei;font-size:16px;"></sp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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