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우연히 페북에서 이런 글을 봤다. <br><br>지속 되는 국가적 재난 중 어째서 세월호에는 유난히냐는 목소리였다. <br><br>자칭 0파 여신이라는 분 인간의 글이었다. <br><br>이 글을 보고 내가 다 화가 나서 잠을 이루지 못했다. <br><br>아니 솔직히 말하면, 한참을 울었다. <br><br>사람들 참 잔인하다고 생각하면서 말이다. <br><br><br>그러다 생각했다. <br><br>내가 삼풍사고 생존자니까<br><br> 삼풍사고와 세월호는 어떻게 다른지,<br><br>어째서 세월호는 우리가 기억해야 하는지.<br><br>내가 직접 말해줘야겠다고, <br><br><br>먼저 삼풍사고는 사고 직후 진상규명이 신속하고 확실하게 이루어졌다. <br><br>대통령이 대국민 담화를 통해 참담하고 비통한 얼굴로 머리를 조아렸으며 <br><br> 피해 대책 본부가 빠르게 구성되 사고의 원인을 조사하고, 피해보상을 약속했다. <br><br>또 당시 조순 서울시장은 내가 입원해 있던 역삼동의 작은 개인 병원까지 찾아 와 위로 했으며 <br><br> 매일 아침저녁으로 뉴스에서는 사고의 책임자들이 줄줄이 포승줄에 묶여<br><br> 구치소로 수감되는 장면이 보도되었고 <br><br> 언론들은 저마다 삼풍사고 붕괴원인과 재발 방지에 대한 심층 보도를 성실히 해 주었다. <br><br>물론 사고 관련 보상금도 정부의 약속대로, 사고 후 일 년 쯤 지나자 바로 입금 됐다. <br><br>덕분에 당시에 나는 내가 겪은 일에 대해 완벽하게 납득할 수 없었지만 <br><br> 어느 정도 이해는 할 수 있었다. <br><br><br><br>그런데 이십 년 가까운 세월이 흐른 뒤 벌어진 <br><br> 세월호에 대한 정부의 대응은 그때와 사뭇 달랐다.<br><br>어쩐일인지 세월호 관련해서는 진상조사는 고사하고<br><br> 정부와 언론이 조직적으로 사건을 은폐, 조작,축소, 시키고 있다는 느낌까지 주었다. <br><br>제대로 된 관련자 처벌은 이루어지지 않았으며 <br><br>(삼풍 때는 부실건물 인허가 내준 공무원들도 싹 다 처벌 받았다) <br><br>사고가 난 후 한참 뒤 어디서 뼈다귀 같은 것을 찾아 와.<br><br>옛다 이게 유병언의 유골이다. 그러니 인제 그만 하자는 투로 나왔다. <br><br><br>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민들의 분노가 가라앉지 않자. <br><br>기자회견장에 등 떠밀려 나온 것 같은 얼굴의 503은<br><br> 눈물이 흐르는 모양새를 클로즈업 해가며, 방송을 통해 이런 메시지를 보내왔다.<br><br> ' 나 불쌍하지 않아? 나한테 무얼 더 원해, 이제 그만해' <br><br>또 당시 삼풍백화점 자리는 영구적으로 재건축을 불허하고<br><br> 희생자 추모 공원을 세우자고 하던 언론들이 <br><br> 어쩐 일인지 세월호 때는 경기가 어려우니, <br><br>어서 잊고 생업으로 돌아가자고 했다. <br><br>그뿐인가, 어버이 연합을 비롯한 일부 보수단체에서는 <br><br> 광화문에 나 앉은 세월호 유족들에게 아이들의 죽음을 빌미로 자식장사를 한다고도 했다.<br><br><br>이쯤에서 잠깐, <br><br>돈 얘기가 나와서 말인데,<br><br>나는 이런 종류의 불행과 맞바꿀만한 보상금이 세상에 존재한다고 믿지 않는다. <br><br>생각보다, 돈이 주는 위로가 오래가지 않기 때문이다. <br><br>나 역시 당시 거액의 보상금을 받았지만 <br><br> 그 돈이 그 후의 생에 도움이 됐다고 말할 수 없다. <br><br>오히려 그런 일을 피하고 그 돈을 안 받을 수 있다면, <br><br>아니 내가 받은 보상금의 열배를 주고라도<br><br> 그 일을 피할 수만 있다면 나는 열 번이고 천 번이고 기꺼이 그렇게 할 것이다. <br><br><br>당신들은 모른다. <br><br>아니 대부분의 사람들은,<br><br>겪어보지 않은 일에 대해 잘 모른다.<br><br>이런 사건 사고가, <br><br>개인의 서사를 어떻게 틀어놓는지. <br><br>사람들은 잘 모른다. <br><br>사고 이후로 나는 여태 불안장애로 신경정신과를 다니고 있다. <br><br>물론 번번이 미수에 그쳤지만,<br><br>그간 공식적으로 세 번이나 자살 기도를 했다. <br><br>한순간 모든 것이 눈앞에서 먼지처럼 사라지는 것을 본 후로<br><br> 나는 세상에 중요한 일은 아무것도 없다고 생각 했고 <br><br> 언제나 죽음은 생의 불안을 잠재울 가장 쉽고 간단한 방법이라는 생각을 했기 때문이었다. <br><br>그런데 이 와중에 그깟 돈이 삶의 이유가 되어 줄 수 있을까. <br><br>글쎄 통장에 얼마나 있으면 그럴까. <br><br>나는 잘 모르겠다. <br><br><br>아무튼, 나는 삼풍때 정부로 부터 제대로 된 사과를 받았다. <br><br>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여전히 그 일에 대해 자유롭지 못하다. <br><br>그래서 말한다. <br><br>세월호는 기억 되어야 한다고,<br><br>제대로 된 사과도 보상도 이루어지지 않았으니 영원히 잊으면 안 된다고. <br><br><br>오히려 나는 당신들에게 되묻고 싶다.<br><br>어째서 세월호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면 안 되는건지<br><br> 정권을 교체 해서라도, 우리 아이들이 어떻게 왜 죽었는지 알면 안 되는건지. <br><br>아무도 제대로 된 사과를 하지 않았는데 무엇 때문에 이 일을 그만 둬야 하는지 묻고싶다. <br><br>또 당신들이 불편하다는 이유로 한 순간 허망하게 자식을 잃은 부모가 <br><br> 분노와 슬픔을 표현하면 왜 안 되는건지에 대해서도.<br><br>그러니까 제발 <br><br> 타인의 고통에 공감할 수 없거든.<br><br>차라리 침묵하자. <br><br>아니지,<br><br>자식의 목숨을 보상금과 맞바꿀 수 있는 사람이라면 떠들자.<br><br>그런 사람이라면 떠들어도 된다. <br><br>그도 아니라면<br><br> 부탁인데<br><br> 제발<br><br> 그 입 닫자. <br><br>그것이 인간이 인간으로써 인간에게 보여줄 수 있는 최소한의 도리이자 예의다.<br><br> * 사실 이 글을 쓰고 어느 게시판에 올려야 하는지 하루를 꼬박 고민했습니다. <br><br>마음 같아서는 일베에 올리고 싶었지만, 빌어먹을 사이트는 쳐다도 보기 싫어서요.<br><br>그러다 딴게로 왔습니다. 글이 게시판의 성격에 맞지 않으면 지울게요.<br><br>긴 글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br>이상입니다.<br><br><b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