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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물ID : sewol_56645
    작성자 : 시카고댁
    추천 : 12
    조회수 : 354
    IP : 65.60.***.88
    댓글 : 0개
    등록시간 : 2017/08/16 07:31:51
    http://todayhumor.com/?sewol_56645 모바일
    내가 뜨개질을 하는 이유
    산부인과에 다녀왔다. 마지막 첵업이라 다시는 의사 선생님을 볼 수 없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니 섭섭한 기분이 들었다. 선생님께 직접 뜬 수세미를 선물로 드렸더니 무척 좋아하시면서 안아주셨다. 이 분은 내 출산을 두 번 도와주신 분이다. 순산하도록 도와주셨으니 물론 감사하고 또 감사하다. 그런데 내가 이 의사 선생님을 좋아하는 이유는 따로 있다. 두달 전 분만실에서 나는 내 다리를 양 손으로 잡고 힘을 주고 있었다. 내 팔에는 아이비와 분만 촉진제를 꽂은 주사 바늘이 주렁 주렁 매달려 있었다. 그 외에도 교무님이 주신 염주가 있었고, Remember 0416이라 써있는 노란 팔찌도 달려 있었다. 힘은 주고 있는데, 아기는 아직 안 나오고 있는 어정쩡한 순간에 아기를 받는다고 기다리고 계시던 선생님이 물으셨다.   "이 노란 팔찌 뭐에요?"   "우리 나라에서 3년전 있었던 세월호 침몰 사고의 희생자들을 애도하는 팔찌에요. 9명의 미수습자가 아직 돌아오지 못하고 있는데 기도하는 마음으로 기다리고 있어요." "저도 기억해요. 수학 여행 가던 고등학교 학생들이었지요?" "네. 그리고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죽었는데 원인은 뭔지 밝혀지지도 않았고 제대로 처벌 받은 사람들도 없어요." "그것 참 이상한 일이네요. 자 힘주세요. 하나 두울 세엣..." 이러다 애가 나오는 바람에 대화는 더 길게 이어지지 못했다. 그래도 선생님은 매번 기억을 해 주셨다. 차차 배가 불러서 정기 검진을 갈 때마다 나는 백팩에 털실을 가득 채워가서 수세미를 떴다. 선생님이 들어와 이리 저리 내 배를 만져 보시며, 뜨개질이 취미냐고 물으셨다. 그러면 또 뜨개질이 계기가 되어서 나는, 내가 왜 뜨개질을 하고 있으며 이걸 팔아서 수익금을 어디에 쓸 건지 열심히 설명을 했다. 내가 떴던 수세미는 세월호를 기리는 시카고 사람들의 모임에서 회원들이 십시일반으로 구매해 주셨고, 그 수익금은 다른 펀드레이징 수익금과 함께 모여 도네이션되었다. 큰 돈은 아닐지 몰라도 가정주부인 내가 작은 뭔가라도 할 수 있음이 내겐 그렇게 기쁠 수가 없었다. (애 말고 뭔가를 생산해 내는 게 실로 오랜만이어서 더 그랬는지도 모른다.) 막달에 정기검진을 갈 때에도 선생님은 아직도 뜨개질을 하냐고 물어보셨고 세월호를 기억해 주셨다. 한국과는 상관이 없는 미국인 의사 선생님이 그렇게 물어 주시는 게 더 고맙고 눈물이 났다. 이 선생님은 3년전 둘째를 임신해서 정기검진 다닐 때 일어났던 세월호 사건을 아직도 기억하시고 물어봐 주셨다.   누군가에게 기억된다는 것, 잊혀지지 않는다는 것 (물론 세월호의 경우에는 이것뿐 아니라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이 더 엄중한 과제라고 생각한다!) 그게 바로 먼저 간 사람들이 바라는 바가 아닐까 하고 내 마음 속에서 먼저 보낸 이들을 떠올릴 때마다 그렇게 생각하며 나는 오늘도 뜨개질을 한다.
    출처 http://foodiechicago.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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