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v>세월호는 제법 컸다.</div> <div>비록 지중해를 나다니는 유람선은 아니더라도 </div> <div>또 속속들이 들여다보면 낡아보이지만,</div> <div>이 새하얀 배는 밤에 유난히 근사해 보였다.</div> <div>특히 수학여행의 기대에 부푼 단원고 아이들에겐 세월호는</div> <div>크루즈 퀸 엘리자베스 2호가 부럽지 않았다. </div> <div> </div> <div>여행의 반은, 떠날때 즉, 목적지에 도착할 때까지의 설레임이라고 했다.</div> <div>아이들도 비행기보다 배가 좋다고 했다.</div> <div>당연하다. 여행의 설레임에는 배가 제격이리라. 밤바다를 유유히 가르는 커다란 하얀 배...</div> <div>그 14시간 동안, 아이들은 넓은 배 이곳저곳에서</div> <div>친구들과 숨바꼭질도 하고</div> <div>여기저기 몰려다니며 군것질도 하고</div> <div>생일맞은 쌤과 기념사진도 찍고</div> <div>수다를 떨고, 게임방에 들러 재밌는 게임도 했다.</div> <div>어떤 놈은 잔뜩 폼을 잡고 밤하늘과 밤바다를 오롯이 바라다 봤고</div> <div>어떤 놈은 영화 타이타닉의 윈슬릿과 디카프리오의 그 유명한 장면을 어설프게 흉내냈다.</div> <div>쌤들은 "얘들아. 너무 떠들지 말아라, 새벽늦게까지 놀면 안된다"고 잔소리했지만</div> <div>어찌 수학여행 첫날 밤에 쉽게 잠이 들수 있으랴...</div> <div>쌤들도 속으로는 '그래, 오늘만큼은 실컷 놀게 하자' 했으리라..</div> <div> </div> <div>자칫 지루해졌을 제주도로의 긴 항해에</div> <div>3백명이나 되는 단원고 2학년 아이들은 세월호에 아연 활기를 불어넣었다.</div> <div>배 구석구석을 돌아다니며 세월호 살림을 꾸려가는</div> <div>양대홍 사무장은 까르르 웃어대는 아이들을 보면</div> <div>"너무 시끄럽게 하지마라"고 하면서도</div> <div>눈가, 입가엔 웃음이 떠나지 않는다. </div> <div>'고2, 참 좋을 때지'</div> <div>세월호의 일반승객들 또한 몰려다니며 왁자지껄하는 이 고등학교 2학년 녀석들이 밉지않다.</div> <div>평소엔 어른들 말안듣고 말썽만 부리는 것 같아 곱지만은 보이지 않았는데...</div> <div>오늘만은 고2 애들이 하나같이 애기들 같다.</div> <div>'저 녀석들 때문에 여행가는 기분이 나누만'</div> <div> </div> <div>5살짜리, 9살짜리 꼬마들도 고등학교 언니, 오빠들 때문에 덩달아 신난다.</div> <div> </div> <div>박지영 승무원이 아이들한테 알린다.</div> <div>"애들아, 있다가 불꽃놀이 있으니 갑판위로 와라"</div> <div>단원고 아이들이 일제히 소리친다.</div> <div>"와~신난다".....</div> <div> </div> <div> </di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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