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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시물ID : readers_5540
    작성자 : 헤롤드
    추천 : 10
    조회수 : 296
    IP : 79.97.***.122
    댓글 : 3개
    등록시간 : 2012/12/14 18:49:28
    http://todayhumor.com/?readers_5540 모바일
    (창작)I'm ok
    <!--StartFragment--> <P class=바탕글>Intro.</P> <P class=바탕글> <P class=바탕글>내가 그대를 사랑함을, 한없는 그리움으로 바꾸면서 영원한 사랑이 되었다.</P> <P class=바탕글> <P class=바탕글 style="TEXT-ALIGN: center"><SPAN lang=EN-US style="FONT-SIZE: 15pt"></SPAN> </P> <P class=바탕글 style="TEXT-ALIGN: center"><STRONG><SPAN lang=EN-US style="FONT-SIZE: 14pt">I'm ok</SPAN><SPAN style="FONT-SIZE: 14pt">.</SPAN></STRONG></P> <P class=바탕글><STRONG></STRONG> <P class=바탕글><STRONG></STRONG> <P class=바탕글> </P> <P class=바탕글> </P> <P class=바탕글>-1-</P> <P class=바탕글> </P> <P class=바탕글> <P class=바탕글>괜찮다. 커피는 달았다. 설탕도 프림도 넣지 않은 커피는 의외로 괜찮았다. 달았다. 담배를 한 모금 피우고 담배를 다 피우기도 전에 커피를 다 마셨다. 꽤 많이 걸었다. 근처 포장마차에서 소주와 깍두기만으로도 술을 마셨다. 괜찮다. 멋진 바에서 멋들어지게 위스키를 마시지 않아도 젠틀한 세심한 바텐더 대신 낡은 포장마차와 함께 세월을 보낸 주인장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마시는 술도 괜찮았다.</P> <P class=바탕글> </P> <P class=바탕글>"젊은이 괜찮아?"</P> <P class=바탕글>"괜찮아요."</P> <P class=바탕글> </P> <P class=바탕글>웃었다. 괜찮다. 응, 괜찮다. 웃을 수 있으면 괜찮은 것 이다. </P> <P class=바탕글> </P> <P class=바탕글>'그럼, 웃을 수 있다면 괜찮은 거야. 웃지 않고 울기 만해도 살아 는 있잖아요? 그런데 웃을 수도 있으면 뭐든 할 수 있는 거죠.'</P> <P class=바탕글> </P> <P class=바탕글>어쩐지 옆에서 내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같이 웃어 줄 것 같은 여자가 떠올랐다.</P> <P class=바탕글>괜찮다. 괜찮아.</P> <P class=바탕글>술은 딱 세잔만 마셨다. 정확히 세 잔. 핸드폰을 꺼내 들고 연락을 했다.</P> <P class=바탕글> </P> <P class=바탕글>"복귀 하겠습니다."</P> <P class=바탕글>[괜찮아, 오늘은 들어가서 쉬어.]</P> <P class=바탕글>"괜찮습니다. 근처 입니다."</P> <P class=바탕글>[술 마셨나?]</P> <P class=바탕글>"딱 세 잔이요."</P> <P class=바탕글> </P> <P class=바탕글>내가 대답했다. 잠시 너머에서 아무 말도 들려오지 않았다.</P> <P class=바탕글> </P> <P class=바탕글>[그래? 딱 세잔?]</P> <P class=바탕글>"네, 딱 세잔이요."</P> <P class=바탕글>[들어와서 휴게실에서 대기하게.]</P> <P class=바탕글>"네."</P> <P class=바탕글> </P> <P class=바탕글>포장 마차에서 계산을 하고 나왔다. 병원으로 돌아갔다. 돌아가면서 누구하나 내게 말을 건네지는 않았다. 휴게실에 들어가자 과장님이 가운을 벗어 던지고 과자와 소주를 몇 병 사들고 앉아 있었다.</P> <P class=바탕글> </P> <P class=바탕글>"세잔으로 되겠어?"</P> <P class=바탕글> </P> <P class=바탕글>과장님이 나를 보며 물었다. 과장님이 웃으며 내게 앞에 앉으라고 자리를 권했다.</P> <P class=바탕글> </P> <P class=바탕글>"과장님이 말씀하셨잖습니까? 의사는, 딱 세잔만 하는 거라고."</P> <P class=바탕글> </P> <P class=바탕글>내가 말하자 과장님은 고개를 저었다. </P> <P class=바탕글> <P class=바탕글> </P> <P class=바탕글>-2-</P> <P class=바탕글> <P class=바탕글> </P> <P class=바탕글>인턴 생활 중이었다. 바쁘게 이리 채이고 저리 채이다가 첫 수술에 당직으로 들어갔을 때 였다. 더군다나 병원 내, 아니 전국으로 유명한 흉부외과의 '이 현택' 과장님의 집도였기에 나와 함께 들어가는 의사와 인턴들 모두가 긴장했다. 너무 긴장해서 메스를 한번 떨어트리는 실수까지 범했지만 과장님은 긴장 풀라며 기나긴 대수술을 무사히 끝맞쳤다.</P> <P class=바탕글>유명 제벌의 딸이었던 이번 수술 환자는 과히 완벽하다고 좋을 정도로 수술을 성공리 마치어 회식 자리를 가지게 되었다. </P> <P class=바탕글> </P> <P class=바탕글>"이 과장, 한 잔 더 받지?"</P> <P class=바탕글> </P> <P class=바탕글>원장님이 과장님에게 술을 권했을 때였다. 과장님은 웃으면서 고개를 저었다.</P> <P class=바탕글> </P> <P class=바탕글>"저는 딱 세잔만 받습니다."</P> <P class=바탕글> </P> <P class=바탕글>약간 건방지다고 할 수 있는 말이었지만 원장님은 고개를 끄덕였다.</P> <P class=바탕글> </P> <P class=바탕글>"아아, 그랬지 참. 내 정신 좀 보게."</P> <P class=바탕글> </P> <P class=바탕글>자연스럽게 넘어갔다. 궁금증이 들었다. 같이 화장실에서 만났을 때 민망한 장소에서 조심스럽게 물었다. </P> <P class=바탕글> </P> <P class=바탕글>"과장님, 왜 술을 세 잔만 받으시는 거죠?"</P> <P class=바탕글>"나는 술 세 잔이 딱 좋아. 난 술을 많이 마시면 다음 날 손이 떨리거든. 혹시 자네도 그러면, 술은 딱 세 잔만 하라고."</P> <P class=바탕글>"아-"</P> <P class=바탕글>"아무리 슬퍼도, 짜증나도, 화가 나도 딱 세잔. 의사가 그 날 슬프거나 짜증나는 일 있어서 술을 왕창 마셔서 다음 날 응급 환자 집도를 못하면 환자 하나는 죽는 거 아닌가? 하루의 기분탓에 누군가 죽게 만들면 그건 돌팔이지."</P> <P class=바탕글> </P> <P class=바탕글>과장님은 말을 하고 손을 씻고 나갔다. 딱 세 잔. </P> <P class=바탕글>그 이후로 나는 술을 딱 세 잔만 마시게 되었다.</P> <P class=바탕글> <P class=바탕글> </P> <P class=바탕글>-1#2-</P> <P class=바탕글> <P class=바탕글> </P> <P class=바탕글>"괜찮나?"</P> <P class=바탕글> </P> <P class=바탕글>과장님이 술을 내게 따르며 물었다. </P> <P class=바탕글> </P> <P class=바탕글>"네."</P> <P class=바탕글> </P> <P class=바탕글>술을 받아 들고 가만히 잔을 내려놓았다. 과장님이 인상을 썼다.</P> <P class=바탕글> </P> <P class=바탕글>"마셔."</P> <P class=바탕글>"요새 직장 상사라도 강제로 술을 권하는 것은 좋지 못한 주류 문화라고 생각하지 않습니까?"</P> <P class=바탕글>"마셔."</P> <P class=바탕글> </P> <P class=바탕글>과장님이 다시 엄하게 말하자 결국 술을 들이켰다. </P> <P class=바탕글> </P> <P class=바탕글>"쓰냐, 안 쓰냐?"</P> <P class=바탕글> </P> <P class=바탕글>문득 과장님이 물었다. 아무렇지 않았다.</P> <P class=바탕글> </P> <P class=바탕글>"모르겠습니다."</P> <P class=바탕글>"둘 다 내일 쉬자."</P> <P class=바탕글>"그래도,"</P> <P class=바탕글>"우리 병원의 의사 많다."</P> <P class=바탕글> </P> <P class=바탕글>과장님은 말하며 같이 술잔을 비웠다. 다시 잔을 따랐다. 주량이 세지는 않다. 그런데 어쩐지 술은 자꾸만 들어갔다.</P> <P class=바탕글>괜찮았다. </P> <P class=바탕글> <P class=바탕글> </P> <P class=바탕글>-3-</P> <P class=바탕글> <P class=바탕글> </P> <P class=바탕글>인턴 딱지를 땠을 때 정신이 없었다. 바쁜 인턴에서 벗어나서 좀 한결 낫겠다고 생각도 잠시였다. 신경 써야 할 것, 기어오르는 인턴들, 무시하는 수간호사, 밀어 닥치는 책임감- 정신없이 받아내고 견디어 내면서 한계에 이르렀다. </P> <P class=바탕글>옥상에 올라 담배를 물었다. 끊었던 담배를 다시 피우면서 한숨이 절로 나왔다.</P> <P class=바탕글> </P> <P class=바탕글>“죽겠네.”</P> <P class=바탕글> </P> <P class=바탕글>나도 모르게 중얼 거렸다.</P> <P class=바탕글> </P> <P class=바탕글>"의사 선생님, 죽겠네- 죽겠네- 하면 진짜 죽어버려요?"</P> <P class=바탕글> </P> <P class=바탕글>어딘가에서 낭랑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고개를 돌렸다. 한 여성이 옥상 위 수조 탱크 위에 올라 웃으면서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환자복도 아닌, 일상복이었다.</P> <P class=바탕글> </P> <P class=바탕글>“누구세요?”</P> <P class=바탕글> </P> <P class=바탕글>나도 모르게 물었다. 저긴 어떻게 올라 간 거지? 올라갈 사다리도 계단도 없는데 용케 올라간 여자는 웃으면서 손을 흔들었다.</P> <P class=바탕글> </P> <P class=바탕글>"오늘 입원할 환자입니다."</P> <P class=바탕글>"아, 그래요?"</P> <P class=바탕글> </P> <P class=바탕글>사교성이 지나치게 좋은 여자였다. 여자는 웃으면서 아예 들어 누워버렸다.</P> <P class=바탕글> </P> <P class=바탕글>"아, 저기요~ 거기 그렇게 누우시면 안 돼요. 위험해요! 내려오세요!" </P> <P class=바탕글> </P> <P class=바탕글>내가 누워버린 여자에게 소리쳤지만 여자는 들리는지 들리지 않는지 무시하고 누워있었다. 어떻게 올라 간 거야? 나도 모르게 인상이 써지며 어떻게든 올라가서 끌고 내려와야겠다는 생각에 주변을 보지만 올라갈 곳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P> <P class=바탕글> </P> <P class=바탕글>"저기요! 내려오세요!"</P> <P class=바탕글> </P> <P class=바탕글>내가 소리치며 계속해서 올라갈 방법이 어디 있나 찾아보는데 문득 내 눈 앞에 손이 보였다. 새하얗고 가느다란 손이었다. </P> <P class=바탕글> </P> <P class=바탕글>"올라오시게요?"</P> <P class=바탕글> </P> <P class=바탕글>여성이 나를 보며 물었다. 나도 모르게 손을 붙잡았다. 손을 붙잡고 거대한 수조 통을 보니 발을 디딜만한 곳이 보였다. 발을 디디고 올라갔다. 높았다. 높은 위치에서 주위 빌딩, 병원보다 낮은 건물, 길거리, 가로수 길- 모든 게 눈에 들어왔다. 나도 모르게 장관에 깜짝 놀랐다.</P> <P class=바탕글> </P> <P class=바탕글>"오늘은 아래 보단, 위가 더 멋있어요."</P> <P class=바탕글> </P> <P class=바탕글>다시 드러누운 여성이 말했다. 하늘을 봤다. 파랬다. 8월의 하늘은 파랬다. 흰 구름과 파란 하늘과 뜨거운 태양이 있는 8월의 하늘은 파랬다.</P> <P class=바탕글>나도 모르게 같이 누웠다. 하늘을 보면서 마음이 가라앉았다.</P> <P class=바탕글> </P> <P class=바탕글>"죽겠어요?"</P> <P class=바탕글>"아니요."</P> <P class=바탕글> </P> <P class=바탕글>웃음이 났다. 어찌어찌 살 수 있을 것 같다.</P> <P class=바탕글> <P class=바탕글> </P> <P class=바탕글>-4-</P> <P class=바탕글> <P class=바탕글> </P> <P class=바탕글>쇼크였다. 검진 차트를 쭉 보면서 환자 사진과 이름을 다시 확인해 보지만 믿을 수가 없다. </P> <P class=바탕글> </P> <P class=바탕글>"이번에 새 담당자 차트 확인 됐나?"</P> <P class=바탕글> </P> <P class=바탕글>과장님이 내게 물었다. 멍하니 사진과 이름을 확인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병명도 확인했다. ASD.</P> <P class=바탕글> </P> <P class=바탕글>"ASD. 확인했습니다."</P> <P class=바탕글> </P> <P class=바탕글>과장님을 보고 대답했다. 과장님이 고개를 끄덕였다.</P> <P class=바탕글> </P> <P class=바탕글>"너무 마음 주지 말고."</P> <P class=바탕글> </P> <P class=바탕글>과장님이 나갔다. 사진과 이름을 확인했다.</P> <P class=바탕글> </P> <P class=바탕글>"선생님, 환자 들어갑니다!"</P> <P class=바탕글>"네!"</P> <P class=바탕글> </P> <P class=바탕글>대답하자 방문이 열렸다. 방 안으로 여자가 들어왔다. 올해 25세. </P> <P class=바탕글>여자가 눈을 깜박였다.</P> <P class=바탕글> </P> <P class=바탕글>"어! '죽겠네' 선생님?"</P> <P class=바탕글>"네?"</P> <P class=바탕글> </P> <P class=바탕글>벌써 내 별명을 지은 올해 25세, 이시연.</P> <P class=바탕글> </P> <P class=바탕글>"제 담당이세요?"</P> <P class=바탕글>"잘 부탁드립니다."</P> <P class=바탕글> </P> <P class=바탕글>여자가 내 앞에 앉았다. 올해 25세, 이름은 이시연, 병명은 ASD.</P> <P class=바탕글> </P> <P class=바탕글>"어때요? 죽겠어요?"</P> <P class=바탕글> </P> <P class=바탕글>여자가 물었다. 표정관리를 해야 한다. 최대한 포커페이스를 유지하면서 입술을 깨물었다.</P> <P class=바탕글>올해 25세, 이름은 이시연, 병명은 ASD - 심방 중격 결손. 선천적으로 타고나는 이 질환은 1세 때 미리 발견하고 치료를 해야 한다. 그러지 못할 경우 대다수는…….</P> <P class=바탕글> </P> <P class=바탕글>"죽겠나보죠?"</P> <P class=바탕글> </P> <P class=바탕글>여자, 시연은 아무렇지 않게 물었다. 나는 아무 말도 하지 못하다가 차트를 보여주고 스크린을 보여줬다. 한참을 일단 아는 대로 중얼중얼 내뱉었다. </P> <P class=바탕글> </P> <P class=바탕글>"그러니까, 죽어요 살아요?"</P> <P class=바탕글> </P> <P class=바탕글>시연이 다시 물었다. </P> <P class=바탕글> </P> <P class=바탕글>"글쎄요?"</P> <P class=바탕글> </P> <P class=바탕글>시연이 내 대답에 웃었다. </P> <P class=바탕글> </P> <P class=바탕글>"일단, 지금은 살겠죠?"</P> <P class=바탕글>"네."</P> <P class=바탕글>"그럼 됐네! 나, 커피가 마시고 싶었는데 마시지 못하면 어떻하나 걱정했거든요."</P> <P class=바탕글> </P> <P class=바탕글>시연이 웃으며 말했다. </P> <P class=바탕글> </P> <P class=바탕글>“커피 좋아해요?”</P> <P class=바탕글>"아뇨, 네. 좋아합니다."</P> <P class=바탕글> </P> <P class=바탕글>내가 대답하자 시연이 고개를 끄덕였다. </P> <P class=바탕글> </P> <P class=바탕글>"블랙은?"</P> <P class=바탕글>"괜찮아요."</P> <P class=바탕글> </P> <P class=바탕글>시연이 웃으며 밖에 나가 자판기에서 싸구려 블랙커피 두 잔을 뽑아다가 내게 하나 건넸다. 사실은 커피는 못 마신다. 더군다나 블랙은 정말 싫다. 애써 마셨다. 환자와의 친밀도를 높이기 위해서라고 생각하며 커피를 들이켰다. 쓰다. 역시 맛은 없다. 도대체 왜 이런 음료를 전 세계 사람들이 마시는지 이해 할 수가 없다. 마시면서 의문이 들었다.</P> <P class=바탕글>호호- 불며 정말 좋아하는 듯 맛있게 마시는 시연을 보면서 또 한 가지 새로운 의문이 들었다.</P> <P class=바탕글>어떻게 웃을 수 있을까? 도무지 내게는 커피를 마시는 전 세게 사람들만큼이나 이해 할 수 없는 일이었다.</P> <P class=바탕글> <P class=바탕글> </P> <P class=바탕글>-1#3-</P> <P class=바탕글> <P class=바탕글> </P> <P class=바탕글>과장님이 한숨을 내쉬었다.</P> <P class=바탕글> </P> <P class=바탕글>"쓰냐?"</P> <P class=바탕글>"별로요."</P> <P class=바탕글> </P> <P class=바탕글>이미 많이 마셨는데도 술은 쓰지가 않다. </P> <P class=바탕글> </P> <P class=바탕글>"술이 안 쓰면 어떻게 하냐. 술은 원래 쓴 건데."</P> <P class=바탕글> </P> <P class=바탕글>과장님이 중얼중얼 거렸다. </P> <P class=바탕글> </P> <P class=바탕글>"괜찮아요. 많이 드셨습니다."</P> <P class=바탕글> </P> <P class=바탕글>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하자 과장님이 자리에 거칠게 앉혔다.</P> <P class=바탕글> </P> <P class=바탕글>"무슨 마시기는! 마셔!"</P> <P class=바탕글> </P> <P class=바탕글>다시 내 잔에 술을 따랐다. 술을 얼마나 사왔는지 아직도 몇 병은 남은 게 보인다. 다시 술을 들이켰다. </P> <P class=바탕글> </P> <P class=바탕글>"안 쓰면 어떻게 하냐- 안 쓰면 어떡해- 응?"</P> <P class=바탕글> <P class=바탕글> </P> <P class=바탕글>-4-</P> <P class=바탕글> <P class=바탕글> </P> <P class=바탕글>이 여자는 의문투성이다. 뜬금없이 병원 마당에서 쭈그리고 앉아 개미 행렬을 보면서 혼자 '개미들아, 옆 보석 집에서 하나씩만 물어다 나한테 주면 안 돼?' 하고 사정을 하지 않나, 개와 대화를 시도하던가, 꽃에 이름을 붙이고 아침 밤으로 대화를 하고.</P> <P class=바탕글>주변에 이야기할 사람이 없는 것도 아니다. 사람들과도 대화를 잘 하는데 사람을 넘어서서 주변에 사물들과도 대화를 하는 것이다. 그러니까, 지금 같은 상황은 나도 처음 보는 상황이었다.</P> <P class=바탕글> </P> <P class=바탕글>"링거야, 얼른 몸에 들어오라니까~ 나 이제 지겨워. 내가 그렇게 좋아? 나 붙잡고 놓아주기 싫어? 나 이렇게 안달 나게 할 거야, 응?"</P> <P class=바탕글> </P> <P class=바탕글>이 여자, 시연은 그러니까- 지금은……. 링거를 쳐다보면서 약물과 대화를 시도하고 있다. </P> <P class=바탕글> </P> <P class=바탕글>"……."</P> <P class=바탕글> </P> <P class=바탕글>약물과 대화 시도. ASD 증상이 뇌에 이상을 일으키기도 하던가? 머릿속으로 의학 지식을 생각해보지만 그런 기억은 없다. 몰라, 어딘가에서 관련 보고서라도 하나 있을지도.</P> <P class=바탕글> </P> <P class=바탕글>"죽겠네 샘!"</P> <P class=바탕글> </P> <P class=바탕글>나를 보고 반갑다는 듯이 미소 지으며 시연이 부른다. 해맑은 그 미소는 도무지 20대 중반에 여인의 느낌보다는 10대 소녀 같은 미소다. </P> <P class=바탕글> </P> <P class=바탕글>"네. 시연씨."</P> <P class=바탕글> </P> <P class=바탕글>근처 옆 자리에 앉았다. 시연은 정말 기분 좋은 듯 흥얼흥얼 거리며 내 '주제가'를 흥얼거린다. </P> <P class=바탕글> </P> <P class=바탕글>"죽겠네~ 죽겠네~ 아주아주 죽겠네~ 왜요 왜요~ 왜 그리 죽겠나요~?"</P> <P class=바탕글> </P> <P class=바탕글>……명곡도, 명창도 아니라 솔직히 듣기 창피하다. </P> <P class=바탕글>의문투성이다. 이제, 이 여자의 머릿속에는 무엇이 들어있는지 해부라도 해보고 싶을 정도로 의문이 치밀어 오른다. </P> <P class=바탕글> </P> <P class=바탕글>"왜 또 그리 인상이에요?"</P> <P class=바탕글> </P> <P class=바탕글>시연이 나를 보고 묻는다. </P> <P class=바탕글> </P> <P class=바탕글>"별로요. 컨디션이 안 좋아서 그런가 보네요."</P> <P class=바탕글>"나만 보면 인상이잖아요?"</P> <P class=바탕글> </P> <P class=바탕글>그랬나? 하긴, 볼 때마다 이상한 행동을 하고 있으니까 어쩔 수가 없다. </P> <P class=바탕글> </P> <P class=바탕글>"몸은 괜찮아요?"</P> <P class=바탕글> </P> <P class=바탕글>의례적인 질문을 한다.</P> <P class=바탕글> </P> <P class=바탕글>"에이, 심장이 언제 멈출지 모르는데 괜찮겠어요?"</P> <P class=바탕글> </P> <P class=바탕글>그러면 시연은 툴툴 거리면서 아무렇지 않게 범상치 않은 대답을 한다. 처음에는 놀라서 어디가 어떻고 혈압은 어떻고, 체온은 어떻고 CT를 하고 난리를 쳤지만- 한 달 즈음 지나니 이제 적응이 되었다.</P> <P class=바탕글> </P> <P class=바탕글>"오늘은 안 멈출 거예요."</P> <P class=바탕글> </P> <P class=바탕글>내가 말하고 차트에는 컨디션 정상이라고 표시한다. </P> <P class=바탕글> </P> <P class=바탕글>"믿어요."</P> <P class=바탕글> </P> <P class=바탕글>시연은 나를 보고 웃는다.</P> <P class=바탕글>의문투성이다. ASD. 언제 심장이 멈출지 모르고, 언제 발작이 들이 닥쳐 고통의 시간을 보낼 지도 모른다. 아마, 이 여인은 어려서 부터 지금까지 내가 상상할 수 없는 죽음의 공포와 사신의 손길, 고통스러운 발작의 연속을 보내 왔을 것 이다. 걷는 그 걸음걸음 유리 길을 걷는 듯 조심스럽고 금방이라도 깨질 듯한 생명을 천문학적인 확률로 지금까지 견디어 온 것이다.</P> <P class=바탕글>지쳤을 것 이다. 나 같으면 지쳐서 이제 좀 죽여 달라고 부르짖을지도 모른다.</P> <P class=바탕글>그런데 웃는다. 이 여자는 정말 그냥 보기에는 도무지 죽음과 이 세상에서 가장 가까운 사람들 그룹에 하나에 속했기보다는 평생도록 장수할 사람들의 그룹에 속한 사람 같다.</P> <P class=바탕글>의문투성이다. 어떻게 웃을 수 있을까?</P> <P class=바탕글> </P> <P class=바탕글>"어, 다 됐다."</P> <P class=바탕글> </P> <P class=바탕글>시연이 말하며 나를 쳐다본다. </P> <P class=바탕글> </P> <P class=바탕글>"다 됐다, 그죠?"</P> <P class=바탕글>"……?"</P> <P class=바탕글> </P> <P class=바탕글>그 말에 무슨 말인가 했더니 링거가 다 떨어져 있었다. 잠깐, 분명 링거가 반 정도 있었던 것 같은데 나 여기 도대체 얼마나 있었던 것이지? 그냥 멍하니 시연만 쳐다봤는데? 졸았던 것 일까?</P> <P class=바탕글> </P> <P class=바탕글>"아, 이거 좀 풀어달라고요~"</P> <P class=바탕글>"그건, 간호사가……"</P> <P class=바탕글>"죽겠네 샘이 해주세요, 네?"</P> <P class=바탕글> </P> <P class=바탕글>나를 보며 초롱초롱 눈빛을 빛내니 어쩔 수가 없다. 나는 이 고집불통의 사람 생각 안하고 곤충과 동물과 사물과 자연체와 대화할 수 있는 신비스럽고 의문스러운 4차원 여자의 팔을 잡고 링거 주사를 뽑고 알콜 솜으로 상처를 문질러 줬다.</P> <P class=바탕글> </P> <P class=바탕글>"행복, 행복!"</P> <P class=바탕글> </P> <P class=바탕글>시연이 나를 보고 미소 지었다. </P> <P class=바탕글> </P> <P class=바탕글>"도대체 뭐가 그렇게 좋다고 웃어요?"</P> <P class=바탕글>"그냥. 죽겠네 샘이 링거 주사 빼 주고, 또 그냥…… 순간순간이 기분 좋지 않아요?"</P> <P class=바탕글> </P> <P class=바탕글>시연이 당연하다는 듯 내게 말했다. 순간순간이 기분 좋다고? 그거 조증 증세 아닌가? </P> <P class=바탕글> </P> <P class=바탕글>"그렇잖아요, 살아 있잖아요. 순간순간. 살아있구나, 하는 것을 느끼면 웃음이나요. 아, 살아있구나. 살아있어."</P> <P class=바탕글> </P> <P class=바탕글>자신의 가슴에 손을 갖다 대며 심장의 울림을 듣는 듯 시연은 가히 성스러운 성모처럼 인자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P> <P class=바탕글>조증 같은 게 아니었다. </P> <P class=바탕글>이 여자는, 내가 당연히 살아갈 1초가 다시 오지 않을 수 있는 1초일 수도 있었고 내가 당연히 살아갈 1분이 영원히 오지 않을 1분일 가능성도 있다.</P> <P class=바탕글>순간순간 살아가는 게 이 여자에게는 기적 같은 일이다. </P> <P class=바탕글>심장이 뛰었다. </P> <P class=바탕글>갑작스럽게 내 가슴에 손을 갖다 대는 시연에 손길에 나도 모르게…….</P> <P class=바탕글> </P> <P class=바탕글>"건강하네요. 오래오래 살겠다."</P> <P class=바탕글> </P> <P class=바탕글>시연이 장난스럽게 말했다. </P> <P class=바탕글> </P> <P class=바탕글>"다행이네요."</P> <P class=바탕글>"응, 그니까 웃어요. 괜찮아요, 살아가다보면 어떻게든 될 테니까- 그러니까 웃어요."</P> <P class=바탕글> <P class=바탕글> </P> <P class=바탕글>-1#4-</P> <P class=바탕글> <P class=바탕글> </P> <P class=바탕글>괜찮았다. 웃었다. 웃었다. 괜찮았다. 어떻게든 될 테니까…….</P> <P class=바탕글>술을 들이켰다. 쓰지 않다. 쓴 것은 죽을만큼 싫고 못 먹는데. 왜 이리 쓰지가 않지. 왜 쓰지 못한 거야? </P> <P class=바탕글>난 괜찮은데 말이다.</P> <P class=바탕글>술의 취한 것일까? 사고 진행 방식이 이상하다. </P> <P class=바탕글> </P> <P class=바탕글>"괜찮냐?"</P> <P class=바탕글>"……네."</P> <P class=바탕글> </P> <P class=바탕글>술을 들이켰다. 과장님이 담배를 물었다.</P> <P class=바탕글> </P> <P class=바탕글>"괜찮냐?"</P> <P class=바탕글>"……네."</P> <P class=바탕글> </P> <P class=바탕글>잔의 술을 따랐다.</P> <P class=바탕글> </P> <P class=바탕글>"괜찮냐?"</P> <P class=바탕글>"……네."</P> <P class=바탕글> </P> <P class=바탕글>들이켰다.</P> <P class=바탕글> <P class=바탕글> </P> <P class=바탕글>-5-</P> <P class=바탕글> <P class=바탕글> </P> <P class=바탕글>이 여자는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들과 대화를 할 수 있는 특별한 존재다.</P> <P class=바탕글>이 여자는 순간순간 살아가는 것에 감사할 줄 아는 의외로 깊은 생각을 가진 존재이기도하다.</P> <P class=바탕글>그런데……</P> <P class=바탕글> </P> <P class=바탕글>"으으으으-"</P> <P class=바탕글> </P> <P class=바탕글>주사와는 대화를 못 하는지 무지하게 싫어한다. </P> <P class=바탕글> </P> <P class=바탕글>"그냥 기분 좋게 한 대 맞죠?"</P> <P class=바탕글> </P> <P class=바탕글>내가 말했지만 시연은 고개를 젓는다. </P> <P class=바탕글> </P> <P class=바탕글>"감기 예방 주사에요. 감기 걸리면 고생이잖아요."</P> <P class=바탕글>"감기는!"</P> <P class=바탕글> </P> <P class=바탕글>뭐라고 반론을 할 때 살짝 옆의 간호사들에게 눈치를 주자 눈치 채지 못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P> <P class=바탕글>그녀가 격하게 소리쳤다.</P> <P class=바탕글> </P> <P class=바탕글>"수많은 바이러스가 있어서 예방 주사 따위 사실 별로 도움도 되지 않……!"</P> <P class=바탕글>"GO!"</P> <P class=바탕글> </P> <P class=바탕글>내 외침에 주위 간호사들이 양 팔을 잡았다. </P> <P class=바탕글> </P> <P class=바탕글>"아!"</P> <P class=바탕글> </P> <P class=바탕글>시연이 외칠 사이 빠르게 팔을 걷어 주사를 넣는다. </P> <P class=바탕글> </P> <P class=바탕글>"아파 아파 아파 아파 아파 아파!"</P> <P class=바탕글> </P> <P class=바탕글>시연이 계속해서 외치지만 이미 처음 '아파' 라고 할 때 이미 주사는 다 놓고 뺀 상태다. </P> <P class=바탕글> </P> <P class=바탕글>"이미 끝이에요."</P> <P class=바탕글> </P> <P class=바탕글>내가 말하자 시연이 눈을 깜박인다. 그리고 입술을 삐죽 내민다.</P> <P class=바탕글> </P> <P class=바탕글>"애도 아니고 도대체 주사가 왜 싫은데요?"</P> <P class=바탕글>"그냥. 어릴 때부터 무서워서 지금도 무서워요."</P> <P class=바탕글> </P> <P class=바탕글>시연이 내 질문에 생각을 삼초간 하다가 내게 대답한다. </P> <P class=바탕글>그래, 이 여자는 어려서부터 주사와 싸우면서 살았겠구나. </P> <P class=바탕글>이해가 되었다. 어쩐지 가슴이 지끈 거렸다. 정을 주지 않는다. 환자에게 너무 많은 정을 주는 것은 후일 의사에게 큰 고통으로 작용될 수 있다. 그러니 사적인 감정은 금한다. </P> <P class=바탕글>알고 있다, 상기하고 있다.</P> <P class=바탕글> </P> <P class=바탕글>"그렇군요."</P> <P class=바탕글> </P> <P class=바탕글>말을 대충 받고 밖으로 나왔다. </P> <P class=바탕글>정신없이 일을 할 때였다. 점심 시간 간호사 한 명이 내게 달려왔다.</P> <P class=바탕글> </P> <P class=바탕글>"시, 시연 환자가 사라졌어요!"</P> <P class=바탕글> </P> <P class=바탕글>……또? </P> <P class=바탕글>인상이 절로 써졌다. 이 세상 모든 자연체, 사물과 대화하지만 주사와는 대화 하지 못하는 여자가 갔을 만한 공간은 예상이 갔다.</P> <P class=바탕글>옥상으로 향했다. 옥상에서 수조 탱크 위.</P> <P class=바탕글> </P> <P class=바탕글>"시연씨."</P> <P class=바탕글> </P> <P class=바탕글>역시나 이 여자는 수조 탱크 위에서 늘어져있다. 잠든 고양이처럼 무방비하게 늘어진 여자는 내 불음에 고개를 움찔하고 내게 돌렸다.</P> <P class=바탕글> </P> <P class=바탕글>"죽겠네 샘."</P> <P class=바탕글> </P> <P class=바탕글>나를 발견하고 미소 짓는다. 혈색과 동공을 살펴보지만 이상은 느껴지지 않는다. 좀 있다가 들어갈까? 수조 탱크 근처로 다가갔다. 내가 다가오자 시연이 손을 내밀었다. 손을 붙잡고 수조 탱크를 올라 시연의 옆에 누웠다.</P> <P class=바탕글> </P> <P class=바탕글>"좋죠?"</P> <P class=바탕글> </P> <P class=바탕글>시연이 말했다. 시연의 목소리와 동시에 바람이 스쳐지나가는 소리가 귓가를 스쳐 지나갔다. 떠다니는 구름은 오전 내내 지독하게 바쁘게 뛰어 다닌 내</P> <P class=바탕글>가 부끄러워질 정도로 여유롭다. </P> <P class=바탕글>여유롭다. 마음이 편안해진다.</P> <P class=바탕글> </P> <P class=바탕글>"좋네요."</P> <P class=바탕글>"헤헤."</P> <P class=바탕글> </P> <P class=바탕글>내 대답에 만족한듯 시연의 웃음 소리가 귓가에 재잘거린다. 살짝 고개를 돌려 시연을 쳐다보니 미소를 짓고 있다. 웃는게 예쁘다, 이 여자. </P> <P class=바탕글>흥얼 흥얼 노래하기 시작한다. 이번엔 자작곡이 아닌 것 같다. 전주를 혼자 중얼 거리다가 대충 앞 가사를 뭉개버리며 진행하다가 아는 부분인지 큰 소리로 노래하기 시작했다.</P> <P class=바탕글> </P> <P class=바탕글>"요들레이 요들레이 요들레이 요들레이요~! 요들레이요들레요들레이 요들레이 호호~!"</P> <P class=바탕글> </P> <P class=바탕글>……어디서 들어봤나 싶더니 요들레이 송이었구나!</P> <P class=바탕글> </P> <P class=바탕글>"푸, 하하하-!"</P> <P class=바탕글> </P> <P class=바탕글>이번엔 참지 못하고 웃음이 터졌다. </P> <P class=바탕글> </P> <P class=바탕글>"으응? 왜 웃어요!"</P> <P class=바탕글>“아아~ 갑자기 무슨 요들레이 송이에요?”</P> <P class=바탕글> </P> <P class=바탕글>내가 묻자 시연은 입술을 삐줄 내밀고 내 쪽으로 몸을 돌렸다.</P> <P class=바탕글> </P> <P class=바탕글>"푸른 하늘에 하얀 구름! 그럼 요들레이죠!"</P> <P class=바탕글>"네, 네."</P> <P class=바탕글> </P> <P class=바탕글>자신만의 세계와 법도가 있는 여자다. 다시 바람이 스치고 지나갔다.</P> <P class=바탕글> </P> <P class=바탕글>"있죠."</P> <P class=바탕글>"네."</P> <P class=바탕글> </P> <P class=바탕글>부르자 대답했다.</P> <P class=바탕글> </P> <P class=바탕글>"어떻게 웃을 수 있는거에요?"</P> <P class=바탕글> </P> <P class=바탕글>의문을 물어봤다. 시연을 쳐다보자 시연이 눈을 깜박였다.</P> <P class=바탕글> </P> <P class=바탕글>"흐응~ 그냥."</P> <P class=바탕글> </P> <P class=바탕글>시연이 대답하며 몸을 돌려 하늘로 향했다.</P> <P class=바탕글> </P> <P class=바탕글>"죽는다는게…… 무섭죠. 근데 사람이 죽으면 별이 된다는 말 알아요? 또, 사람이 죽을 때- 그러니까, 내가 죽을 때 누군가가 태어난다는 말도 있고."</P> <P class=바탕글> </P> <P class=바탕글>시연이 두서없이 자신의 생각을 말해주기 시작했다.</P> <P class=바탕글> </P> <P class=바탕글>"내가 죽을 때, 누군가는 태어나요. 대단하지 않아요?"</P> <P class=바탕글> </P> <P class=바탕글>시연이 나를 쳐다봤다. 초롱초롱하게 빛이나며 처음으로 불을, 바다를, 별을, 고목을, 생명을 마주한 어린 아이같이 빛이나는 그 눈동자는 심장을 두근 거리게 만들었다.</P> <P class=바탕글> </P> <P class=바탕글>"또 내가 죽을 때 별이 탄생하는거에요! 그 별에는 이 지구만큼이나 많은 생명이 있고요."</P> <P class=바탕글> </P> <P class=바탕글>시연이 하늘로 시선을 돌렸다. 입가엔 생생하게 미소가 감돌고 있다. 감사하는듯, 즐거운듯 미소 짓는 시연은 낮에는 보이지 않는 별을 보는 것 같다.</P> <P class=바탕글> </P> <P class=바탕글>"죽는 것도 나쁘지 않잖아요? 그렇게 생각하면."</P> <P class=바탕글> </P> <P class=바탕글>그래서 웃을 수 있다고? </P> <P class=바탕글>멍하니 시연의 얼굴을 쳐다봤다. 시연이 나를 보고 웃는다.</P> <P class=바탕글> </P> <P class=바탕글>"정말, 괜찮아요?"</P> <P class=바탕글> </P> <P class=바탕글>나도 모르게 짜증 섞어서 시연을 보며 물었다. </P> <P class=바탕글> </P> <P class=바탕글>"네."</P> <P class=바탕글> </P> <P class=바탕글>시연이 고개를 끄덕였다. 짜증이 났다. 죽는게 뭐가 괜찮다는 것인지, 어째서 인지 시연이 죽는다는 것에 무덤덤하다는 것에 화가 났다.</P> <P class=바탕글> </P> <P class=바탕글>"정말요?"</P> <P class=바탕글> </P> <P class=바탕글>내가 다시 묻자 시연이 바로 대답하지 못했다.</P> <P class=바탕글> </P> <P class=바탕글>"있잖아요, 의사가 그렇게 환자 닥달하면 안 되지 않아요?"</P> <P class=바탕글> </P> <P class=바탕글>시연이 문득 내게 물었다. 아차 싶었다. 시연의 눈동자가 뜨거워졌다.</P> <P class=바탕글> </P> <P class=바탕글>"괜찮아요! 이렇게라도 생각 안 하고, 내가 죽은 다음에 아무 것도 이 세상에 남지 않으면……그건 내가 너무 초라하잖아요. 그러니까, 그러니까……."</P> <P class=바탕글> </P> <P class=바탕글>나도 모르게 시연의 손을 잡았다.</P> <P class=바탕글> </P> <P class=바탕글>"……이렇게라도 믿고 괜찮아질래요.”</P> <P class=바탕글> </P> <P class=바탕글>잦아드는 중얼 거리는 목소리로 시연이 대답했다.</P> <P class=바탕글>살리고 싶다.</P> <P class=바탕글>이렇게 살리고 싶은 환자는 새내기 의사였던 내게 처음이었다.</P> <P class=바탕글> <P class=바탕글> </P> <P class=바탕글>-1#5-</P> <P class=바탕글> <P class=바탕글> </P> <P class=바탕글>"괜찮아요. 괜찮아요. 괜찮아요."</P> <P class=바탕글>"그래."</P> <P class=바탕글> </P> <P class=바탕글>어지러운 정신 속에서 과장님이 대답했다. 그런 것 같다. 어지럽다. 반고리관의 장애로 몸을 지탱하기가 어려웠다. 팔로 머리를 받치고 술을 들이켰다.</P> <P class=바탕글> </P> <P class=바탕글>"과장님, 저 괜찮습니다……. 괜찮아요, 저."</P> <P class=바탕글>"그래."</P> <P class=바탕글> </P> <P class=바탕글>과장님이 다시 담배를 물었다. </P> <P class=바탕글> </P> <P class=바탕글>"과장님. 저! 정말 괜찮습니다?"</P> <P class=바탕글>"그래."</P> <P class=바탕글> </P> <P class=바탕글>술을 따랐다. 들이켰다.</P> <P class=바탕글> </P> <P class=바탕글>"저, 정말 괜찮아요. 괜찮아요, 저."</P> <P class=바탕글>"그래."</P> <P class=바탕글> </P> <P class=바탕글>눈물이, 눈물을 더 이상 참지 못했다.</P> <P class=바탕글> <P class=바탕글> </P> <P class=바탕글>-6-</P> <P class=바탕글> <P class=바탕글> </P> <P class=바탕글>인공 심장 이식 수술. 과장님과 함께 집도를 맡아 진행하게 되었다.</P> <P class=바탕글>환자명 이시연. 병명 ASD.</P> <P class=바탕글> </P> <P class=바탕글>"괜찮아요?"</P> <P class=바탕글> </P> <P class=바탕글>수술에 들어가기 전 시연에게 물었다.</P> <P class=바탕글> </P> <P class=바탕글>"괜찮아요."</P> <P class=바탕글> </P> <P class=바탕글>시연이 말했다. 시연이 문득 자신의 가슴에서 손을 때지 못하는 것을 깨달았다.</P> <P class=바탕글> </P> <P class=바탕글>"정말 괜찮아요?"</P> <P class=바탕글>"네."</P> <P class=바탕글>"심장이 이상하게 뛰나요?"</P> <P class=바탕글> </P> <P class=바탕글>시연에게는 특히나 위험 부담이 큰 수술이었기에 조금에 이상이라도 있으면 큰 이상이 생길 수 있어 물어봤다. 시연이 고개를 저었다.</P> <P class=바탕글> </P> <P class=바탕글>"아뇨, 조금 있으면- 지금까지 아픈 몸으로 나를 여기까지 데려와준 애랑 헤어진다고 생각하니까……."</P> <P class=바탕글> </P> <P class=바탕글>시연이 미소 지었다.</P> <P class=바탕글> </P> <P class=바탕글>"자기 신체와도 대화 할 수 있었나요?"</P> <P class=바탕글>"당연하죠."</P> <P class=바탕글> </P> <P class=바탕글>시연이 내 질문에 고개를 끄덕였다. 어쩐지 나를 사로 잡고 있던 긴장이 풀렸다. 환자에 긴장을 풀어줘야하는데 도리어 환자에게 의사가 긴장이 풀리다니. 역시나 아직은 멀었다.</P> <P class=바탕글> </P> <P class=바탕글>"있죠."</P> <P class=바탕글> </P> <P class=바탕글>시연이 문득 나를 불렀다.</P> <P class=바탕글> </P> <P class=바탕글>"네?"</P> <P class=바탕글> </P> <P class=바탕글>내가 대답하자 시연이 웃었다.</P> <P class=바탕글> </P> <P class=바탕글>"선생님 탓 아니에요. 과장님 탓도 아니에요. 그죠?"</P> <P class=바탕글> </P> <P class=바탕글>의아한 말에 나는 고개를 갸웃했다.</P> <P class=바탕글> </P> <P class=바탕글>"그죠?"</P> <P class=바탕글> </P> <P class=바탕글>대답을 강요하는듯 인상까지 쓰자 내가 고개를 끄덕였다.</P> <P class=바탕글> </P> <P class=바탕글>"그렇죠."</P> <P class=바탕글> </P> <P class=바탕글>그제야 시연이 미소지었다.</P> <P class=바탕글> </P> <P class=바탕글>"하지만 선생님 덕이고, 과장님 덕이에요."</P> <P class=바탕글>"무슨 말이에요 도대체?"</P> <P class=바탕글>"깨어나면 말해 줄께요."</P> <P class=바탕글> </P> <P class=바탕글>시연이 내 물음에 미소 지었다. 문득 시연이 내게 다가오라는 손짓을 했다. 도무지 종잡을 수 없는 여자다.</P> <P class=바탕글>가까이 다가서자 시연이 내 얼굴을 쭉 잡아 당겼다.</P> <P class=바탕글>입술과 볼 사이.</P> <P class=바탕글>시연의 입술이 다가왔다.</P> <P class=바탕글>부드러운 감촉에 내 눈이 커졌다. 시연의 새하얀 얼굴이 지근거리에서 보였다. 순간 멍하게 있다가 화들짝 놀라 몸을 뒤로 뺐다.</P> <P class=바탕글> </P> <P class=바탕글>"또 깨어나면, 입술에 해줄께요."</P> <P class=바탕글> </P> <P class=바탕글>시연이 미소지었다.</P> <P class=바탕글> </P> <P class=바탕글>"……흠. 장난은……여기까지 하죠."</P> <P class=바탕글> </P> <P class=바탕글>얼굴이 뜨거웠다. 몸을 돌렸다. 등 뒤로 시연에 중얼 거리는 목소리가 들렸다.</P> <P class=바탕글> </P> <P class=바탕글>"장난 아닌데."</P> <P class=바탕글> </P> <P class=바탕글>방을 나섰다.</P> <P class=바탕글>수술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P> <P class=바탕글>수술대의 들어가기 전 시연은 나를 보며 미소 지었다. 살린다. 꼭! 꼭, 살린다.</P> <P class=바탕글>마음을 먹었다.</P> <P class=바탕글>수술실의 불이 들어왔다.</P> <P class=바탕글>다시 불이 꺼졌을 때는…….</P> <P class=바탕글> <P class=바탕글>…… 모두가 짐작할 만한 이야기다.</P> <P class=바탕글> <P class=바탕글> <P class=바탕글> </P> <P class=바탕글>-1#6-</P> <P class=바탕글> <P class=바탕글> <P class=바탕글> </P> <P class=바탕글>귓가의 그녀의 속삭임이 들린다.</P> <P class=바탕글>때로는 부드럽게</P> <P class=바탕글> </P> <P class=바탕글>'괜찬아요.'</P> <P class=바탕글>"으흑…… 으흑……."</P> <P class=바탕글> </P> <P class=바탕글>때로는 쾌할하게</P> <P class=바탕글> </P> <P class=바탕글>'괜찮아요!'</P> <P class=바탕글> </P> <P class=바탕글>입을 다문다. 입술을 깨물었다. </P> <P class=바탕글>때로는 다부지게</P> <P class=바탕글> </P> <P class=바탕글>'괜찮아요~!'</P> <P class=바탕글> </P> <P class=바탕글>고개를 들 수가 없다. </P> <P class=바탕글>죄책감과 내 자신의 무능력감과 내 자신의 부족함에 치가 떨렸다. 가장 구하고 싶은 것을 구하지 못했다. 가장 살리고 싶은 것을 살리지 못했다. </P> <P class=바탕글>도대체……나란 인간은 뭐란 말인가. 도대체가 한심함에 죽고 싶다. 무엇을 위해, 무엇을 위해 기나긴 시간을 투쟁해왔는지 모르겠다.</P> <P class=바탕글>정작 구하고 싶고 살리고 싶은 것은 살리지를 못했는데. </P> <P class=바탕글>테이블의 머리를 박았다.</P> <P class=바탕글>이럴 때면 그녀는 아마, 장난 스럽게 웃으면서 내 팔에 매달리며 말하겠지.</P> <P class=바탕글> </P> <P class=바탕글>'괜찮아요, 괜찮아요!'</P> <P class=바탕글> </P> <P class=바탕글>눈을 감았다.</P> <P class=바탕글> </P> <P class=바탕글>'응, 그니까 웃어요. 괜찮아요, 살아가다보면 어떻게든 될테니까- 그러니까 웃어요. OK? OK?'</P> <P class=바탕글> </P> <P class=바탕글>어, 그래. 알아요. 알아요, 시연씨.</P> <P class=바탕글> </P> <P class=바탕글>"yes, I'm ok."</P> <P class=바탕글> </P> <P class=바탕글>나도 모르게 중얼 거렸다. 과장님이 나를 쳐다봤다.</P> <P class=바탕글> </P> <P class=바탕글>"응?"</P> <P class=바탕글>"별이 됐을 거에요. 어딘가에서 누군가 태어났을 것이고. 그녀는, 초라하지 않아요."</P> <P class=바탕글> </P> <P class=바탕글>술에 취했다. 느낄 수 있다. 술을 한 잔 더 마셨다.</P> <P class=바탕글> </P> <P class=바탕글>"응, 괜찮아요."</P> <P class=바탕글> <P class=바탕글> <P class=바탕글> <P class=바탕글> </P> <P class=바탕글> </P> <P class=바탕글> </P> <P class=바탕글>-E.P.-</P> <P class=바탕글> <P class=바탕글> </P> <P class=바탕글>꽤 시간이 지났다.</P> <P class=바탕글>과장이 되었다.</P> <P class=바탕글>하늘은 맑았다. 흰 구름이 떠나녔다. 하늘과 구름을 보기에는 수조통 위가 딱이다. 바람이 귀를 스치고 지나갈 때 어딘가에서 한숨 소리가 섞여 들려왔다.</P> <P class=바탕글> </P> <P class=바탕글>"죽겠네……."</P> <P class=바탕글> </P> <P class=바탕글>애한이 섞인 그 목소리에 나도 모르게 고개를 들고 소리가 난 방향을 쳐다봤다. 풋풋한 인상의 20대 남자였다. 흰 가운을 입고 있는 것이 새로 들어 온 인턴 같았다.</P> <P class=바탕글>문득 떠올랐다.</P> <P class=바탕글> </P> <P class=바탕글>"야, 죽겠네 죽겠네 하면 진짜 죽어버린다?"</P> <P class=바탕글>"예!?"</P> <P class=바탕글> </P> <P class=바탕글>내 외침에 나를 확인하고 깜짝 놀라 애가 기겁을 하고 대답한다.</P> <P class=바탕글> </P> <P class=바탕글>'의사 선생님, 죽겠네- 죽겠네- 하면 진짜 죽어버려요?'</P> <P class=바탕글> </P> <P class=바탕글>.</P> <P class=바탕글>.</P> <P class=바탕글>.</P> <P class=바탕글>이제, 죽겠다고는 안 해요.</P> <P class=바탕글>슬며시 미소가 났다.</P> <P class=바탕글> <P class=바탕글>-FIN</P> <P class=바탕글> <P> </P>
    헤롤드의 꼬릿말입니다
    재밌게 보셨다면 추천 혹은 댓글을 부탁드립니다.
    작은 관심이 글쟁이에게는 가장 큰 감동입니다.

    ps. '버즈 - 일기' 를 들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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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2/12/14 18:49:39  112.145.***.183    
    [2] 2012/12/14 18:49:39  125.184.***.13  환상향의개화  63890
    [3] 2012/12/15 00:18:46  220.76.***.230  드립학교교장  245117
    [4] 2012/12/15 14:27:23  112.184.***.147  Leelouis  229130
    [5] 2012/12/15 23:48:38  110.46.***.166    
    [6] 2012/12/16 00:57:45  180.71.***.63  김수무당  230691
    [7] 2012/12/21 01:05:00  14.42.***.89  고기는진리다  231729
    [8] 2012/12/27 22:22:32  59.1.***.71  슬픈벌꿀  178083
    [9] 2012/12/29 01:43:46  119.71.***.136    
    [10] 2012/12/29 02:10:16  220.116.***.109  JinLee  1847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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