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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시물ID : readers_5204
    작성자 : 나태
    추천 : 14
    조회수 : 855
    IP : 61.36.***.18
    댓글 : 3개
    등록시간 : 2012/12/02 23:59:43
    http://todayhumor.com/?readers_5204 모바일
    [오유과거] 산문 - 안생겨요.
    <P></P> <P class=바탕글><SPAN style="FONT-FAMILY: 바탕">눈을 맞으며 그녀가 서 있었다.</SPAN></P> <P class=바탕글><SPAN lang=EN-US></SPAN> </P> <P class=바탕글><SPAN lang=EN-US>긴 검은 생머리에 하얀 피부. 적당한 키, 다리에 쫙 붙은 진한색 청바지에 짧은 가죽잠바. 이런 객관적인 그녀의 모습을 떠나 버스정류장에 홀로 서있는 그녀는 차가운 눈발같은 분위기를 풍기고 있었다. 내가 그 조용한 정류장에 왔을 때부터 계속 스마트폰과 버스 도착 안내판을 번갈아 가며보고 있었다. 모든 버스 번호 옆에 빨간 글씨로 종료 버튼이 떠있는걸 보며 긴장하던 중 내가 기다리던 버스 번호가 떠올랐다.</SPAN></P> <P class=바탕글><SPAN style="FONT-FAMILY: 바탕"></SPAN> </P> <P class=바탕글><SPAN style="FONT-FAMILY: 바탕">번 호   남은시간 </SPAN></P> <P class=바탕글><SPAN lang=EN-US>XXX번   7분 막차</SPAN></P> <P class=바탕글><SPAN lang=EN-US></SPAN> </P> <P class=바탕글><SPAN lang=EN-US>다행히 막차가 남아있었다. 저 버스 하나만 남아있는데 기다리고 있는 걸로 봐서, 그녀는 나와 같은 차를 기다리고 있는 것 같았다. 그런 그녀의 손등 위로 눈이 내렸다. 그녀는 그제야 눈이 내린다는 사실을 알았다는 듯이 내가 서있는 가로등 위쪽을 바라보았다.</SPAN></P> <P class=바탕글><SPAN lang=EN-US>이내 그녀가 나지막하게 말했다.</SPAN></P> <P class=바탕글><SPAN lang=EN-US></SPAN> </P> <P class=바탕글><SPAN lang=EN-US>“첫 눈이네. 올해도 안 생겼네.”</SPAN></P> <P class=바탕글><SPAN lang=EN-US></SPAN> </P> <P class=바탕글><SPAN lang=EN-US>너무나도 익숙한 그녀의 마지막 한마디에 홀려 나도 모르게 혼잣말을 내뱉고 말았다.</SPAN></P> <P class=바탕글><SPAN lang=EN-US></SPAN> </P> <P class=바탕글><SPAN lang=EN-US>“안생겨요.”</SPAN></P> <P class=바탕글><SPAN lang=EN-US>“네?”</SPAN></P> <P class=바탕글><SPAN style="FONT-FAMILY: 바탕"></SPAN> </P> <P class=바탕글><SPAN style="FONT-FAMILY: 바탕">내가 무심코 낸 목소리가 너무 컸는지 그녀는 내 쪽을 돌아보며 되물었다. 그러다 이내 되묻는 자기 목소리도 너무 컸다고 생각했는지 살짝 당황하는 기색을 보였다. 그런 그녀가 귀여워보였다. 웃으며 입을 열었다.</SPAN></P> <P class=바탕글><SPAN lang=EN-US></SPAN> </P> <P class=바탕글><SPAN lang=EN-US>“안 생긴다구요”</SPAN></P> <P class=바탕글><SPAN lang=EN-US>“아, 네...”</SPAN></P> <P class=바탕글><SPAN style="FONT-FAMILY: 바탕"></SPAN> </P> <P class=바탕글><SPAN style="FONT-FAMILY: 바탕">별 이상한 사람을 다 본다는듯 내게 낯선 남자를 향한 경계어린 눈빛을 한껏 보내고서는 다시 휴대폰으로 시선을 향하는 그녀. </SPAN></P> <P class=바탕글><SPAN lang=EN-US></SPAN> </P> <P class=바탕글><SPAN lang=EN-US>“이힛!”</SPAN></P> <P class=바탕글><SPAN style="FONT-FAMILY: 바탕"></SPAN> </P> <P class=바탕글><SPAN style="FONT-FAMILY: 바탕">그녀는 입을 가린 채 기성에 가까운 </SPAN><SPAN style="FONT-FAMILY: 바탕">특이한</SPAN><SPAN style="FONT-FAMILY: 바탕"> </SPAN><SPAN style="FONT-FAMILY: 바탕">웃음을 터뜨리며 다시 나를 바라봤다.</SPAN></P> <P class=바탕글><SPAN lang=EN-US></SPAN> </P> <P class=바탕글><SPAN lang=EN-US>“혹시 오유하세요?”</SPAN></P> <P class=바탕글><SPAN style="FONT-FAMILY: 바탕"></SPAN> </P> <P class=바탕글><SPAN style="FONT-FAMILY: 바탕">나는 순간 놀라 눈만 껌뻑였다. 그녀가 다시 물었다.</SPAN></P> <P class=바탕글><SPAN lang=EN-US></SPAN> </P> <P class=바탕글><SPAN lang=EN-US>“오유하세요?”</SPAN></P> <P class=바탕글> </P> <P class=바탕글><SPAN style="FONT-FAMILY: 바탕">나는 어물어물 대답했다.</SPAN></P> <P class=바탕글> </P> <P class=바탕글><SPAN lang=EN-US>“네.”</SPAN></P> <P class=바탕글><SPAN lang=EN-US>“아- 그래서 ‘안생겨요’ 아시는구나-”</SPAN></P> <P class=바탕글><SPAN lang=EN-US></SPAN> </P> <P class=바탕글><SPAN lang=EN-US>“네! 하지만 믿지 않습니다! 지금 이렇게 아름다운 당신과 만났으니까요!” </SPAN></P> <P class=바탕글><SPAN style="FONT-FAMILY: 바탕">라고 유쾌하게 말하고 싶었다. 그렇지만 오유 시작한지 채 1주일도 지나지 않아 전 여자친구와 헤어진지도 어느덧 4년째. 여자친구와 헤어지고 나서 회원가입을 했으니 오유 가입일자는 내 솔로 역사 시작일자이니 내 안에서 안생긴다는 말이 점점 신뢰를 얻어가고 있었다.</SPAN></P> <P class=바탕글><SPAN style="FONT-FAMILY: 바탕">잠깐 생각하던 그녀가 말했다. </SPAN></P> <P class=바탕글><SPAN lang=EN-US></SPAN> </P> <P class=바탕글><SPAN lang=EN-US>“이거 베오베 감인데요?”</SPAN></P> <P class=바탕글><SPAN lang=EN-US>“네?”</SPAN></P> <P class=바탕글><SPAN style="FONT-FAMILY: 바탕"></SPAN> </P> <P class=바탕글><SPAN style="FONT-FAMILY: 바탕">이 멍청한 놈아. 대답이 ‘네’ 밖에 없냐. 라고 스스로를 마구 질타할 무렵 그녀가 말을 이었다.</SPAN></P> <P class=바탕글><SPAN lang=EN-US></SPAN> </P> <P class=바탕글><SPAN lang=EN-US>“다른 차는 다 끊기고 집에 가는 버스 딱 1대 남았는데 기다리다 첫 눈을 맞은 두 사람이 오유인이라는게... 신기하지 않아요?”</SPAN></P> <P class=바탕글><SPAN lang=EN-US></SPAN> </P> <P class=바탕글><SPAN lang=EN-US>-여자는 운명에 약하다. </SPAN></P> <P class=바탕글> </P> <P class=바탕글><SPAN lang=EN-US>오유에서 볼 때마다 언젠가 여자친구 생기면 써먹어야지 하고 스크랩했던 수많은 이론들이 머릿속에 스쳐지나갔다. 지나가는 생각들, 드립들, 수많은 메달들을 받아서 푸른색으로 스스로를 뽐내며 내 맘속에 콱 박혀있는 ‘착한 남자가 아니라 그냥 매력없는 남자’라고 했던 리플까지. 이번만큼은 용기를 내야해. 나는 그녀에게 한 발짝 다가섰다.</SPAN></P> <P class=바탕글><SPAN lang=EN-US></SPAN> </P> <P class=바탕글><SPAN lang=EN-US>“저...”</SPAN></P> <P class=바탕글><SPAN style="FONT-FAMILY: 바탕"></SPAN> </P> <P class=바탕글><SPAN style="FONT-FAMILY: 바탕">그 순간 버스가 왔다.</SPAN></P> <P class=바탕글><SPAN style="FONT-FAMILY: 바탕"></SPAN> </P> <P class=바탕글><SPAN style="FONT-FAMILY: 바탕">내가 먼저 타서 “두 명이요” 라고 하면?</SPAN></P> <P class=바탕글><SPAN style="FONT-FAMILY: 바탕">망상과 같은 생각들이 스쳐지나가고 그녀와 나는 버스에 탔다. 문 뒤 2자리씩 있는 곳에 서로 다른 의자에. 그녀는 다시 스마트폰을 만지작거린다.</SPAN></P> <P class=바탕글><SPAN style="FONT-FAMILY: 바탕">종쳤다. 스스로를 한심해하던 찰나,</SPAN></P> <P class=바탕글><SPAN lang=EN-US></SPAN> </P> <P class=바탕글><SPAN lang=EN-US>“저기요,”</SPAN></P> <P class=바탕글><SPAN lang=EN-US>“네?”</SPAN></P> <P class=바탕글><SPAN lang=EN-US>“아까 버스 오기 직전에 뭐라고 말씀하시려고 하셨던거 아니었어요?”</SPAN></P> <P class=바탕글>“아... 저...”</P> <P class=바탕글><SPAN style="FONT-FAMILY: 바탕"></SPAN> </P> <P class=바탕글><SPAN style="FONT-FAMILY: 바탕">주머니 속의 손이 움찔. 병신아. 어디로 도망치려고. 용기없는 스스로를 타박하며 떨리는 손을 꽉 쥐고 주머니에서 꺼냈다.</SPAN></P> <P class=바탕글><SPAN lang=EN-US></SPAN> </P> <P class=바탕글><SPAN lang=EN-US>“어... 마이쮸 드실래요?”</SPAN></P> <P class=바탕글><SPAN style="FONT-FAMILY: 바탕"></SPAN> </P> <P class=바탕글><SPAN style="FONT-FAMILY: 바탕">그녀를 향해서 내민 내 손 위에는 살짝 껍질을 까서 이미 두어개를 까먹은 딸기맛 마이쮸가 있었다.</SPAN></P> <P class=바탕글><SPAN lang=EN-US></SPAN> </P> <P class=바탕글><SPAN lang=EN-US>“아... 에히힛!”</SPAN></P> <P class=바탕글><SPAN style="FONT-FAMILY: 바탕"></SPAN> </P> <P class=바탕글><SPAN style="FONT-FAMILY: 바탕">그녀는 나와 마이쮸를 번갈아보며 ‘아...’ 라는 소리를 내다 그 특이한 웃음소리로 웃었다.</SPAN></P> <P class=바탕글><SPAN style="FONT-FAMILY: 바탕">듣기 좋은 웃음소리였다.</SPAN></P> <P class=바탕글><BR></P> <P class=바탕글>--------</P> <P class=바탕글><BR></P> <P class=바탕글><SPAN style="FONT-FAMILY: 바탕">그 해 첫눈이 내린 날로부터 2년.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 제 뒤에서 이불을 돌돌 말아서 꼭 껴안고 자고 있는 아내에게 며칠 전에 들은 말에 의하자면, 당시 제 얼굴색은 그 날 먹은 딸기맛 마이쮸 색깔이랑 똑같았다고 하네요.</SPAN></P> <P class=바탕글><SPAN style="FONT-FAMILY: 바탕"><BR></SPAN></P> <P class=바탕글><FONT face=바탕>-----------------------------------------</FONT></P> <P class=바탕글><FONT face=바탕>[email protected]</FONT></P> <P></P>
    나태의 꼬릿말입니다
    소설은 소설일 뿐...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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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2012/12/03 00:12:53  1.250.***.66  산나루  325050
    [3] 2012/12/03 00:18:49  118.176.***.18  앗느님  215155
    [4] 2012/12/03 00:23:45  211.234.***.43  으잉우잉  275564
    [5] 2012/12/03 00:31:16  219.255.***.188    
    [6] 2012/12/03 00:36:39  211.208.***.14  야밤동  95795
    [7] 2012/12/03 00:58:01  203.226.***.229    
    [8] 2012/12/03 01:02:51  211.36.***.65  모노코이  230360
    [9] 2012/12/03 01:10:17  211.246.***.195  파워치킨  320476
    [10] 2012/12/03 01:45:46  124.197.***.166  진짜안생겨여  2634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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