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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시물ID : readers_4783
    작성자 : 마루〃
    추천 : 3
    조회수 : 265
    IP : 59.21.***.106
    댓글 : 1개
    등록시간 : 2012/12/02 04:21:50
    http://todayhumor.com/?readers_4783 모바일
    [오유과거] 산문 - 누나
    <p></p><p class="MsoNormal">눈을 맞으며 그녀가 서 있었다<span lang="EN-US">. </span>그녀는 아무 말 없이 나를 안아주었다<span lang="EN-US">. </span></p><p class="MsoNormal">눈물이 차 올랐지만 흘리고 싶진 않았다<span lang="EN-US">. </span>그녀는 울지 않았고 그저내 등을 어루만져 줄 뿐이었다<span lang="EN-US">. </span></p><p class="MsoNormal">그 사람의 마음이 등을 통해 심장까지 닿았기에 더욱 울 수 없었다<span lang="EN-US">. </span></p><p class="MsoNormal">그녀는 나를 사랑했고<span lang="EN-US">, </span>나도 그녀를 사랑했다<span lang="EN-US">.</span></p><p class="MsoNormal"><span lang="EN-US"> </span></p><p class="MsoNormal">언제부터였는지 기억은 나지 않는다<span lang="EN-US">. </span>그녀는 내가 기억하고 있는 가장어린 부분의 삶부터 함께였다<span lang="EN-US">. </span></p><p class="MsoNormal">같은 집에서<span lang="EN-US">, </span>같은 밥을 먹고<span lang="EN-US">, </span>같은 곳에서 놀고<span lang="EN-US">, </span>같은 장난감과 인형을 가지고 놀았다<span lang="EN-US">. </span></p><p class="MsoNormal">나이가 조금 들어 초등학교에 들어갔을 땐 같이 학교를 갔고 같이 집에 왔다<span lang="EN-US">. </span></p><p class="MsoNormal">특히 초등학교<span lang="EN-US"> 4</span>학년 때 같은 반이었을 때 나는 안심했다<span lang="EN-US">.</span>그녀와 같은 반이라는 사실이 너무 큰 힘이 되었다<span lang="EN-US">. </span></p><p class="MsoNormal">그녀는 나의 누나였고 우린 이란성 쌍둥이였다<span lang="EN-US">. </span>그렇게 나는 하루하루가 너무나 안심됐다<span lang="EN-US">. </span>하지만 나의 안도감은 잠시뿐<span lang="EN-US">, </span></p><p class="MsoNormal">중학생이 되고 누나는 여중<span lang="EN-US">, </span>나는 남중에 가게 되었다<span lang="EN-US">. </span></p><p class="MsoNormal">중학교에 입학 전날 밤 누나에게 했던 <span lang="EN-US">“</span>학교 가기 싫다<span lang="EN-US">. </span>니도 없다 아이가<span lang="EN-US">” </span>라는 말에 웃으면서</p><p class="MsoNormal">  <span lang="EN-US">“</span>니는 내보러 학교가나<span lang="EN-US">. </span>내는 나 오면 집에있으께<span lang="EN-US">” </span>라고 달래는 모습이 고맙고 좋았다<span lang="EN-US">. </span></p><p class="MsoNormal">그러면서도 한동안 집에 바로들어가지 않았다<span lang="EN-US">. </span>혹시 내가 집에 갔을 때 누나가 없으면 이라는 것은 상상도 하기 싫었기 때문이다<span lang="EN-US">. </span></p><p class="MsoNormal">항상 누나는 나를 기다려주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다<span lang="EN-US">. </span>그렇게 언제까지나누나는 날 기다려 줄 줄 알았다<span lang="EN-US">.</span></p><p class="MsoNormal"><span lang="EN-US"> </span></p><p class="MsoNormal">어느 날<span lang="EN-US">, </span>여느 때처럼 학교에서 돌아온 나는 누나를 불렀지만 집은고요했다<span lang="EN-US">. </span>태어나서 처음 느끼는 외로움이었다고 감히 말할 수 있다<span lang="EN-US">. </span></p><p class="MsoNormal">그날은 너무 길었다<span lang="EN-US">. </span>내 인생에서 기다림이란 것이 이렇게 길게 느껴진 적이 있었을까<span lang="EN-US">? </span>하는 생각을 하면서 </p><p class="MsoNormal">어서 누나가 돌아오길 기다리고 있었을 뿐 이었다<span lang="EN-US">. </span></p><p class="MsoNormal">그러고나서도 한참 후 누나가 집으로 돌아왔다<span lang="EN-US">. </span>교복은 찢어지고 얼굴은 부어있었고<span lang="EN-US">, </span></p><p class="MsoNormal">눈은 충혈되어있었고 방금 전까지 울고 있었던 것이 분명했다<span lang="EN-US">. </span>무슨일이냐고 다그치는 내 앞에서 </p><p class="MsoNormal">누나는 아무 말 하지 않고 한참을 내 얼굴을 바라보더니 그대로 끌어안고 한참을 서 있었다<span lang="EN-US">. </span></p><p class="MsoNormal">나중에 돌아온 부모님의 다그침에도 누나는 말 한마디 하지 않았고 그저 넘어졌다고만 할 뿐이었다<span lang="EN-US">. </span></p><p class="MsoNormal">하지만 그 후로 누나는 사람이 많은 곳<span lang="EN-US">, </span>특히 남자가 많은 곳은절대로 가지 않았다<span lang="EN-US">. </span>대신 누나는 온라인 게임에 재미를 붙였다<span lang="EN-US">.</span></p><p class="MsoNormal"><span lang="EN-US"> </span></p><p class="MsoNormal">시간은 또 흘러<span lang="EN-US">, </span>다시 누나와 나는 한번의 졸업과 한번의 입학을 하게됐다<span lang="EN-US">.</span></p><p class="MsoNormal">누나는 여전히 여고로 진학을 했고<span lang="EN-US">, </span>나는 남고로 진학을 했다<span lang="EN-US">. </span>둘 다 인문계로 진학했기 때문에 서로 만날 시간은 </p><p class="MsoNormal">중학교 때와 비교해서 현저히 줄어들었다<span lang="EN-US">. </span>대신 주말에 집에서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span lang="EN-US">. </span></p><p class="MsoNormal">나는 주로 친구들이랑나누었던 시시콜콜한 잡담과<span lang="EN-US">, </span>학교생활에 대한 에피소드를 누나에게 말해주었고<span lang="EN-US">, </span></p><p class="MsoNormal">누나도 마찬가지였다<span lang="EN-US">. </span>그러나 나는 간혹 학원이나 근처 여학교에서만난 여자애 이야기 등 내 개인적인 고민들을 털어놓았던 반면</p><p class="MsoNormal">누나는 전혀 자신의 이야길 들려주지 않게 되었다<span lang="EN-US">. </span></p><p class="MsoNormal">그러던 어느 날<span lang="EN-US">, </span>누나가 고등학교 입학 후 처음으로 나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했다<span lang="EN-US">. </span>눈에 밟히는 후배가 있다고 했다<span lang="EN-US">. </span></p><p class="MsoNormal">왠지 모르겠지만 나랑 비슷한 느낌이난다고 말하는 그 후배가 자꾸 신경 쓰여서 수업에 집중이 안 된다고 말하는 누나에게<span lang="EN-US">, </span></p><p class="MsoNormal">그렇게 신경 쓰이면 말 걸어보라고 조언했다<span lang="EN-US">. </span></p><p class="MsoNormal">그러고 얼마 후 누나는 나와 대화할 때마다 그 아이의 이야기만 하게 됐다<span lang="EN-US">.</span></p><p class="MsoNormal"><span lang="EN-US"> </span></p><p class="MsoNormal">누나와 그 후배의 이야기는 누나와 같은 온라인게임을 하는 사람들에게는 알려진 이야기가 되어있다는 사실은 나중에알았다<span lang="EN-US">. </span></p><p class="MsoNormal">아마도 얼굴을 마주하지 않고 누군지도 모르는 사람들에게는 이런저런 이야기 하기 쉬웠던 것이겠지하고 생각했다<span lang="EN-US">. </span></p><p class="MsoNormal">그렇게 누나도 조금씩 활기를 찾아갔다<span lang="EN-US">.</span></p><p class="MsoNormal">어느 날 누나는 그 후배와 사귀게 되었다고 했다<span lang="EN-US">. </span>게임을 하던 사람들의충고가 약이 되었다고 했다<span lang="EN-US">. </span></p><p class="MsoNormal">사실 별 생각은 없다<span lang="EN-US">. </span>그게그렇게 나쁜 것도 아니고 나한테 해가 되는 것도 아니고 사회의 편견이나 시선보다는 개개인의 행복이 우선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span lang="EN-US">. </span>진심으로 누나를 축하해주고 가끔 셋이서 맛있는 것을 먹으러 가기도 했다<span lang="EN-US">. </span></p><p class="MsoNormal">그관계가 오래오래 지속되었으면 좋겠다고 진심으로 생각했지만 현실적으로 무리라는 생각도 했었다<span lang="EN-US">. </span></p><p class="MsoNormal">아무래도어린 나이에 성 정체성이 확립되지 않은 시기이기도 하고 순간의 감정에 휩쓸린 것 일 수도 있으니까<span lang="EN-US">. </span></p><p class="MsoNormal">그리고역시나 얼마 지나지 않아 누나는 후배의 일방적인 이별통보를 받았다고 했다<span lang="EN-US">. </span></p><p class="MsoNormal">그때만큼은 누나는 내 앞에서울었다<span lang="EN-US">. </span>밤에 내 방에서 내 팔에 기대서 소리 없이 울었다<span lang="EN-US">. </span></p><p class="MsoNormal">그때난 누나가 불행한 것이 안쓰러웠지만<span lang="EN-US">, </span>누나가 나에게 의지하는 게 기쁘기도 했다<span lang="EN-US">.</span></p><p class="MsoNormal"><span lang="EN-US"> </span></p><p class="MsoNormal">누나의 사랑 병은 오래갔다<span lang="EN-US">. </span>간호사 지망이던 누나는 수능시험이 끝나자마자 대학을 포기하고 아르바이트를 구했고 돈을 모아 </p><p class="MsoNormal">이듬해<span lang="EN-US"> 6</span>월에 독립했다<span lang="EN-US">. </span>몸이 바빠야 마음이 편하다는 이유였다<span lang="EN-US">.  </span></p><p class="MsoNormal">나는 지방 국립대에 합격해서 대학생이 되었고<span lang="EN-US">, </span>가끔 누나를 보러 갈 뿐이었다<span lang="EN-US">. </span></p><p class="MsoNormal">가끔 누나를 만나면 이런 저런 이야기를많이 나누었다<span lang="EN-US">. </span>나는 누나에게 학교이야기를 많이 했고 </p><p class="MsoNormal">누나는 아르바이트를 같이 하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와손님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했다<span lang="EN-US">. </span></p><p class="MsoNormal">그리도 다시 누나는 자신의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span lang="EN-US">.</span></p><p class="MsoNormal"><span lang="EN-US"> </span></p><p class="MsoNormal">그리고<span lang="EN-US">, </span>내가 복학하고 <span lang="EN-US">1</span>년이지나 다시 학교생활에 적응이 될 즈음</p><p class="MsoNormal">누나는 죽었다<span lang="EN-US">. </span></p><p class="MsoNormal">손목을 그었다고 했다<span lang="EN-US">. </span>영안실에서 창백한 누나를 봤다<span lang="EN-US">. </span>핏기 없는 누나를 봤다<span lang="EN-US">. </span>그냥 봤다<span lang="EN-US">.</span></p><p class="MsoNormal">누나의 장례식에는 많은 사람이 오지 않았다<span lang="EN-US">. </span>친척들과 누나의 고등학교친구가 전부였다<span lang="EN-US">.</span></p><p class="MsoNormal">그렇게 몇 안 되는 사람들의 방문 속에 누나는 재가 되었다<span lang="EN-US">.</span></p><p class="MsoNormal"><span lang="EN-US"> </span></p><p class="MsoNormal">누나가 떠난 후<span lang="EN-US">, </span>누나의 물건을 정리하러 갔다<span lang="EN-US">. </span>옷<span lang="EN-US">, </span>책<span lang="EN-US">, </span>화장품<span lang="EN-US">, </span>가재도구 전부 버렸다<span lang="EN-US">. </span></p><p class="MsoNormal">혹시나 하는 기대에 누나가 기록을 남겼을만한 물건을 모조리 확인했지만 아무것도 발견할 수 없었다<span lang="EN-US">.</span></p><p class="MsoNormal">허탈한 마음으로 그렇게 누나가 살았었던 증거들을 지웠다<span lang="EN-US">.</span></p><p class="MsoNormal"><span lang="EN-US"> </span></p><p class="MsoNormal">그날 밤<span lang="EN-US">, </span>눈이 왔다<span lang="EN-US">. </span>사실그 눈이 진짜 온 눈인지<span lang="EN-US">, </span></p><p class="MsoNormal">누나의 장례와 짐 정리들 때문에 피곤해져서 꿈에서 본 눈인지 아직도 확실하지않지만 눈이 내렸다<span lang="EN-US">.</span></p><p class="MsoNormal"><br></p><p class="MsoNormal">그리고 눈을 맞으며 누나가 서 있었다<span lang="EN-US">. </span>누나는아무 말 없이 나를 안아주었다<span lang="EN-US">. </span></p><p class="MsoNormal">눈물이 차 올랐지만 흘리고 싶진 않았다<span lang="EN-US">. </span>누나는 울지 않았고 그저 내 등을 어루만져 줄 뿐이었다<span lang="EN-US">. </span></p><p class="MsoNormal">누나의마음이 등을 통해 심장까지 닿았기에 더욱 울 수 없었다<span lang="EN-US">. </span></p><p class="MsoNormal">누나는 나를 사랑했고<span lang="EN-US">, </span>나도 누나를 사랑했다<span lang="EN-US">.</span></p><p class="MsoNormal"><span lang="EN-US"><br></span></p><p class="MsoNormal"><span lang="EN-US">fin</span></p><p></p>
    마루〃의 꼬릿말입니다
    실력이 좋지 못합니다 그래도 한번 써보긴 했는데 어찌 재밌으려나 모르겠습니다ㅎㅎ

    오유 책게시판이 활기를 띠어서 너무 좋네요 ㅎㅎ 많이 배우고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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