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 <p class="p1"><span class="s1">눈을 맞으며 그녀가 서 있었다.</span></p> <p class="p1"><span class="s1">그녀의 뺨을 타고 물이 흘려 내렸다. 눈물이였는지, 눈이 녹아 물이 되었던 것이였던지, 나는 알 수 없었다. 어느새 우리의 어깨는 하얗게 변해가고 있었다.</span></p> <p class="p1"><span class="s1">그렇게 그녀와 첫 눈을 맞이하면서, 내가 그녀에게 첫 눈에 반한 날을 떠올렸다. 많은 사람들 속에서 혼자였던 나에게 그녀가 “안녕?”이라며 다가와 주었다.</span></p> <p class="p1"><span class="s1">그리고 오늘, 그녀는 또 다시 “안녕”이라고 말할 것이다.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이것만은 알 수 있었다. 세월이라는게 무섭다. 시간이 우리를 남남에서 연인으로 만들어 주었다. 그리고 다시 남남이 될 시간이 왔다. 서로를 소름끼치게, 너무나도 잘 알고있는 남남.</span></p> <p class="p1"><span class="s1">차디 찬 눈송이가 눈에 들어갔다. 정적을 깨고 주머니에서 손을 빼 아픈 눈을 비비기 시작했다.</span></p> <p class="p1"><span class="s1">눈이 마치 그녀 같았다. 아름답고, 순수하고, 하늘에서 내려온. 하지만 그녀 때문에 나는 고통에 몸부림 치고 있었다. 그녀는 때 하나 묻지 않은 손으로 나를 보듬어 주려 했지만, 나는 그녀를 옷에 쌓인 눈 마냥 털어냈다. 그리고 이제 그녀도 서서히 나 때문에 죽어가고 있었다. 내 체온에 녹아가고 있었다.</span></p> <p class="p1"><span class="s1">오늘은 첫 눈이자 마지막 눈이 오는 날이 되겠지.</span></p> <p class="p1"><span class="s1">그렇다면 지루한 겨울이 될 것이다. 눈 올 때의 그 적막함과 뛰노는 아이들과 발자국을 남기는 만족감 모두 없을테지. 비가 오면 그녀가 생각날 것 같다. 그리울 것 같다. 사실 비는 눈과 별 다를게 없으니. 하지만 비는 내 옷을 적셔 나를 무겁게 만든다. 눈의 포근함을 그립게 만든다.</span></p> <p class="p1"><span class="s1">어느새 그녀의 눈 주위가 빨개졌다.</span></p> <p class="p1"><span class="s1">울고 싶은걸까? 추운걸까?</span></p> <p class="p1"><span class="s1">하이힐에 발이 아프진 않을까?</span></p> <p class="p1"><span class="s1">손이 시렵진 않을까?</span></p> <p class="p1"><span class="s1">내가 원망스러울까?</span></p> <p class="p1"><span class="s1">내가 보고싶어질까?</span></p> <p class="p1"><span class="s1">오만가지 걱정과 질문이 우박처럼 쏟아져 내렸다.</span></p> <p class="p1"><span class="s1">눈을 비비던 손을 어색하게 주머니로 다시 가져갔다. 눈을 내리 깔았다. 벌써 수북히 쌓인 하얀 눈 때문에 다섯 뼘 길이 조차 안 되는 나와 그녀의 사이가 무한히 팽창하는 듯 했다. 내 발자국으로 그 공백을 메꾸고 싶었다. 그녀를 힘껏 안고 싶었다. 안아주고 싶었다.</span></p> <p class="p1"><span class="s1">하지만 그녀의 결정이 부숴지고 녹아내릴 것 만 같았다. 두려웠다.</span></p> <p class="p1"><span class="s1">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아니, 못 했다. 죄인이 변명 외에 무슨 말을 하리.</span></p> <p class="p1"><span class="s1">고개를 올렸을 때 그녀는 아무 일 없었단 듯이 웃고 있었다. 그녀의 볼 위로 또 다시 물이 흘러 내렸다.</span></p> <p class="p1"><span class="s1">눈을 맞으며, 눈을 마주치며, 우리는 그렇게 서 있었다.</span></p><p class="p1"><span class="s1"><br></span></p><p class="p1"><span class="s1"><br></span></p><p class="p1"><span class="s1">글은 처음 써보네요; 미숙하지만 잘 부탁 드립니다</span></p></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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