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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시물ID : readers_36674
    작성자 : 15번지
    추천 : 4
    조회수 : 463
    IP : 118.41.***.164
    댓글 : 2개
    등록시간 : 2022/01/15 00:59:47
    http://todayhumor.com/?readers_36674 모바일
    소설] 마왕의 목을 벤 다음날 - 18. 마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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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8. 마왕

     

     

     

    살바도르가 다스리는 대륙은 마족들의 고향으로 불리기엔 너무나 아름다운 곳이었다. 저마다 생김새가 기괴하고 혐오스러운 마족들과 달리 대륙의 곳곳은 이름 모를 꽃들과 나무로 가득했고, 하늘은 맑고 높아서 시시각각 변하는 구름의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저절로 입가에 미소가 지어질 정도였다. 이처럼 대지가 비옥할 수 있는 이유는 넓은 대륙을 종과 횡으로 가로지르는 강줄기들이 섬세하게 뻗어 있었기 때문이다.

    다만, 마족들은 천성이 인간들과 달라서 무언가를 연구, 개발하거나 시간을 들여 생활을 가꾸는 것과는 거리가 멀었다. 마치 철새들처럼 늘 같은 종()끼리 무리를 지어 이동하며 먹거리를 구했다. 길 위에서 생명이 나고 자랐으며, 길 위에서 살바도르의 호출을 받고 달려갔다. 자연재해로부터 무방비로 노출된 그들은 시시때때로 범람하는 강물을 보거나 노인의 손바닥처럼 갈라진 강의 밑바닥을 보며 살아남기 위해 다음 목적지를 정했다.

    아이러니하게도 마족들의 그런 일상은 자연의 대순환을 도왔다. 그들이 정착하지 않았기에, 자연은 끊임없이 재생할 수 있었고, 끊임없이 다음 생명을 품을 수 있었다. 그 모습은 인간들이 자연을 흠모한다며 일부만을 자신의 뜰 안에 가두고 나머지를 생활개선의 이유로 파괴해 버리는 것과는 확연히 다른 모습이었다. 두 종족 모두 강렬한 생()의지가 있는 건 같았지만, 욕망이 자극되는 지점이 달라 삶의 방식이 근본적으로 다른 형태를 보였다.

    항상 역사의 변곡점에서는 이런 차이, 자신들의 결함을 인정하고 부족한 점을 보완하려는 이들이 영웅처럼 등장하기 마련이다.

     

    마족들에겐 살바도르의 아버지와 어머니가 그랬고, 살바도르가 그랬다.

    적극적인 개혁 의지를 지녔던 살바도르의 아버지는 대륙의 동쪽 경계에 거주하던 인간들을 연구의 표본으로 삼았다. 마족들과 숱한 마찰에도 불구하고 삶의 터전을 버리지 않는 인간들의 모습에서 영감을 얻었던 그는 마족 역사에서 처음으로 농사와 치수에 관심을 가진 인물이었다.

    물론, 변화는 쉽지 않았다. 인간인 아내와 혼인을 올리고 영민했던 그녀의 모든 지식을 빌렸지만, 그들이 죽음 직전까지 이룰 수 있었던 건 마족 민중들의 변화가 아니라, 고작 그들 스스로 삶의 형태를 얼마간 바꾸는 것이 전부였다.

     

    대표적인 게 현재 살바도르가 거주하고 있는 성이었다.

    잠시 머물 굴 정도를 파는 게 아니라 대대손손 물려주며 기거할 성을 축조했다는 자체가 마족의 방랑 의식으로부터 완전히 등을 돌리는 행위였다. 그들은 새로운 미래를 위해 쌓아 올린 성에 머물며 주기적으로 회의를 주관해 각 종족의 우두머리와 원로들을 초빙했다. 그때마다 매번 정착과 농업의 필요성 등을 설파했지만, 우두머리나 원로들만 설득한다고 해결될 문제는 아니었다. 마왕의 집요한 요청에 각 종족을 대표하는 우두머리들도 몇 차례 시도를 해봤지만, 살아온 천성을 바꾸는 일이란 건 결코 쉬운 게 아니었다.

     

    그렇지만 그들 부부는 마지막까지 꿈을 꾸며 포기하지 않았다. 마족들에게 더 나은 삶을 제공하겠다는 그들의 의지는 강렬했고, 살바도르는 그런 부모들을 곁에서 보며 자라났다. 다른 형제들은 본성을 떨쳐내지 못하고 차례대로 출가했지만, 살바도르는 부모의 의지를 이어 스스로 마왕의 권한을 계승했고, 부모가 쌓아 올린 성을 가꾸며 지켜나갔다.

    인간의 나이로 치자면 이미 꼬부랑 노인 정도가 아니라 후손들도 저승으로 갔을 법한 나이지만, 인간과는 근본적으로 종이 다른 살바도르는 마왕이란 직책을 맡기엔 매우 젊은 편에 속했다. 덕분에 몇 차례 위기가 있었지만, 극복해낸 위기는 결과적으로 살바도르에게 이득이 되어 돌아왔다. 마왕의 자질을 의심하던 이들은 의심을 거두었고, 충성의 언약을 거부하던 이들은 앞다투어 맹세를 증명했다. 게다가 아버지의 완력과 어머니의 영민함, 순발력을 고스란히 이어받은 살바도르는 혼자서 맨손으로 무리 지은 적을 상대할 수 있을 만큼 무예 실력이 남달랐기에, 때때로 국경 지역에서 충돌이 발생하면 직접 최전선으로 달려가기도 했다. 마족들은 그들의 대장이 말로만 지휘하고 그들을 달래주는 게 아니라 함께 생사고락을 나누고 있단 사실에 감명받아 더욱 적극적으로 충성의 의지를 보였다.

     

    살바도르는 그의 부모들처럼 굳이 애써 새로운 무언가를 시도하지 않아도 괜찮았다. 그는 이미 마족들의 기대에 부응하는 군주였고, 그가 직접 나서지 않아도 그를 보살펴 줄 신하들로 가득했다. 그렇지만, 인간과의 혼혈로 탄생한 살바도르의 천성, 그의 본능은 일상에 안주하는 것을 경계하며, 그의 부모들이 이루지 못한 업적을 위해 도전하라고 요구했다.

     

    살바도르는 결국 자기 안에서 울리는 목소리에 굴복하여 또 한 차례 전체 회의를 소집하였다. 그리고 회의는 살바도르의 의지와 계획과는 달리 전혀 다른 방향으로 진행이 되었다.

     

    건방진 인간들이 감히 마왕님의 존재를 들먹이기 시작했습니다.”

     

    맞습니다, 최근 남쪽 다이아라 반도에서는 전설의 용사가 태어나 마왕님을 처단할 준비를 하고 있다는 소문이 퍼지고 있습니다.”

     

    뿐만이 아닙니다. 우리가 그들의 항구를 기습하고 남침의 의지를 보여 그에 따른 전투태세를 취하고 있답니다. 시커먼 속내를 다 알 수는 없지만, 자신들의 목적을 위해 우리가 하지도 않은 짓을 덮어씌운 겁니다!”

     

    대왕이시여, 출전을 허락해 주시옵소서. 어차피 이제 곧 겨울입니다. 겨울이 닥치면 또 식량난에 직면하게 됩니다. 그럼, 차라리 이번 기회에 남쪽으로 내려가 본보기로 그들의 성 하나를 점령하는 건 어떨까요? 인간들은 음식을 쌓아서 보관하는 습성이 있으니 식량 해결까지 일거양득의 기회로 삼을 수 있다고 봅니다.”

     

    마왕 살바도르의 의도와는 달리 오랜만에 진행된 전체 회의는 국가 내정에 관한 이야기가 아니라, 침략 전쟁에 관한 이야기가 주를 이루었다. 살바도르는 참담한 심정이 들었지만, 신하들 앞에서 내색하지 않으며 그들의 의견을 묵묵히 들어주었다.

     

    대왕께서는 우리 오크족들에게 이곳처럼 성을 지어서 함께 기거하며 땅을 경작할 것을 권유하셨지만, 막상 실행에 옮기려니 제약이 너무 큽니다. 우선 우리 오크들의 기본 덩치가 너무 크다 보니 축조물의 규모 역시 상당한 수준이어야 합니다. 대륙 전역에 돌이 부족한 건 아니지만, 그 돌을 한곳에 모으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막대한 시간과 노력이 들어가야만 하는 거죠. 그런데 따지고 보면, 그런 시간과 노력을 들이기보단 저들의 성을 침략하여 빼앗아 우리가 그곳에 기거하는 것이 훨씬 편한 방법이 될 것 같습니다.”

     

    오크족의 원로 중 한 명이 이야길 했다. 나이를 먹을 대로 먹어 그의 피부는 오크 특유의 푸른빛이 다 사라져 흙빛이 되어 있었고, 위장에서부터 올라와 썩은 이빨 사이로 새어 나오는 호흡은 그의 주변을 악취로 물들였다.

     

    그럴 게 아니라, 기왕 쎄라누이 산맥을 넘어서 내려갈 거면, 다이아라 반도 전체를 해치워버리는 건 어떨까요?”

     

    이번에는 늪지에서 올라온 도마뱀인간족의 원로가 말을 받았다. 오크만큼 거대한 덩치의 도마뱀처럼 생겼지만, 악어처럼 탄탄한 가죽에 인간처럼 두 발로 딛고, 두 손으로 연장을 써서 인간들 사이에서 도마뱀인간으로 불리는 종족이었다.

    살바도르는 자신의 머리 위로 솟은 뿔을 쓰다듬다 말고 도마뱀인간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옆에서 지켜보고 있던 구울도 말을 거들었다. 그는 시체만 탐하는 종족이라 전신이 이미 썩어가고 있었고, 오크보다도 훨씬 더 심한 악취를 풍겼다.

     

    저도 찬성입니다. 대규모의 전쟁은 넘치도록 많은 시체를 제공해 주니까요.”

     

    거기까지 듣고 있던 살바도르는 가볍게 인상을 찌푸린 후 모두가 환호성을 지를 법한 발언을 했다.

     

    다 좋습니다. 다이아라 반도 전역을 밀어버리고 그 일대를 식민지로 만들면 더없이 좋겠죠. 이후부터는 인간들이 생산한 물자를 공급받기만 하면 될 테니까요.”

     

    예상대로 모두가 박수치며 깔깔깔 웃어대기 시작했다. 전쟁도 하기 전에 이미 승리를 확정 짓는 분위기였다. 그렇지만 살바도르의 얼굴은 굳어있었다.

     

    문제는 쎄라누이 산맥입니다. 아니, 정확히는 그 아래 잠들어 있는 녀석입니다. 우리가 일제히 봉우리를 넘으려 든다면, 분명 녀석이 오랜 잠에서 깨어나겠죠. 그렇다고 녀석을 피해 하늘이나 바다로 가도 마찬가지입니다. 인간들도 경계를 느슨하게 하지는 않아서 대규모의 병력 이동은 바로 들켜버릴 텐데, 공중이나 바다에서 발각이 되었을 땐 대처가 힘듭니다. 우리가 지금까지 동쪽과 서쪽, 북쪽만을 상대한 이유였지 않습니까?”

     

    자리에 앉은 모두가 입을 다물었다. 하나같이 마음속으로는 바다로든, 공중으로든, 국경을 넘기만 하면 이후부터의 전쟁은 누워서 떡 먹기라는 생각들을 했지만, 누구도 그걸 입 밖으로 내지는 않았다.

    그때, ‘비홀더의 우두머리 알스타가 입을 열었다. 비홀더들은 마물들 중에서 가장 특이한 외형을 지녔으며, 동시에 가장 영리한 자들이었다. 손과 발, 몸통, 날개, 꼬리도 없이 커다란 살점 덩어리 같은 얼굴 하나만 있어서 대체 무슨 힘으로 공중에 떠 있는 것인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종족이다. 그들은 하나같이 쭈글쭈글한 피부에 커다란 눈알 하나와 작은 입 하나가 달렸고, 머리카락의 끝에는 죄다 작은 눈알이 박혀 있어서 그야말로 혐오스러운 괴물의 형상이었다.

     

    우리 비홀더들도 침략을 원합니다. 그리고 대왕께서 염려하시는 게 무엇인지도 잘 알고 있으며, 여기에 모인 이들이 무엇을 원하는지도 잘 알고 있습니다. 오랜 시간 지켜보는 게 우리의 일인 만큼, 우린 모두의 뜻을 가장 잘 알고 있다는 겁니다.

    원로들께서는 하피와 가고길, 그리핀 같은 날개 달린 종족들의 도움으로 공중을 통해 국경을 넘어 낙하하기만 하면 그만이란 생각들을 하고 있을 겁니다. 바닷길도 마찬가지겠죠. 세이렌이나 크라켄 같은 동료들의 도움으로 상륙만 하면 끝이라고 여길 겁니다. 그렇지만, 그건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테오나 왕국의 국방력을 너무 과소평가한다는 말씀입니다. 다이아라 반도에서 쎄라누이 산맥을 넘어 들어오는 인간들은 고작해야 탐험가나 신앙인이란 작자들입니다. 인간들의 표현으로 치면 민간인이죠. 우리를 해칠 쇠붙이를 다루는 인간들은 국경 넘어에 따로 있습니다. 그들을 군인이라고 합니다. 그들도 우리와 같은 이유로 쎄라누이 산맥을 넘지 못하고 있을 뿐, 현재 그들의 국력은 우리가 우습게 볼 처지가 아니라는 거죠. 게다가 그들은 최근까지도 자기네들끼리 이유 모를 전쟁을 계속하여 전쟁과 전투에 굉장히 능숙합니다. 우리가 북쪽이나 동쪽, 서쪽을 상대할 때처럼 그들도 쉬울 거란 생각은 애당초 버려야 한다는 겁니다.”

     

    살바도르는 크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가 염려하는 바와 정확히 일치하는 내용이었다. 그렇지만, 다른 원로들은 비홀더의 말에 전혀 공감을 못 하는 눈치였다. 대뜸 도마뱀인간이 혀를 날름거리며 목소리를 높였다.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인간들은 인간들일 뿐입니다. 기껏해야 멀리서 화살이나 쏠테죠. 우리가 달려들면 발톱도 없는 녀석들이 칼을 꺼내 들기도 전에 몸뚱이가 찢겨나갈 테고!”

     

    비홀더의 알스타는 단호하게 고개를 내저었다.

     

    남쪽의 인간들에겐 전신철갑주(全身鐵甲冑, Full plate armor)라는 게 있습니다. 단단한 철에 곡선을 넣어 주조한 것이라 어지간한 충격도 쉽게 받아내고, 공격도 얼마간 튕겨냅니다. 그리고 단순히 그 단단한 정도만을 두고 말하자면, 우리 마물들의 외피보다도 더 단단할 수 있습니다. 철갑을 전신에 두르고 움직이는 것치고는 상당히 빠르고 유연한 몸놀림도 가능하고요.

    우리가 그들을 상대로 상대적으로 여유로울 수 있었던 건 어디까지나 쎄라누이 산맥 덕입니다. 전신 갑주를 착용한 상태로는 고산지대를 넘을 수가 없었기 때문에 서로 간의 전쟁을 피할 수 있었던 겁니다. 오히려 우리가 운이 좋았다는 겁니다.”

     

    .

     

    구울이 탁자를 강하게 내려쳤다. 덕분에 썩어가던 그의 팔이 부서져서 떨어져 나가버렸다.

     

    믿을 수 없소! 그럼, 놈들이 어째서 지금까지 쳐들어올 생각을 안 했다는 말이오? 산 아래에 숨어서 잠든 이그나가 무서워서? 인간들도 그 정도라면 이그나와 해볼만 하지 싶은데? 다들 그렇게들 생각되지 않소?”

     

    회의장에 참석한 모두가 고개를 크게 끄덕였다. 오로지 살바도르와 알스타만이 고개를 내저었다.

     

    그건 우리와 저들이 같습니다. 감히 누가 먼저 이그나에게 덤벼서 잡아낸다고 한들 그건 진정한 승리가 아닙니다. 운이 좋아서 이그나를 이겨낸다고 한들 그 피해를 고스란히 안은 상태에서 다음 전쟁을 이어가야 합니다. 그럼, 결과야 뻔한 것 아닙니까? 게다가 지금은 봉인되어 깊은 잠에 빠진 것일 뿐, 만약 이그나가 깨어나 폭주한다면, 사실 그 이후에 벌어질 일은 싸움이나 전투 같은 게 아닙니다. 이그나로부터 일방적인 대학살을 피해 숨는 게 우리가 할 일이죠.”

     

    .

     

    이번에는 그때까지 조용히 듣고 있던 오크였다. 주먹으로 테이블을 내려쳐 돌로 만든 테이블의 한쪽이 떨어져 나가버렸다.

     

    알스타는 침략에 찬성한다면서 하는 말은 죄다 반대하는 말뿐이구려! 지금 우리 늙은이들 상대로 말장난이나 하겠다는 거요?”

     

    아닙니다. 침략하여 식민지로 만들자는 의견에는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다만, 지금은 준비가 모자랍니다. 당장에는 무리라는 겁니다. 다이아라 반도로 향하기 위해 우린 조금 더 준비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리고 이건 저만의 생각이 아닙니다.

    대왕께서 선제공격에 대해 탐탁지 않게 여기시는 이유도 마찬가지입니다. 시간이나 전쟁 모두 우리를 죽음과 가깝게 만들어 주지만, 시간은 전쟁만큼 잔인하게 다수의 생명을 앗아가진 않기 때문입니다.”

     

    모두의 얼굴에 불만이 역력했지만, 그렇다고 그 자리에서 끝까지 반대 의견을 말하는 이는 없었다. 그들은 그들의 군주에게 충성을 맹세한 자들이었고, 군주의 책사는 논리적으로 모두를 설득하려고 애를 썼으니 마음에 들지 않더라도 거기까지였다.

    마왕 살바도르는 자리에서 일어나 모두를 돌아보며 말했다.

     

    솔직히 나는 위험을 무릅쓴 대대적인 침략 전쟁을 원치 않습니다. 탐욕스러운 인간들을 식민지배하는 것도 원치 않습니다. 그러지 않더라도 우리가 단합하여 노력한다면, 그들만큼의 여유로운 생활은 시간의 문제일 뿐, 가능하다고 믿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무엇보다 나의 직관과 본능이 지금의 내 생각이 옳다고, 꺽지 말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오히려 지금 나의 결정으로 우리 마족들의 운명이 쇠락할지도 모른다는 불길한 마음마저 듭니다.

    그러나 나는 여러분들의 얼굴을 보고 칼을 뽑기로 마음을 먹었습니다. 그대들은 혼혈인 나를 믿고 왕으로 추대해 주었고, 나는 그대들의 기대에 호응하기 위해 노력해 왔습니다. 그 사실은 여기에 모인 모두가 인정하는 우리들의 역사이며, 우리들의 믿음, 절대적인 약속입니다.

    , 마왕 살바도르가 오늘 이 자리에서 맹세합니다. 여러분들의 뜻에 따라 나, 마왕 살바도르는 다이아라 반도의 테오나 왕국을 침공하여 인간들을 우리의 식민지배하에 둘 것을 약속합니다. 다만, 지금은 선제공격하기에 불리한 요소들이 있으니 준비 기간이 필요합니다. 그러니 여기에 모인 각 종족의 우두머리와 원로들에게 기다려줄 것을 간청드립니다.”

     

    대왕의 뜻대로!”

     

    살바도로가 허리를 굽혀 예를 표하자 모여있던 모두가 무릎을 꿇고 머리를 조아리는 것으로 답했다.

     

    인간들이 어떤 존재였습니까? 태고에는 우리 모두가 대륙에 함께 있었습니다. 대자연의 법칙에 따라 모두가 공존할 수 있었지만, 자신들과 생김새가 다르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겁을 먹고 동서남북으로 찢어져 도망친 이들입니다. 비겁한 겁쟁이들이죠. 게다가 그걸로 모자라 도망친 곳에서도 자기네들끼리 끊임없이 이권을 다투며 서슴없이 동족을 살인하는 자들입니다. 욕망에 눈이 먼 자들입니다. 그뿐입니까? 이제는 자신들의 만족을 위해 대자연마저 서슴없이 훼손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 마왕 살바도르는 기필코 남쪽을 정벌하여 인간들을 우리 마족의 발아래에 둘 것입니다.

    다만, 그러기 위해서는 우리가 전력을 다듬고 증강할 필요가 있습니다. 비열한 인간들의 방식이라 내키지 않을 수 있다는 건 잘 알고 있습니다만, 놈들이 비열한만큼 평소 영리한 것도 사실입니다. 놈들로부터 배울 점은 배워서 우리의 국력 증강에 보탤 수 있다면, 그 역시도 훌륭한 거로 생각합니다.

    그래서 전 여러분들과 놈들의 전신 철갑을 파해(破解)할 방법을 함께 연구해봤으면 합니다. 산 밑에 잠들어 있는 이그나에 관해서는 제가 직접 방법을 찾도록 하겠습니다.”

     

    대왕의 뜻대로!”

     

    마왕 살바도르는 복잡한 심경으로 자신을 향해 무릎을 꿇은 신하들을 돌아보았다. 그는 진심으로 전쟁을 원치 않았다. 국경 접점 지역을 약탈하여 계절을 나는 것과 하나의 왕국을 집어삼켜 지배하에 두는 건 완전히 다른 성격의 문제였다. 살바도르의 눈앞에 죽어 나갈 마족의 동료들이 보였다. 전쟁의 창칼만 피한다면, 인간들보다 훨씬 더 오랜 삶을 살다가 갈 생명이었다.

     

    그런데도 신하들은 전쟁을 고집하고 있다. 저들에겐 상처 입은 명예와 자존심이 목숨보다 귀하고, 시간을 들여 발전을 이루는 것보다는 적의 것을 약탈하여 전리품으로 챙기는 것이 훨씬 빠르고 편한 방법이며, 그것이 지금까지 그들이 대륙에 남긴 역사였다. 그러니 마족들은 하나같이 천성이 방랑자이며, 전쟁을 즐기는 광전사들이다. 그런 그들의 울부짖음을 끝까지 모른 척할 수는 없다.

    결정적으로 그는 신하들과 맹세를 나눈 몸이다. 신의를 저버리는 건 마족으로의 삶을 스스로 정리하는 것과 다를 바가 없다.

     

    어머니가 말씀하시던 운명과 맞서는 삶이란 게 이런 건가? 참으로 갑갑하군.’

     

    살바도르는 두 주먹을 들고 괴성을 질러 모두에게 그의 맹세를 다시 한번 확인시켜주었다.

    출처 http://m.novel15.net/product/list.html?cate_no=44
    15번지의 꼬릿말입니다
    13월을 살고 싶었지만... 벌써 1월도 가고 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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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22/01/15 02:38:24  124.57.***.135  일단해보자!  630651
    [2] 2022/01/15 13:20:41  112.171.***.130  윤인석  721556
    [3] 2022/01/15 14:25:21  175.214.***.127  침대에서휴식  226519
    [4] 2022/01/16 17:05:02  106.101.***.34  식당노동자  6651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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