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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테비아쩔어님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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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시물ID : readers_36667
    작성자 : 15번지
    추천 : 1
    조회수 : 320
    IP : 118.41.***.164
    댓글 : 0개
    등록시간 : 2022/01/13 00:06:14
    http://todayhumor.com/?readers_36667 모바일
    소설] 마왕의 목을 벤 다음날 - 16. 마족 - Part.2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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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6. 마족

     

     

     

    쎄라누이 산맥의 모든 봉우리가 높고 험하다고 하지만, 이문을 좇는 상인들의 욕망과 미지를 개척하고자 하는 탐험가들만큼 높지는 않았다. 중장비로 무장한 군인들은 함부로 넘을 수 없다지만, 단출하게 짐을 꾸려 넘으려고 한다면 결코 불가능은 아니었다. 다만, 그들의 욕망만큼 높은 봉우리엔 산소가 희박했고, 사시사철 서늘한 냉기가 뿜어져 나와 골과 골 사이로는 늘 눈보라가 휘몰아쳤고, 발을 내딛는 곳 어디에나 얼어붙지 않는 게 없었다.

     

     

    그래도 인간들은 멈추지 않았다. 정상에 우뚝 서보고 싶다는 순수한 욕망이 탐험가들의 마음에 꺼지지 않는 불을 지폈다. 동상으로 손가락과 발가락이 잘리고, 함께 오르던 동료가 눈보라에 파묻혀도 끊임없이 정상으로 향하는 문을 두드렸다. 그러다 오래지 않아 첫 번째 등반가가 나타났고, 그의 존재는 하나의 신호탄이 되었다.

     

     

    쎄라누이를 넘어 대륙으로 가자!’

     

     

    곧이어 탐험가들은 정상으로 향하는 게 아니라 비교적 낮은 봉우리들을 찾기 시작했다. 정상을 밟는 영광은 먼저 누린 이가 있으니, 뒤를 따르는 무리들은 미지의 영역을 누가 더 자세히 보고 돌아오는가에 열정을 태웠다.

     

     

    탐험가들과 달리 상인들은 한 발짝 뒤로 물러나 있었다. 항상 이익을 추구하는 걸 최우선으로 두는 집단인 만큼 그들은 손실에는 매우 보수적이었다. 불필요한 모험으로 자산에 축내기보단 탐험가들이 길을 터주길 기다리며 살아 돌아오는 탐험가들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그래서 거긴 무엇이 필요하던가?”

     

     

    힘겹게 돌아온 탐험가들에 따뜻한 차와 담요를 나눠주며, 그들은 뒤따라올 탐험가들에게 급하게 작성된 엉성한 지도와 단단한 부츠, 밧줄과 간단한 먹거리 등을 팔아 주머니를 불렸다.

     

     

    산맥 너머 대륙의 주인들이었던 마물들의 눈에 그런 인간들은 매우 흥미로운 존재였다. 그들만의 언어를 쓰고, 양손으로 도구를 다루며, 감히 자신들을 사냥하려고 덤벼들기도 한다는 점에서 제법 귀여운 면도 있었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모든 마물이 다 그런 인간들을 환영했던 건 아니다. 오히려 자꾸만 행동반경을 넓혀 오니 귀찮기만 하다고 여기는 자들이 많았다. 인간과 달리 본능에 충실하고 생활을 가꾼다는 개념이 부족한 마물들에게 인간은 그저 자신의 영역에 들어온 불청객에 불과했다.

     

     

    그냥 치워버리자.’

     

     

    인간들에게 훗날 오크로 알려지게 된 마물이 처음 시작이었다.

    오크는 인간들의 미적 관점으로 보기에 참아주기 힘든 존재였다. 두 발로 땅을 딛고 다니고, 두 팔을 사용하고, , , 입이 있다는 점에서 기괴한 정도는 아니었지만, 문제는 눈, , 입의 자유분방함이었다. 대칭을 무시하는 위치와 각 기관들의 비율이 전혀 맞지 않아 지나칠 정도로 못생겨 보였다. 게다가 천성적으로 인간처럼 외모를 가꾸는 존재들이 아니다 보니 피부는 거칠다 못해 각종 피부병이 고스란히 흔적을 남기고 있었고, 이는 하나 같이 썩어있었다. 여기에 인간보다 덩치까지 배로 크니 오크를 볼 때마다 인간들이 비명을 지르며 야단법석을 떨었던 건 지극히 자연스러운 결과였다. 그리고 오크 중 하나는 그런 자연스러운 인과를 참아주기가 싫었다. 초대하지 않은 불청객이 자신의 앞마당에 뛰어들어 기괴한 소리를 빽빽 질러대는데, 누군들 참고만 있겠는가?

    배를 채우기 위해 인간을 잡아먹은 게 아니라, 걸리적거린다는 이유로 해충 퇴치하듯 방망이를 휘두른 건 그래서 역사적인 사건이었다. 그걸 지켜본 다른 마물들이 크게 공감하였고, 이후로 마물들은 아무렇지 않게 망설임 없이 인간을 공격하거나, 인간의 목에 사슬을 채워 자신의 애완동물로 삼기도 했다.

     

     

    그런 두려운 사건이 벌어졌음에도 인간들의 욕망은 오히려 더욱 증폭되었다. 이미 다수의 탐험가가 육로 이동을 포기하고 대형 함선을 증축하여 뱃길에 도전하던 중이었다. 지켜보던 상인들 역시 상품을 대량으로 옮겨야 한다는 점에서 육로보단 수로를 지원하는 쪽으로 기울고 있었다. 그렇지만 바다라고 해서 더 나을 건 어디에도 없었다. 해안선에 닿을 때쯤이면, 어김없이 하피 무리와 가고일무리가 나타났다.

     

     

    하피는 테누항을 습격했던 무리들로 얼굴은 사람과 같은 형상이었지만, 몸은 자이언트 독수리보다도 더 컸고, 발톱도 더 날카로웠다. 그래서 상공에서 인간을 발견한 하피 무리의 괴성은 인간의 것과 닮아있으면서도 인간의 언어가 아니었기 때문에 탐험가들에게 묘한 공포심을 심어주기에 충분했다. 가고일은 얼핏 보기에는 비쩍 마른 원숭이의 등에 커다란 박쥐의 날개 같은 게 달린 형상이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몸의 근육은 사나운 산짐승들보다도 탄탄한 형태고, 손톱과 발톱 역시 가볍게 바위도 흠집을 낼 정도로 단단하고 예리했다. 그러니 그들이 덩치 좋은 뱃사람들을 집어 올려 수십 미터 상공에서 바다 한가운데로 내던져 버리는 것쯤은 일도 아니었다.

     

     

    그래도 저들도 필요한 게 있을 텐데? 저들도 저들만의 문화와 거래 시장이 있을 거 아냐? 그러니 제련된 창칼을 들고 전쟁을 벌일 수 있는 거겠지.”

     

     

    상인들이 이런 속물과 같은 생각에 사로잡혀 꿈을 못 버리고 있을 때, 그보다 더한 망상에 사로잡혀 헤어나오지 못하는 이가 있었다.

     

     

    그들에겐 분명, 우리에게 없는 무엇이 있을 거야. 그건 마법처럼 우리의 상식을 뛰어넘는 무엇일 테지. 당장 종()이 다르면서도 함께 연합하여 군대를 조직하는 것만 봐도 알 수 있잖아? 분명, 저들에겐, 대륙에는, 우리 상식으로 범접조차 못할 무언가가 있을 거야!”

     

     

    귀족들 중에서도 대륙에 대한 호기심을 감추지 못하는 자가 있었다. 미지의 세계를 개척하고자 불나방처럼 뛰어들어 속절없이 죽어가는 목숨들을 지켜보면서도 그들에게 후원을 아끼지 않는 자가 있었으니, 그의 이름은 요하임. 바로 켈라오스 가문, 랜돌프의 조상이었다. 다이아라 반도가 끊이지 않는 전쟁으로 피바다가 될 때도 그는 탐험가들을 지원했다.

     

     

    그곳에는 전쟁을 끝낼 힘이 있을 거요. 당신들이 그걸 찾아주길 간절히 바랍니다.”

     

     

    요하임은 매번 출항하는 배를 배웅하며 그들을 격려해주는 걸 잊지 않았다. 그렇지만, 요하임의 탐험가 후원은 요하임의 순수했던 최초 의도와는 달리 전혀 엉뚱한 방향으로 우연과 기적을 이끌게 된다.

     

     

    요하임이 손을 흔들며 떠나보낸 많은 배들 중 하나에는 테누아스 신을 섬기는 남자 신도가 한 명 있었다. 전쟁통에 부모를 잃고, 신의 아이들 중 한 명으로 자라났던 그는 당시 교황의 명령으로 미지의 대륙을 조사하고, 신앙을 전도할 수 있는 기틀을 마련하기 위해 승선했었다. 그리고 같은 시각, 전쟁으로 가족을 모두 잃은 여성이 다시 삶에 의미를 부여하고자 쎄라누이 산맥을 넘고 있었다. 그녀에게 전쟁은 결국 권력자들 간의 욕심에 지나지 않는 바보 같은 짓이었다. 게다가 바보 같은 전쟁이 끝난다고 해도 다이아라 반도에서 여성의 위치가 달라질 것 같지도 않았다. 누구보다 총명하고 주체적이었던 그녀는 그래서 쎄라누이 산맥을 넘기로 했다. 그녀에겐 가족도 없이 희망 없는 고향에 남기보단 미지의 대륙에서 기다리고 있는 운명에 몸을 맡기는 게 훨씬 더 현명한 선택처럼 보였던 것이다.

     

     

    각자 다른 사연으로, 다른 진입로를 통해 대륙으로 향했던 두 남녀는 숱한 죽을 고비를 넘긴 후, 우연히 한 자리에서 만날 수 있었다. 그사이의 일만 글로 옮겨도 책 몇 권이 그냥 나올 정도이지만, 여기서는 과감히 그 여정을 생략하기로 하겠다. 그 여정이 지루하거나 신비롭지 않아서가 아니다. 그보다는 두 남녀가 만나서 겪은 일이 훨씬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둘의 첫 만남이 인상적인 건 젊은 두 남녀의 만남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어이없을 장소와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둘은 후추에 버무려진 채 오크의 꼬챙이에 꿰여 통구이가 될 차례를 기다리게 되었다. 이미 그들 앞으로 이름 모를 무수히 많은 사람들의 뼈가 발라져 작은 산을 이루고 있었다.

     

     

    걱정마세요, 테누아스 신께서 우리와 함께하실 겁니다.”

     

     

    염병할! 그 망할 신보고 그냥 지금 당장 여기에 나타나달라고 좀 해주세요!”

     

     

    그게 두 남녀의 첫인사였다. 그리고 남자의 테누아스 신을 향한 기도 덕이었는지, 멀리서 탐험가들의 생존을 염원했던 요하임의 기도 덕이었는지, 아니면, 빠져나가기만 하면 기필코 오크의 살가죽을 벗겨내리라 다짐했던 여자의 뜨거운 바람 때문이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그들은 운 좋게 살아남을 수 있었다. 그들이 불구덩이 위로 올려지기 전에, 인간들보다도 키가 작은 고블린이 나타났고 오크만큼이나 못생긴 고블린이 그들의 목에 사슬을 채워 어딘가로 끌고 갔기 때문이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그 이후로 겪은 이야기도 글로 치면 수십 만자가 될 테지만, 가장 중요한 사실 하나만을 남기도록 하겠다. 남자는 신앙인임에도 불구하고, 여자를 사랑하게 되었고, 여자는 숱한 위기를 함께 겪어냈지만, 남자를 동료 이상으로 생각하지는 않았다. 오히려 그때쯤, 여자는 고블린으로부터 그들을 구해 함께 다니게 된 마물 하나에 관심이 끌리고 있었다. 그 마물은 마물이라 하기엔 인간과 너무 가까웠다. 생김새부터 오크와 달리 눈, , 입이 아름답게 대칭되었고, 모든 기관의 비율이 정밀했다. 인간과 다른 점이 있다면, 상체가 완벽히 인간처럼 생긴 것과 달리 하반신은 두 다리로 딛고 있다고 하지만, 분명 검은 말의 다리와 다를 바가 없어 까맣게 뒤덮인 털은 윤기마저 흘렀다. 게다가 그의 머리에는 염소처럼 두 뿔이 양옆으로 솟아나 있었다. 훗날, 인간들이 사티로스라 이름 붙인 종족 중 하나였다.

     

     

    사티로스가 인간들과 함께 대륙 깊숙한 곳까지 여행하게 된 건 어디까지나 사티로스의 다정한 성품 덕이었다. 인간도 자신들과 다를 바가 없는 하나의 생명으로 인정할 수 있는 개방적인 인식을 하고 있었고, 인간과 전혀 말이 통하지 않아도 인내하며 의사소통을 시도했다. 그리고 마침내 그는 인간의 말을 이해하고 인간의 언어를 구사할 수 있는 경지까지 이르렀다. 남자와 여자가 마물들의 언어를 쉽게 이해하지 못하는 것과는 전혀 다른 수준이었다. 그때쯤 이미 그들은 어떤 인간도 가보지 못한 곳을 다 가봤고, 어떤 인간들보다 많은 걸 알게 되었지만, 다시 다이아라 반도로 돌아갈 생각 따윈 눈곱만치도 없었다.

     

     

    , 이 시간이 영원했으면 좋겠어!”

     

     

    여자는 낯선 이국의 밤하늘 밑에서 반짝이는 별을 보고 있자니 새삼 모든 세계가 하나로 연결되어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옆자리에는 든든한 동료와 사랑하는 이까지 함께 있어 그런 따뜻한 마음은 어느 때보다도 깊었다.

     

     

    그랬으면 좋겠지만, 세상에 영원한 것은 없어.”

     

     

    그래도 여긴 이렇게나 아름다운걸? 당장 밤하늘을 봐! 별들이 쏟아질 것 같지 않아? 저 하늘은 우리가 살아온 세월보다 훨씬 오래전부터 있었지만, 여전히 아름답잖아! 그리고 세상에는 사랑도 있어. 사람들은 영원한 사랑 따위 없다고들 쉽게 말하지만, 적어도 내 사랑은 달라. 시작부터 불가능하리라 생각했었는데, 그런 생각이나 걱정들 따윈 모두 사사로운 것에 불과한 것으로 만들어버렸으니까.”

     

     

    남자는 둘의 대화를 들으며 말이 없었다. 남자는 자신의 사랑이 영원하지 않길 바랐고, 세상이 영원하지 않았으면 하고 바랐다. 남자의 그런 생각을 여자는 몰라도 사티로스는 확실히 눈치채고 있었다. 그렇지만, 조금도 티를 내지는 않았다. 사티로스에겐 남자의 감정이나 사고, 그의 신앙심에서 비롯되는 이해 못 할 행동 양식 같은 건 이미 고려의 대상이 아니었다. 이미 사티로스는 그를 비롯한 인간들에게서 흥미를 잃은 지 오래였고, 오직 여자만이 특별히 염려의 대상으로 바뀌어 있었다.

     

     

    그래, 사랑은 영원할지도 몰라. 그리고 우리를 내려다보는 하늘도 영원하겠지. 하지만 안타깝게도 살아 숨 쉬는 생명들은 영원하질 않아. 특히 여기 대륙에 사는 우리 종족들은 너희처럼 무엇인가를 소중히 여기며 가꾸어 간다는 개념을 몰라. 지금의 우리와 조금도 다르지 않아. 한곳에 오래 머물기보단 항상 이동하며 취하고 싶은 걸 취하고, 소비하지. 태생부터 방랑하는 존재들이라 변을 보는 것 외엔 땅에 씨앗 하나 자기 손으로 심지 않는 존재들이야. 그래서 늘 자원이 부족하고, 위험이 늘 함께하지. 너희를 끝으로, 남쪽에서는 이곳으로 넘어오려는 자들이 없어졌나 봐. 오크와 하피들이 적극적으로 대처한 덕이겠지. 함부로 국경을 넘어오는 녀석들이 있다는 소식이 끊겼어. 그래서 여기와 남쪽은 이제 조용하지만, 동쪽과 서쪽, 북쪽은 여전히 소란스러워. 특히 동쪽이 그래. 오늘도 낮에 전갈을 받았어. 저항이 만만치 않나 봐. 그렇다고 우리 무리들의 돌격을 견뎌낼 수 있는 정도는 아니라서 승리했지만, 양측 다 피해가 크다고 해. , 한동안은 그곳에서 약탈한 자원들로 연명하겠지만, 다음은 또 어디로 향하게 될까?”

     

     

    이야기를 듣던 여자와 남자의 눈이 동그랗게 떠졌다.

     

     

    그게 다 무슨 이야기야? 다른 곳에서 전쟁이 한창이란 말이야? 그럼, 우리도 위험한 게 아니야?”

     

     

    , 우린 절대 위험하지 않아. 아니, 넌 절대 안전해. 누구도 감히 널 해할 수 없지.”

     

    그건 또 무슨 이야기야? 말해줘, 전쟁은 무슨 말이고, 여기서 내가 안전하다는 건 또 무슨 말이야?”

     

     

    말 그대로야. 나의 군대는 전쟁 중이고, 왕비인 너는 나와 함께 머무른다면, 절대 위험할 일이 없어.”

     

     

    여자는 사티로스의 말에 놀라서 입이 벌어져 다물어지질 않았다. 충격적인 건 함께 있던 남자도 마찬가지라서 한동안 머리를 감싸 쥐고 비명을 내지르기 바빴다.

     

     

    그래! 이제 알겠다! 네가 원흉이었어! 네가 마물들을 부리는 악의 원흉이었던 거야. 네가 우리 동족들을 해친 악마이고, 테누아스 신의 경전을 더럽히며 욕보인 뱀이었던 게야! 그러니 인간의 여자를 유혹하는 것쯤은 일도 아니었겠지!

    악의 사생아야, 내 칼을 받아라! 테누아스 님의 이름으로 너를 지옥으로 되돌려 보내주마!”

     

     

    비명을 지르며 미쳐 날뛰다 말고 남자는 품에서 단도를 빼 들어 사티로스에게 달려들었다. 사티로스는 조금도 당황하지 않고 일어나 그를 넘어뜨린 후, 빈 허공에 손짓했다. 그러자 별을 수놓았던 하늘이 일순간 까맣게 가려지더니 다음 순간 커다란 날개의 가고일 한 마리가 날아와 남자의 어깨를 잡아끌고 하늘로 날아올랐다.

     

     

    그간의 정을 생각해서 죽이지는 않으마. 쎄라누이 산맥 입구에 던져줄 테니 이후는 알아서 살아남길.”

     

     

     

     

    사티로스는, 아니, 대륙의 마왕은 여자를 돌아봤다. 여자는 충격에 이성을 잃기 직전이었다. 마왕은 여자의 어깨를 쓸어 안으며 말했다.

     

     

    이제 나의 왕비가 되어 평생을 함께 살자. 그래서 쉼 없이 방랑하며 약탈해야 하는 나의 군대를 쉬게 해다오. 내 사랑이여, 부디 내가 그들의 손에서 병기를 뺏고, 농기구를 쥘 수 있게 내 옆에서 도와다오.”

     

     

    그것이 마왕의 청혼이었다. 이후 둘은 동화에서나 나올 법한 행복한 삶을 살았다. 왕비가 된 여자는 인간이라 하기에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오랜 시간 젊음을 유지하다가 마왕의 육체가 늙기 시작할 때쯤부터 함께 늙기 시작하여 결국 둘은 이름 모를 병으로 함께 세상을 떠나게 되었다.

    둘 사이에는 여러 자식이 있었지만, 여기에 이름을 남길 아이는 둘이 마지막으로 남긴 사내아이 하나뿐이다. 왕비의 영향을 많이 받아 두 다리마저 인간의 형상으로 태어난 아이의 이름은 살바도르.

     

     

     

     

    훗날, 태오에게 목이 베일 운명으로 자라난 자의 이름이다.

    출처 http://m.novel15.cafe24.com/product/list.html?cate_no=44
    15번지의 꼬릿말입니다
    13월을 살고 싶었지만... 벌써 1월도 가고 있네요.

    이 게시물을 추천한 분들의 목록입니다.
    [1] 2022/01/13 01:05:42  112.171.***.130  윤인석  721556
    푸르딩딩:추천수 3이상 댓글은 배경색이 바뀝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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