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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테비아쩔어님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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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시물ID : readers_36580
    작성자 : 15번지
    추천 : 1
    조회수 : 304
    IP : 118.41.***.194
    댓글 : 0개
    등록시간 : 2021/12/22 10:15:11
    http://todayhumor.com/?readers_36580 모바일
    마왕의 목을 벤 다음날 - 7. 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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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 비밀

     

     

     

     

    플로렌시아가 손동작만으로 불꽃을 자유자재로 다루고 있을 때, 하후현은 남서쪽 해안지역으로 전출 명령을 받았다. 다이아라 반도 전체가 실질적으로 통일된 이후 성기사단이 보급과 후방지원, 해안 경계를 담당해 왔다는 점에서 겉으로는 전혀 이상할 게 없는 인사이동이었다. 다만, 하후현은 라투에르 교황의 사람이다. 전출 명령을 공식적으로 받기 전에 이미 라투에르 교황과 독대를 했었다.

     

    그간 리베어 부대를 운영하느라 고생이 많았네. 이젠 남서쪽 해안경비를 맡아주게. 쿠스텐버 부대에서 이전처럼 대대장직을 수행해 주면 고맙겠네. 이전처럼 직접적인 내 지시가 우선할 테니 사단장을 그리 의식할 필요도 없을 거야.”

     

    몇 년만의 인사이동이라면 반가울 법도 하지만, 하후현은 긴장감이 더 컸다. 이제 슬슬 일이 벌어지게 될 거라는 직감이 그를 휘감았다.

     

    거기서 제가 따로 수행해야 할 일이 있습니까?”

     

    어려운 일은 아니네. ‘소문에 마왕군이 해안가에 출몰한다고 하더라고. 그 진위를 확인해주면 된다네.”

     

    소문이라면원하시는 답을 가지고 돌아오겠습니다.”

     

    이건 사사로운 나의 선물이네. 그간의 노고를 치하하는 뜻에서 주는 것이니 그냥 받아주게나.”

     

    감사합니다.”

     

    교황이 내려준 건 벼락 맞은 대추나무로 만든 묵주와 묵주 주머니였다. 신앙인들끼리 주고받기에 매우 적절해 보이는 것이었지만, 아니나 다를까, 묵주 주머니 안에는 교황의 밀지가 들어있었다. 품 안에 라투에르 교황의 밀지를 품고 돌아선 하후현의 얼굴은 어느 때보다 긴장으로 굳어 있었다.

    밀지는 읽어보지 않아도 대략 짐작할 수 있는 내용이었다. 새로운 바람이 불어오고 있다는 그의 예감은 조금도 틀리지 않았다.

     

    긴장감으로 온몸이 떨린 건 갈라반도 마찬가지였다. 아직 세상 물정을 잘 모르는 태오의 눈에는 그저 멋있어 보이는 능력이었지만, 플로렌시아의 능력은 분명 인간의 범주를 넘어서는 것이었다. 정신을 차린 갈라반은 주변을 이 잡듯이 뒤졌다.

     

    이걸 누가 또 본 사람이 있어? 너희밖에 없었던 게 확실해?”

     

    태오와 플로렌시아는 얌전하던 갈라반이 정색을 하고 다그치니 그저 무섭기만 해서 똑바로 대답도 하지 못하고 울음을 터트릴 뿐이었다.

     

    아니! 다들 진정하고 내가 묻는 말에 사실대로 이야기해줘야 해! 누가 또 있었어? 이걸 본 사람이 너희들 말고는 없었던 게 확실해?”

     

    말은 그렇게 했지만, 갈라반은 아이들의 대답을 기다리지 않고 직접 주변을 빠르게 뛰어다녔다. 거친 현장에서 살아남은 전투병답게 갈라반의 수색 능력은 빠르고 정확했다. 주변에 다른 이들이 다녀간 흔적이 없었음을 확인한 갈라반은 그제야 한숨을 몰아쉬며 다시 울고 있는 아이들에게로 돌아왔다.

     

    다들 놀랐지? 미안하다. 선생님도 너무 놀라서 그랬어.”

     

    태오와 플로렌시아는 여전히 서로를 부둥켜안은 채 눈물만 흘렸다. 아직은 나이가 어린 아이들인 만큼 한 번 북받친 감정은 쉽게 내려가질 않았다.

    갈라반은 그런 아이들을 내려다보며 잠시 생각에 잠겼다. 적어도 그가 알고 있는 얕은 지식으로는 사람이 단순히 의지만으로불을 다룬다는 건 전혀 들어본 적이 없는 능력이었다. 그러니 플로렌시아의 능력을 눈앞에서 목격한 갈라반은 충격에 빠질 수밖에 없었다. 그가 가진 상식으로는 불가능의 영역이었고, 이걸 정말 플로렌시아가 자유자재로 구사할 수 있는 무엇이라면, 칼을 들고 무식하게 돌진하는 용사 같은 건 애초에 필요가 없어지는 일이었다. 아무리 마왕이라도 그의 전신을 불꽃이 한순간에 휘감아버릴 수 있다면, 단숨에 완벽히 제압하는 것까지는 못하더라도 최소한 치명상을 입혀 전선에서 물러나게 하는 정도는 얼마든지 가능한 일이었다. 거기까지 생각이 이르자 갈라반은 다시 초조해지기 시작했다.

     

    대체 어떻게 한 거니? 언제부터 할 수 있었던 거야?”

     

    다급해진 갈라반은 플로렌시아의 감정까지 살필 생각 같은 건 여전히 하질 못했다. 벌어진 두 눈을 감추지 못한 채 이제 겨우 어깨를 추스르려는 플로렌시아가 그저 어서 빨리 대답이나 해줬으면 하는 마음만 앞섰다. 급기야 다급함을 감추기 힘들어진 갈라반은 제자리에 가만히 서 있지를 못하고 주변을 서성이기 시작했다.

     

    제가, 제가 다 잘못했어요! 으아아앙!”

     

    갑자기 태오가 갈라반에게 달려와 그의 무릎에 매달렸다. 어린 태오는 갑자기 벌어진 소동이 마치 모두 자기 때문인 것 같아 마음을 진정시킬 수가 없었다. 갈라반은 그런 태오의 등을 두드려줬지만, 그의 머리는 이미 전혀 다른 생각을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

     

    이걸 어떻게 보고하지? 아니, 이걸 보고하는 게 정말 옳은 선택일까?’

     

    직접 눈으로 보고도 믿기지 않을 일인데, 섣불리 보고를 하기보다는 신중하게 조금 더 정확히 확인을 해봐야 한다는 생각이 갈라반을 붙들었다. 아니, 그런 핑계가 자꾸 떠올랐다. 사실은 보고 이후에 반드시 플로렌시아가 감당하지 못할 일이 찾아올 것이란 생각에 두려움이 그를 못 움직이게 옭아매고 있었다.

     

    함께 오랜 시간을 보낸 건 아니지만, 피비린내 진동하는 전쟁터를 벗어나 아이들을 직접 가르치는 안정적인 삶으로 들어온 갈라반에게 아이들은 이미 업무적인 감시와 교육의 대상, 그 이상이었다. 갈라반 본인도 모르는 사이에 명령보다도 아이들을 우선시하는 한 명의 선생님이 되어 있었던 것이다.

     

    , 이런미안하다, 애들아. 선생님이 너무 당황스러워서 그래. 이건 너희가 무슨 상상을 하고 있든지, 그것보다 훨씬 더 대단한 일이 분명하거든.”

     

    말을 마친 갈라반은 제자리에 주저앉아 버리고 말았다. 지금 벌어진 일을 한동안 숨길 생각이라면, 아주 철저하게 숨겨야 했다. 그렇지 않다면, 필시 자신의 목숨은 물론이고, 아이들의 목숨도 하루아침에 사라질 수 있는 일이었다.

    그렇다고 당장 보고를 해버리면, 플로렌시아의 미래는 불을 보듯 뻔한 길만 남게 된다. 지나치게 강력한 힘은 목줄이 채워진 채 왕국의 소유물이 되거나, 왕국의 소유물이 될 수 없다면, 누구도 넘보지 못하게 세상에서 완벽히 폐기되기 마련이다. 당연히 어느 쪽이든 플로렌시아가 행복할 리는 없다. 아직 마을 밖으로 걸음조차 걸어보지 못한 아이다. 고개를 넘게 되면 세상의 중심, 수도 테오누빈으로 이어지는 잘 정비된 큰 길이 있다는 사실조차 모르는 어린 여자아이다.

     

    갈라반이 고개를 들어 플로렌시아를 쳐다봤다. 플로렌시아도 눈물을 닦으며 갈라반을 마주 보았다. 여전히 흐느끼는 가녀린 어깨가 갈라반의 마음을 흔들었다.

    다음 순간, 갈라반은 직접 눈으로 확인한 적 없는 마왕과 그 마왕 덕에 피를 뒤집어쓰며 살던 날들보다 당장 눈앞의 아이들, 플로렌시아와 태오의 내일을 선택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지금의 이 일은 우리 셋만 아는 비밀이어야만 해. 누구도, 누구에게도, 오늘의 일을 말해선 안 되는 거야. 다들 무슨 말인지 알겠니? 무덤까지 가지고 가야만 하는 비밀인 거야.”

     

    갈라반은 팔을 뻗어 두 아이를 모두 끌어안았다. 그리고 둘의 심장이 빠르게 두근거리는 걸 느끼던 그 순간, 갈라반은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갑자기 떠오른 생각 하나가 그를 꼼짝도 못하게 만들었다.

     

    그건 생각이라기보단 하나의 예감, 직감이었다. 어쩌면 태오가 탄생하던 날 치솟았던 불기둥의 정체가 플로렌시아의 능력과 직접적인 연관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 아니, 직감.

    정말 그런 것이라면, 어쩌면 전설의 용사라는 건 처음부터 플로렌시아였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어차피 구전으로 전해지는 전설의 예언이라는 건 상징으로 시작하여, 상징으로 끝나는 말들이다. 어떻게 해석하고, 현재에 일어난 일을 해석에 맞춰 보느냐에 따라서 전설의 가치와 무게가 달라지는 게 아닌가?

    갈라반의 가슴이 무겁고 답답해졌다.

     

    갈라반은 플로렌시아의 어깨의 손에 올린 채 이제 앞으로 어떻게 하는 것이 아이를 위해 최선일지를 고민해봤지만, 당장 어떤 것도 떠오르지 않았다. 말이 한 음절씩 떠오르다가도 그 생각들은 다시 깊은 심연의 어둠으로 빨려 들어가 사라졌다.

    플로렌시아는 그 사이에 겨우 눈물을 멈추었지만, 여전히 흥분은 쉽게 가라앉지 않아서 말을 꺼낼 수가 없었고, 철이 없는 태오는 왜 플로렌시아가 여전히 울고 있는 건지 전혀 이해되지 않았다. 다만, 플로렌시아의 눈물을 보니 자신도 다시 슬퍼져서 그녀를 울린 갈라반에게 원망스러운 마음이 들 뿐이었다.

     

    평소와 다른 특이사항 없음. 일반 교양은 습득 속도가 현저히 떨어지지만, 검술은 학습 속도가 매우 빠른 편.’

     

    하후현이 갈라반으로부터 전서구를 받은 건 그로부터 며칠이 훨씬 지나 반도의 최남단, ‘테누항에 이르렀을 때였다. 이미 부대 점검을 모두 마친 그는 현장을 직접 순찰하며 라투에르 교황이 말한 소문에 관해 알아보고 있었다.

     

    대장님, 어선을 끌고 다니는 어부들의 말로는 정체 모를 해적들의 습격이 잦아진 건 사실이라고 합니다.”

     

    해적?”

     

    아무래도 어민들은 바다 위에서 그들을 위협하는 대상들은 모두 일단 해적이라고 칭하고 있습니다. 진위나 소속에 대한 명확한 판단보다는 단순히 모두 으로 인식하는 편입니다.”

     

    그래, 그건 그렇겠지. 그럼, 그 피해라는 건 모두 바다 위에서 입은 건가? 항구까지 직접 밀고 들어온 도적떼나 다른 무리는 없었나?”

     

    그건 아무래도 우리 부대가 해양 순찰을 하고 있으니 아직 그런 경우는 없었습니다. 대장님이 오시기 훨씬 이전부터 해안 경계근무만큼은 확실히 하고 있었습니다. 경계선 밖에서 이루어진 일들은 솔직히 알 수 없지만, 경계선 안에서 그런 노골적인 사고가 있었던 적은 없습니다.”

     

    그렇다는 건, 경계선 밖의 섬들에 관해서는 명확히 아는 바가 없다는 말이 될 수 있겠군.”

     

    그건그렇습니다. 아무래도 규모가 매우 작은 무인도들이 대부분이라서 굳이 그쪽까지 매번 다 확인하지는 않았습니다.”

     

    알겠네, 수고했네.”

     

    부관의 보고를 받은 하후현은 주변을 물리고 직접 말에서 내려 바닷가 항구 끝에 섰다. 짠내음이 그의 코끝을 스쳤고, 바닷바람이 그의 군화를 스쳤다. 그의 유년 시절은 동쪽 해안가로 가득했기에, 그에게 바다는 결코 낯선 곳이 아니었다. 그렇지만 군복을 입은 이후로 바다와 마주 서게 된 것은 실로 오랜만이었다.

    하후현은 잠시 어린 시절을 떠올려봤다. 생김새부터 다른 이민족을 향한 배척이라는 건 일반인의 상상을 초월하는 것이었다. 그 잔혹함은 어린 하후현에게도 예외가 아니었다. 어른들부터 그러니 또래들도 하후현을 따돌렸고, 거리의 아이들 사이에서도 하후현은 가장 낮은 계급이어야 했다. 멸시와 조롱을 달고 살면서 제대로 된 교육의 기회는커녕 하루하루 버티며 살아남기도 벅찼다. 생김새가 다르다는 이유 하나로 거리에서 구걸하는 것조차 허락되지 않았고, 어떤 사소한 사건에라도 연관이 되면 갖은 형벌이 따라다녔다.

    그런 그에게 성기사단 입단은 운명과 다름없었다. 이후로 출세를 위해 숱한 피를 손에 묻혀왔지만, 단 한 번도 후회한 적이 없었다.

     

    최근 칼날이 좀 무디어지긴 했지.”

     

    하후현은 가슴을 펴고 불어오는 바닷바람을 품었다. 라투에르 교황의 명으로 파발꾼 부대를 관리한 몇 동안이 하후현의 인생에서 가장 고요한 몇 년이었다. 누구도 죽일 필요가 없었고, 누구도 정치적으로 내몰아서 기를 꺾을 필요도 없었다. 문제의 아기가 태어나지 않았더라면, 하후현은 그곳에서 몇 년을 더 조용히 지냈을 게 분명했다.

    그렇지만, 인생에서 사건이란 늘 바람과는 달리 다른 길로 안내하며 등장하기 마련이다.

     

    일몰로 하늘이 물들고, 그 물감이 그의 머리 위로도 내려 곱게 물들었을 때, 그는 발걸음을 돌려 바다를 등졌다.

     

    그래, 시작은 항구. 다음은 섬이다.”

     

    하후현이 테누항에서 숙소로 돌아섰던 그 시각, 레오폴드 황제는 혼자 서재에서 황궁기사단의 조직도를 펼쳐 들고 확인을 하고 있었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내가 불리한 싸움이야.”

     

    지난 몇 년간 레오폴드 황제는 교황을 견제하고 그의 힘을 약하게 만드는 일에 몰두해왔다. 궁궐에서 다 차려진 밥상만 받아온 황제라지만, 그래도 일국의 패왕답게 이런 문제는 한 번에 내려칠 게 아니라면, 함부로 발톱을 드러내서는 안 된다는 것쯤은 잘 알고 있었다.

     

    그 늙은 구렁이가 어디까지 손을 써둔 것인지 쉽게 알 수가 있어야지하나하나 두들겨보고 가려니 걸리는 게 한둘이 아니군.”

     

    얼마간 짐작은 했었지만, 교황의 눈은 곳곳에 깔려있었다. 단순히 시중을 드는 가신들부터 시작하여 궁궐을 드나드는 귀족들 대부분은 물론, 지방 조직의 말단직까지 손이 닿지 않은 곳이 없었다. 그런 걸 확인할 때마다 레오폴드 황제의 의문은 더욱 짙어졌다.

     

    이 정도로 움켜쥐고 있으려면, 본인이 황제를 해도 될 텐데, 대체 어째서?’

     

    인정하고 싶지 않았지만, 그게 사실이었다. 테오나 왕국에서 황제란 어쨌든 표면적으로 무소불위의 권력자였다. 그런데 그런 권력을 유지해주는 바탕이 라투에르 교황의 교단이라는 건 부정 못 할 사실이었다. 파고들면 파고들수록 교황과 성기사단이 관여되지 않은 게 없었다.

     

    나를 전면에 세워두고 뒤에 숨어서 대체 뭘 하고 싶은 거냐?’

     

    그나마 성기사단과 교단을 제어하는 수단이 레오폴드 황제 직속의 황궁기사단이었다. 궁극적으로 최후의 무력 충돌을 억제하고 제어할 힘이 있기에, 지금까지 교황과 권력을 나눈 상태로 있을 수 있었다. 다만, 그간의 조사를 통해서 확인한 바로는 황궁기사단 내부에도 교황의 손이 뻗쳐있을 가능성이 농후했다.

     

    아무래도 안 되겠어. 내 사람들을 더 늘려야겠어. , , .’

     

    그간 조용조용하게 시중드는 가신들을 정리하고 믿을 만한 사람을 심어두는 것만 해도 꽤 오랜 시간이 소요되었다. 시간도 시간이지만, 아무래도 황제가 스스로가 나서는 것에는 한계가 명확했다. 수족처럼 궁궐 안과 밖을 누비며 대신해줄 사람이 필요했지만, 전적으로 믿고 맡길만한 사람을 찾아 그의 목줄을 단단히 걸어둔다는 게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었다.

     

    아무래도 가장 전통적인 방법이 가장 좋은 방법인 걸까?’

     

    오랜 시간 혼자서 고민하던 황제는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나 서재에서 나왔다.

    늦은 밤, 달빛만이 창백하게 창에 걸려 어두운 복도였지만, 레오폴드 황제의 발걸음은 정확하게 앞으로 향했다. 복도에서 대기하던 시종이 재빨리 황제를 앞질러 서며 불을 밝혔다.

     

    왕비에게로 가자.”

     

    황제의 그림자가 길고 긴 복도 끝자락까지 길게 늘어졌다.

    출처 http://novel.naver.com/best/list?novelId=1032652
    15번지의 꼬릿말입니다
    13월을 살고 싶습니다.

    이 게시물을 추천한 분들의 목록입니다.
    [1] 2021/12/22 18:31:51  112.171.***.130  윤인석  721556
    푸르딩딩:추천수 3이상 댓글은 배경색이 바뀝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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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벚꽃쩔어 [8] 스테비아쩔어 24/04/07 17:56 617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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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전투표 완료 [4] 스테비아쩔어 24/04/06 17:29 479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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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제 슬슬 [9] 15번지 24/04/02 12:24 379 4
    172
    오늘은 [6] 15번지 24/04/02 08:18 397 5
    171
    아침부터 병원에 왔더니 [5] 15번지 24/03/30 08:29 417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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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꿈에 오유인들과 술마심 [17] 15번지 24/03/29 18:31 456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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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화요일이라서 그런지 [13] 15번지 24/03/26 07:39 600 5
    168
    월요일 따위.. [3] 15번지 24/03/25 07:43 760 6
    167
    다들 날씨도 좋은데 꽃이나 보러가유~ [8] 15번지 24/03/17 08:57 303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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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까짓 친목질 좀 하면 어때? [4] 15번지 24/03/16 08:51 358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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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울의 맛은 결코 씁쓸하지만은 않다 [8] 15번지 24/02/22 11:40 577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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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긴 비가 오고 있습니다. [1] 15번지 24/02/05 12:00 348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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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한민국에 극좌가 있긴 있는가? [3] 15번지 24/01/25 15:36 624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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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다~ 싶으면 손 듭시다 [6] 15번지 24/01/20 21:32 695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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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 오늘 스파게뤼 [10] 창작글 15번지 24/01/20 12:30 839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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