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오유 바로가기
http://m.todayhumor.co.kr
분류 게시판
베스트
  • 베스트오브베스트
  • 베스트
  • 오늘의베스트
  • 유머
  • 유머자료
  • 유머글
  • 이야기
  • 자유
  • 고민
  • 연애
  • 결혼생활
  • 좋은글
  • 자랑
  • 공포
  • 멘붕
  • 사이다
  • 군대
  • 밀리터리
  • 미스터리
  • 술한잔
  • 오늘있잖아요
  • 투표인증
  • 새해
  • 이슈
  • 시사
  • 시사아카이브
  • 사회면
  • 사건사고
  • 생활
  • 패션
  • 패션착샷
  • 아동패션착샷
  • 뷰티
  • 인테리어
  • DIY
  • 요리
  • 커피&차
  • 육아
  • 법률
  • 동물
  • 지식
  • 취업정보
  • 식물
  • 다이어트
  • 의료
  • 영어
  • 맛집
  • 추천사이트
  • 해외직구
  • 취미
  • 사진
  • 사진강좌
  • 카메라
  • 만화
  • 애니메이션
  • 포니
  • 자전거
  • 자동차
  • 여행
  • 바이크
  • 민물낚시
  • 바다낚시
  • 장난감
  • 그림판
  • 학술
  • 경제
  • 역사
  • 예술
  • 과학
  • 철학
  • 심리학
  • 방송연예
  • 연예
  • 음악
  • 음악찾기
  • 악기
  • 음향기기
  • 영화
  • 다큐멘터리
  • 국내드라마
  • 해외드라마
  • 예능
  • 팟케스트
  • 방송프로그램
  • 무한도전
  • 더지니어스
  • 개그콘서트
  • 런닝맨
  • 나가수
  • 디지털
  • 컴퓨터
  • 프로그래머
  • IT
  • 안티바이러스
  • 애플
  • 안드로이드
  • 스마트폰
  • 윈도우폰
  • 심비안
  • 스포츠
  • 스포츠
  • 축구
  • 야구
  • 농구
  • 바둑
  • 야구팀
  • 삼성
  • 두산
  • NC
  • 넥센
  • 한화
  • SK
  • 기아
  • 롯데
  • LG
  • KT
  • 메이저리그
  • 일본프로야구리그
  • 게임1
  • 플래시게임
  • 게임토론방
  • 엑스박스
  • 플레이스테이션
  • 닌텐도
  • 모바일게임
  • 게임2
  • 던전앤파이터
  • 마비노기
  • 마비노기영웅전
  • 하스스톤
  • 히어로즈오브더스톰
  • gta5
  • 디아블로
  • 디아블로2
  • 피파온라인2
  • 피파온라인3
  • 워크래프트
  • 월드오브워크래프트
  • 밀리언아서
  • 월드오브탱크
  • 블레이드앤소울
  • 검은사막
  • 스타크래프트
  • 스타크래프트2
  • 베틀필드3
  • 마인크래프트
  • 데이즈
  • 문명
  • 서든어택
  • 테라
  • 아이온
  • 심시티5
  • 프리스타일풋볼
  • 스페셜포스
  • 사이퍼즈
  • 도타2
  • 메이플스토리1
  • 메이플스토리2
  • 오버워치
  • 오버워치그룹모집
  • 포켓몬고
  • 파이널판타지14
  • 배틀그라운드
  • 기타
  • 종교
  • 단어장
  • 자료창고
  • 운영
  • 공지사항
  • 오유운영
  • 게시판신청
  • 보류
  • 임시게시판
  • 메르스
  • 세월호
  • 원전사고
  • 2016리오올림픽
  • 2018평창올림픽
  • 코로나19
  • 2020도쿄올림픽
  • 게시판찾기
  • 오유인페이지
    개인차단 상태
    스테비아쩔어님의
    개인페이지입니다
    가입 : 18-12-13
    방문 : 1637회
    닉네임변경 이력
    회원차단
    회원차단해제
    게시물ID : readers_36571
    작성자 : 15번지
    추천 : 1
    조회수 : 302
    IP : 118.41.***.194
    댓글 : 0개
    등록시간 : 2021/12/20 09:31:11
    http://todayhumor.com/?readers_36571 모바일
    마왕의 목을 벤 다음날 - 6. 수업
    옵션
    • 창작글

    태어나자마자 세상을 돌아보고 온 아기는 어렵게 집으로 되돌아온 것에 비해 평생을 함께할 이름은 굉장히 쉽게 얻었다. 아기를 품에 안아 든 아리안이 대뜸 아기를 보고 태오라고 했다. 아리안은 신의 사자라는 뜻으로 붙여준 이름이라고 했는데, 주변의 만류는 대단했다. 갓난아기에게 과한 기대감으로 무작정 부담부터 주는 건 옳지 못하다는 의견들이었다.

    그리고 그런 만류를 뿌리칠 만큼 아리안의 고집은 더 대단했다.

     

    태오는 틀림없이 전설의 용사가 될 아이요. 용사가 될 아이라면, 어떤 세상이 오더라도, 어떤 악이 우릴 위협해도, 절대 흔들리지 않아야 할 겁니다. 태오는 스스로 이름을 부르는 것만으로도 자신의 자리를 잊지 않을 겁니다.”

     

    그렇게 아리안은 출생부터 남달라 모두를 놀라게 한 아이를 최고의 용사로 키우기로 결심을 굳혔다. 훗날, 정말 마왕의 목을 벨 만큼 모두의 운명을 짊어질 용사가 되지는 못하더라도, 아무리 못해도 그런 용사를 도와줄 훌륭한 검사 정도는 되게 하리라고. 그 정도는 되어야 아내의 죽음이 헛되지 않다는 생각마저 하면서.

    마을 사람들도 모두 태오가 용사가 되어줄 거라고 믿었다. 아리안과 함께 태오를 돌보고 가르쳤다. 말문이 트일 때쯤, 태오는 당당하게 스스로 용사라고 불렀다. 심지어 장난감 중에서도 나무칼을 가장 좋아했다. 사실은 이웃집 플로렌시아 누나의 꽁무니만 졸졸 따라다니는 작은 껌딱지에 불과했으면서 말이다.

     

    사냥곰의 아이답게 태오는 어릴 적부터 산과 들을 누비며 자랐다. 또래보다 훨씬 빨리 걸음을 걸었고, 골격도 좋았으며, 기척을 숨기는 재주도 제법이었다.

    물론, 그래봤자 그게 꼬마들 수준이긴 했다. 아리안은 그래서 슬슬 신경이 쓰였다. 왕궁에서 다시 연락이 올 때가 된 것 같은데, 전혀 소식이 없으니 없던 조바심도 생겼다. 하후현은 떠나기 직전에 때가 되면 가정교사가 찾아올 거라고 말을 남겼었지만, 그게 정확히 언제쯤일 거라고는 알려주지 않았다. 그리고 왕궁에서 다시 아이를 데려가겠다가 아니고, 가정교사를 보내준다는 말이 마음에 걸렸다. 결정적으로 평생 사냥만 해오던 아리안이 어린 태오에게 가르쳐줄 수 있는 것들에는 한계가 있었다.

     

    태오가 이유식을 먹고, 바닥을 기고, 두 다리로 일어서고, 걸음마를 연습하는 동안 갈라반은 황궁기사단으로 재입대하여 완벽한 전투병이 되어 있었다.

    처음에는 훈련 자체의 강도가 어마어마하여 생각할 겨를이 없었지만, 육체가 적응하고 훈련 내용이 반복 숙달로 몸에 익기 시작했을 때부터 슬슬 의구심이 들기 시작했다.

     

    이렇게 용맹한 군인들이 있는데, 용사는 대체 얼마나 더 대단하게 성장하게 된다는 걸까? 그 아이에겐 정말 특별한 뭔가가 있어서 사단급의 병력을 뛰어넘을 만큼의 마법이라도 부린다는 걸까? 아니면, 결국 군인들 모두 떼로 덤벼들었을 때, 용사가 틈을 보고 달려들어서 마왕의 목을 벤다는 걸까? 아니, 그 전에 먼저 용사가 태어났으니 마왕은 이미 부활해 있는 걸까? 그럼, 세상이 어째서 이렇게 조용한 걸까? 지금까지 반란 시위를 주도하는 인간이나 현지 토착 신앙을 고집하는 이교도들과는 숱하게 교전을 했지만, 정작 교육 시간에 질리도록 들었던 마왕군의 마물들은 단 한 차례도 본 적이 없지 않은가? 아니, 마왕군의 군사력이 실제 강력하긴 한 걸까?’

     

    갈라반이 지금의 부대로 오기 직전, 길 위에서 만났던 태오는 갓난아기에 불과했다. 그때로부터 몇 년의 시간이 흐르는 동안 갈라반은 실전에도 투입되어 전투에서 무공을 쌓기도 했고, 다양한 병기를 다루는 경험도 했다. 그때마다 갈라반은 떠나는 길에 마지막으로 보았던 태오의 모습을 떠올렸다. 지금 돌아가서 그 아이를 만난다면, 그 아인 두 손에 칼을 쥐고 일어설 수 있을 만큼 컸을까? 그걸 휘두를 수 있을까? 어린아이에게 가르친다면 무엇부터 가르쳐야 할까? 물론, 그런 끊이지 않는 물음들도 적군의 칼날 앞에 서게 되면 말끔히 사라졌다. 칼날과 칼날이 부딪히는 소리, 갑옷이 찌그러지는 소리, 갑작스럽게 죽음을 맞이하는 말들의 비명, 차라리 죽음을 갈구하는 부상자들의 비명, 그런 끔찍한 소리로 주변이 물들면 완벽히 몰입한 상태로 전투에만 임할 수 있었다. 당장 옆에서 함께 싸우는 동료들을 지키는데 전력을 다하여 누구보다 든든한 방패가 되었다.

     

    갈라반의 일상은 이처럼 태오의 일상과는 비교가 되지 않았다. 그의 주변에는 이미 피가 흥건하여 마르지 않았고, 그의 목숨은 그런 상황 속에서 늘 종이 한 장의 차이로 죽음을 따돌리고 있었다.

     

    아이러니하게도 죽음의 그림자는 조용히 산골 마을에서 자라고 있던 태오에게 먼저 모습을 드러냈다. 태오를 세상의 빛과 만나게 해줬던 노파가 환절기에 찾아온 감기를 이겨내지 못해 결국 폐병으로 만들었고, 폐병은 노파의 영혼을 열어 죽음으로 인도했다.

    태오에게 노파의 죽음은 말로는 표현하기 어려울 만큼 감당하기 힘든 일이었다. 어둡고 축축한 감정들을 한꺼번에 떠넘겨 받는 기분이었고, 전설의 용사로 선택받은 아이라고 해도 결국 피할 수 없는 어둠이 있다는 걸 처음으로 인식하게 되는 사건이었다.

    죽음이란 사냥터의 짐승들에게나 주어지는 것이고, 짐승들의 죽음은 살과 뼈를 인간에게 내주어 그것조차 순환하는 어떤 걸로 인식했던 태오에게 노파의 죽음은 생애 처음으로 단절이란 공포심을 심어줬다.

     

    노파의 죽음에 대한 충격이 가시기도 전에 마을에 다른 사건이 찾아왔다. 마을을 떠났던 미치광이가 초주검이 되어 마을 입구에서 발견되었다. 늘 마을 사람들의 기상나팔이 되어주었던 미치광이는 오랜만에 돌아와 이번에도 기상나팔 노릇을 해주었다. 다만, 예전에는 노랫소리로 깨웠다면, 이번에는 마을 아낙들의 비명으로 깨웠다는 게 달랐다.

    뚜렷한 잠자리조차 없는 미치광이였던지라 그의 치료를 위한 거처를 정하는 데에만 꽤 시간이 걸렸다. 그래서였을까? 미치광이는 마을 사람들 모두가 지켜보는 가운데 마을 입구에서 그대로 숨을 거두었다.

    태오에게 미치광이의 죽음이 충격적이었던 건 노파의 죽음과는 전혀 다른 이유에서였다. 자라면서 단 한 번도 본 적이 없었던 미치광이의 죽음을 보며 태오는 어떤 것도 느끼지 못했다. 당혹스러울 만큼 충격적이었던 첫 경험과 달리 아무런 감정도 느껴지지 않는다는 사실에 태오는 공포를 느꼈다. 어린 나이라서 감정을 명확히 말로 풀어낼 수는 없었지만, 다음 순간 터져 나왔던 눈물이 미치광이 때문이 아니라는 건 확실히 느꼈다.

     

    이웃집 누이 플로렌시아는 태오의 손을 꼭 잡아주며 눈물을 닦아주었다. 플로렌시아는 노파의 죽음 때도 마찬가지였다. 미치광이의 죽음처럼 조금도 슬프지 않았다. 그저 덤덤했다. 노파와 함께한 기억이라면, 태오보다 훨씬 많았고 아름다웠지만, 슬프지는 않았다. 노파가 감기에 걸렸을 때부터 플로렌시아는 본능적으로 알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걸 아직 어린 플로렌시아가 어째서 알 수 있었는지는 누구도 알 수 없지만, 분명, 플로렌시아는 그때부터 노파와 이별하기 위한 준비를 했었고, 덕분에 노파의 장례식에서 잠시 눈물을 흘리는 정도로 덤덤하게 보내줄 수 있었다.

     

    저 아저씨는 왜 여기로 돌아왔을까? 저렇게 아플 정도였다면, 굳이 여기까지 올 필요가 없었을 텐데누굴 그렇게 보고 싶었을까?”

     

    플로렌시아가 태오를 돌아보며 물어봤지만, 어린 태오가 그런 걸 알 리가 없었다. 플로렌시아는 미치광이를 둘러싼 사람들의 얼굴을 하나씩 유심히 살펴봤다. 다들 정도의 차이는 있었지만, 극도로 감정선이 흔들리는 사람은 보이지 않았다. 고개를 갸웃거리던 플로렌시아는 시선을 거두어 태오를 돌아봤다. 코를 훌쩍이는 울보만 보였다.

     

    설마.”

     

    플로렌시아는 뒤로 돌아 태오의 손을 이끌었다. 별다른 감흥을 주지 않는다고 해도 시체였다. 죽음이 느껴지는 곳에 굳이 있고 싶지 않았다. 태오를 두고 싶지도 않았다.

    아이들의 발걸음을 따라 시간은 나란히 함께 걸었다. 시간은 노파와 미치광이의 죽음을 지우고, 아리안의 근력과 민첩함을 줄여 그 일부분을 다시 태오에게 나눠줬다.

    그렇게 태오는 일곱 살, 플로렌시아가 열한 살이 되었다.

     

     

    오늘은 전력 달리기를 해볼 거야.”

     

    평소처럼 태오가 눈을 떴을 때, 먼저 잠자리에서 일어나 있었던 아리안은 화살의 화살촉을 벼르고 있었다. 두 손으로 꼼꼼하게 날을 세우면서도 등 뒤로 태오의 인기척을 듣자마자 말을 건넸다. 태오의 잠을 깨우기엔 다가가 이불을 들치며 어서 일어나라고 고함을 지르는 것보다 훨씬 효과적인 방법이었다. 호기심 많은 태오는 두 눈을 깜빡이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전력 달리기는 또 뭐야? 달리기는 맨날 하는걸? 어제도 형들과 고개까지 내달렸어. 그리고 아빠랑도 토끼를 몰며 달렸잖아.”

     

    그런 게 아니야. 정해진 거리를 얼마나 빨리 달릴 수 있는가 확인하는 거야. 빠를수록 남들보다 유리해질 수 있어.”

     

    유리해진다고? 그게 어떤 건데?”

     

    그건그래, 짧은 시간 안에 격하게 움직여도 남들보다 덜 피곤한 거야.”

     

    그러면 뭐가 좋은 거야?”

     

    그래, 나쁜 놈들하고 맞붙었을 때, 네가 더 빨리, 더 많이 때려줄 수 있어. 전력 달리기가 빨라지고, 그걸 자주 해주면, 그런 것도 가능해.”

     

    좋아! 하자!”

     

    태오는 냉큼 세수하고 옷을 갈아입었다. 아리안은 조금씩 무거워지고 있었지만, 태오는 하루가 다르게 몸이 가벼워지고 있었다.

    두 부자가 준비를 마치고 현관문을 열고 나섰을 때, 거기에는 낯선 남자가 서 있었다. 푸른 눈동자와 갈색 머리, 아리안만큼이나 어깨가 벌어진 갈라반이었다.

     

    안녕하십니까, 저는 갈라반이라고 합니다.”

     

    갈라반은 처음으로 벨드리안 마을에 나타났을 때와는 완전히 달라진 인상이었다. 눈매는 여전히 호감형이었지만, 눈빛은 전선에서 활약한 군인답게 날카로웠다. 과거에는 키만 컸었지, 가냘프게 생긴 미소년이었다면, 지금은 날렵한 턱선과 두꺼운 가슴, 벌어진 어깨까지 더해져서 누구보다 강인해 보였다. 당장 눈앞의 사냥곰과 씨름을 해도 전혀 밀릴 것 같지 않았다. 숱한 전장을 헤쳐온 만큼 당연한 변화였다. 다행인 건 그런 변화 속에서도 갈라반 안의 소년은 완전히 사라지지 않고 일부가 남아 있었다는 점이다. 덕분에 아직은 갈라반의 말투에 부드러움과 여유가 깃들어 있어 주변에 쉽게 녹아들 수 있었다.

    갈라반은 품에서 밀봉된 서신을 꺼내 아리안에게 건넸다.

     

    미안하지만, 까막눈이오. 그냥 읽어주시오.”

     

    그럼, 간략하게 말씀드리겠습니다. 오래 기다리셨습니다. 제가 교황께서 보낸 가정교사입니다.”

     

    댁도 군인인 거죠? 아무리 말씨가 사근사근하다고 해도 기운을 한눈에 알아볼 정도니까 아니라는 거짓말은 마시오.”

     

    하하, 맞습니다. 여기에 오기 적진까지 최전선에 있었습니다.”

     

    사람을 제대로 보냈군.”

     

    아리안은 곰의 앞발만큼이나 두꺼운 손을 내밀었다. 갈라반도 바위 같은 손을 내밀어 악수를 받아주었다. 태오는 그런 둘의 모습을 유심히 지켜보다 말고 끼어들었다.

     

    그럼, 아저씨는 우리 손님인가요?”

     

    맞아, 손님이자 친구이지.”

     

    갈라반의 인사말은 진심이었다. 인사를 나눈 그 순간부터 갈라반은 마음을 다해 태오와 어울렸다.

    갈라반은 태오에게 형이자 친구였고, 손님이자 스승이었다. 단순히 체력을 단련시키고 칼을 들고 휘두르는 법을 알려주는 것에 그치지 않았다. 테누아스교의 기본 교리부터 글을 읽는 법, 셈을 하는 법, 사람을 대하는 예절 등 기본적인 교양 수업에도 열을 올렸다. 게다가 태오에게 경쟁의식과 협동 의식을 함양시키기 위해 교양 수업에는 마을에서 그나마 나이 차가 적은 플로렌시아도 참석시켰다. 플로렌시아의 아비는 처음에 무작정 반대했지만, 전면 무료라는 말에 못 이기는 척 수업 참관을 허락하였다.

     

    선생, 예전부터 궁금하던 것이 있소. 잠시 괜찮겠소?”

     

    하루는 아리안이 갈라반을 불쑥 찾아왔다. 때는 수업과 수업 사이의 쉬는 시간이었다. 야외에서 진행되던 수업이라 태오는 햇살 아래에 두 팔을 벌리고 드러누워 있었고, 배움에 열정적인 플로렌시아는 책을 펴서 읽기 시작했다.

     

    잠깐은 됩니다. 저기로 가시죠.”

     

    아리안과 갈라반이 그늘을 따라 걸음을 옮겨 아이들과 멀리 떨어진 덤불에서 발걸음을 멈췄다.

     

    내가 배움이 짧아 에둘러 말하는 법을 모르오. 그건 미리 사과합니다만, 솔직한 선생의 생각을 듣고 싶소.”

     

    무엇인데 그러십니까? 편하게 말씀하셔도 됩니다. 우린 이미 가족이나 다름없는걸요.”

     

    그렇소. 정말 내 조카쯤 된다고 이젠 생각하니까. 그래서 내 속도 꺼내 보이는 거요. , 그런 말은 이제 관두고. 솔직한 선생의 생각이 궁금하오.

    마왕이란 놈이 정말 있고, 내 아이는 정말 전설의 주인공이오? 정말, 정말 내 아들이 마왕의 목을 벨 운명이라는 거요?”

     

    아리안의 물음은 이미 오래전부터 갈라반이 기다리던 질문이기도 했다. 세월이 길어지고 있는 만큼, 확인되지 않은 일에는 의구심도 따라서 깊어지는 게 인간의 본성이었다.

     

    솔직히 저도 모르겠습니다. 마왕이 정말 부활한 것은 맞는지, 어딘가에 살아있기는 한 것인지, 마왕의 군단은 왜 아직 국경을 넘어오지 않고 있는 것인지, 정확한 이유는 북파된 공작병과 정찰병만 알고 있을 겁니다. , 직통으로 보고를 받는 테오나의 황제와 교황께서도 알고 계실 겁니다.

    그렇지만, 말단인 저는 정확히 모릅니다.”

     

    답답하지 않소? 정확한 사정도 모른 채 여기서 꼬마에게 목검으로 검술이나 가르치는 생활이?”

     

    답답하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솔직히 저도 누군가를 이렇게 가르칠 수 있을지 몰랐습니다. 그리고 제가 이곳으로 오지 않았다면, 여전히 최전방에 있었을 겁니다. 솔직히 이제 더는 손에 피를 묻히고 싶지는 않습니다. 전장을 떠나왔지만, 여전히 죽어간 동료들과 제 손으로 죽인 사람들을 꿈에서 만납니다. 제가 미치지 않고 버티는 건 어디까지나 테누아스님의 은혜 때문입니다.”

     

    그렇겠군유감이지만, 나는 답답하오. 매우 답답하오. 만약 마왕 따위가 나타나지 않는다면, 저 아인 그냥 팔자에 없는 검술 놀이로 일생의 삼 분의 일을 날려 먹은 거나 다름이 없소. 그냥 이 시간에 사냥이나 농사일을 배워둔다면 평범하게 살면서 굶어 죽지는 않을 텐데, 이러다가 군인이 되어 명분도 없는 전쟁터에서 요절할까 두렵소.

    , 미안하오. 선생 앞에서 군인에 관한 이야길 함부로 떠드는 건 예의가 아닌 것을.”

     

    갈라반은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이 웃어 보였다. 햇볕에 그을린 아리안의 검은 얼굴이 더욱 검게 보였다.

     

    저는 원래 성기사단 소속의 파발꾼이었습니다. 전투병과가 아니었던 거죠. 말만 잘 타면 되는 일이었어요. 정찰하다가 보고할 일이 생기면 바로 직속상관이 있는 곳으로 말을 달려서 신속 정확하게 보고만 하면 되는 일을 했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제 상관이 제게 갑자기 말씀하시더군요. 가정교사가 될 준비를 하라고요. 그리고 다음 날 저는 황궁기사단의 훈련소로 재입대했습니다. 산 하나를 넘으면, 바로 전선이 펼쳐지는 곳이었죠. 그곳에서 실전 무술과 병과 훈련을 받아 실전에 투입되었죠. 이교도들과 싸우고, 반란 시위대와 싸웠습니다. 손에 피를 묻히는 날들을 보내면서 저도 똑같은 의문이 들었습니다.

    여기가 최전선인데, 왜 마왕군의 군대는 전혀 볼 수가 없을까?”

     

    갈라반은 사실 있는 그대로를 아리안에게 들려주었다. 이야기를 듣는 동안 아리안은 갈라반의 두 눈동자를 빤히 들여다봤다. 작은 흔들림이라도 있다면, 당장 호통부터 칠 생각이었지만, 진실을 말하는 갈라반의 눈은 맑고 투명하기만 했다.

     

    그런데 금방 그런 생각이 없어지더군요. 왜냐고요? 그렇지 않다면, 마왕이 처음부터 부활하지도 않았다면, 우리가 이런 고생을 할 이유가 전혀 없을 테니까요.

    처음부터 제가 파발꾼이 되지도 않았을 테고, 다시 전투병이 되지도 않았을 테고, 여기에 와서 태오를 가르치고 있지도 않았겠죠. 아버님도 갓난아기를 궁전으로 보낼 일도 없었을 테고, 저의 직속상관도 왕복 두 달이 넘게 걸리는 시간 동안 말 위에 있을 이유도 없었겠죠.

    물론, 많은 부분 의심은 됩니다. 이제 일곱 살인 태오가 과연 마왕과 맞설 수 있을지, 맞선다면 어떻게 맞설지, 지금의 훈련을 모두 마치기 전에 마왕이 갑자기 들이닥친다면 어떻게 될지생각하면 답이 없긴 합니다.

    그래서 전 그냥 믿기로 했습니다. 적어도 제가 고생한 시간은 진짜니까요. 태오도 제게 배우는 걸 좋아하고요.”

     

    내가미안했네. 그리고 고맙네. , 진심이야.”

     

    어색함이 싫은 아리안은 재빨리 자리를 떴다. 부끄러운 마음이 들어 갈라반을 돌아보지도 않았다. 갈라반은 여유 있게 멀어지는 아리안의 등을 보았다. 갈라반은 아리안의 등을 보면서 잠시 고아로 나고 자란 자신에게도 아버지라는 존재가 있었다면, 저런 넓고 듬직하면서도 부끄러움이 짙게 밴 수줍은 등을 가지고 있었을까 하는 상상을 해보았다.

     

    이야! 굉장해! 어떻게 한 거야?”

     

    잠시 감상에 젖으려던 갈라반을 깜짝 놀라게 만드는 소리였다. 태오의 벼락같은 손뼉 소리가 멀리서 크게 울렸다.

     

    진짜 멋졌어! 도대체 뭐야?”

     

    갈라반이 도착해서 보니 믿기 힘든 광경이 펼쳐져 있었다. 교탁 대신 쓰던 커다란 나무 밑동이 불에 새까맣게 타서 검은 재를 사방에 날리고 있었다.

     

    너희 불 가지고 장난친 거야? 내가 했던 말 벌써 잊었어? 불은 절대 안 된다고! 여긴 수풀밖에 없어서 금방 큰 산불로 번진다고 했잖아! 어디 뭐로 불을 지핀 거야? 부싯돌이라도 가지고 있어서? 아님, 또 일부러 집까지 뛰어갔다가 온 거야? 화롯불에서 가져왔니?

    장난꾸러기 녀석들, 정말 오늘은 혼쭐을 내줘야겠어!”

     

    그러자 태오가 팔짝 뛰며 난리를 쳤다.

     

    아니에요, 선생님! 그런 게 아니에요! 누나, 어서 말 좀 해봐! 어떻게 한 건지를! 누나가 한걸 어서 말씀드려!”

     

    ? 플로렌시아가? 플로렌시아, 정말이니? 네가 먼저 불장난을 시작한 거야?”

     

    플로렌시아는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 꽉 깨문 아랫입술을 보니 흥분한 태오에게 화가 단단히 난 모양이었다. 그렇지만, 갈라반도 뭔가를 확인하기 전에는 그냥 넘어갈 모양새가 아니었다.

    결국 어쩔 줄 몰라 하던 플로렌시아는 한 손으로 얼굴을 가린 채 반대 방향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남은 한 손은 손바닥을 쫙 편 상태로 새까맣게 그을린 나무 밑동을 향해 뻗었다.

    갈라반은 무슨 영문인지도 모른 채 플로렌시아만 바라봐야 했다.

     

    봐요, 보세요, 선생님! 저길 보세요!”

     

    또 흥분한 태오가 우레같은 손뼉을 치며 소리를 질렀다. 플로렌시아의 손끝을 따라 고개를 돌린 갈라반은 놀라서 그만 제자리에 주저앉고 말았다.

     

    플로렌시아의 손가락 움직임을 따라 나무 밑동에 붙은 푸른 불꽃이 춤을 추고 있었다.

     

    출처 http://novel.naver.com/best/list?novelId=1032652
    15번지의 꼬릿말입니다
    13월을 살고 싶습니다.

    이 게시물을 추천한 분들의 목록입니다.
    [1] 2021/12/20 18:51:16  112.171.***.130  윤인석  721556
    푸르딩딩:추천수 3이상 댓글은 배경색이 바뀝니다.
    (단,비공감수가 추천수의 1/3 초과시 해당없음)

    죄송합니다. 댓글 작성은 회원만 가능합니다.

    번호 제 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187
    불량과자보다 불량한 마음으로 불량하게 쩔어야지 [8] 스테비아쩔어 24/05/02 13:56 780 4
    186
    오늘 근로자의 날이었군효 [2] 스테비아쩔어 24/05/01 17:49 718 5
    185
    아주 걍 게판이구만 이거! [20] 스테비아쩔어 24/04/28 20:08 706 10
    184
    둑흔둑흔 여행길에도 한결 같은 아드님 [7] 스테비아쩔어 24/04/27 12:08 638 6
    183
    오늘은 [2] 스테비아쩔어 24/04/25 16:02 288 3
    182
    기침 가래가 [9] 스테비아쩔어 24/04/22 10:58 513 3
    181
    아빠는 자동 크레인 타워 같은 게 아니란다 [9] 스테비아쩔어 24/04/21 13:12 879 7
    180
    득템 [10] 스테비아쩔어 24/04/19 17:51 498 5
    179
    딜레마 [10] 스테비아쩔어 24/04/15 16:17 366 8
    178
    수요일에 이어 [2] 스테비아쩔어 24/04/12 17:43 293 3
    177
    정치혐오 [8] 스테비아쩔어 24/04/11 17:04 456 5
    176
    투표일에는 [10] 스테비아쩔어 24/04/09 17:25 495 6
    175
    벚꽃쩔어 [8] 스테비아쩔어 24/04/07 17:56 617 9
    174
    사전투표 완료 [4] 스테비아쩔어 24/04/06 17:29 479 7
    173
    이제 슬슬 [9] 15번지 24/04/02 12:24 379 4
    172
    오늘은 [6] 15번지 24/04/02 08:18 397 5
    171
    아침부터 병원에 왔더니 [5] 15번지 24/03/30 08:29 417 5
    170
    꿈에 오유인들과 술마심 [17] 15번지 24/03/29 18:31 456 5
    169
    화요일이라서 그런지 [13] 15번지 24/03/26 07:39 600 5
    168
    월요일 따위.. [3] 15번지 24/03/25 07:43 760 6
    167
    다들 날씨도 좋은데 꽃이나 보러가유~ [8] 15번지 24/03/17 08:57 303 5
    166
    까짓 친목질 좀 하면 어때? [4] 15번지 24/03/16 08:51 358 12
    165
    우울의 맛은 결코 씁쓸하지만은 않다 [8] 15번지 24/02/22 11:40 577 4
    164
    여긴 비가 오고 있습니다. [1] 15번지 24/02/05 12:00 348 1
    163
    대한민국에 극좌가 있긴 있는가? [3] 15번지 24/01/25 15:36 624 1
    162
    나다~ 싶으면 손 듭시다 [6] 15번지 24/01/20 21:32 695 5
    161
    전 오늘 스파게뤼 [10] 창작글 15번지 24/01/20 12:30 839 7
    160
    자작시] 시선(視線) ㅡ 제주에서 라울 뒤피를 만난 후 창작글 15번지 24/01/18 15:57 426 0
    159
    자작시] 눈썰매장 - 의성 청학마을에 창작글 15번지 24/01/17 11:29 720 2
    158
    자작시] 국도에서 [3] 창작글 15번지 24/01/16 11:58 643 2
    [1] [2] [3] [4] [5] [6] [7]
    단축키 운영진에게 바란다(삭제요청/제안) 운영게 게시판신청 자료창고 보류 개인정보취급방침 청소년보호정책 모바일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