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오유 바로가기
http://m.todayhumor.co.kr
분류 게시판
베스트
  • 베스트오브베스트
  • 베스트
  • 오늘의베스트
  • 유머
  • 유머자료
  • 유머글
  • 이야기
  • 자유
  • 고민
  • 연애
  • 결혼생활
  • 좋은글
  • 자랑
  • 공포
  • 멘붕
  • 사이다
  • 군대
  • 밀리터리
  • 미스터리
  • 술한잔
  • 오늘있잖아요
  • 투표인증
  • 새해
  • 이슈
  • 시사
  • 시사아카이브
  • 사회면
  • 사건사고
  • 생활
  • 패션
  • 패션착샷
  • 아동패션착샷
  • 뷰티
  • 인테리어
  • DIY
  • 요리
  • 커피&차
  • 육아
  • 법률
  • 동물
  • 지식
  • 취업정보
  • 식물
  • 다이어트
  • 의료
  • 영어
  • 맛집
  • 추천사이트
  • 해외직구
  • 취미
  • 사진
  • 사진강좌
  • 카메라
  • 만화
  • 애니메이션
  • 포니
  • 자전거
  • 자동차
  • 여행
  • 바이크
  • 민물낚시
  • 바다낚시
  • 장난감
  • 그림판
  • 학술
  • 경제
  • 역사
  • 예술
  • 과학
  • 철학
  • 심리학
  • 방송연예
  • 연예
  • 음악
  • 음악찾기
  • 악기
  • 음향기기
  • 영화
  • 다큐멘터리
  • 국내드라마
  • 해외드라마
  • 예능
  • 팟케스트
  • 방송프로그램
  • 무한도전
  • 더지니어스
  • 개그콘서트
  • 런닝맨
  • 나가수
  • 디지털
  • 컴퓨터
  • 프로그래머
  • IT
  • 안티바이러스
  • 애플
  • 안드로이드
  • 스마트폰
  • 윈도우폰
  • 심비안
  • 스포츠
  • 스포츠
  • 축구
  • 야구
  • 농구
  • 바둑
  • 야구팀
  • 삼성
  • 두산
  • NC
  • 넥센
  • 한화
  • SK
  • 기아
  • 롯데
  • LG
  • KT
  • 메이저리그
  • 일본프로야구리그
  • 게임1
  • 플래시게임
  • 게임토론방
  • 엑스박스
  • 플레이스테이션
  • 닌텐도
  • 모바일게임
  • 게임2
  • 던전앤파이터
  • 마비노기
  • 마비노기영웅전
  • 하스스톤
  • 히어로즈오브더스톰
  • gta5
  • 디아블로
  • 디아블로2
  • 피파온라인2
  • 피파온라인3
  • 워크래프트
  • 월드오브워크래프트
  • 밀리언아서
  • 월드오브탱크
  • 블레이드앤소울
  • 검은사막
  • 스타크래프트
  • 스타크래프트2
  • 베틀필드3
  • 마인크래프트
  • 데이즈
  • 문명
  • 서든어택
  • 테라
  • 아이온
  • 심시티5
  • 프리스타일풋볼
  • 스페셜포스
  • 사이퍼즈
  • 도타2
  • 메이플스토리1
  • 메이플스토리2
  • 오버워치
  • 오버워치그룹모집
  • 포켓몬고
  • 파이널판타지14
  • 배틀그라운드
  • 기타
  • 종교
  • 단어장
  • 자료창고
  • 운영
  • 공지사항
  • 오유운영
  • 게시판신청
  • 보류
  • 임시게시판
  • 메르스
  • 세월호
  • 원전사고
  • 2016리오올림픽
  • 2018평창올림픽
  • 코로나19
  • 2020도쿄올림픽
  • 게시판찾기
  • 오유인페이지
    개인차단 상태
    스테비아쩔어님의
    개인페이지입니다
    가입 : 18-12-13
    방문 : 1631회
    닉네임변경 이력
    회원차단
    회원차단해제
    게시물ID : readers_36545
    작성자 : 15번지
    추천 : 1
    조회수 : 374
    IP : 119.201.***.25
    댓글 : 0개
    등록시간 : 2021/12/13 10:43:55
    http://todayhumor.com/?readers_36545 모바일
    마왕의 목을 벤 다음날 - 4. 고향
    옵션
    • 창작글

     

    4. 고향

     

     

     

    벨드리안에서 수도 테누오빈까지의 거리는 갈라반처럼 날쌘 사내가 쉬지 않고 말을 몰아도 보름 가까이 걸리는 거리였다. 하후현은 젖먹이를 데리고 안전히 이동해야 했기에 서두를 수가 없었다. 오히려 일정은 자꾸 늦어져 테누오빈 근처에 이르렀을 땐 이미 한 달이란 시간이 흘러 있었다.

    길 위에서 자랐지만, 한 달 동안 아기는 병치레 한번 없었다. 다행히 계절은 여름으로 접어들고 있어서 아기에게 넉넉한 햇살과 신선한 공기를 안겨다 주었고, 수레의 흔들거림은 흔들리는 요람처럼 아기에게 아늑한 잠자리가 되어주었다. 게다가 늙은 산파와 아낙네 모두 태어나자마자 부모와 생이별을 하게 된 아기의 운명이 너무나 가혹하단 생각에 그들이라도 도움이 되고자 최선을 다하였다.

     

    당장 수레를 세워! ! 끊인 물이 더 필요해!”

     

    특히 늙은 산파는 적극적으로 아기에게 필요한 것들을 요구했다. 주변에는 허리춤에 칼은 찬 군인밖에 없었지만, 노파는 조금도 두려워하지 않았다. 오히려 쇠를 긁는 듯한 카랑카랑한 음성을 더욱 높여가며 화를 내기까지 했다.

     

    어서 움직이지 않고 뭘 노려보는 거야? ? 이 늙은이의 머리라도 베어 버리게? 어디 할 수 있다면 해보시지! 이 아기는 테누아스님의 아기야! 전설의 용사가 될 아이라고. 그러나 당장에는 젖먹이지. 내 머리가 땅에 구르게 된다면, 누가 저 젖먹이를 보살필 수 있을까? 너희가? 당장 물 한 잔을 구해오지 못하는 반푼이 녀석들이? 퍽이나 잘도 그러시겠다!”

     

    태어나자마자 부모와 떨어져 집을 떠나왔지만, 아기의 주변에는 자신을 보살피고 지켜줄 사람들과 따스하게 어루만져 주는 대자연이 있었다.

     

    정말, 테누아스님이 보살펴 주시는 것 같아요. 젖 한 번 제대로 물려준 적이 없는데, 아기가 이렇게 건강하게 자랄 수 있다니, 불쌍한 아리안. 워낙 일이 급하게 흐르다 보니 아기 이름조차 아리안에게 물어보지 못했어요. 아니, 아기 이름을 미리 지어두긴 했을까요?”

     

    아기를 품에 안아 든 여인이 조용조용한 목소리로 주변에 슬픔을 뿌렸다. 따뜻한 인간이기에 품을 수 있는 연민이라지만, 그 깊이가 너무 깊어 주변인들의 눈시울마저 뜨겁게 만들 정도였다.

     

    자네는 그런 생각일랑 말고 집에 두고 온 자네 자식이나 걱정하게. 그 아이도 이제 고작 네 살배기라고 하지 않았나?”

     

    , 당연히 플로렌시아도 걱정되죠. 아직 저 없이는 양말 하나조차 자기 손으로 찾아 신지 못하는걸요. 이 아기랑 다를 바가 없죠.”

     

    , 그건 제 아비랑 다를 게 없군. 집에 자기 밥도 제대로 챙겨 먹지 못할 아이를 둘이나 두고 나왔으니 자네는 걱정하고 싶거든 그런 걱정이나 하게. 이 아이는 아리안의 자식이기도 하지만, 분명, 군인들이 이렇게나 설치고 조심조심하는 걸 보면 틀림없이 테누아스님의 아이야. 아기는 세상 누구보다 안전할 거야. 사실 아기보다는 당장 우리 목숨이 더 문제야. 궁궐에 도착하고 나면 우리는 저들에게 전혀 쓸모없는 짐짝이나 다름없을 테니까. 내쳐져서 벨드리안까지 맨발로 돌아가야 할지도 모른다고. 정말 그렇게 되었다간 우리 목숨 하나 접히는 걸로 끝나는 문제가 아니잖아. 우리가 벨드리안으로 돌아갈 때까지 자기 손으로 밥상 하나 못 차리는 플로렌시아와 그 아비는 그저 배를 쫄쫄 굶고 있지 않겠어? 어쩌면 우리보다 먼저 저승사자랑 인사를 하게 될지도 모른다고.”

     

    노파는 세상의 모진 풍파를 다 겪어본 노인답게 앞으로 남은 위험을 벌써 얼마간 구체적으로 그려내고 있었다. 여인이 듣기에도 그건 충분히 가능성이 있는 이야기로 들렸다.

     

    그럼, 이제 우린 어쩌죠?”

     

    순간 적막이 흐르고, 그 틈새를 울퉁불퉁한 흙길 위로 달리는 수레의 바퀴 소리가 삐걱삐걱 채우며 들어섰다.

     

    글쎄? 당장에는 테누아스님의 바짓가랑이에 매달려 보는 것 말고 다른 뾰족한 수가 있긴 할까? 지금은 당장 마음을 단단히 먹고 플로렌시아만 생각해. 결국 수레의 바퀴가 멈추는 곳에서 우리의 운명이 정해질 테니까.”

     

    말을 마친 노파는 어두운 하늘을 향해 두 손을 모아 기도를 올렸다. 하늘의 별들이 그 기도에 답이라도 하듯이 쉼 없이 반짝였지만, 그게 무엇을 뜻하는지는 아무도 알 수 없었다.

     

    한바탕 소동을 치른 벨드리안 마을은 다시 조용한 산골 마을의 모습으로 돌아와 있었다. 이전과 달라진 점들이 몇 가지 있었지만, 그마저도 외부인들의 눈으로 보면 전혀 이상할 게 없는 것들이었다. 그래서 마을 사람 중에서도 마을을 감싸는 기운이 미묘하게 달라진 걸 눈치채는 사람은 몇 없었다.

    예를 들어, 마을에서 세 번째로 어린 플로렌시아가 아리안의 아기가 태어난 다음 날부터 말을 하려 들지 않았다. 분명 어린아이들이 무언가에 놀라 말수가 적어지는 건 지극히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그리고 얼마간 시간이 흐르는 동안 주변의 어른들이 따스하게 보살펴 준다면, 어느 순간 다시 자연스럽게 말이 늘기 마련이다.

    그렇지만 사실은 그렇게 단순한 일이 아니었다. 플로렌시아의 말문이 막히게 된 건 아리안의 아기가 태어나기 직전에 벌어졌던 소동 때문이었다. 늦은 새벽의 골목길을 내달렸던 검은 말의 갑작스러운 등장은 플로렌시아에게 굉장히 강력한 이미지로 각인되었다.

    힘차게 달려드는 검은 말의 역동적인 기운, 새벽의 별빛 아래에서도 한눈에 알아볼 수 있을 만큼 단단하고 탄탄한 근육. 그런 이미지가 순식간에 플로렌시아의 머릿속에 박제되었고, 동시에 그 불안하고 두려운 이미지가 플로렌시아의 작은 가슴팍 어딘가를 자극했다. 그리고 그 자극은 플로렌시아를 이전과는 어딘가가 다른 특별한 아이로 만드는 중이었다.

     

    가슴팍의 충격으로 달라진 건 플로렌시아 말고도 더 있었다. 벨드리안의 사냥곰, 아리안은 하후현이 남기고 간 상처 때문에 한동안 숨죽여 지내야 했다. 사실 상처는 하후현이 절묘하게 베어냈던 만큼 생명에 치명적이지 않았고, 그만큼 상처가 깊지도 않았다.

    다만, 평소 말을 행동으로 대신해 왔던 성격 탓에 아리안의 상처는 쉽게 아물지 못하고 있었다. 무엇보다 당장이라도 궁궐을 향해 내달리고 싶은 충동이 강렬한 만큼 몸에 큰 상처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당장 몸을 흉기처럼 단련하려고 하여 몸이 상처를 스스로 치료할 만큼의 휴식 시간을 주지 않고 있었다.

    아리안의 그런 조급증 덕에 덕을 본 건 다른 이웃 마을의 사냥꾼들이었다. 아리안이 없는 틈을 타서 사냥터를 넓혀 나갔다. 사냥꾼들 사이에서는 벨드리안의 사냥곰이 이젠 가슴에 무늬가 뚜렷한 반달곰이 되었다는 소문이 퍼졌다. 거기에 더해 여름의 길목에서도 겨울잠을 자야만 하는 병에 걸려버렸다는 고약한 농담도 덧붙여졌다.

    확실히 한동안 아리안은 사냥터에 나가질 못했다. 다만, 그는 겨울잠을 자는 게 아니라 매일같이 돌덩이를 짊어지고 산을 오르거나 그의 몸집보다도 큰 바위에 주먹을 내려치는 걸로 하루를 보냈다.

     

    아리안만큼은 아니었지만, 가슴에 울화가 가득한 남자가 한 명 더 있었다. 플로렌시아의 아버지였다. 자고 일어났더니 하루아침에 어린 딸은 말수가 확 줄어들었고, 아이의 어미는 군인들의 손에 이끌려 사라졌다. 군인들이 아기만 수도에 잘 도착하게 된다면, 동행했던 사람들은 전부 다 돌려보내 준다고 했다지만, 그건 문자 그대로 아기가 수도에 도착했을 때의 이야기였다. 입에 거품을 물면서 저항의 의사를 내비쳤지만, 그게 할 수 있는 전부였다. 마을의 장사인 사냥곰도 단칼에 쓰러진 마당에, 군인들의 창칼 앞에서 할 수 있는 시위라는 건 결국 한계가 있었다.

    졸지에 홀아비 신세가 된 그는 혼자서 플로렌시아를 키우며 밭일을 해내야 했지만, 살아오면서 집안 살림이라고는 해본 적이 없었던 그였다. 그의 아내가 군인의 손에 이끌려 사라진 다음 순간부터 그에게는 모든 순간이 고난의 연속이었다. 먹을 밥을 짓고, 아이를 돌보고, 일하면서 곁눈질로 아이를 살피는 매 순간이 그에겐 맨발로 가시밭길을 걷는 것과 같은 고통의 연속이었다. 그러니 그에게 끝없을 자괴감과 분노가 찾아든 건 당연한 흐름이었다.

     

    플로렌시아! 어딨는 거냐? 옥수수 정도는 네가 쪄서 가져올 수 있는 거잖아? 계집이 그런 것도 할 줄 몰라!”

     

    결국 죄 없는 아이를 윽박지르는 것 말고는 아무것도 시원스럽게 해내질 못하는 사람이 되고 말았다. 그가 수시로 무시하던 아내의 공백이 그의 영혼을 지옥의 나락으로 내몰고 있었다.

     

    그 외에 마을의 변화 중 가장 도드라진 게 있다면, 그건 미치광이의 실종이었다. 아니, 정확히는 미치광이가 눈에 보이지 않는다고 해서 누가 애써 찾아보거나 그의 소식을 기다린 사람이 따로 있었던 건 아니니 실종은 아니다. 그냥, 언제부터인가 미치광이가 보이지 않았다. 마을 사람 중 누구 하나 그 사실에 아쉬워하는 사람은 없었지만, 미치광이가 사라진 건 사실 벨드리안 마을에 가장 큰 변화를 줄 수 있는 사건이었다.

    마을을 떠난 미치광이는 그 어느 때보다 건강했고, 어느 때보다 신나 있었다. 넘치는 에너지로 이 마을, 저 마을을 옮겨 다녔고, 그때마다 열심히 전설의 용사 탄생에 대해 떠벌렸다.

    그가 퍼트린 소문이 결국 라투에르 교황의 귀에까지 들어간 꼴이 되었으니, 모두가 모르고 있었을 뿐, 벨드리안 마을의 운명은 사실 미치광이의 혀끝에 매달린 꼴이나 다름없었다.

    물론, 미치광이는 그런 것 따윈 안중에도 없었고, 햇살을 받을 수 있는 곳과 새벽이슬을 피할 수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상관하지 않고 발걸음을 옮겨 다녔다.

     

    라투에르 교황은 하후현 일행이 도착하기 열흘 전부터 신전을 열어놓고 대대적인 청소를 하며, 문제의 아기를 맞이할 준비를 했다.

    그 과정에서 라투에르 교황이 열을 올린 건 음식과 침실이었다. 다른 부분들에 대해서는 평소보다 더 관대한 태도를 보였지만, 음식과 침실에 관해서 만큼은 직접 요리사를 구하고, 그 요리사들이 식자재를 선별하는 과정까지 참관하였으며, 침실의 상태는 몸소 자리에 누워보면서까지 점검하는 열의를 보였다.

     

    나머지는 평소처럼 더 하지도, 덜 하지도 마세요. 평소 신의 아이들은 모두가 테누아스님을 위해 충실했다는 걸 제가 잘 알고 있습니다.”

     

    모든 준비를 마침 다음에는 평소와 같은 일상을 보냈다. 정해진 시간에 미사를 올렸고, 때때로 교리 강연을 했으며, 종종 궁에 들려 정책회의 결정에 참여하기도 했다. 취미로 낯선 타국의 물품들을 수집하는 일에도 평소처럼 열을 올렸고, 꾸준한 독서도 잊지 않았다.

    그렇게 평소와 조금도 다를 바가 없는 일상을 보내고 있을 때, 하후현 일행이 성의 동문을 통해 출입했다는 보고를 전해 들었다.

    라투에르 교황은 하던 일을 바로 멈추고 친히 마중을 나섰다. 햇살이 그림자마저 짧게 만들 만큼 무더운 날씨였지만, 격식을 모두 갖춘 복장을 한 상태로 직접 길 위에 섰다. 노인에겐 그 자체가 힘든 중노동일 수 있는 상황이었지만, 라투에르 교황의 얼굴에는 평소처럼 여유로운 미소만 배어 있었다.

     

    그들이 올 때까지 성가대가 나와서 쉬지 않고 찬송가를 불렀으면 합니다.”

     

    마치 전장에서 적군을 대파한 개선장군을 맞이하듯 성가대는 길 양옆으로 나란히 늘어서서 큰 목소리로 찬송가를 부르며 하후현 일행을 기다렸다.

     

    하후현이 신전 앞에 도달했을 때, 그의 검은 머리 위로는 환영의 꽃잎이 날렸고, 성가대의 찬송가가 울리고 있었다. 이미 여러 차례 전장을 드나들며 환송식을 받았던 경험이 있었지만, 이번에는 당황스럽지 않을 수 없었다. 그가 이번 임무에서 활약한 일이라고는 산골 마을의 사냥꾼을 전투 불능 상태로 만든 게 전부였지 않은가?

    수레에서 곤히 잠들어 있었던 아기가 소란스러운 변화에 잠이 깨 짜증 섞인 울음을 아낌없이 터트렸다. 묵묵히 뒤따르던 하후현의 부하들은 그제야 말에서 내려 뒤집어썼던 흙먼지를 털어냈다. 젖먹이로 인해 배로 늘어났던 여정, 그로 인해 누적되었던 피로가 일순간에 모두를 덮쳤다.

     

    2사단 리베어 부대 대대장 하후현, 무사히 임무를 마쳤음을 신고합니다!”

     

    , 이 아기님이 바로 전설의 용사가 되실 분이시군요.”

     

    라투에르 교황이 하후현이 두 손으로 올려 든 아기를 내려다봤다. 있는 힘을 다해 울고 있는 젖먹이를 내려다보며 라투에르 교황은 미묘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교황 앞에서는 모두가 머리를 조아리고 있어서 그 미소가 어떤 의미인지 읽어낼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유일하게 교황의 얼굴을 살필 수 있는 사람은 아기였지만, 배가 고픈 아기에게 교황은 전혀 안중에도 없는 대상이었다. 아기는 이제 얼굴이 검붉어진 채로 악을 쓰며 울기 시작했다.

     

    역시 기운이 넘치는 아기님이시네요. 배가 매우 고프신가 보군요. 그럴 줄 알고 젖을 내어줄 여인들을 미리 준비해뒀습니다. 함께 오신 분들은 안내를 받아 같이 이동하시죠. 그리고 성기사단 여러분들도 고생이 많으셨습니다. 이제 격식과 짐은 모두 내려놓고 휴식을 취하세요. 씻고 나오시면 만찬이 준비되어 있을 겁니다.

    , 대대장만 저랑 잠시 따로 이야길 하고 가죠.”

     

    하후현은 라투에르 교황의 뒤를 따라 넓은 정원으로 이동했다. 노인의 느린 걸음을 따라 이동하는 것이라 이미 지칠 대로 지친 하후현에게는 조금 짜증스러울 수 있는 상황이었지만, 그는 표정 변화 하나 없이 자연스럽게 보폭을 교황에게 맞추고 그의 뒤를 따랐다.

     

    거리를 두지 말고 옆에 나란히 서시게. 그리고 나머지는 모두 물러가게. 둘만 있겠네.”

     

    주변을 따르던 모두가 물러나자 라투에르 교황의 얼굴에서 미소도 함께 사라졌다.

     

    황제와는 이미 대화를 끝냈네.”

     

    오늘 뵈었을 때부터, 이미 다음 명령만 기다리는 중입니다.”

     

    하하, 역시 자네는 군인답게 따로 묻는 게 없어서 참 좋아. 그렇지만, 이번에는 자네도 굴러가는 상황을 조금은 알아야 한다네.”

     

    하후현은 묵묵히 고개를 조금 더 숙였다.

     

    저 아기가 용사가 될 아이일까, 아닐까?”

     

    잘 모르겠습니다. 당시 출산이 예정된 아기들은 제 담당 지역에서 보고 받은 것만 수십 명에 달했습니다. 다만, 알려주신 내용대로 주변에 불이 일거나 한 경우는 데리고 온 아기 하나뿐입니다.”

     

    라투에르 교황은 껄껄 소리를 내어 웃었다.

     

    길거리의 민중들도 자네처럼 다들 해석해준다면 참 좋겠는데 말이야. 그런데 그게 그렇지 않거든. 불구덩이 속에서 아기가 태어난다를 정말 주변에 불기둥이 솟구치거나 불이 났다고 해석하지 않고, 그걸 하나의 상징으로 해석하는 자들도 있어.”

     

    상징이라면, 불구덩이를전쟁 같은 것으로 말입니까?”

     

    그렇지, 역시 자네도 잘 아는군. 그래, 어차피 구전된 전설이니 빈틈투성이지. 유성우가 폭우처럼 쏟아진다는 것도 깨진 하늘, 분열된 왕국쯤으로 해석할 수도 있지 않겠나?

    그러니 솔직히 나도 알 수가 없다네. 저 아기가 용사가 될 운명인지, 아닌지는 테누아스님만 아시지. 그걸 한낱 인간인 우리가 우리의 좁은 식견으로 판단할 수는 없다네.”

     

    하후현은 여전히 고개를 숙인 채 라투에르 교황의 말을 가만히 듣고만 있었다. 교황은 걸으면서 길게 말하기가 힘들었는지 한 차례 숨을 고른 후 말을 이어갔다.

     

    명심하게. 우리는 신의 뜻을, 그분의 세세한 계획을, 절대 알 수 없다네. 다만, 그분이 우리 다이아라 반도의 만물을 사랑하시어서 평화를 원하신다는 것만은 확실하지. 명확하고 단순한 이런 진리를 불신하거나 부정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거야. 그렇지 않은가?”

     

    물론이십니다. 사랑을 바탕으로 한 평화야말로 반드시 지켜야 할 기본 교리 중 하나라고 경전으로 전해졌으니까요.”

     

    그렇지, 바로 그렇다네. 그래서 저 아기는 테누아스님의 의지가 명확히 확인되기 전까지는 세상에 용사의 운명을 타고난 아이로 알려져야 한다네. 반드시 그래야만, 우리가, 우리의 평화를 지킬 수 있어.”

     

    , 알겠습니다.”

     

    하후현은 어떤 질문도 하지 않았다. 일부러 교황의 얼굴을 쳐다보지도 않았다. 오히려 더 의식하여 고개를 숙였다.

     

    당장에는 이해가 어렵더라도 시간이 지나면 자네도 자연스럽게 알게 될 거야.

    이제 자네가 할 일은 저 아이를 부모에게 돌려보내고 지켜보는 거네. 그리고 때가 되면, 내가 신호를 줄 테니까 자네가 믿을 수 있을 만한 부하를 한 명 뽑아서 저 아이 바로 옆에 붙여두게. 알겠나?”

     

    그 말씀은 아이를 감시하라는 겁니까? 아님, 곁에서 용사가 될 수 있도록 교육하라는 겁니까?”

     

    정말, 자네는 말을 길게 하지 않아도 되어서 참 좋아. 둘 다야. 진짜 용사라고 불러도 좋을 정도로 교육하면서 감시를 하게. 아이가 우리가 원하는 방향으로 잘 따라와 준다면 전혀 문제가 없겠지만, 가는 길이 힘들어서 중간에 관둔다거나 기껏 농사나 예술 따위가 즐겁다고 거기에 함몰되어도 곤란하니까 말이야. 다른 생각을 못 하도록 하고, 무엇보다 내가 괜찮다고 할 때까지는 아이의 신체가 건강해야 해. 두 다리로 달리면서 그럴싸하게 두 팔로 칼을 휘두를 수 있어야 한다고. 그래야 사람들이 전설의 용사가 우리들의 편이라고 생각할 테니까.”

     

    하후현은 그제야 고개를 크게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앞만 보고 달리는 말처럼 만들어두겠습니다.”

     

    그래, 바로 그거야. 그 말의 말고삐는 우리가 단단히 쥐고 있을 수 있게 만들어두고 말이야.

    , 그런데 옆에 붙여둘 만한 괜찮은 재목이 있겠는가?”

     

    , 있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혹시 몰라 따로 준비시키려던 놈이 하나 있습니다. 현장에서 임무를 수행하기에 걸맞은 재능을 지닌 녀석입니다.”

     

    라투에르 교황도 크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자네가 그렇게 말하는 재목이라면 틀림이 없겠지. 좋아, 아주 좋아.

    이제 돌아가서 씻고 휴식을 즐기게. 저녁에는 상다리가 부러질 만큼의 음식이 차려져 있을 거야. 자네도 그렇고, 밑의 병사들도 그렇고, 지난 며칠간 제대로 된 식사를 즐기지 못했을 거 아닌가? 실컷 먹고, 편히 쉰 다음, 내일 해가 밝는 대로 바로 되돌아가게. 아이를 한시라도 빨리 부모 옆으로 되돌려 보내. 아이의 부모를 비롯해 마을 사람들에겐 당신들 아기 외에도 전설의 용사로 보이는 아기들이 몇 명 더 있다고 전하게. 용사 후보가 많아 신중하게 성장하는 걸 지켜보기로 했다고만 하고. 일이 제대로 흘러가기 전에는 왕궁의 명예에 흠집이 날 필요가 없어. 알겠나? 당장 젖먹이를 키우는 건 여간 성가신 일이 아니지만, 어차피 시간이 흐른 뒤에 아이를 다시 궁전으로 데려오는 건 너무나 쉬운 일이니까. 어차피 자리가 사람을 만드는 법이야. 아이의 부모가 먼저 용사라는 이름에 스스로 먹혀서 아이를 평범하게 자라도록 내버려 두질 않을 거야.

    그러니 오늘은 즐기고, 내일은 해가 뜨는 대로 아이를 되돌려 놓고, 그런 다음에는 거리를 두고 지켜보고. 그게 전부야. 이제는 그 아이가 자라 청년의 모습으로 다시 나타나기 전까지는 여기와 아무런 관계도 없는 거야.

    정말, 먼지 한 톨만큼도, 없다는 거지.”

     

    , 알겠습니다.”

     

    하후현은 교황의 지시를 정확히 따랐다. 뜨거운 물에 목욕을 즐겼고, 부하들과는 술과 고기를 내키는 대로 먹었다. 덕분에 노파와 플로렌시아의 어미도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구경 못 했던 음식들로 배를 채웠다. 심지어 젖먹이 아기조차 젖을 내어주는 여인들이 여럿 있어서 그날 밤만큼은 먹거리에 대한 고민이 전혀 없었다.

     

    다만, 모든 게 넘치도록 풍요로웠던 밤은 모두에게 너무나 짧기만 했다. 오래지 않아 누가 먼저라고 할 것도 없이 곯아떨어졌고, 아침 해는 어김없이 떠올랐다. 누구보다 일찍 일어나 있었던 하후현은 첫닭이 울기도 전에 부하들을 전부 깨웠다.

     

    새로운 임무다. 지금 즉시 준비가 끝나는 대로 아기와 그 일행들의 고향으로 되돌아간다. 아기를 무사히 부모의 품으로 돌려놓기만 하면, 우리도 우리의 막사 침실로 되돌아갈 수 있다.”

     

    사전에 어떤 전달 사항도 받지 못했던 병사들은 정신을 정신을 차리지 못한 채 한동안 멍하니 입만 벌리고 서 있었다. 간밤의 환상적인 유흥이 몽땅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가 흩어져 버리는 것 같아 허무와 아쉬움에 누구도 발걸음을 먼저 떼질 못했다. 전후 사정을 전혀 알 턱이 없는 병사들은 얼굴에 불만을 조금씩 보이기 시작했다.

    오히려 가장 먼저 기세 좋게 짐을 꾸리기 시작한 건 카랑카랑한 목소리의 노파였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나으리! 집까지 데려다주시기만 한다면, 수레 뒤에서 얌전히 숨죽이고 있겠어요!”

     

     

     

    -12월 중 이번 한 주가 가장 바쁠 듯 하네요. 

    출처 http://novel.naver.com/challenge/detail?novelId=1032652&volumeNo=6
    15번지의 꼬릿말입니다
    13월을 살고 싶습니다.

    이 게시물을 추천한 분들의 목록입니다.
    [1] 2021/12/13 14:04:02  112.171.***.130  윤인석  721556
    푸르딩딩:추천수 3이상 댓글은 배경색이 바뀝니다.
    (단,비공감수가 추천수의 1/3 초과시 해당없음)

    죄송합니다. 댓글 작성은 회원만 가능합니다.

    번호 제 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183
    오늘은 [2] 스테비아쩔어 24/04/25 16:02 288 3
    182
    기침 가래가 [9] 스테비아쩔어 24/04/22 10:58 513 3
    181
    아빠는 자동 크레인 타워 같은 게 아니란다 [9] 스테비아쩔어 24/04/21 13:12 879 7
    180
    득템 [10] 스테비아쩔어 24/04/19 17:51 498 5
    179
    딜레마 [10] 스테비아쩔어 24/04/15 16:17 366 8
    178
    수요일에 이어 [2] 스테비아쩔어 24/04/12 17:43 293 3
    177
    정치혐오 [8] 스테비아쩔어 24/04/11 17:04 456 5
    176
    투표일에는 [10] 스테비아쩔어 24/04/09 17:25 495 6
    175
    벚꽃쩔어 [8] 스테비아쩔어 24/04/07 17:56 617 9
    174
    사전투표 완료 [4] 스테비아쩔어 24/04/06 17:29 479 7
    173
    이제 슬슬 [9] 15번지 24/04/02 12:24 379 4
    172
    오늘은 [6] 15번지 24/04/02 08:18 397 5
    171
    아침부터 병원에 왔더니 [5] 15번지 24/03/30 08:29 417 5
    170
    꿈에 오유인들과 술마심 [17] 15번지 24/03/29 18:31 456 5
    169
    화요일이라서 그런지 [13] 15번지 24/03/26 07:39 600 5
    168
    월요일 따위.. [3] 15번지 24/03/25 07:43 760 6
    167
    다들 날씨도 좋은데 꽃이나 보러가유~ [8] 15번지 24/03/17 08:57 303 5
    166
    까짓 친목질 좀 하면 어때? [4] 15번지 24/03/16 08:51 358 12
    165
    우울의 맛은 결코 씁쓸하지만은 않다 [8] 15번지 24/02/22 11:40 577 4
    164
    여긴 비가 오고 있습니다. [1] 15번지 24/02/05 12:00 348 1
    163
    대한민국에 극좌가 있긴 있는가? [3] 15번지 24/01/25 15:36 624 1
    162
    나다~ 싶으면 손 듭시다 [6] 15번지 24/01/20 21:32 695 5
    161
    전 오늘 스파게뤼 [10] 창작글 15번지 24/01/20 12:30 839 7
    160
    자작시] 시선(視線) ㅡ 제주에서 라울 뒤피를 만난 후 창작글 15번지 24/01/18 15:57 426 0
    159
    자작시] 눈썰매장 - 의성 청학마을에 창작글 15번지 24/01/17 11:29 720 2
    158
    자작시] 국도에서 [3] 창작글 15번지 24/01/16 11:58 643 2
    157
    자작시] 가남지에서 [5] 창작글 15번지 24/01/12 11:04 368 2
    156
    그럼 나도 광고나 혀야지 [5] 15번지 24/01/05 17:28 455 2
    155
    새해도 밝았으니 [4] 15번지 24/01/03 15:42 478 2
    154
    2024년이니까 [2] 15번지 24/01/01 08:32 344 3
    [1] [2] [3] [4] [5] [6] [7]
    단축키 운영진에게 바란다(삭제요청/제안) 운영게 게시판신청 자료창고 보류 개인정보취급방침 청소년보호정책 모바일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