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생긴 사랑-

주말, 어느 술집...

불경기가 무색하게 손님들의 표정이 밝다.

"야, 어딜 그렇게 보냐?"

어딘가를 보고 있는 성훈을 보면서 재현이 말했다.

"저기 쟤... 예쁘지 않냐?"

성훈이 말했다.

재현은 성훈이 턱으로 가리키고 있는 방향으로 시선을 옮겼다.

창가 바로 옆 테이블에 앉아있는 두 명의 여자가 재현의 눈에 들어왔다.

"진짜 예쁘네... 이 술집에서 제일 예쁜 것 같은데?"

"나, 도전해 볼래"

성훈은 테이블 위에 있는 소주잔에 소주를 부으면서 말했다.

"야, 네 얼굴로 쟤를 꼬신다고?"

재현의 말을 듣는 둥 마는 둥 성훈은 소주를 한입에 털어 넣고 나서 쭈뼛쭈뼛 창가 옆 테이블을 향해 걸었다.

재현은 자신이 예쁜여자에게 걸어가고 있는 것도 아닌데 가슴을 콩닥콩닥했다.

"저...그쪽 마음에 들어서 그런데 연락처 좀 알 수 있을까요?"

성훈이 여자의 두 눈을 바라보면서 말했을 때 재현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아니, 쟤였어?'

재현이 당황한 이유는 성훈이 예쁜여자 옆에 있는 못생긴 여자에게 연락처를 물어보았기 때문이었다.

못생긴 여자는 흔쾌히 자신의 연락처를 성훈에게 알려주었다.

여자의 이름은 세영이었다.

"저, 그럼 세영 씨... 주말에 연락을 드려도 될까요?"

"네!"

성훈은 세영의 밝은 목소리를 듣자마자 얼굴을 붉혔다.

그는 익어버린 얼굴을 데리고 재현이 앉아있는 테이블을 향해 걸었다.

성훈이 한 걸음 한 걸을 발걸음을 움직일 때마다 세영의 옆에 있는 예쁜친구가 화라도 난듯한 표정을 지었다.

"야, 저 못생긴 애한테 왜 전화번호를 찍어줬어?"

예쁜친구가 새침한 얼굴로 세영에게 말했다.

세영은 그녀에게 "못생기면 안 되는 거야?"라고 말했다.

"야, 저 못생긴 애 번호를 왜 딴 거야?"

재현이 성훈을 타이르듯 말했다.

성훈은 빈 소주잔에 소주를 가득 붓고, 나서 원샷했다.

"내 눈에만 예쁘면 되는 거 아냐?"

성훈이 배시시 웃었다.

재현은 딱히 할 말이 없는 것인지 아니면 말하길 포기한 건지 별다른 말을 하지 않았다.

.

빠르게 달리고 있는 전철의 맨 앞칸에서 성훈은 창밖을 보고 있다.

눈이 내리는 풍경을 보면서 성훈은 전철이 조금만 더 빨리 달렸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세영은 성훈과 만나기로 한 전철역 승강장에서 눈이 내리고 있는 풍경을 보고 있다.

세영은 눈이 내리는 풍경을 보면서 전철이 빨리 도착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눈발이 이전보다 거세졌을 때 전철은 움직임을 멈췄다.

전철의 출입문이 열리자마자 수많은 승객이 승강장에 발을 디뎠다.

성훈은 전철에서 내리자마자 세영에게 다가갔고, 그녀를 안았다.

성훈과 세영 두 사람은 서로 부둥켜안은 채 빙글빙글 돌았다.

그들이 움직일 때마다 바닥에 쌓인 눈에 그림이 그려진다.

승강장에 있는 사람들은 성훈과 세영을 바라보면서 '못생긴 것들이 꼴값을 떠네'라고 생각했다.

두 사람을 보면서 키득키득 웃는 사람도 몇 명 보인다.

성훈과 세영은 사람들이 자신들을 비웃고 있는 것을 아는지 모르는지 그저 서로에게 집중하고 있을 뿐이다.

"좋아해"

"나도!"

두 사람은 이전보다 더 꼭 안으면서 말했다.

떨어지는 눈에 맞든지 말든지 사람들의 비웃음에 맞든지 말든지 그들은 마냥 즐거워 보인다.

-END- 

[배경음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