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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물ID : readers_34055
    작성자 : HK.sy.HE (가입일자:2017-04-27 방문횟수:61)
    추천 : 1
    조회수 : 158
    IP : 119.203.***.80
    댓글 : 0개
    등록시간 : 2019/08/15 04:51:49
    http://todayhumor.com/?readers_34055 모바일
    [한문삭제본]민족혼의 블랙홀 제31화 흥선군과 의적 두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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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문삭제본]민족혼의 블랙홀


    제31화 흥선군과 의적 두목


    당시의 나는 몰랐다. 이 병법 구절을 그대로 지켜 행하지 못한 것이 어떤 결과를 초래할 것인지.



    복시와 전시 사이에는 며칠 간격이 있었다. 주상 전하가 앉으실 의자와 장막, 전시에서 사용할 각종 기구 및 활 쏘는 자리 등을 설치해야 했기 때문이다.

    그 동안, 나는 다시 한 번 현부인의 초대를 받아 운현궁에 갔다. 혼자 갈 수 없으니, 성남이도 함께 갔다.

    운현궁은 대대로 임금님의 가까운 직계 혈통이 거주하는 곳이다. 그래서인지 넓었다. 선 자리에서 끝이 제대로 안 보일 정도로, 돌담이 둘러싸고 있었다.

    대문 앞을 지키던 문지기가 내 얼굴을 보더니 꾸벅 인사하며, 성남이와 나를 들여 보내 주었다. 정면에 보이는 대문으로 들어가니, 바로 오른쪽에 집사와 청지기를 비롯한 관리인들이 거주하는 수직사가 보였다. 크기는 우리 집의 행랑채와 거의 비슷했다. 하인들이 바쁘게 주위를 오가고 있었다.

    분주하게 오가는 하인들 사이에서, 몇몇 식객들이 한가로이 대청마루에 앉아 농담 따먹기를 했다.

    “옛날 옛날에, 어느 애 엄마가 있었네. 애기가 우니까 한문책으로 얼굴을 덮어 주지 뭔가. 옆집 할머니가 그걸 보고는, 아기 숨 막히게 왜 한문책으로 얼굴을 덮냐고 물었어. 그러자 애 엄마 대답이 걸작일세.”

    “뭔데 그러나?”

    “애 아빠가 한문책을 읽다가 항상 책에 고개를 처박고 잠이 듭디다. 그래서 아기를 재울 땐, 한문책을 얼굴에 덮어줍니다. 부전자전 아니겠습니까.”

    나로서는 이해가 안 가는 농담에, 고개를 돌렸다. 그 순간, 성남이가 농담을 한 인물의 멱살을 잡았다.

    “네놈이 왜 여기 있는 것이냐!”

    가진 걸 다 내놓으라고 한창 실랑이를 벌이다가, 아버지가 타시던 수레와, 수레에 연결된 말을 타고 달아났던 도적 두목이었다.

    “어, 흠! 사람을 잘못 보신 것 같소!”
    멱살을 잡힌 사내가 말했다.

    “내 눈을 속일 수는 없다. 이실직고하라! 네놈이 말과 수레를 끌고 도망가지 않았느냐!”
    성남이가 소리쳤다.

    “내가 말과 수레를 길에서 ‘주운’ 것은 사실이오만, 수레에 나라 소유라는 인장이 찍혀 있었기 때문에, 어디까지나 본래 주인인 나랏님께 돌려주었을 뿐이라오. 못 믿겠으면 아따, 여기 계신 흥선군 대감께 물어보시랑께. 내가 시방 높으신 대감의 식객으로 있단 말여!”

    감정이 동요한 것일까. 완벽한 사대부의 말투를 구사하던 사내의 말끝에서 희미한 사투리가 묻어났다.

    “무슨 일인가.”

    그 때, 등 뒤에서 낮은 목소리가 들렸다.

    하늘을 향하여 짙게 치켜 올라간 눈썹, 다소 꺼벙해 보여 사람을 방심하게 만드는 눈, 길게 뻗어내려간 코, 구레나룻에서 시작되어 목 아래까지 늘어뜨린 수염에 입이 가려진 젊은 청년이 서 있었다. 30대 정도로 보이는 청년은 다 떨어진 갓을 쓰고 있었다. 갓이 어찌나 낡았는지, 지난 날 민 선달이 쓰고 있던 구멍이 숭숭 난 갓이 새 것이었던 것처럼 느껴졌다. 심히 찌그러져 형체만 겨우 유지하고 있는 갓에, 때에 전 두루마기, 심지어 술병까지 들고 있었다. 전성기 시절 이태백의 모습이었다.

    “흥선군 대감께 인사 여쭙니다요!”

    방금까지 성남이에게 멱살 잡혀 있던 사내가, 새로운 등장인물에게 정신이 팔린 틈을 타 손을 뿌리치고 얼른 양반식 예를 올렸다. 같이 농담하던 식객은 넓죽 엎드려 절을 올렸다.

    나 역시 허리를 숙여 예를 갖추었다.

    “사도시 민 첨정의 여식이 흥선군 대감을 뵙습니다.”

    성남이는 말없이 인사를 올렸다.

    “아아, 부인이 여러 차례 이야기한 적이 있네. 민유중 부원군의 6대손이라고?”

    흥선군 대감은 가장 먼저 내게 말을 걸었다. 신기하게도, 전신에서 풍겨오는 술 냄새와 달리, 말투에는 술 향기가 묻어 있지 않았다.

    “그러하옵니다.”

    공손히 대답하며 시선을 아래로 두었다.

    흥선군 대감의 시선이 관찰하듯 나를 훑어보았다.

    “흠, 과연 부인이 일찍부터 며느릿감으로 탐낼 만 허이. 그렇지만 우리 명복이는 그렇게 가볍게 내어줄 수 없네. 장차......”

    하던 말을 씹어 삼켰다. 이야깃거리를 바꾸었다.

    “왔으면, 얼른 들어가지 않구. 예서 뭘 하고 있는가.”

    성남이가 나서려는 것을 제지하고, 내가 물었다.

    “여기 있는 이 자가 흥선군 대감의 식객이 맞는지요?”

    흥선군이 의아한 표정으로 말했다.

    “그렇네만.”

    "혹시 이 자가 말과 수레를 가져오지 않았습니까?"

    "그렇네. 사복시 인장이 새겨져 있는 수레와 말을 가져와서, 주인을 찾아 주러 왔다더군. 하여, 사복시에 말과 수레를 반납하도록 조치하였네. 말이 좀 통하는 부분이 있어, 내 식객으로 머물게 하였네. 무엇 때문에 그러는가?"

    "소녀의 아버지는 사도시 첨정으로 임명되어, 한양으로 상경하던 중이었습니다. 올라오던 중에 도적이 나타났고, 여기 있는 재희가 도적과 싸우는 동안, 두목 혼자 말과 수레를 훔쳐 달아났사옵니다. 말을 지키지 못한 마부는 봉고파직 당하였는데ㅡ 이제 그 두목이 여기 있군요.“

    흥선군이 노했다.

    "무엇이? 이보게. 창혁이. 저 말이 사실인가?"

    창혁이라 불린,
    전직 도적 두목이
    고개를 수그렸다.

    "그렇사옵니다. 대감.“

    흥선군이 성을 내었다.

    “어찌 나를 속일 수 있단 말인가. 대체 왜?”

    두목이 침중한 어조로 대답했다.

    “소인은 본디, 전라도 어느 고을에서 자손 대대로 봉직하든 향리였습니다요잉. 수령 나리와는 달라야. 나라에서 지급하는 녹봉을 땡전 한 푼 아니 받소. 그람에두 고을을 위해 멸사봉공하여 일하는 걸 자부심으로 알았어야.

    그런데 소인의 대까지 감시롱, 안동 김 씨 일족이 그 권세를 떨치는 부심이 너무 심해져불란다요. 우리 고을 정도 되는 먼 곳으로 부임하는 수령나리두, 안동 김 씨 족속에게 뇌물을 바치고 그 자리를 얻지 아니한 자가 없었수다. 뇌물을 바쳐 갖고 수령 자리를 얻었음께롱, 민심을 살펴 백성을 다스릴 생각은 저언혀 안 허고, 날마다 어떻게 하면 세금을 더 거두어 본전을 뽑을까. 그 생각뿐이당게요!

    비록 이 몸이 문과에 최종 급제하여 벼슬 못 얻었어도잉, 초시 합격자로서 진사에 머무르고 있지 않겄소. 나라에 충성하고, 우리 고을을 위하는 마음만큼은 장원급제자 못지 않습니다부러.

    그러던 어느 날, 고을에 커다란 흉년이 들었당께요. 극심한 가뭄 탓에 벼가 다 죽어가는 데도, 수령 나리는 백성들이 부담해야 할 토지세를 감해주기는커녕 세 배로 올려부랐지 뭐랑께요~잉. 토지세는커녕 당장 집구석에 여편네와 아이들 먹여 살릴 쌀 한 톨조차 없는디, 아 글씨 그룬 백성들에게서는, 소나 닭을 현물로 통째로 날라서 빼앗아 가거나, 그마저도 없으면 젊고 고운 아낙을 관기로 삼아 버렸당께요. 몸으로 갚으라면서~잉. 나중에는 관기가 너무 많아져서 밥을 축내니, 저 멀리 평양 기생집에다 내다 팔려고 해불란다고  들었습니다. 아전 된 도리로서, 제가 목숨을 걸고 말렸습니다요잉. 그러나 수령은 아전 시체 하나 실려 나가도 눈 하나 깜짝 하지 않았당께롱요.”

    두목의 눈에서 눈물이 뚝뚝 떨어졌다.

    “‘저 놈을 죽을 때까지 매우 쳐라~!’ 하는디, 한 대 때릴 때마다 아프구 기절할 것 같아서리, 아주 눈에서 별이 반짝반짝거리드라구유. 그나마 곤장을 치던 것들이 나랑 대나무말 타고 같이 놀던 사이라 그렇제, 안 그랬으면 참말로 황천길로 갔다요. 일단 죽은 척 하니까, 사또 나리가 ‘저 놈을 내다 버려라~’ 하는데, 왔~다메. 내가 아무리 미워도 그랗제, 눈앞에서 사람 한 명이 순식간에 시체가 되었는데, 그렇게 냉정하게 구는 놈은 처음 봤다부러요.”

    “네 사정은 딱하고 불쌍하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도 그렇지. 어찌 도적질을 하느냐.”

    흥선군이 혀를 찼다.

    “매를 담당하는 포졸이, 손속에 사정을 두는 바람에, 거적에 싸서 버려져 있을 때두 살아있지 않겄소.   그래서리, 무턱대고 나랏님을 찾아 이 일을 따져 물어야겄다는 생각이 들어서 이집 저집 다니다가, 앞전에 여깄는 아씨 아버지를 같이 공격한 무리를 만나서야, 시상에 내가 대장이 되었소.”

    도적 두목이 대답했다.

    “아씨 아버님을 만나기 전에, 실은 우리 도적단은 의적이라고 이름을 붙였어야. 다같이 나랏님을 만나러 가려고 했소만, 현실적으로 다들 처자도 딸려 있고 목구멍이 포도청이라 못 하겠다는 눈치였소잉. 마침 아씨 아버지가 땋! 하고 나타났는데, 이건 뭐, 천한 무지렁이 도적 떼 앞에서 무릎 꿇고 내 미안타 하는 성인 군자 영감이었소. 내 그라서 부하들을 놓고 가도, 영감이 안 죽일 걸 알고 있었으니께, 말을 타고 빠르게 한양까지 와서 나랏님을 뵈려 한 것 아니겠소. 당연히 말과 수레는 나랏님께 돌려드려 부랐고요.”

    처음 만났을 때부터 근엄하게 들고 다니던 서울말의 가식을 완전히 떼어 버린 도적 두목이, 자신의 고향말을 속사포처럼 쏟아 냈다.

    -32화에서 계속-  

    ※ 작가의 말: 한문이 너무 어렵다는 지적이 많아서, 앞으로 조선 시대 용어 중에 어려운 것 같은 단어는 미주로 보내겠습니다. 별표 쳐 놓고 맨 끝으로 보내 해설할 테니, 아는 분들은 그냥 넘어가시고, 모르는 분들은 아래쪽을 참조해 가며 읽어 주시면 이해가 쉬울 것입니다. 감사합니다. 나라 찾은 기쁨, 광복절 하루 보람차게 보내시길 바랍니다!

    0 복시: 과거 2차 시험
    0 전시: 과거 3차 시험, 왕이 직접 최종 면접을 보아 무과 복시에서 합격한 28명의 순위를 결정한다.
    0 청지기: 집안 살림을 재정적으로 관리하는 담당자
    0 수직사(守直舍): 운현궁의 경비와 관리를 맡은 인원이 거주하던 곳
    0 이실직고(以實直告): 있는 그대로 솔직하게 까발려 말하라.
    0 이태백(李太白): 중국 최고의 시인, 최근에는 ‘이’십대 ‘태’반이 ‘백’수란 말의 줄임말로 사용한다.
    0 사도시 첨정: 전국에서 세금으로 걷은 쌀을 관리하는 부서 실무자급 벼슬
    0 민유중 부원군: 숙종의 장인이자 인현왕후의 아버지, 당시 노론 거대 파벌의 으뜸이었다.

    0 침중한: 가라앉아 무거운 분위기

    0 향리: 한 마을에서 세습직으로 내려오는 수령 보좌직; 이방, 호방, 형방, 예방, 공방, 병방

    0 멸사봉공: 사생활을 죽이고, 온전히 공적인 일에 온 몸을 다 바쳐 헌신함. 고려대 초기 모토.

    0 부심(腐心): 어떤 일을 이루기 위해 애를 써서 노력함

    사진출처
    1.2. 직접
    3.5.운현궁-aks.ac.kr
    4. 광복절경축이미지-pinterest
    5. 유민들이 일으킨 민란 - 우리역사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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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처 자작소설
    HK.sy.HE의 꼬릿말입니다
    스스로 평등하고
    특별함을 책임지며
    보이지 않는 곳에서 있는 그대로 행동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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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9/08/15 08:22:49  111.91.***.223  윤인석  721556
    푸르딩딩:추천수 3이상 댓글은 배경색이 바뀝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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