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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물ID : readers_33291
    작성자 : 낮에나온달
    추천 : 2
    조회수 : 203
    IP : 118.222.***.162
    댓글 : 2개
    등록시간 : 2019/02/22 20:57:35
    http://todayhumor.com/?readers_33291 모바일
    시간 악마 (젊은 여인 4)
    옵션
    • 창작글

    몇 십년이 지나 환경도 건물도 모든게 변해있었지만

    신기하게도 악마의 사무실은 여전히 그 위치 그대로 있었다. 

    더 신기했던 것은 로리영이 처음 봤을때 

    그 모습으로 노신사와 그의 비서가 사무실에서 기다리고 있었다는 것이다.


    "어서 오십시오"


    외눈 안경을 살짝 들어올린 노신사는 여유있는 미소를 지으며 반겼고

    그 모습에 양심이 찔린 로리영이 땅이 꺼져라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래서인지 앉지도 않은채 그녀는 다급하게 용건을 꺼냈다.


    "솔직히 말할게요 저는 이제 더이상 대금을 지불할 능력이 없어요"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시간이 꽤 지났지만 대금을 받으러 가지 않았지요"


    고개를 주억거리며 노신사가 여유있는 미소를 짓자 

    불안감을 느낀 로리영이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혹시 대금을 지불할 다른 방법은 없을까요?"


    로리영은 남자들을 홀릴때 쓰곤했던 매력적인 미소를 지었지만 

    돌아온건 노신사의 쓴웃음뿐이었다.


    "안타깝게도 저에겐 이미 비서가 있습니다.

    그 외에 방법은 모르겠군요 

    돈이 없으시다면 계약을 해지하겠습니다."


    어쩔수 없음을 깨달은 로리영은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요 그렇게 하죠" 

    "좋습니다. 다만 어림잡아 50골덴(50억)정도의 밀린 금액을 지불하셔야 합니다."


    예상치 못한 액수에 화들짝 놀란 로리영이 황급히 말을 꺼냈다.


    "세상에 저리 말도 안되는 금액이라니... 대체 얼마의 시간이 밀린거죠?"


    "최근 10달정도 밀린 금액입니다. 20살에서 점점 멀어지는 당신의 시간을 제가 억지로 붙잡고 있던거니 갈수록 
    비싸지는건 당연한 이치지요"


    자신의 말이 합당하다 생각한 노신사가 고개를 끄덕거리는 사이 

    팔장을 끼며 잠시 생각에 잠겼던 로리영이 방법이 없음을 느끼고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하지만 저는 지금 단 한푼도 없어요"

    "으음... 그건 곤란하군요"


    검지손가락으로 턱을 두드리며 생각에 잠겼던 노신사는 

    잠시후 좋은 생각이 떠올랐는지 환한 미소지었다.


    "좋습니다. 그러면 어쩔수 없이 당신에게 밀린 시간을 돌려받겠습니다."


    "10달이요?"


    로리영이 성급하게 입을 열자 노신사는 단호하게 고개를 좌우로 흔들었다.


    "계약서에도 써져있지만 저는 금액에 시간을 맞춥니다. 

    그리고 저 정도의 금액은 당신의 시체가 풍화되고도 남을 정도로 셀수 없이 
    많은 시간입니다."


    "그런 말도 안되는..."


    "계약서에 써있는 내용입니다."


    항의 하려했지만 노신사의 단호한 태도에 로리영은 입을 다물었다. 

    그러나 잠시후 자신의 젊었던 모습만 남긴 채 사라진다는거에 
    만족한 로리영이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요 그렇게 하겠어요 그 정도라면 내 늙음은 순식간일테고 금방 사라질테니까요"


    그러나 그렇게 호락호락하게 넘어갈수는 없었는지 

    노신사는 단호하게 고개를 좌우로 흔들었다. 

    그리고는 사악해보일정도로 환한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


    "저는 이태까지 귀빈이었던 분에게 야박하게 굴고 싶진 않습니다. 

    그러니 특별히 당신에겐 50년의 시간을 돌리드리도록하죠"


    "마 말도 안돼 그건 절대..."


    로리영이 절규를 하며 고개를 세차게 흔들었지만 갑자기 어디서 생겼을지 모를 검은색 연기가 

    노신사의 얼굴을 한 악마의 몸을 감싸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검은색 연기는 악마의 몸에서 벗어나 로리영을 감싸며 빙빙 회오리치다 

    어느순간 흔적도 없이 사라져버렸다.


    "끄으..."


    사무실에는 여전히 노신사의 모습을 한 악마와 책상에 앉아 

    그 광경을 보며 입을 다물지 못하는 비서가 있었다. 

    그리고 젊고 아름다운 모습이었던 로리영은 온데간데 없이 

    노파 한명만이 그 자리에 주저앉아 있을뿐이었다.


    "그럼 남은 시간 즐겁게 보내시길 바랍니다."


    말을 마친 노신사는 주저앉아 있는 로리영을 부축여 일으킨 다음 

    어디서 구했는지 모를 지팡이 하나를 손에 쥐어주었다. 
    그리고는 인내심을 가지고 노파가 사무실에서 벗어날때까지 기다렸다가 문을 닫았다.


    자신이 추해졌을거란 생각에 사로잡힌 로리영은 어디로든 숨고 싶었다.

    늙어버린 자신의 모습을 생각하니 자신조차 용납하기 힘들었는데 

    남이 볼 생각을 하니 더더욱 두려웠다.

     

    그러나 딱히 갈 곳이 없었던 로리영은 지금은 흔적이라도 남아있을지 알수없는 

    자신이 태어난 집으로 향해야했다. 


    빨리 계단을 내려가려고 발걸음을 재촉했지만 그것은 생각 뿐이었다. 

    허리는 완전히 굽어진 상태였고 팔과 다리는 계속해서 후들거려 

    지팡이 없이는 한걸음 내딛기도 힘들었다. 

    목에 걸치고 있던 스카프로 얼굴을 가린 로리영은 

    한참후에야 겨우 구르지 않고 계단을 내려올수 있었다.


    그러나 이것은 시련의 시작이나 다름 없었다.

    여전히 로리영이 가려는 집은 한참이나 남아있었고 

    올때는 아무렇지도 않았던 시장길이 이제는 완전히 고역이었다.


    지나가는 사람들이 전부 장애물처럼 느껴졌고 살짝이라도 무언가 부딪칠때면 

    로리영은 힘없이 엉덩방아를 찧곤했다.


    그리고 그때마다 로리영은 다른 사람의 호의도 무시한채 

    황급히 스카프로 자신의 얼굴을 감추었다.

    지금 로리영에게 제일 두려운 것은 추해진 자신의 얼굴을 누군가가 보는것이었다.


    휘청거리며 겨우 시장길을 벗어난 로리영은 

    안개처럼 뿌연 머리속을 더듬어 자신이 태어났던 집을 힘들게 찾아갔다.

     

    다행히 많이 낡긴했지만 로리영의 집은 세월 앞에서도 꿋꿋이 버티고 서 있었다.

    마치 주인이 돌아올걸 알고 있었던 것처럼... 

    한참이나 삐걱거리는 출입문과 힘겹게 씨름을 한 로리영이 주저앉다시피 하며 

    겨우 문을 열자 자욱한 먼지만이 그녀를 반겼다.


    "콜록 콜록"


    버드나무가지같은 앙상한 팔로 바들바들 떨면서 손사래를 친 

    로리영은 주위를 둘러보며 황급히 전신거울을 찾았다.

    그리고는 지금 입고 있는 엄청 비싼 옷따위는 아랑곳하지 않은채 

    먼지가 잔뜩 낀 거울을 황급히 소매로 닦아내었다.


    윤기있던 검은 머리카락은 푸석푸석한 백발이 되어 있었고 

    주름하나 없이 탄력있던 얼굴은 이제는 주름이 없는 곳을 
    찾기가 힘들 정도로 자글자글했다. 

    거기다 백옥같이 하얬던 피부 곳곳엔 검버섯이 잔뜩 피어있었다.


    "끄..."


    노파의 가녀린 성대에서 나온 애처롭고 늙은 비명이 

    집안 조차 울리지 못한채 힘없이 흩어져버렸다.

    그리고 거기엔 주저앉아 흐느끼는 늙어버린 여자만이 있었다.

    낮에나온달의 꼬릿말입니다
    작가의 말: 뒷 이야기는 여러분의 상상에 맡기겠습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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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9/02/22 21:57:00  121.147.***.206  방랑돌  721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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