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v>수지는 오늘도 바쁜 출근길에 정신이 없다. </div> <div>얼만큼 잤는지 모를 정도로 열시간 가까이를 자놓고도 </div> <div>끝없는 피로감의 보상심리로 버스 중간 교통카드 기기 뒷자리에서 정신을 다시 놓고 잠에 들었다. </div> <div> </div> <div>아주 잠시라도 모든 것에서 해방이 되고 싶은 심정이지만, </div> <div>누구나 부러워 할만큼 회사생활을 착실히 해내고 있고, </div> <div>사랑하는 가족과 모든 것을 주어도 아깝지 않을 남자친구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서 </div> <div>이것을 전혀 멈추고 싶은 마음이 없다. </div> <div> </div> <div> 버스는 오늘따라 더 사납게 달려가고 </div> <div>그에 맞추어 버스안 사람들이 다같이 의도치 않은 바운스를 해대지만 </div> <div>수지는 현실세계를 초월한 내면세계의 블랙홀같은 늪에서 허우적대고 있다. </div> <div>수지가 손목의 때묻은 작은 패션시계를 올려봤을 때는 버스가 이미 강남역을 지나고 있다.<br> </div> <div>“아 아저씨 잠시만요 잠시만요.. 저 내릴게요”<br></div> <div>큰 소리로 아저씨에게 외쳐보지만 강남역 11번 출구 앞 </div> <div>버스차로에서 이미 테헤란로 신호등쪽으로 진입한 후 였다. </div> <div>여러번의 사정후에도 결국 3번출구 앞에 내린 수지는 지하상가를 거슬러 신논현역 방향으로 온힘을 다해서 달리고 있다.<br></div> <div> 수지는 신논현역 근처 회사에서 근무한다. </div> <div>벌써 2년반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div> <div>심각한 취업난에도 목표로 했던 회사에 남부럽지 않은 조건으로 근무한다는 것이 </div> <div>그녀의 가장 큰 자랑거리이자 가족들과 남자친구, 지인들에게 보여지는 수지 자신의 참모습이라고 생각한다.<br></div> <div> ‘강남대로 한복판의 회사에서 근무하는 커리어 우먼’<br></div> <div>그토록 가지고 싶던 수식어였다. </div> <div>하지만 그 수식어를 위해서 밤낮없이 일하고, </div> <div>빈번하게 이렇게 1km에 달하는 거리를 단숨에 달릴 수 밖에 없게 만든다.</div> <div>지각의 위기속에 간신히 시간을 맞출 수 있다는 안도감을 느낀 그녀는</div> <div>2월말 아직 매섭게 추운 아침 날씨에도</div> <div>이마에 맺힌 땀을 딱으며 불현듯 세뇌하듯이 이렇게 말했다. <br> </div> <div>“그래도 솔직히 이 연봉에 이 외모에 이 능력이면 어디가서도 인정받는 커리어 우먼이지.”<br></div> <div>그렇게 그녀는 8시 48분을 즈음하여 회사 정문을 통과한다. 오른쪽 어깨위에 있어야할 가방의 존재를 잊은채로. <br></div> <div>오전 9시 30분 그녀는 가방을 찾기 위해 차장님에게 양해를 구하고 뛰어왔던 그길을 다시 찬찬히 걸어간다. </div> <div>도저히 어디에서 잃어버렸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div> <div>버스회사에 전화해서 난리를 친 탓에 버스기사가 CCTV까지 돌려봤지만 </div> <div>버스를 내릴때까지 분명 수지의 오른쪽 어깨위에는 까만 준명품가방이 올려져 있었다. </div> <div> </div> <div>취업선물로 그녀가 부모님에게 받은 첫 가방이자 회사출근 시에는 어김없이 매고 다녔던 가방이다. </div> <div>이리보고 저리 둘러보아도 길가에 가방은커녕 광고성 찌라시들 만이 길위에 난무한다. </div> <div>흩어져 날리는 찌라시들 위로 수지는 자신의 애장품을 찾기 위해 여념이 없다. </div> <div>하지만 대로를 두 번이나 왕복으로 걸었음에도 가방은 온데간데 없고 결국 빈손으로 회사입구로 들어선다. </div> <div> </div> <div> </di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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