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네에게 45만원 드리다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장마라면서 비는 안오고 날만 찐다.</div> <div>장하신 일곱살 아드님은 슈퍼마리오의 신인줄 알았건만,</div> <div>자세히 보니 치트키의 신이었다.</div> <div>아들에게 죽는 걸 무서워하면 실력이 늘지 않는다 말했다.</div> <div>"치트키 써도 낭떠러지 떨어지면 어차피 죽어요"</div> <div>내 속이 찐다. 쪄.</div> <div>용하다는 보리암 올라가다 퍼진 2006년식 쏘나타 엔진 교체비용 200만원.</div> <div>씨X. 부처님은 왜 이런 미장센에서는 자비가 없었나.</div> <div>아버지는 그 고물을 아직 '까리하다'는 찬사로 성수를 부으시고는 수리하라 돈 쥐어주셨다.</div> <div>이제 그 고물을 더 탈 수 밖에 없다는 생각에 잠시나마 자신을 측은하게 생각했던</div> <div>나를 돌아보니 소름끼치게 미안했다. 구제불능 이 새끼.</div> <div>머지않아 책 <span style="font-size:9pt;">출간 계약하고 돈이 생겼다.</span></div> <div>자기 써! 아내에게 줄까했더니 퇴짜.</div> <div>나 써? 정말 약소하다, 나 쓰기에도 퇴짜.</div> <div>애초부터 그에게 주려고 했던 건 아니었지만,</div> <div>퇴짜맞은 돈이 익숙한 전화번호 눌렀다.</div> <div>마약판매상이라도 된 듯 낮은 음성으로 말할까? 고민하는데</div> <div>엄마가 받았다. 젠장.</div> <div><div>엄마가 깨운다. 농사짓고 피곤한 아버지를.</div> <div>계좌번호를 모르는 것이 내 멋진 계획을 흩날려버렸다.</div> <div>이제까지 흡혈귀처럼 쪽쪽 빨아먹고 살았으니,</div> <div>아비 어미 계좌번호를 알리가 있나.</div> <div>이런 생각을 하니 오늘부터는 그가 노인네로 보인다.</div> <div>어제까지는 아버지였지만, 오늘부터는 노인네다.</div> <div>그깟 45만원 돈에, 노인네를 깨웠다.</div></div> <div>"돈 없을텐데 그냥 쓰지"에 가장 알맞는 대구는 무엇일까 모르지만</div> <div>"돈 없어도 내가 벌어쓸께유"라고 말하고 끊었다.</div> <div><span style="font-size:9pt;">담날 오전에 부칠 걸, 한숨에 저녁 공기가 더 찐다.</span></div> <div>담배 피우고 싶어도 끊은 지 10년이 넘었다.</div> <div>비야 좀 와라.</div> <div>쩌죽을 것 같다구.</div> <div>이럴 때 쓰는 치트키는 없는건가.</div> <div>아차. 그거 써도 낭떠러지에서는 죽지 참.</div> <div>그런데 마리오. 왜 그리 해맑은 미소를 머금고 죽었니.</div> <div>노인네가 되지 않아 기뻣냐.</div> <div><br></div> <div><br></div> <div>2018.06.26</div> <div><br></div> <div><br></div>
어차피 나는 아무것도 모른다.
그러니 나에게 물어보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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