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소설, <팔리아멘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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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시물ID : readers_30112

작성자 : 발기말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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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P : 221.14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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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시간 : 2017/10/29 08:3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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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소설, <팔리아멘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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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름이 가리우던 하늘이 간만에 쨍쨍한 햇살로 벅벅 긁어 젖히는 듯하다. 길가의 가로수는 연신 태양을 삿대질하며 열심히 나무라건만, 하늘은 청청할 뿐이다. . 6월 초여름을 지나서 형형색색 건물이 우거진 신촌을 지나면 여인들 옷차림이 여지없이 짧아짐을 느낀다. 이에 반듯하게 나고 자란 사내 하나가 눈을 찌푸렸다. 역시 찌푸리니 여간 잘 보이는 것이 아닌지라 두 뺨을 붉힌다. . 이런 날에 더러는 선크림을 덕지덕지 덧 발라야 마땅하지만, 끈적임이 싫은 사내는 오른팔을 들어 새삼 하늘을 가려본다. 근묵자흑이라, 왼팔은 희고 오른팔은 검은 것이 우스꽝스러워 사내는 왼팔로도 이따금 그늘을 드리웠다. 이제 생긴 것을 보자. 항상 머리를 쓸어올려 이마를 내놓고 다녔기에 이마 가운데 있는 점이 눈에 확 띄었다. 이 점은 조부 혹은 조부의 조부 때부터 내려온 것이라 하는 데 알 필요 있으랴. 짙은 눈썹에 속눈썹이 가지런히 길고 맑은 눈동자에는 총명함이 서리었다. 그런대로 봐줄 만한 콧대에 두 뺨에 박힌 보조개, 살짝 각진 턱은 선하고 믿음직스러운 인상을 주었는데 겉과 속이 같을지는 아직 본인만이 알 일이다. 그러나 세간의 평은 박하였다. 가무잡잡한 피부가 다소 아쉬운지라 혹자는 연예인 박 모 씨를 본떠 '흑보검'이라 칭하였다고 하는데, 이는 본인은 모르는 일이다. . 신촌역을 지날 때면 사내는 '<a target="_blank" href="https://www.instagram.com/explore/tags/%EB%B9%85%EC%9D%B4%EC%8A%88/" style="margin:0px;padding:0px;border:0px;font-size:14px;line-height:inherit;font-family:'-apple-system', BlinkMacSystemFont, 'Segoe UI', Roboto, Helvetica, Arial, sans-serif;vertical-align:baseline;color:#003569;" target="_blank">#빅이슈</a>' 잡지를 사고, 파는 이들을 바라만 보곤 했다. 옅은 주머니 사정에도 저것을 구태여 집어 들 수는 있으나 표지가 영 마음에 들지 않으면 사고 싶지 않았단다. 그러나 그날은 유달리 표지가 이쁘장한 것이다. 카카오 프렌즈 머시기의 사자 놈이 열일하는 표지를 보니 망설일 겨를도 없이 지갑 한켠에 오랜 세월 칩거하신 율곡 선생을 꺼내어 내밀고 말았으렷다. 기쁜 마음에 궐련을 찾으려 주머니를 더듬거리니 빈 곽이 주머니에서 나온다. 살짝 배도 주린듯하고 불현듯 후회가 밀려오는 것을 고개를 푹 숙여 꾹꾹 눌러 담는 찰나, 아까 그 잡지 팔던 노인이 다가와 팔리아멘트 세 개비를 쥐여주고는 씨익 웃어 보이고 가는 것이 아닌가. 죄스런 마음이 들었으나 호의는 거절하는 것이 아니라 배웠다. . 꼬르륵 뱃속이 요동치니 얼른 한 대 태우고 들어가야겠다 싶어 첫 개비를 꼬나물고 한 모금 쪽 빨아 당기고 매캐한 연기를 내뿜었다. 누군가 담배를 왜 피우냐 물으면 자신의 한숨을 눈으로 볼 수 있어서라고 대답해야지 생각하니 피식 웃음이 절로 난다. 그런데 이게 웬걸? 고풍스러운 레스토랑에 산해진미가 눈앞에 펼쳐지는 게 아닌가! 너무나 놀라웠지만 침착하게 스테이크 한 점을 입에 넣으니 "<a target="_blank" href="https://www.instagram.com/explore/tags/%EC%83%A4%EC%83%A4%EC%83%A4/" style="margin:0px;padding:0px;border:0px;font-size:14px;line-height:inherit;font-family:'-apple-system', BlinkMacSystemFont, 'Segoe UI', Roboto, Helvetica, Arial, sans-serif;vertical-align:baseline;color:#003569;" target="_blank">#샤샤샤</a>" 녹는 것이 꿈이 아니라 생시렸다. 허겁지겁 입안에 고기를 쑤셔 박는데 서슬 퍼런 눈동자를 한 웨이터가 갑자기 청구서를 "<a target="_blank" href="https://www.instagram.com/explore/tags/%EC%93%B1/" style="margin:0px;padding:0px;border:0px;font-size:14px;line-height:inherit;font-family:'-apple-system', BlinkMacSystemFont, 'Segoe UI', Roboto, Helvetica, Arial, sans-serif;vertical-align:baseline;color:#003569;" target="_blank">#쓱</a>(SSG)" 내미는 것이 아닌가. 등에서 식은땀에 주룩이 흘러 손을 휘휘 저으며 자리를 뜨니 경찰들이 쫓아온다. 있는 힘껏 줄행랑을 놓았더니 연기가 걷히고 흡연장으로 되돌아왔다. 이 무슨 묘한 경험인가. 심지어 입안에는 씹던 고기도 그대로였다. 놀란 눈으로 담배를 건넨 사내를 찾았지만 온데간데없었다. 멀쩡히 길 가던 사람 하나를 붙잡고 여기서 빅이슈 파는 노인을 봤냐 하니 머리털 나고는 본 적이 없다더라. . 두 번째 개비를 꺼내 물고는 잠깐 생각을 해본다. '원하는 것을 이뤄주는 것이라면!' 므흣함에 잔뜩 상기된 얼굴을 해서는, 있는 힘껏 빨아당겼다. "프휴" 구름이 일렁이는듯하더니 이윽고 <메이즈 러너>의 한 장면이 언뜻 스친다. 무엇인가 어둡고 주름진 길을 내달리는 무리의 선두에 내가 서 있는데, 순간 다른 놈들이 나를 앞지른다. 두 팔은 온데간데없고 꼬리만 하나 길쭉하게 있는 것이 올챙이 같기도 한 게 기분이 쌉싸래했다. 아차! 싶어 숨이 차도록 앞으로 나아가니 크고 둥그런 찹쌀떡 같은 것이 보였다. 저게 '난자'구나! 나는 필사적으로 머리를 내밀었다. 자칫하다가는 내 미래를 다른 놈들에게 빼앗길 판이다. 있는 힘을 다해 앞으로 앞으로 조금씩 나아가자 빛이 번쩍하고서야 눈을 감았다 떴는데, 흡연장으로 겨우 돌아왔더라. 등골 서늘한 경험이었다. . 마지막 개비를 꺼내 들어 불을 붙이려다 식은땀이나 담배 피우기를 주저하고 돛대를 꺾으니 눈앞에 잡지 팔던 노인이 다가와 말을 건넨다. "어째 공짜야말로 가장 값비싼 대가를 치러야 함을 이제 알겠는가? 노력하게 노오력을." . 사내는 부글부글 끓어오르는 속내를 누르고 학원으로 가던 발걸음을 재촉했다.

출처	아쿠타가와 류노스케의 현대적 재해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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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2017/10/29 12:21:05 175.211.***.88 predator7 618328
[2] 2017/10/31 12:31:22 124.85.***.204 어디쯤에 6272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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