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뜨거운 여름바람이 아침과 저녁에 제법 한기를 내뿜던 9월 말 10월 초  이 맘때 가을,  <div><br></div> <div>다녀보지 않은 길로 우연히 걷던 도중 발견한 낡고 오래되어 보이는 중고서점</div> <div><br></div> <div><span style="font-size:9pt;">태초에 서점이 들어설때부터 자리 잡은듯이 서점과 함께 늙어버린 검은색 페인트가 벗겨진 상호 간판.</span></div> <div><br></div> <div>들어서는 입구부터 오래되어 다시 나무색으로 회군 중인 노쇠한 책병사들이 주인장을 기다리며 그 특유의 나무향 숨을 가늘게 내뿜고 있었다. </div> <div><br></div> <div>그 뒤 유리문 손잡이 위에는</div> <div><br></div> <div>주인 아저씨가 직접 쓰신듯한 '북카페' 라는 글자가 작은 노란색 포스트잇에 올곧고 바르게 적혀있었다</div> <div><br></div> <div><br></div> <div>누가봐도 원래 낡은 서점이였던 이 곳에 </div> <div><br></div> <div>코너 한쪽 책들을 치워놓고 </div> <div><br></div> <div>반짝 반짝 은빛의 에스프레소 머신을 들여놓은 주인 아저씨.</div> <div><br></div> <div>그 빛나는 기계는 </div> <div><br></div> <div>아마도 책을 직접 손으로 잡고 읽던 사람들이 </div> <div><br></div> <div>디지털 시대에 맞게 <span style="font-size:9pt;">그곳에 더이상 발길을 들여놓지 않은 것에 대안하여 </span></div> <div><br></div> <div>그들의 관심을 돌려 받으려 했던 주인아저씨의 마지막 구애였을 지도 모른다.</div> <div><br></div> <div>나의 한번의 시선에 그 구애는 적극적으로 내게 자신을 알려왔고</div> <div><br></div> <div>결국 나는 발걸음을 멈추고 흥미와 호기심으로 그 구애를 받아드렸다.</div> <div><br></div> <div><br></div> <div>유리문을 열자 함께 달려있던 빛바랜 황동색의 벨은 제 몸을 움직여 나를 환영하려 했으나 </div> <div><br></div> <div>그 소리는 녹에 끼여 영 맑지 못하였다. </div> <div><br></div> <div>바깥 공기를 마시며 들어와 가느다란 한기를 느꼈을 나에게 </div> <div><br></div> <div>눈가의 주름이 온화한 주인아저씨는 따듯한 코코아를 만들어 주었다. </div> <div><br></div> <div>사각 유리병에 담긴 코코아 분말이 스푼을 타고 내 유리잔에 들어 갈때</div> <div><br></div> <div>몇몇의 분자들이 곧이 곧대로 가지않고 공기 중에 퍼져나와 </div> <div><br></div> <div>나무향 가득한 서점에 달콤한 향을 더하였다.</div> <div><br></div> <div><br></div> <div>코코아를 기다리던중 문득 바라본 테이블에는</div> <div><br></div> <div>가지런히 꽂혀있는 십수권의 책들이 자기를 바라봐 달라고 침묵의 아우성을 보냈다.</div> <div><br></div> <div>눈치가 없는 건지 생각이 없는 건지 나는 가장 가까운 곳으로 손가락을 뻗었고</div> <div><br></div> <div>이윽고 한 녀석의 머리를 살며시 기울여 동료들로부터 꺼내 내 앞으로 가져왔다.</div> <div><br></div> <div>그 책은 슬프게도 붉은 책갈피가 전(前) 독자의 관심이 멈춰버린 곳에 시간과 함께 정지해있었다.</div> <div><br></div> <div>내가 그 시간을 다시 작동 시켰을 때 그 책은 내게 하고싶었던 그러나 침묵할 수 밖에 없었던</div> <div><br></div> <div>많은 속내를 털어 놓기 시작했다.</div> <div><br></div> <div>"프랑스...... 문학..... 누구누구... 편지쓰기 좋아하는.... 시대를 반영하는 문학이 되어버린... 그의 편지들....</div> <div> 그러나..... 편지쓰기를 좋아한 그는........죽기 전...... 유언.....</div> <div>'천통의 편지보다...더욱 의미있는 것.... 한시간의 만남'............"</div> <div><br></div> <div>사계절이 지나 내 기억도 그 들과 같이 희미해져 완전한 문장은 기억나지 않지만</div> <div>저 의미로 한 단락이 마무리 되는 걸 읽었다.</div> <div><br></div> <div>때마침 울리던 친구의 전화로 그 책의 시간은 다시 그곳에서 멈추었다. </div> <div><br></div> <div>기억을 아무리 더듬어 봐도 무슨 책이였는지 그 책을 둘러싼 양피지는 무슨 색이였는지 조차 기억나지 않는다.</div> <div><br></div> <div>혹시나 그 곳에 가면 다시 그 책을 볼 수 있지 않을까 하며 </div> <div><br></div> <div>먼 길 다녀왔지만 이미 그곳은 허물어져 더이상 존재하지 않게 되었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혹시 당신은 제가 무슨 책을 읽었었는지 아시겠나요?</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