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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시물ID : readers_29697
    작성자 : 내시랑진기
    추천 : 6
    조회수 : 280
    IP : 175.223.***.34
    댓글 : 2개
    등록시간 : 2017/09/18 10:44:41
    http://todayhumor.com/?readers_29697 모바일
    단편) 길들여진
    씀 이란 어플로 주제를 배정받고 짧은 글을 써봤어요.
    오유에도 올려보아용.




    쇠창살 밖 세상은 어땠던가 생각이 나지 않는다.
    내 목은 매어있고, 눈은 생기를 잃었으며, 뒷 다린 주저앉은 채로 일어나질 못한다.
    죽기 위해 사는 모양새다. 나는 알 수 있었다. 내 몸은 쇠약해지고 있고 다가오는 죽음이란 그늘이 어떨 땐 목을 조르고 있는 것처럼 괴롭다가도 또 어떨 땐 그 옛날 어미의 품속으로 파고드는 것마냥 포근하다는 것을 말이다. 죽음을 받아들이고자 털썩 몸져눕고 서서히 눈을 감을 때쯤이면 나는 그날의 일들이 단편처럼 머릿속을 휘젓고 지나간다. 이 것은 내 지난날의 회고록이다. 나는 갈색의 윤기 나는 털을 가진 개였으며 너는 항상 네 눈을 향해 올려다보는 나를 위해 눈을 맞춰 줄 줄 아는 어린아이였다. 나는 너의 입을 핥는 것을 좋아했고 네가 내 목을 만져주는 것을 좋아했고 네가 나를 부르는 것을 좋아했고 너와 산책하는 것을 좋아했다. 그 밖에도 가끔 던져주는 커다란 돼지뼈나 네 냄새가 가득했던 신발이라던지 혹은 너와 함께하는 시간 그 모든 게 내겐 빛나던 영광과도 같았다. 아! 그렇다고 하더라도 너를 기다리고 있는 인고의 시간은 결코 좋았다고만 하지 않겠다. 너는 내게 행복이었지만 동시에 외로움이었으니까 말이다. 나는 너를 그리며 앓았다.
    네 자체가 내 세상이었고 너를 따르는 것이 우주적인 책임같이 느껴졌다. 부디 너도 그런 나를 알아줬음 하는 기대가 있었다는 걸 굳이 숨기지는 않겠다. 아아 허나 네게 이런 마음을 전하기에 개인 나의 수단이란 것은 꼬리를 흔드는 것 정도로 단조로웠고 헥헥거리는 내 입은 짐승에 불과했다.
    내가 너로 부르는 인간아. 너는 각인이라는 것을 아니?
    너의 삶에 나는 발바닥 사이로 삐져나온 털처럼 작은 조각이었다고 하더라도 너는 내게 온몸을 뒤덮은 털가죽처럼 전부였단다. 네가 날 떠난 뒤 나는 가죽 잃은 개가 되었지만 너는 귀찮은 발바닥 털이 잘려나간 것이겠지. 나는 아직 젊고 팔팔한 너와 달리 노쇠하고 병들었다. 윤기 나는 갈색 털은 희끗희끗한 힌털이 자라나기 시작했고 푸석하고 여기저기 뭉쳐서는 이게 개인지 털 덩어린지 모르게 되었더구나.
    나는 이리도 네 손을 타던 귀찮은 개였구나. 언제 한 번은 날 떠난 너를 원망도 했단다. 허나 이제는 잘 알겠다. 나는 너를 떠나선 살 수 없는 귀찮은 짐승이었고 너는 날 떠난 이후에도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인간이라는 사실을 말이다. 이제는 아이가 아니게 되어버린 아이야. 내게서 젊음을 빼앗고 더불어 너와 함께 할 수 있는 시간을 앗아간 세월이란 녀석이 참으로 야속하구나. 너를 온전하게 원망하지 못하게끔 길들여진 내게 남은 건 체념뿐이다.
    아이야. 내가 정말 생을 바쳐 사랑했던 너야. 내겐 이제 정말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나는 곧 죽어도 이상하지 않을 만큼 뼈와 가죽만 남았단다. 좁은 철창에 갇혀 짐승 냄새를 풀풀 풍기는 흉측한 몰골이 되었지. 이런 내가 다시 이전처럼 사랑받길 원한다면 그건 내 욕심이겠구나. 하지만 말이다. 죽기 직전 단 한 번의 욕심을 부려본다면 나는 너와 다시 한번만 네 냄새를 맡고 너와 눈 마주치고 싶구나.

    이 것은 내 지난 날의 길들여진 나와 길들여 버린 너에대한 그리움을 담은 회고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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