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v>2000. 2. 18. 날씨 맑음. 기분쾌청. <br>아무라도(ANYBOY:SOMEBODY:NOBODY) 사랑할수 있을것 같음.<br>후련해진 가슴 한구석, 머리에 남은것은 익살뿐. </div> <div> </div> <div>....</div> <div> </div> <div>놀랍다.</div> <div>내 컴퓨터 하드에 씌여있는 17년전의 메모가..... </div> <div> </div> <div>"입속의 검은 잎"</div> <div>입과 잎의 절묘한 배치.</div> <div>기형도는 계산된 언어의 나열을 의도했을까?    (다뎀벼)<br>---------------------------------------------------------------</div> <div> </div> <div>입속의 검은 잎 - 기형도 -</div> <div><br>택시운전사는 어두운 창밖으로 고개를 내밀어 <br>이따끔 고함을 친다, 그때마다 새들이 날아간다 <br>이 곳은 처음 지나는 벌판과 황혼, <br>나는 한 번도 만난 적 없는 그를 생각한다. </div> <div> </div> <div>그 일이 터졌을 때 나는 먼 지방에 있었다. <br>먼지의 방에서 책을 읽고 있었다. <br>문을 열면 벌판에는 안개가 자욱했다. <br>그 해 여름 땅바닥은 책과 검은 잎들을 질질 끌고 다녔다. <br>접힌 옷가지를 펼칠 때마다 흰 연기가 튀어나왔다. <br>침묵은 하인에게 어울린다고 그는 썼다. <br>나는 그의 얼굴을 한 번 본 적이 있다. <br>신문에서였는데 고개를 조금 숙이고 있었다. <br>그리고 그 일이 터졌다, 얼마 후 그가 죽었다. </div> <div> </div> <div>그의 장례식은 거센 비바람으로 온통 번들거렸다. <br>죽은 그를 실은 차는 참을 수 없이 느릿느릿 나아갔다. <br>사람들은 장례식 행렬에 악착같이 매달렸고 <br>백색의 차량 가득 검은 잎들은 나부꼈다. <br>나의 혀는 천천히 굳어갔다. 그의 어린 아들은 <br>잎들의 포위를 견디다 못해 울음을 터뜨렸다. <br>그 해 여름 많은 사람들이 무더기로 없어졌고 <br>놀란 자의 침묵 앞에 불쑥 불쑥 나타났다. <br>망자의 혀가 거리에 흘러넘쳤다. <br>택시운전사는 이따금 뒤를 돌아다본다. <br>나는 저 운전사를 믿지 못한다. 공포에 질려 <br>나는 더듬거린다, 그는 죽은 사람이다. <br>그 때문에 얼마나 많은 장례식들이 숨죽여야 했던가 <br>그렇다면 그는 누구인가, 내가 가는 곳은 어디인가 <br>나는 더 이상 대답하지 않으면 안된다. 어디서 <br>그 일이 터질지 아무도 모른다, 어디든지 <br>가까운 지방으로 나는 가야 하는 것이다. <br>이곳은 처음 지나는 벌판과 황혼, <br></di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