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v><font size="2">기형도를 평하기를....</font></div> <div><font size="2"></font> </div> <div><font size="2">"그는 자신이 쓴 시를 대부분 외우고 있었는데 길을 걷거나 차를 마실 때 시를 하나씩 외워 보이면서 묻곤 했다. 듣는 사람의 의견에 따라 고치는 일은 드물었지만. 그의 이야기를 듣다보면 그 시가 아주 익숙한 것으로, 심지어는 듣는 사람이 자신이 쓴 구절로 착각하게 하는 경우도 있었다. 자신의 시에 대한 완벽한 비평가, 교정자, 낭독자, 창조자였다"(황경신)</font></div> <div><font size="2"></font> </div> <div><font size="2">"도대체 왜그리 일찍 우리 곁을 떠났단 말이오...</font></div> <div><font size="2">아으, 칼국수처럼 풀어지는 어둠......." (다뎀벼)<br>-----------------------------------------------------------------</font></div> <div><font size="2"></font> </div> <div><font size="2"></font> </div> <div><font size="2">폭풍의 언덕 - 기형도 -</font></div> <div><font size="2"></font> </div> <div><br><font size="2">이튿날이 되어도 아버지는 돌아오지 않았다. 아버지는 간유리 같은 밤을 지났다. </font><font size="2">그날 우리들의 언덕에는 몇 백 개의 칼자국을 그으며 미친 바람이 불었다. </font><font size="2">구부러진 핀처럼 웃으며 누이는 긴 팽이 모자를 쓰고 언덕을 넘어갔다. </font><font size="2">어디에서 바람은 불어오는 걸까? 어머니 왜 나는 왼손잡이여요.</font></div> <div><font size="2"></font> </div> <div><font size="2">부엌은 거대한 한 개 스푼이다. 하루종일 나는 문지방 위에 앉아서 지붕 위에서 가파른 예각으로 울고 있는 유지 소리를 구깃구깃 삼켜넣었다. </font><font size="2">어머니가 말했다. 너는 아버지가 끊어버린 한 가닥 실정맥이야.</font></div> <div><font size="2"></font> </div> <div><font size="2">조용히 골동품 속으로 낙하하는 폭풍의 하오. 나는 빨랫줄에서 힘없이 떨어지는 아버지의 런닝셔츠가 흙투성이가 되어 어디만큼 날아가는가를 두 눈 부릅뜨고 헤아려 보았다. 공중에서 휙휙 솟구치는 수천 개 주사 바늘. 그리고 나서 저녁 무렵 땅거미 한겹의 무게를 데리고 누이는 뽀쁠린 치마 가득 삘기의 푸른 즙액을 물들인 채 절룩거리며 돌아오는 것이다.</font></div> <div><font size="2"></font> </div> <div><font size="2">아으, 칼국수처럼 풀어지는 어둠! 암흑 속에서 하얗게 드러나는 집.</font></div> <div><font size="2"></font> </div> <div><font size="2">이 불끈거리는 예감은 무엇일까. 나는 헝겊 같은 배를 접으며 이 악물고 언덕에 섰다. 그리하여 풀더미의 칼집 속에 하체를 담그고 자정 가까이 걸어갔을 때 나는 성냥개비 같은 내 오른팔 끝에서 은빛으로 빛나는 무서운 섬광을 보았다. 바람이여, 언덕 가득 이 수천장 손수건을 찢어 날리는 광포한 바람이여. 이제야 나는 어디에서 네가 불어오는지 알 것 같았다.</font></div> <div><font size="2"></font> </div> <div><font size="2">오, 그리하여 수염투성이의 바람에 피투성이가 되어 내려오는 언덕에서 보았던 나의 어머니가 왜 그토록 가늘은 유리막대처럼 위태로운 모습이었는지를.</font></div> <div><font size="2"></font> </div> <div><font size="2">다음날이 되어도 아버지는 돌아오지 않았다. 그리고 그날 이후 나는 폭풍의 밤마다 언덕에 오르는 일을 그만 두었다. 무수한 변증의 비명을 지르는 풀잎을 사납게 베어 넘어뜨리며 이제는 내가 떠날 차례였다. </font><br></di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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