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v>우주의 끝이 온다면 어떻게 하지?</div> <div>이 질문을 진지하게 생각해본 것은 약 1조2400억년 전이었다.</div> <div>그 당시, 우주는 분명히 멸망을 향해가고 있었다.</div> <div>우주의 모든 것이 식어버려서 생존을 유지할 에너지가 사라지고 있었던 것이다.</div> <div>나는 이미 극도의 과학 기술을 가진 상태였지만 존재하지 않는 에너지를 생기게 할 수는 없었다.</div> <div>하지만 에너지를 창조하는 것이 유일한 생존의 길이었기에 나는 2천억년이나 우주를 탐험하면서 새로운 과학지식을 추구하였다. </div> <div>블랙홀의 비밀과 웜홀의 존재마저 알아내게 되었다. 다른 평행우주로 통하는 웜홀이나 블랙홀이 있었다면</div> <div>좋았겠지만 그것들은 단지 우리 우주의 다른 부분과 연결되었을 뿐이었다.</div> <div>그리고 에너지를 창조할 방법 역시 없었다. 죽음을 피할 탈출구는 없었다. </div> <div>나는 '죽음과 삶' 에 대한 개념을 송두리째 바꾸어서 내가 죽음을 추구하도록 정신을 개조할까도 생각해 봤지만</div> <div>그건 넓은 의미의 자살일 뿐이었다. 나는 죽고 싶지 않았다. 나는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엄청난 행복감을 느낄 수 있도록</div> <div>스스로를 만들었기 때문에 더욱 그랬다. 체감하는 시간을 300배 가량 느리게 가도록 하여서</div> <div>1조2400억년의 시간을 대략 400조년 정도로 느끼며 충분히 행복하게 살 수 있었지만 이제는 정말로 종말에 다다른 것이다.</div> <div>이 글을 읽는 사람들은 400조년이라는 시간을 어떻게 살 수 있고, 또 그 시간동안 살아서 죽음에 다다를 수 있는지 의아해 할 것이다.</div> <div>그러나 당신들도 청춘일 때는 죽음을 생각지 않고 남의 일로만 치부한다. 하지만 결국 죽게 된다.</div> <div>나도 그와 다르지 않다.</div> <div>하지만 나에겐 마지막 모험이 남아있다. 그것은 바로 우주를 탈출하는 것이다.</div> <div>두 가지 선택권이 있다. 우주에 남는 것, 우주 밖으로 나가는 것.</div> <div>우주 밖에 뭐가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지금은 탈출하는 방법밖에 없다.</div> <div>이 탈출방법은 너무나도 큰 규모의 에너지가 들어갔으며(이로 인해 우주에 응집된 대부분의 에너지가 흩어져서 멸망이 훨씬 가까워졌다.)</div> <div>이 우주에서 나 이외에는 누구도 이해하기 힘든 수준의 과학기술을 통해 준비됐다.</div> <div>그러니 나의 탈출방법을 이해하려거나 눈으로 보려는 시도 대신에,</div> <div>아폴로 11호가 지구를 떠나 달에 착륙했던 그 모습을 상상하면 좋겠다.</div> <div>단지 나의 경우에는 지구가 아니라 우주를 떠나려는 것 뿐이다.</div> <div>이제 탈출까지 10초도 남지 않았다. 이 우주 밖에는 뭐가 있을지 전혀 알 수가 없다.</div> <div>어쩌면 신을 만날지도 모른다. 어쩌면 기억이 사라져버릴지도 모르겠다. 죽을지도 모르겠다. </div> <div>하지만 두려움보다 희열이 소름처럼 돋아나고 있었다.</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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