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v> 훔친 자전거를 타고 내달리던 내 친구는 등을 보며 뒤따라 달리던 나를 돌아보며 소리치듯 말했다.</div> <div> 그리고 나도 소리치며 무언가 답을 했고 우리는 내내 웃고있었다. 16년 전의 기억이다.</div> <div><br></div> <div>그 때 무슨 말을 주고 받았는지 기억나진 않지만 공업도시를 관통하는 강을 가로지른 다리를 건너면서 세차게 페달을 밟던 내 숨소리, 빠르게 지나가는 매케한 매연의 냄새, 친구의 등 너머로 모든것을 붉게 만드는 초저녁의 노을은, 왜인지 아주 그리운 기억으로 남아있다.</div> <div><br></div> <div> 그 날의 우리가 왜 돈이 필요했었는지 기억나지 않는다. 16년전의 우리는 스무살이었는데 돈 몇만원이 필요한 눈앞에 닥친 일이 있었던 것 같다. 그룹사운드 동아리 선배가 일일 전단지 아르바이트 자리를 소개시켜 줬고 무조건 할게요 라고 했다. 지금 생각하면 그럴 필요도 없었는데 고마워요 형, 하면서 굽신댔다. 자전거를 지참해야 하는 일임을 알았고 그 날의 우리는 자전거가 없었다.</div> <div><br></div> <div> 당시 그 대학가에는 훔친 자전거들이 락카범벅이 되어 골목사이에 상당히 많이 세워져 있었다. 기어가 훌륭하지 않은 보급형 자전거는 좀도둑들과 자전거방 주인들의 흥미를 끌 수 없었는지, 아무렇게나 체인없이 널부러져 있었고 그것은 마치 만화방 무협지가 마구잡이로 꼿혀있는 책꼿이를 연상케 했다.</div> <div> 자정쯤 절단기를 들고 만난 우리는 누가 봐도 훔친 자전거입네 하는 은색 락카범벅의 자전거를 두 대 훔쳤고 무안하게도 절단기 조차 필요없었다. 그 순간부터 다음날 저녁 일이 끝날때 까지 나는 소풍전날의 어린이 처럼 들뜬 기분이었던 것 같다. 이른아침 전단지 사무실에서 전단지를 수령후, 수십채의 아파트를 오르락 내리락 하며 온 몸이 땀과 먼지로 범벅이 되었고 아디다스 로고가 새겨진 하얀 티셔츠에 더러운 얼굴자국과 손자국이 덕지덕지 뭍어가던 기억이 난다. </div> <div><br></div> <div> 나는 그 다음 해에 군에 입대하게 되었는데 훈련소의 마지막 행군때 그 기분과 분위기, 전단지 냄새와 팔꿈치아래로 떨어지던 땀의 기억이 마치 어떤 영혼이 내 몸안에 들어오듯 훅 하고 느껴졌던 것 같다.</div> <div><br></div> <div> 자정부터 저녁까지의 그 특별했던 시간동안 기억에 남는것은 이상하게도, 전단지 일을 마치고 보수 4만원이 들어있는 흰 봉투를 주머니에 구겨넣고 페달을 밟으며 우리 동네로 향하던 시간이다. 왜 그 때의 장면이 십수년이 지난 지금 아련하게 남아 있는지는 모르겠다. 그 때 노을이 빛나던 우리가 정말 우리였는지, 혹시 소설이나 영화처럼 가공된, 기억을 미화하는 불순한 무언가가 섞인건 아닌지 싶기도 하다.</div> <div><br></div> <div> 자전거는 도로 가져다 놓지 않았다. 자전거방에 되 팔아 이윤을 챙길 용기도 없었던 것 같다. 지금 생각 해보면 웃기지만 일당 보다 더 많이 받을수 있을거라 생각도 했었지만 무서웠나보다. </div> <div> 강을 가로지르는 다리를 건너 강변으로 내려가 비탈에 세워두고 도망치듯 뛰어 올라갔다. 모든 양심의 무게를 내팽겨친 뒤의 가책보다 더 큰 해방감에 소년처럼 경쾌한 뜀박질이었다.</div> <div> 그 다리를 건널 때 페달을 밟으며 우리가 나누었던 대화. 기억 나진 않지만 불혹으로 터벅터벅 걸어가는 지금의 나에게는 그 때가 내 인생의 가장 뜨거웠던 순간이었다고 생각한다. 지친 몸과는 반대로 넘칠듯 생동하던 무언가가 온몸에 출렁이고 신이 나 있던 시절이다.</div> <div><br></div> <div> 그리고 몇주 뒤 친구는 하사관 지원으로 군 입대를 했고 그 후의 내 생활은 별로 기억나지 않는다.</div> <div> 우리가 다시 만난것은 2005년 내가 군 제대를 하고 한참 뒤 다른 도시에서였다. 친구는 중사로 진급 해 있었고 나는 주간에는 성인게임장에서 90만원의 월급을 받으며 일을 하고, 밤에는 부업으로 스타킹을 다방과 미용학원같은 곳이 방문판매를 하고 있었다. 이후 다시 10여년이 지난 지금 친구와는 더이상 연락되지 않는다.</div> <div><br></div> <div><br></div> <div> 이 기억은 멍청한 2인조의 도둑질이 대한 고백이요 감추고 싶은 치부이겠지만 나에게는 이런 것이다.</div> <div> 스물한살의 내가 훈련소에서 행군할 때, 스물다섯의 내가 방문판매를 하며 노곤해진 다리를 쉬게 하며 음료한캔을 했을 때, 스물일곱의 내가 타국의 허허벌판 위 차량에서 별을 보며 잠들 때, 서른의 내가 제대로 된 직장에 취직후 고향의 부모님집의 내 오래된 침대에 오랜만에 누웠을 때.</div> <div> 그럴 때 자전거 페달을 밟으며 도망치듯 다리를 건너던 우리의 뒷 모습이 훅 하고 떠올려지는. 아련하고 아주 뜨거운, 그리고 더러운 땀냄새와 노을 빛이 뒤섞인 그 기억이 가끔은 아주 그리울 때가 있다. 단단한 유리벽 넘어 그 기억이 있어서, 볼 수는 있지만 더 이상 만질수도 느낄수도 없고 그저 그 기억이 때때로 나를 찾아온다. 그리고 무대의 관객같은 하루를 사는 지금 그 때의 기분을 다시 느끼기 힘들것이라는 생각에 콧등이 시린다.</div> <div> 더 이상 그 시절처럼 무책임해서도 안되고 무엇보다, 페달을 저어 붉은 노을속으로 죽을듯이 날갯짓을 할 수도 없다는 생각도 든다. 슬프게도 지금의 나는 유리벽 속의 그 소년과 다른 사람이다.</div> <div><br></div> <div> 아마도 친구가 했던 말은 존나힘드네, 끝이 안보이네 정도의 말들이었던것 같고 그때의 우리는 아주 활짝 웃고 있었던것은 확실히 기억한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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