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v style="letter-spacing:0pt;"><span lang="en-us" style="font-family:'함초롬바탕';"></span><span></span> </div> <div style="letter-spacing:0pt;"><span>  슬렁대며 걷다보니 어느 새인가 남한산성 입구에 서 있었다</span><span lang="en-us" style="letter-spacing:0pt;font-family:'함초롬바탕';">. </span><span>집을 나서서 이곳까지 지하철을 타고</span><span lang="en-us" style="letter-spacing:0pt;font-family:'함초롬바탕';">, </span><span>버스를 갈아타며 온 두 시간동안 내가 알아채지 못한 도착지를 앞에 두고 멀거니 서 있었다</span><span lang="en-us" style="letter-spacing:0pt;font-family:'함초롬바탕';">. </span><span>막걸리에 취하고 진한 추어탕에 얼큰해진 등산객들 사이에서 초점 없이 걷다가 가람막이 얼기설기 덮인 비닐하우스 두부 집 개 짖는 소리에 픽 웃음이 났다</span><span lang="en-us" style="letter-spacing:0pt;font-family:'함초롬바탕';">. </span><span>순한 개 두 마리가 예쁘니 두부먹고 가야겠다 억지 부리던 네가</span><span lang="en-us" style="letter-spacing:0pt;font-family:'함초롬바탕';">, </span><span>아직 거기 있었다</span><span lang="en-us" style="letter-spacing:0pt;font-family:'함초롬바탕';">.</span></div> <div><span style="font-family:'함초롬바탕';">   </span> <div></div></div> <div style="letter-spacing:0pt;"><span lang="en-us" style="font-family:'함초롬바탕';"></span><span>  처음 너와 등산하던 날</span><span lang="en-us" style="letter-spacing:0pt;font-family:'함초롬바탕';">, </span><span>가타부타 말도 없이 </span><span lang="en-us" style="letter-spacing:0pt;font-family:'함초롬바탕';">5</span><span>호선 끝까지 오라던 문자에 나는 네가 지나가듯 말한 지하철 여행을 하려나보다 싶어 가볍게 마천으로 향했다</span><span lang="en-us" style="letter-spacing:0pt;font-family:'함초롬바탕';">. </span><span>개찰구를 나오라는 연락에 어리둥절해도 왠지 신이 난 네 모습이 기분 좋아 즐거웠다</span><span lang="en-us" style="letter-spacing:0pt;font-family:'함초롬바탕';">. </span><span>그리고 길이 맞긴 한지 의심스러운 깔딱고개를 넘어 산 정상 서문에 도착했을 땐 신발과 바지끝단에서 흙먼지가 풀풀 날렸다</span><span lang="en-us" style="letter-spacing:0pt;font-family:'함초롬바탕';">. </span><span>너보다 잘 걷는 것처럼 보이길 바라서 하늘에 닿은 산꼭대기만 죽어라 보고 걸었던 통에 말할 힘도 없이 고생스러웠다</span><span lang="en-us" style="letter-spacing:0pt;font-family:'함초롬바탕';">. </span><span>하지만 빨갛게 달아오른 얼굴로 내 돈을 빼앗아 무인 아이스박스에서 막대 아이스크림 두 개를 골라 들고 오는 너는 그냥 너무 예뻤다</span><span lang="en-us" style="letter-spacing:0pt;font-family:'함초롬바탕';">.</span></div> <div style="letter-spacing:0pt;"><span lang="en-us" style="font-family:'함초롬바탕';"></span><span>  느긋하게 앉아 바람 쏘일 새도 없이 꾀죄죄한 나를 끌고 하산한 너는 여전히 신이 나서 저녁을 사 주겠다 시장으로 들어갔다</span><span lang="en-us" style="letter-spacing:0pt;font-family:'함초롬바탕';">. </span><span>재래시장을 걸어 붐비는 가게로 쑥 들어가 익숙하게 자리 잡고 곱창볶음에 소주하나를 시켰다</span><span lang="en-us" style="letter-spacing:0pt;font-family:'함초롬바탕';">. </span><span>나는 흙먼지를 뒤집어 쓴 너도</span><span lang="en-us" style="letter-spacing:0pt;font-family:'함초롬바탕';">, </span><span>옆 테이블 사람과 등이 맞닿는 곱창 집에 앉은 너도</span><span lang="en-us" style="letter-spacing:0pt;font-family:'함초롬바탕';">, </span><span>그날 처음 보았다</span><span lang="en-us" style="letter-spacing:0pt;font-family:'함초롬바탕';">. </span><span>우리 만난 지 일 년쯤 된 그날 </span><span lang="en-us" style="letter-spacing:0pt;font-family:'함초롬바탕';">‘</span><span>나 사실 이런 거 좋아해</span><span lang="en-us" style="letter-spacing:0pt;font-family:'함초롬바탕';">.’ </span><span>내 안색을 살피며 웃는 너를 보며 내가 네 심장 끝에 닿은 듯한 행복감에 너를 사랑한다 연신 고백했고</span><span lang="en-us" style="letter-spacing:0pt;font-family:'함초롬바탕';">, </span><span>낡은 다세대 주택 반 지하 문 앞에서 처음으로 너를 들여보낸 뒤 네 마음이 아프도록 기뻐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못난 얼굴 우그러뜨리며 눈물을 참았었다</span><span lang="en-us" style="letter-spacing:0pt;font-family:'함초롬바탕';">.</span></div> <div><span style="font-family:'함초롬바탕';">   </span> <div></div></div> <div style="letter-spacing:0pt;"><span lang="en-us" style="font-family:'함초롬바탕';"></span><span>  초겨울 오후 </span><span lang="en-us" style="letter-spacing:0pt;font-family:'함초롬바탕';">4</span><span>시</span><span lang="en-us" style="letter-spacing:0pt;font-family:'함초롬바탕';">. </span><span>하산하는 몇몇 등산객들의 우려 섞인 만류를 뒤로하고 깔딱고개를 반쯤 올랐을 때 투둑투둑 소리와 함께 빗방울이 떨어졌다</span><span lang="en-us" style="letter-spacing:0pt;font-family:'함초롬바탕';">. </span><span>걸어온 흙길이 점점이 젖는 것을 가만히 지켜보다가 오를 때보다 느릿하게 길을 내려 걸었다</span><span lang="en-us" style="letter-spacing:0pt;font-family:'함초롬바탕';">. </span><span>무성한 나무에 가려 듬성듬성 떨어지던 빗방울이 빗줄기가 되어 내리자 산은 온통 빗소리와 내 숨소리로만 가득 찼다</span><span lang="en-us" style="letter-spacing:0pt;font-family:'함초롬바탕';">. </span><span>위험한 상황이고 조심히 서둘러 하산해야 하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그 완전한 차단 속에서 목이 메어 움직일 수가 없었다</span><span lang="en-us" style="letter-spacing:0pt;font-family:'함초롬바탕';">. </span><span>순리로운 이별 뒤 몇 달이 지난 등산로 한 편에서 없는 너를 발견하고</span><span lang="en-us" style="letter-spacing:0pt;font-family:'함초롬바탕';">, </span><span>세상에 나뿐인 지금에서야 걱정과 수줍음이 뒤섞인 작은 미소의 너와 네 진심하나가 무척 소중했던 내가 이제 어디에도 없음에 눈물이 났다</span><span lang="en-us" style="letter-spacing:0pt;font-family:'함초롬바탕';">. </span></div> <div style="letter-spacing:0pt;"><span lang="en-us" style="letter-spacing:0pt;font-family:'함초롬바탕';"></span> </div> <div><span lang="en-us" style="font-family:'함초롬바탕';"></span><span>  내가 잊고 아마 너도 잊었을 그때의 발가벗은 우리를 빗물에 흘려 안녕히 보내고 나는 너와 제대로 이별을 했다</span><span lang="en-us" style="letter-spacing:0pt;font-family:'함초롬바탕';">. </span></di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