깡 깡 깡<br><br>뜨겁게 달궈진 쇳덩이를 두들기면 잡생각이 사라진다.<br><br> 비록 몸은 한낮의 열기와 대장간의 열기에 땀이 범벅이지만 마음만은 쇠를 두들기는 소리와 같이 맑고 시원하다.<br><br> 정식기사 시험에서 다리를 다쳐 대장장이 일을 한지 어언 십여년... 그간 실력이 향상된 덕분인지 이제 정식 기사가 된 내 동기들 뿐만 아니라 다른 영지의 기사까지도 내 검을 받기위해 줄을 서서 기다린다.<br><br> 비록 기사는 되지 못했지만 최강의 검을 만들겠다는 다짐 하나로 지내온 시간들을 잠시 회상했다.<br><br> 내 특기는 빠른 발을 이용한 보법과 검술이었다. 견습기사 시절에도 영주님 주관하에 열린 친선 검투에서 공로를 인정 받아 빠른기간내에 정식 기사가 될 수 도 있었다.<br><br> 어느날 영주님의 아들이 나에게 한수 배우러 왔다며 친선 검투를 요청했다. 나는 일개 영주님의 견습기사뿐이라 상대 해주지 못하겠다고 했으나 영주님의 아들은 일을 더 크게 벌려 영주님이 보는 앞에서 친선경기를 하게 만들었다. 여기서 이기면 영주님의 정식기사로 입명해준다는 조건하에 내가 참여하도록 아버지께 졸랐나 보다.<br><br> 과연 나보다 나이는 5살가량 어렸지만 대대로 기사를 배출해온 가문의 아들은 달랐다. 전투의 센스나 검술의 정교함에선 내가 앞서고 있었지만 근본적인 힘과 체력에선 오히려 내가 밀리는 듯 하였다. 장기전으로 끌고 가면 내가 불리해 질것이 뻔하였기에 특기인 빠른발을 이용하여 상대를 압박했다.<br><br> 몇번의 합끝에 이번 검로에서 제압할수 있을거란 생각이 들어 최후의 일격을 날릴때였다. 영주님의 아들의 검에서 푸른빛이 감돌며 내 검을 베고 내 다리마져 앗아갔다. 아주 잠시였지만 분명 그것은 강철도 벨수 있다는 검의 신비 오러블레이드였다. 체 20이 안된 나이에 이정도 경지에 오른것은 대단한 재능이라 할수있다. 그리고 그 재능의 희생양이 된게 바로 그때의 나 였을뿐...<br><br> 다리한쪽 없는 기사라니.. 듣도 보도 못한말이다. 자살할까 생각할 정도로 피폐한 날을 보냈지만 그때 확실히 알게 된 것이 있다. 아무리 검술이 뛰어나도, 매일 빠짐없이 육체의 한계까지 훈련하더라도 마나가 없으면 일반 평기사 밖엔 되지 못한다는것을... 가문특유의 마나 운용 법과 수급법이 그리도 비밀스럽게 전수되고 있는 이유와 그것이 가문을 지키는 힘이란것을...<br> <br> 3달간 치료한 후 영주님의 자비로 지금의 대장간을 차릴만한 막대한 돈을 얻었다. '그때 만약 내 검이 좀 더 좋았다면...' 이라는 미련과 최고의 기사가 될수 없다면 최강의 검을 만들겠다는 의지로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br><br> 깡 깡 깡<br><br> 그간 대장간 일을 하면서 팔근육이 어마어마하게 커졌다. 견습기사 시절에 이러다 죽는거 아닐까 할 정도로 근력운동을 했을때도 이정돈 아니었던걸 보면 어쩌면 그땐 알게 모르게 게으름 피고 있었던 걸 지도 모른다. <br><br> 이번에야 말로 최선을 다해야지 다짐하며 온 정신을 쇳덩이와 망치에 집중한다. 영주님의 아들이 냈던 푸른빛의 검이 다시 뇌리를 스친다. 내 다리, 그리고 내 미래를 빼앗아간 스산한 푸른빛... 뜨겁게 달궈진 붉은 쇳덩이 위로 푸르른 빛이 스며든다. 망치질에 집중할수록 푸른 빛은 달궈진 쇳덩이 안으로 박히는 느낌이다. 어느세 눈앞엔 푸른빛은 사라지고 붉게 달궈진 쇳덩이 만이 남아있었다.<br><br> 깡 깡 깡<br><br> 녹초가 되기 직전에야 칼을 완성 할수있었다. 해질녁 노을을 받아 밝은빛을 내는 상급의 검이 눈앞에 있었다.<br><br> "네 이름은 붉은빛이란 뜻의 glow가 좋겠구나"<br><br> 녀석 역시 맘에 들었는지 가늘게 떨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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