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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시물ID : readers_21326
    작성자 : 세레나
    추천 : 2
    조회수 : 635
    IP : 59.187.***.134
    댓글 : 2개
    등록시간 : 2015/08/14 21:36:24
    http://todayhumor.com/?readers_21326 모바일
    [등신백일장] 소년과 소녀와 바이올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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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 class="바탕글"><span lang="en-us">가입 후 한 번도 온적 없는 책게, 들어오니 나갈수가 없네영! 다들 책게 오세요!(찡긋!)</span></p> <p class="바탕글"><span lang="en-us"><br></span></p> <p class="바탕글"><span lang="en-us"><br></span></p> <p class="바탕글"><span lang="en-us"><font face="맑은 고딕" size="2">#01</font></span></p> <p class="바탕글"> <font face="맑은 고딕" size="2">  </font></p><p></p> <p class="바탕글"><font face="맑은 고딕" size="2">함박눈이 펑펑 내리는 어느 겨울날이었다.</font></p> <p class="바탕글"><font face="맑은 고딕" size="2">밤부터 계속 내려 소복이 쌓인 눈 덕분에 세상은 온통 새하얀 얼음의 나라가 되어버렸다. </font></p> <p class="바탕글"><font face="맑은 고딕" size="2"><br></font></p> <p class="바탕글"><font face="맑은 고딕" size="2">뽀드득-뽀드득-</font></p> <p class="바탕글"><font face="맑은 고딕" size="2"><br></font></p> <p class="바탕글"><font face="맑은 고딕" size="2">창문을 열자 보이는 순백의 광경에 마치 이 세상에는 존재할 리 없는 얼음나라의 주민이라도 된 것 같은 기분이었다. </font></p> <p class="바탕글"><font face="맑은 고딕" size="2">소리마저 새하얗게 변해 눈 속에 파묻혀 버려 주위가 적막하였다. 세상에 홀로 남겨진 것 같은 그 느낌에 소녀는 활짝 웃으며 불어오는 차가운 바람도 상쾌하게 받아들였다. </font></p> <p class="바탕글"><font face="맑은 고딕" size="2">하늘에서 떨어지는 함박눈에도 기분이 좋아 두 손을 벌려 그들을 맞이하였다. 새하얀 눈 조각들은 손의 열기에 녹아 물이 되어버리는 그 순간마저 애처롭고 사랑스러웠다.</font></p> <p class="바탕글"><font face="맑은 고딕" size="2"><br></font></p> <p class="바탕글"><font face="맑은 고딕" size="2">뽀드득-뽀드득-</font></p> <p class="바탕글"><font face="맑은 고딕" size="2"><br></font></p> <p class="바탕글"><font face="맑은 고딕" size="2">한 걸음 한 걸음, 발을 내딛을 때마다 자신의 존재를 증명이라도 하듯이 깨끗한 길에 하나 둘, 자신의 자국이 남는다. </font></p> <p class="바탕글"><font face="맑은 고딕" size="2">오늘은 기분이 굉장히 좋았다. </font></p> <p class="바탕글"><font face="맑은 고딕" size="2">어깨 위로 느껴지는 케이스도 오늘따라 전혀 무겁지 않았다. 지금 이 기분이라면 어제 애를 먹었던 곡도 쉽게 연주 할 수 있을 것만 같았다.</font></p> <p class="바탕글"><font face="맑은 고딕" size="2"><br></font></p> <p class="바탕글"><font face="맑은 고딕" size="2">달칵-</font></p> <p class="바탕글"><font face="맑은 고딕" size="2"><br></font></p> <p class="바탕글"><font face="맑은 고딕" size="2">케이스를 열자 부드러운 갈색 빛의 고급스러운 바이올린이 그 모습을 드러내었다.</font></p> <p class="바탕글"><span lang="en-us"><font face="맑은 고딕" size="2"><br></font></span></p> <p class="바탕글"><span lang="en-us"><font face="맑은 고딕" size="2">“안녕? 좋은 아침.”</font></span></p> <p class="바탕글"><font face="맑은 고딕" size="2"><br></font></p> <p class="바탕글"><font face="맑은 고딕" size="2">새벽의 공기를 깊게 들이마시며 소녀는 바이올린을 어깨에 걸쳤다. </font></p> <p class="바탕글"><font face="맑은 고딕" size="2">쇼팽의 야상곡(nocturn)9의 2번.</font></p> <p class="바탕글"><font face="맑은 고딕" size="2">소녀가 바이올린을 든 순간 아무도 다니지 않는 한적한 순백의 길거리는 무대가 된다.</font></p> <p class="바탕글"> <font face="맑은 고딕" size="2">  </font></p><p></p> <p class="바탕글"> <font face="맑은 고딕" size="2">  </font></p><p></p> <p class="바탕글"><span lang="en-us"><font face="맑은 고딕" size="2">#02</font></span></p> <p class="바탕글"> <font face="맑은 고딕" size="2">  </font></p><p></p> <p class="바탕글"><font face="맑은 고딕" size="2">인생사 새옹지마(塞翁之馬)라고 했던가. 좋은 일도 있다면 나쁜 일도 있는 법이었다.</font></p> <p class="바탕글"> <font face="맑은 고딕" size="2">  </font></p><p></p> <p class="바탕글"><span lang="en-us"><font face="맑은 고딕" size="2">164/338</font></span></p> <p class="바탕글"> <font face="맑은 고딕" size="2">  </font></p><p></p> <p class="바탕글"><font face="맑은 고딕" size="2">한 달 전에 치룬 모의고사의 성적표가 오늘 게시판 앞에 순위대로 붙여져 있었다. </font></p> <p class="바탕글"><font face="맑은 고딕" size="2">이런 행위는 철저하게 학생의 인권을 무시하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지만 이 동네에서 콧대 높기로 소문난 사립 고등학교가 학생들의 인권을 일일이 생각해 줄 리가 없었다.</font></p> <p class="바탕글"><font face="맑은 고딕" size="2">소녀는 그저 한숨을 내쉬고 다시 한 번 자신의 이름을 찾아 점수를 바라본다. </font></p> <p class="바탕글"><font face="맑은 고딕" size="2">자신이 의사가 되기를 희망하시는 부모님의 얼굴이 떠올랐다. </font></p> <p class="바탕글"><font face="맑은 고딕" size="2">등 뒤의 바이올린 케이스가 무겁게 느껴졌다.</font></p> <p class="바탕글"> <font face="맑은 고딕" size="2">  </font></p><p></p> <p class="바탕글"> <font face="맑은 고딕" size="2">  </font></p><p></p> <p class="바탕글"><span lang="en-us"><font face="맑은 고딕" size="2">#03</font></span></p> <p class="바탕글"> <font face="맑은 고딕" size="2">  </font></p><p></p> <p class="바탕글"><font face="맑은 고딕" size="2">저벅저벅-</font></p> <p class="바탕글"><font face="맑은 고딕" size="2"><br></font></p> <p class="바탕글"><font face="맑은 고딕" size="2">아무도 없는 복도에 소녀의 발소리가 크게 울려 퍼졌다. 아니, 정확히는 창 밖에서 아이들의 떠들썩한 목소리가 들려왔지만 그녀에게 들리는 것은 오직 자신의 무거운 발소리뿐이었다. </font></p> <p class="바탕글"><font face="맑은 고딕" size="2">발소리가 자신의 심정을 대변하듯 한 걸음 한 걸음 걸을때마다 나는 소리가 가슴을 철렁거리게 만들었다.</font></p> <p class="바탕글"><font face="맑은 고딕" size="2">머릿속이 복잡했다.</font></p> <p class="바탕글"><font face="맑은 고딕" size="2">잔뜩 틀리긴 했어도 아침에 녹턴을 연주했을 때는 정말 세상을 다 가진 것처럼 기쁘고 즐거웠었는데…….</font></p> <p class="바탕글"><font face="맑은 고딕" size="2">사춘기 여자아이의 기분은 롤러코스터를 탄 것처럼 하루에도 몇 번씩 위아래로 정신없이 올라갔다 떨어진다고 했던가? 지금의 자신이 딱 그런 꼴이었다. </font></p> <p class="바탕글"><font face="맑은 고딕" size="2">부모님께 성적표를 보여드릴 생각에 걱정이 물밀 듯이 밀려왔다. 어깨가 저절로 축 쳐졌다.</font></p> <p class="바탕글"><span lang="en-us"><font face="맑은 고딕" size="2"><br></font></span></p> <p class="바탕글"><span lang="en-us"><font face="맑은 고딕" size="2">“……?”</font></span></p> <p class="바탕글"><font face="맑은 고딕" size="2"><br></font></p> <p class="바탕글"><font face="맑은 고딕" size="2">처음에는 작은 소리였다. 못 듣고 지나칠 만큼 작은 소리는 이제 바이올린 부실로 다가갈수록 점점 커지고 있었다. 바이올린 소리였다. 누군가 부실에서 바이올린을 키고 있었다.</font></p> <p class="바탕글"><font face="맑은 고딕" size="2">이렇게 이른 시간에 부실에 들리는 것은 자신 밖에 없는데 도대체 누구란 말인가?</font></p> <p class="바탕글"><font face="맑은 고딕" size="2">그러나 스스로의 질문에 대답하기에는 들려오는 바이올린 소리가 너무나도 매혹적이었다. 소녀는 무언가에 홀린 것 같은 표정으로 그저 소리만을 쫓아 부실을 향해 걸어갔다. 아니, 거의 뛰었다고 하는 게 적당한 표현이었다. </font></p> <p class="바탕글"><font face="맑은 고딕" size="2">비발디의 바이올린 협주곡 사계 중 봄.</font></p> <p class="바탕글"><font face="맑은 고딕" size="2">흠잡을 데 없는 뛰어난 솜씨였다. </font></p> <p class="바탕글"><font face="맑은 고딕" size="2">지금 여기서 문을 열고 들어가면 이 소리를 들을 수 없겠지, 라는 생각에 소녀는 잠시 밖에서 경청하였다. 그러다 문득 자신도 저 소리를 내고 싶다는 충동이 들었다. </font></p> <p class="바탕글"><font face="맑은 고딕" size="2">저렇게 아름다운 곡과 같이 연주한다면…….</font></p> <p class="바탕글"><font face="맑은 고딕" size="2"><br></font></p> <p class="바탕글"><font face="맑은 고딕" size="2">달칵-</font></p> <p class="바탕글"><font face="맑은 고딕" size="2"><br></font></p> <p class="바탕글"><font face="맑은 고딕" size="2">봄의 악보는 이미 머릿속에 다 외우고 있었기 때문에 특별히 어디서부터 끼어들어야 할지 고민할 필요는 없었다. 마치 기다렸다는 것처럼, 자연스럽게. 소녀는 그 특별한 곡의 연주에 합세하였다.</font></p> <p class="바탕글"><font face="맑은 고딕" size="2">같이 연주하면서 소녀는 이 곡을 연주하는 자가 굉장히 빠른 템포로 손을 놀리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이 정도 속도와 기교. 자신 같은 아마추어는 도저히 따라갈 수 없을 정도였다. 절정으로 비브라토가 나올 때에는 소녀는 그저 그 연주의 보조만을 간신히 맞춰줄 뿐, 그 이상은 할 수가 없었다.</font></p> <p class="바탕글"><font face="맑은 고딕" size="2">마침내 연주가 막을 내렸을 때 소녀는 부실 문을 벌컥 열었다.</font></p> <p class="바탕글"><font face="맑은 고딕" size="2">보고 싶었다. </font></p> <p class="바탕글"><font face="맑은 고딕" size="2">이 정도의 연주를 할 수 있는 사람이 우리 학교에 있었다니! 누구인지 확인하여 그 얼굴을 알고 싶었다.</font></p> <p class="바탕글"><font face="맑은 고딕" size="2">소녀는 가슴이 두근거려서 견딜 수가 없었다.</font></p> <p class="바탕글"><font face="맑은 고딕" size="2">마침 그 시간에는 해가 떠오르고 있었다. </font></p> <p class="바탕글"><font face="맑은 고딕" size="2">눈이 내리는 하늘사이로 내려오는 햇살이 부실의 창문을 뚫고 들어와 바닥에 빛의 파편을 그려내었다. 그리고 그 빛의 조각들의 한 가운데에 그가 서 있었다.</font></p> <p class="바탕글"><font face="맑은 고딕" size="2">밤처럼 까만 머리칼과 그와 같은 새까만 눈을 가진 소년이었다.</font></p> <p class="바탕글"><font face="맑은 고딕" size="2">처음 보는 그 학생의 모습에 소녀는 가만히 넋을 잃고 소년을 바라만 보았다.</font></p> <p class="바탕글"><span lang="en-us"><font face="맑은 고딕" size="2"><br></font></span></p> <p class="바탕글"><span lang="en-us"><font face="맑은 고딕" size="2">‘저런 학생이 우리 학교에 있었었나?’</font></span></p> <p class="바탕글"><font face="맑은 고딕" size="2"><br></font></p> <p class="바탕글"><font face="맑은 고딕" size="2">같은 반 동급생의 얼굴도 다 알지 못하는 그녀는 곧 무의미한 생각을 했다는 것을 깨닫고는 자신의 생각을 지워버리곤 소년의 얼굴을 천천히 뜯어보았다.</font></p> <p class="바탕글"><font face="맑은 고딕" size="2">그는 어려보이는 얼굴에 비해서 마치 모든 것을 알고 있다는 듯한, 오래 산 노인 같은 눈을 가지고 있었다. 그 모습에 그녀는 모순을 느꼈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마침내 소년이 입을 열었다.</font></p> <p class="바탕글"><span lang="en-us"><font face="맑은 고딕" size="2"><br></font></span></p> <p class="바탕글"><span lang="en-us"><font face="맑은 고딕" size="2">“멍청이.”</font></span></p> <p class="바탕글"><span lang="en-us"><font face="맑은 고딕" size="2">“……!”</font></span></p> <p class="바탕글"><font face="맑은 고딕" size="2"><br></font></p> <p class="바탕글"><font face="맑은 고딕" size="2">내심 소년의 말을 기대했던 소녀는 깜짝 놀라서 입을 딱 벌렸다. 지금 그가 자신에게 말한 것이 맞는 것이겠지?</font></p> <p class="바탕글"><font face="맑은 고딕" size="2">소년은 소녀에게 관심도 없다는 듯이 들고 있던 자신의 바이올린을 챙겨 넣고는 소녀에게 다가왔다. </font></p> <p class="바탕글"><span lang="en-us"><font face="맑은 고딕" size="2"><br></font></span></p> <p class="바탕글"><span lang="en-us"><font face="맑은 고딕" size="2">“넌 비브라토도 제대로 못하냐.” (비브라토 : 음악 연주에서 목소리나 악기의 소리를 떨리게 하는 기교)</font></span></p> <p class="바탕글"><font face="맑은 고딕" size="2"><br></font></p> <p class="바탕글"><font face="맑은 고딕" size="2">화끈거리며 소녀의 얼굴이 붉어졌다.</font></p> <p class="바탕글"><font face="맑은 고딕" size="2">부원 중에서 제대로 비브라토를 할 줄 아는 사람이 없기는 했지만 소녀는 작년 겨울방학 때부터 비브라토를 연습해왔었다. 그러나 제대로 성공해 본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그 만큼 시간을 들였는데도 못한다며 내심 자책하고 있었는데 아픈 부분을 정통으로 직격 당했다.</font></p> <p class="바탕글"><font face="맑은 고딕" size="2">고개를 숙인 소녀를 잠시 바라보던 소년은 그녀를 지나치며 지나가듯이 툭 내뱉었다.</font></p> <p class="바탕글"><span lang="en-us"><font face="맑은 고딕" size="2"><br></font></span></p> <p class="바탕글"><span lang="en-us"><font face="맑은 고딕" size="2">“바이올린 끝을 벽에다 대고 연습해봐.”</font></span></p> <p class="바탕글"><span lang="en-us"><font face="맑은 고딕" size="2">“뭐……?”</font></span></p> <p class="바탕글"><font face="맑은 고딕" size="2"><br></font></p> <p class="바탕글"><font face="맑은 고딕" size="2">뒤늦게 고개를 돌렸지만 소년은 이미 나가버린 뒤였다. 붙잡아서 이름이라도 물어 볼까 생각했지만 멍청이라는 소리를 들어서일까. 쪽팔려서 붙잡고 싶은 마음은 없었다. </font></p> <p class="바탕글"><span lang="en-us"><font face="맑은 고딕" size="2"><br></font></span></p> <p class="바탕글"><span lang="en-us"><font face="맑은 고딕" size="2">“…….”</font></span></p> <p class="바탕글"><font face="맑은 고딕" size="2"><br></font></p> <p class="바탕글"><font face="맑은 고딕" size="2">소녀는 다시 바이올린을 들어 그 끝을 벽에다 갖다 대었다. </font></p> <p class="바탕글"><font face="맑은 고딕" size="2">소녀는 곧 바이올린과 자신만이 있는 그녀만의 세계로 돌아갔다.</font></p> <p class="바탕글"><font face="맑은 고딕" size="2"><br></font></p> <p class="바탕글"> <font face="맑은 고딕" size="2">  </font></p><p></p> <p class="바탕글"><span lang="en-us"><font face="맑은 고딕" size="2">#04</font></span></p> <p class="바탕글"> <font face="맑은 고딕" size="2">  </font></p><p></p> <p class="바탕글"><font face="맑은 고딕" size="2">소녀는 올해 고등학교 3학년생이다. </font></p> <p class="바탕글"><font face="맑은 고딕" size="2">대한민국의 흔하디 흔한 수험생들처럼 소녀도 수능을 치룰 준비를 해야지 정상이겠지만 지금 소녀는 자신 만의 작은 세계에서 가상의 바이올린을 연주하고 있었다. </font></p> <p class="바탕글"><font face="맑은 고딕" size="2">소년의 조언대로 바이올린의 끝을 벽에다 대고 하자 비브라토가 훨씬 쉽게 되었다. 조금만 더 연습하면 끝을 벽에서 떼고 할 수도 있을 것 같았다. 그런 생각이 들자 아침에 봤던 모의고사 성적 같은 건 까맣게 잊어버릴 수 있었다. 다시 기분이 좋아졌다.</font></p> <p class="바탕글"><font face="맑은 고딕" size="2">쉬는 시간이라서 그런지 아이들은 왁자지껄하게 떠들고 있었다. 3월이 다가오는데 함박눈이 내린다느니 수능을 볼 생각을 하니 걱정이 된다느니……. </font></p> <p class="바탕글"><font face="맑은 고딕" size="2">그러나 지금 자신만의 세계에 있는 소녀에게 그 소리가 들릴 리가 없었다. 그래서 누군가가 바로 옆에서 말을 걸어도 바로 대답을 할 수가 없었다.</font></p> <p class="바탕글"><span lang="en-us"><font face="맑은 고딕" size="2"><br></font></span></p> <p class="바탕글"><span lang="en-us"><font face="맑은 고딕" size="2">“얘! 사람이 말을 하면 좀 들어야 하는 게 예의 아니니?!”</font></span></p> <p class="바탕글"><font face="맑은 고딕" size="2"><br></font></p> <p class="바탕글"><font face="맑은 고딕" size="2">버럭 질러오는 고음에 소녀는 깜짝 놀라 옆을 바라보았다. 짧은 단발에 둥근 안경. …아, 자신과 같은 바이올린 부의 아이다. </font></p> <p class="바탕글"><font face="맑은 고딕" size="2">소녀가 자신을 무시했다고 생각하는지 그 아이는 찌푸린 얼굴로-그러나 다른 아이들에 비하면 제법 상냥하게 소녀에게 종이 하나를 건네주었다.</font></p> <p class="바탕글"><span lang="en-us"><font face="맑은 고딕" size="2">“부장의 전달사항이야. 아침에 회의 좀 빼먹지 말아 줄래? 너 때문에 매일 내가 이런 걸 일일이 너에게 전해야 하잖아. 그리고 이건 부원 모두 참가하는 거라 자동으로 신청이 다 되어 있는 거니까 절대 빠지지 마.”</font></span></p> <p class="바탕글"><span lang="en-us"><font face="맑은 고딕" size="2"><br></font></span></p> <p class="바탕글"><span lang="en-us"><font face="맑은 고딕" size="2">“…고마워.”</font></span></p> <p class="바탕글"><font face="맑은 고딕" size="2"><br></font></p> <p class="바탕글"><font face="맑은 고딕" size="2">작은 목소리라 들렸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아무튼 소녀는 그녀에게 감사해했다. </font></p> <p class="바탕글"><font face="맑은 고딕" size="2">아침 회의…….</font></p> <p class="바탕글"><font face="맑은 고딕" size="2">회의 자체를 싫어하는 건 아니었지만 그녀는 많은 사람들이 있는 곳을 싫어하였다. 자신을 보며 수군거리는 목소리, 시선, 비웃음, 눈동자. 남들이 자신의 가치를 재고 있다는 또 그것이 스스로의 착각일지도 모르는데 과잉반응 해버리는 자신의 한심함까지 포함하여 그 모든 것들을 그녀는 견딜 수가 없었다. </font></p> <p class="바탕글"> <font face="맑은 고딕" size="2">  </font></p><p></p> <p class="바탕글"><span lang="en-us"><font face="맑은 고딕" size="2">[부모를 닮아 똑똑한 아이가 될 거에요!]</font></span></p> <p class="바탕글"><span lang="en-us"><font face="맑은 고딕" size="2">[눈에 총기가 있는데? 공부는 역시 잘 하겠지?]</font></span></p> <p class="바탕글"> <font face="맑은 고딕" size="2">  </font></p><p></p> <p class="바탕글"><span lang="en-us"><font face="맑은 고딕" size="2">“…….”</font></span></p> <p class="바탕글"><font face="맑은 고딕" size="2"><br></font></p> <p class="바탕글"><font face="맑은 고딕" size="2">그래서 그녀는 그 자리를 피하였다. 되도록 남들의 눈에 띄지 않고, 조용히 파도가 지나가길 기다릴 뿐이었다. </font></p> <p class="바탕글"><font face="맑은 고딕" size="2">지시사항을 전달한 아이는 투덜거리면서 자신의 자리로 돌아갔다. </font></p> <p class="바탕글"><font face="맑은 고딕" size="2">그 아이에게 미안한 감정을 느끼며 소녀는 자신의 손안에서 구겨진, 전달받은 종이로 눈을 돌렸다. </font></p> <p class="바탕글"><font face="맑은 고딕" size="2"><br></font></p> <p class="바탕글"> <font face="맑은 고딕" size="2">  </font></p><p></p> <p class="바탕글"><font face="맑은 고딕" size="2">『전국 청소년 바이올린 연주회』</font></p> <p class="바탕글"><font face="맑은 고딕" size="2"><br></font></p> <p class="바탕글"> <font face="맑은 고딕" size="2">  </font></p><p></p> <p class="바탕글"><font face="맑은 고딕" size="2">소녀도 이름을 알 만큼 제법 큰 대회다.</font></p> <p class="바탕글"><font face="맑은 고딕" size="2">대회는 한 달 후.</font></p> <p class="바탕글"><font face="맑은 고딕" size="2">바이올린 부실에 있으면 이런 대회 참가 전단지가 많이 오지만 정작 소녀는 단 한 번도 이런 곳에 나가 본 적이 없었다. </font></p> <p class="바탕글"><font face="맑은 고딕" size="2">나간다는 생각만으로도 소름이 돋아왔다.</font></p> <p class="바탕글"><font face="맑은 고딕" size="2">많은 사람들이 있겠지. 그리고 자신을 보며 수군거리고 웃고(어쩌면 혀를 차거나) 떠들어댈 것이다. </font></p> <p class="바탕글"><font face="맑은 고딕" size="2">소녀는 구겨진 종이를 책상 서랍 안에 넣었다.</font></p> <p class="바탕글"><span lang="en-us"><font face="맑은 고딕" size="2"><br></font></span></p> <p class="바탕글"><span lang="en-us"><font face="맑은 고딕" size="2">‘나가지 않아.’</font></span></p> <p class="바탕글"><font face="맑은 고딕" size="2"><br></font></p> <p class="바탕글"><font face="맑은 고딕" size="2">소녀는 바이올린을 움켜쥐었다. 이번에는 Caprice in A minor, Op. 1, No. 24. </font></p> <p class="바탕글"><font face="맑은 고딕" size="2">소녀는 다시 자신만의 작은 세계로 돌아갔다.</font></p> <p class="바탕글"> <font face="맑은 고딕" size="2">  </font></p><p></p> <p class="바탕글"> <font face="맑은 고딕" size="2">  </font></p><p></p> <p class="바탕글"><span lang="en-us"><font face="맑은 고딕" size="2">#05 </font></span></p> <p class="바탕글"> <font face="맑은 고딕" size="2">  </font></p><p></p> <p class="바탕글"><font face="맑은 고딕" size="2">소녀는 한 손에는 바이올린 케이스를, 다른 한 손에는 빵을 들고 우물거리며 계단을 올라갔다. </font></p> <p class="바탕글"><font face="맑은 고딕" size="2">옥상으로 올라가자 제일 먼저 눈구름이 갠 푸른 하늘이 눈에 들어왔다. 점심시간, 오후의 날씨는 청명하였다. 손에 묻은 빵가루를 털어내며 소녀는 옥상의 한 가운데의 환풍구 위로 올라갔다. </font></p> <p class="바탕글"><span lang="en-us"><font face="맑은 고딕" size="2">Caprice in A minor, Op. 1, No. 24.</font></span></p> <p class="바탕글"><font face="맑은 고딕" size="2">수업시간 내내 자신의 세계에서 연주했던 곡을 진짜로 연주해 본다. </font></p> <p class="바탕글"><font face="맑은 고딕" size="2">처음에는 바이올린 부실에서 연습을 했지만 가끔 부원들이 와서 그곳에서 밥을 먹으며 수다를 떨었기에 연습하기에 적당한 장소가 되지 못했다.(바이올린 연습을 하고 싶어 바이올린 부에 들었는데 참으로 아이러니한 일이었다.) 그래서 정한 것이 이 학교 옥상. 소녀가 학교에서 가장 마음에 들어 하는 장소였다.</font></p> <p class="바탕글"><font face="맑은 고딕" size="2">조용하고 평화롭고, 아름다운.</font></p> <p class="바탕글"><font face="맑은 고딕" size="2">차가운 바람이 불어와 손을 얼어붙게 했지만 소녀는 멈추지 않고 계속 연주해 나갔다. 사실 손이 추운 줄도 모르고 연주했다. 어깨에서 바이올린을 내려놓았을 때 비로소 손이 얼어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font></p> <p class="바탕글"><span lang="en-us"><font face="맑은 고딕" size="2"><br></font></span></p> <p class="바탕글"><span lang="en-us"><font face="맑은 고딕" size="2">“그건 잘하네.”</font></span></p> <p class="바탕글"><font face="맑은 고딕" size="2"><br></font></p> <p class="바탕글"><font face="맑은 고딕" size="2">갑자기 들려온 소리에 소녀는 고개를 홱 돌렸다.</font></p> <p class="바탕글"><font face="맑은 고딕" size="2">언제부터 와 있었는지 자신의 뒤에는 아까 아침에 봤던 그 소년이 조용히 서 있었다.</font></p> <p class="바탕글"><span lang="en-us"><font face="맑은 고딕" size="2"><br></font></span></p> <p class="바탕글"><span lang="en-us"><font face="맑은 고딕" size="2">“아침보다 훨씬 좋아.”</font></span></p> <p class="바탕글"><span lang="en-us"><font face="맑은 고딕" size="2">“…….”</font></span></p> <p class="바탕글"><font face="맑은 고딕" size="2"><br></font></p> <p class="바탕글"><font face="맑은 고딕" size="2">소년은 소녀가 올라가 있는 넓은 환풍구의 가장자리에 앉았다. 소녀는 언제부터 훔쳐본 거냐고 물어보고 싶었지만 입이 떨어지지가 않았다. 애초에 소녀는 남에게 하고 싶은 말을 다 해본 적이 거의 없었다. </font></p> <p class="바탕글"><font face="맑은 고딕" size="2">그런 소녀의 생각을 알고라도 있는 건지 아니면 찌푸린 그녀의 얼굴에서 하고 싶은 말을 찾아낸 건지, 소년은 소녀의 묵언의 질문에 답해주었다.</font></p> <p class="바탕글"><span lang="en-us"><font face="맑은 고딕" size="2"><br></font></span></p> <p class="바탕글"><span lang="en-us"><font face="맑은 고딕" size="2">“난 네가 오기 전부터 여기 있었어. 낮잠 자고 있었는데 방해한 건 너라고.”</font></span></p> <p class="바탕글"><span lang="en-us"><font face="맑은 고딕" size="2">“…….”</font></span></p> <p class="바탕글"><span lang="en-us"><font face="맑은 고딕" size="2">“나는 요 몇 달간 대회 때문에 해외에 나가 있어서 네가 잘 모르나 본데 여긴 원래 내 비밀장소야.”</font></span></p> <p class="바탕글"><font face="맑은 고딕" size="2"><br></font></p> <p class="바탕글"><font face="맑은 고딕" size="2">소녀는 고개를 돌려 철망 밖 풍경을 바라보았다. 이곳에서는 저 멀리 학교 주변의 정경까지 환히 보였다. 소녀는 이렇게 좋은 장소를 포기하고 싶은 마음이 없었다. 소녀는 조용히 소년을 바라보았다. 소녀의 생각을 이번에도 눈치 챘는지 그는 어깨를 으쓱이며 제안을 걸어왔다.</font></p> <p class="바탕글"><span lang="en-us"><font face="맑은 고딕" size="2"><br></font></span></p> <p class="바탕글"><span lang="en-us"><font face="맑은 고딕" size="2">“네가 여기를 너 외에 아무도 알지 못하는 비밀장소로 두고 조용히 바이올린만 킨다면 있어도 좋아.”</font></span></p> <p class="바탕글"><font face="맑은 고딕" size="2"><br></font></p> <p class="바탕글"><font face="맑은 고딕" size="2">그것은 소녀도 바라는 바였다. 그녀는 고개를 끄덕였다. 원하는 것이 이루어지자 소녀는 다시 소년에게서 등을 돌렸다. 다시 바이올린을 어깨에 올려놓는다. </font></p> <p class="바탕글"><font face="맑은 고딕" size="2">쇼팽의 야상곡(nocturn) No.9.</font></p> <p class="바탕글"><font face="맑은 고딕" size="2">소녀는 다시 자신만의 세계로 돌아왔다.</font></p> <p class="바탕글"><font face="맑은 고딕" size="2">바이올린과 자신만이 존재하는.</font></p> <p class="바탕글"><font face="맑은 고딕" size="2"><br></font></p> <p class="바탕글"> <font face="맑은 고딕" size="2">  </font></p><p></p> <p class="바탕글"><span lang="en-us"><font face="맑은 고딕" size="2">#06</font></span></p> <p class="바탕글"> <font face="맑은 고딕" size="2">  </font></p><p></p> <p class="바탕글"><font face="맑은 고딕" size="2">다음 날도 그 다음날도.</font></p> <p class="바탕글"><font face="맑은 고딕" size="2">소녀는 소년과 옥상에서 마주쳤다.</font></p> <p class="바탕글"><font face="맑은 고딕" size="2">그러나 새벽에 일찍 부실에 가도 그 때처럼 소년의 바이올린 연주곡은 들을 수가 없었다. 소녀는 내심 그것이 아쉬웠다.</font></p> <p class="바탕글"><span lang="en-us"><font face="맑은 고딕" size="2"><br></font></span></p> <p class="바탕글"><span lang="en-us"><font face="맑은 고딕" size="2">“…너 말이야.”</font></span></p> <p class="바탕글"><font face="맑은 고딕" size="2"><br></font></p> <p class="바탕글"><font face="맑은 고딕" size="2">소년과 마주친 지 일주일 째.</font></p> <p class="바탕글"><font face="맑은 고딕" size="2">소녀는 처음으로 소년에게 말을 걸었다.</font></p> <p class="바탕글"><span lang="en-us"><font face="맑은 고딕" size="2"><br></font></span></p> <p class="바탕글"><span lang="en-us"><font face="맑은 고딕" size="2">“어?”</font></span></p> <p class="바탕글"><span lang="en-us"><font face="맑은 고딕" size="2">“바이올린…어디서 연주해?”</font></span></p> <p class="바탕글"><font face="맑은 고딕" size="2"><br></font></p> <p class="바탕글"><font face="맑은 고딕" size="2">듣고 싶었다. 다시 한 번 그 아름다운 곡을 자신의 귀에 담아두고 싶었다.</font></p> <p class="바탕글"><font face="맑은 고딕" size="2">그런 소녀의 생각은 이번에는 모르는 건지 아니면 모르는 척 하는 건지 소년은 퉁명스럽게 대답했다.</font></p> <p class="바탕글"><span lang="en-us"><font face="맑은 고딕" size="2"><br></font></span></p> <p class="바탕글"><span lang="en-us"><font face="맑은 고딕" size="2">“집에서.”</font></span></p> <p class="바탕글"><span lang="en-us"><font face="맑은 고딕" size="2">“…전처럼 부실에선 연주 안 해?”</font></span></p> <p class="바탕글"><font face="맑은 고딕" size="2"><br></font></p> <p class="바탕글"><font face="맑은 고딕" size="2">무슨 생각을 한 건지 소년은 잠시 키득거리며 웃더니 소녀를 바라보았다.</font></p> <p class="바탕글"><span lang="en-us"><font face="맑은 고딕" size="2"><br></font></span></p> <p class="바탕글"><span lang="en-us"><font face="맑은 고딕" size="2">“내가 바이올린 연주하는 걸 듣고 싶어?”</font></span></p> <p class="바탕글"><font face="맑은 고딕" size="2"><br></font></p> <p class="바탕글"><font face="맑은 고딕" size="2">소녀는 바로 고개를 끄덕거렸다. 그러다 너무 열정적으로 고개를 끄덕였다는 생각에 곧 얼굴이 붉어져버렸다. 소년은 그런 소녀를 빤히 보더니 깔깔거리며 웃었다.</font></p> <p class="바탕글"><span lang="en-us"><font face="맑은 고딕" size="2"><br></font></span></p> <p class="바탕글"><span lang="en-us"><font face="맑은 고딕" size="2">“좋아, 네 바이올린 좀 빌려줘.”</font></span></p> <p class="바탕글"><font face="맑은 고딕" size="2"><br></font></p> <p class="바탕글"><font face="맑은 고딕" size="2">무슨 바람이 불었는지 부모님도 못 만지게 하는 자신의 바이올린을 소녀는 순순히 소년에게 넘겨주었다. 그라면 괜찮을 것이다. 내 바이올린도 그가 켜주면 좋아할 것이라고, 소녀는 저도 모르게 그렇게 생각하였다.</font></p> <p class="바탕글"><font face="맑은 고딕" size="2">소녀는 자신의 안목이 틀리지 않았다는 것을, 바로 눈앞에서 목격하였다.</font></p> <p class="바탕글"><font face="맑은 고딕" size="2">시벨리우스 바이올린 협주곡 op.47.</font></p> <p class="바탕글"><font face="맑은 고딕" size="2">소녀의 바이올린은 전에는 내지 않았던, 소녀가 연주했을 때는 들을 수 없었던 음을 내었다. 소녀는 처음으로 자신의 바이올린이 아름다워 보였다. 그리고 그 소리를 이끌어낸 소년이 신기하였다. 존경스러웠다.</font></p> <p class="바탕글"><span lang="en-us"><font face="맑은 고딕" size="2"><br></font></span></p> <p class="바탕글"><span lang="en-us"><font face="맑은 고딕" size="2">“어때?”</font></span></p> <p class="바탕글"><font face="맑은 고딕" size="2"><br></font></p> <p class="바탕글"><font face="맑은 고딕" size="2">연주를 마친 소년이 과장되게 두 팔을 벌리며 장난스레 웃어보였다.</font></p> <p class="바탕글"><span lang="en-us"><font face="맑은 고딕" size="2"><br></font></span></p> <p class="바탕글"><span lang="en-us"><font face="맑은 고딕" size="2">“굉장해!”</font></span></p> <p class="바탕글"><font face="맑은 고딕" size="2"><br></font></p> <p class="바탕글"><font face="맑은 고딕" size="2">소녀는 순수하게 감탄하였다. </font></p> <p class="바탕글"><font face="맑은 고딕" size="2">소년이 그런 소녀를 빤히 바라보았다.</font></p> <p class="바탕글"><span lang="en-us"><font face="맑은 고딕" size="2"><br></font></span></p> <p class="바탕글"><span lang="en-us"><font face="맑은 고딕" size="2">“……어? 왜 그래?”</font></span></p> <p class="바탕글"><font face="맑은 고딕" size="2"><br></font></p> <p class="바탕글"><font face="맑은 고딕" size="2">소녀의 질문에 소년이 피식 웃으며 그녀의 바이올린을 돌려주었다.</font></p> <p class="바탕글"><span lang="en-us"><font face="맑은 고딕" size="2"><br></font></span></p> <p class="바탕글"><span lang="en-us"><font face="맑은 고딕" size="2">“뭐야, 큰소리도 잘 내잖아.”</font></span></p> <p class="바탕글"><span lang="en-us"><font face="맑은 고딕" size="2">“어…어?!”</font></span></p> <p class="바탕글"><font face="맑은 고딕" size="2"><br></font></p> <p class="바탕글"><font face="맑은 고딕" size="2">그 날은 봄을 알리는 신호라도 보내듯이 날씨가 무척이나 포근한 날이었다.</font></p> <p class="바탕글"><font face="맑은 고딕" size="2">따사하게 내리쬐는 햇살아래에서 소녀는 처음으로 자신의 세계에 쉽게 들어갈 수가 없었다.</font></p> <p class="바탕글"><font face="맑은 고딕" size="2">화끈거리는 얼굴을 애써 소년에게서 등을 돌리는 것으로 감추며 소녀는 다시 집중하기 위해 고개를 흔들었다. 그런 소녀의 노력을 아는지 모르는지 소년이 소녀를 바라보며 물었다.</font></p> <p class="바탕글"><span lang="en-us"><font face="맑은 고딕" size="2"><br></font></span></p> <p class="바탕글"><span lang="en-us"><font face="맑은 고딕" size="2">“근데 너, 비브라토는 잘 돼가고 있냐?”</font></span></p> <p class="바탕글"><span lang="en-us"><font face="맑은 고딕" size="2">“…어?”</font></span></p> <p class="바탕글"><span lang="en-us"><font face="맑은 고딕" size="2">“내가 요령 가르쳐 줬잖아. 연습 잘 하고 있냐고.”</font></span></p> <p class="바탕글"><span lang="en-us"><font face="맑은 고딕" size="2">“아…응…….”</font></span></p> <p class="바탕글"><font face="맑은 고딕" size="2"><br></font></p> <p class="바탕글"><font face="맑은 고딕" size="2">최근 소년의 말대로 연습을 꼬박꼬박 하고 있었다. 이젠 조금씩이나마 벽에서 바이올린을 떼고도 비브라토를 할 수가 있었다.</font></p> <p class="바탕글"><span lang="en-us"><font face="맑은 고딕" size="2"><br></font></span></p> <p class="바탕글"><span lang="en-us"><font face="맑은 고딕" size="2">“핑거 비브라토 정도는…….”</font></span></p> <p class="바탕글"><span lang="en-us"><font face="맑은 고딕" size="2">“그래? 생각보단 빠르네. 더 연습해서 암(arm) 비브라토 까지는 연습해 놔.”</font></span></p> <p class="바탕글"><span lang="en-us"><font face="맑은 고딕" size="2">“응.”</font></span></p> <p class="바탕글"><font face="맑은 고딕" size="2"><br></font></p> <p class="바탕글"><font face="맑은 고딕" size="2">점심시간이 끝나는 종이 울렸다. 소녀는 왠지 모르게 아쉬워서 소년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소년은 자리에서 일어나 옷에 묻은 먼지를 털고 돌아보지도 않은 채 제 갈 길을 향해 가버렸다.</font></p> <p class="바탕글"><span lang="en-us"><font face="맑은 고딕" size="2"><br></font></span></p> <p class="바탕글"><span lang="en-us"><font face="맑은 고딕" size="2">“아 참 그렇지. 이거 받아!”</font></span></p> <p class="바탕글"><span lang="en-us"><font face="맑은 고딕" size="2">“아…!”</font></span></p> <p class="바탕글"><font face="맑은 고딕" size="2"><br></font></p> <p class="바탕글"><font face="맑은 고딕" size="2">하마터면 떨어트릴 뻔했다. 소중히 받은 그것은 따뜻하게 덥혀져 있는 커피였다.</font></p> <p class="바탕글"><span lang="en-us"><font face="맑은 고딕" size="2"><br></font></span></p> <p class="바탕글"><span lang="en-us"><font face="맑은 고딕" size="2">“오늘은 햇볕이 나도 옥상 날씨는 춥더라. 그걸로 손이라도 녹여.”</font></span></p> <p class="바탕글"><span lang="en-us"><font face="맑은 고딕" size="2">“…….”</font></span></p> <p class="바탕글"><font face="맑은 고딕" size="2"><br></font></p> <p class="바탕글"><font face="맑은 고딕" size="2">고마워-라는 말은 혀끝에서 맴돌다가 사라졌다. 문이 닫히고 소년은 나가버렸다.</font></p> <p class="바탕글"><font face="맑은 고딕" size="2">소녀는 커피를 볼에 대 보았다.</font></p> <p class="바탕글"><font face="맑은 고딕" size="2">소년의 온기가 따뜻했다.</font></p> <p class="바탕글"><font face="맑은 고딕" size="2"><br></font></p> <p class="바탕글"> <font face="맑은 고딕" size="2">  </font></p><p></p> <p class="바탕글"><span lang="en-us"><font face="맑은 고딕" size="2">#07</font></span></p> <p class="바탕글"> <font face="맑은 고딕" size="2">  </font></p><p></p> <p class="바탕글"><font face="맑은 고딕" size="2">소녀는 열쇠로 문을 열었다. </font></p> <p class="바탕글"><span lang="en-us"><font face="맑은 고딕" size="2"><br></font></span></p> <p class="바탕글"><span lang="en-us"><font face="맑은 고딕" size="2">“…다녀왔습니다.”</font></span></p> <p class="바탕글"><font face="맑은 고딕" size="2"><br></font></p> <p class="바탕글"><font face="맑은 고딕" size="2">집 안에 들어서자마자 숨이 막혔다. 집 안의 공기가 바늘이라도 되듯이 온 몸이 콕콕 쑤셨다. 실수로 부실에서 바이올린 연습을 하다가 집에 늦게 들어오고 말았다. 학원도 빠졌다. 그리고 소녀가 상상하는 상황은 최악의 형태로 현실에 나타났다.</font></p> <p class="바탕글"><span lang="en-us"><font face="맑은 고딕" size="2"><br></font></span></p> <p class="바탕글"><span lang="en-us"><font face="맑은 고딕" size="2">“잠깐 이리로 들어오렴.”</font></span></p> <p class="바탕글"><font face="맑은 고딕" size="2"><br></font></p> <p class="바탕글"><font face="맑은 고딕" size="2">냉랭한 아버지의 목소리가 들렸다.</font></p> <p class="바탕글"><font face="맑은 고딕" size="2">소녀는 눈을 꾹 한 번 감고는 마른침을 삼키고 거실로 들어갔다. </font></p> <p class="바탕글"><font face="맑은 고딕" size="2">어머니와 아버지가 소파에 앉아 계셨다.</font></p> <p class="바탕글"><span lang="en-us"><font face="맑은 고딕" size="2"><br></font></span></p> <p class="바탕글"><span lang="en-us"><font face="맑은 고딕" size="2">“여기 앉으렴.”</font></span></p> <p class="바탕글"><font face="맑은 고딕" size="2"><br></font></p> <p class="바탕글"><font face="맑은 고딕" size="2">어머니의 목소리가 날카로웠다. 소녀는 바이올린 케이스를 꽉 쥔 채 부모님의 맞은 편 소파에 앉았다. 불편하다.</font></p> <p class="바탕글"><span lang="en-us"><font face="맑은 고딕" size="2"><br></font></span></p> <p class="바탕글"><span lang="en-us"><font face="맑은 고딕" size="2">“학원에서 전화가 왔더구나. 오늘 학원에 안 갔다며?”</font></span></p> <p class="바탕글"><span lang="en-us"><font face="맑은 고딕" size="2">“…….”</font></span></p> <p class="바탕글"><span style="font-family:'맑은 고딕';font-size:small;line-height:1.5;">“게다가 학교에서 모의고사 성적표가 나왔다는데 왜 보여주지 않은 거니? 일주일도 더 전에 나왔다면서?”</span></p> <p class="바탕글"><span lang="en-us"><font face="맑은 고딕" size="2">“…….”</font></span></p> <p class="바탕글"><font face="맑은 고딕" size="2"><br></font></p> <p class="바탕글"><font face="맑은 고딕" size="2">목이 졸리고 있는 느낌이었다. 소녀는 자신도 모르게 바이올린 케이스를 꽉 쥐었다.</font></p> <p class="바탕글"><span lang="en-us"><font face="맑은 고딕" size="2"><br></font></span></p> <p class="바탕글"><span lang="en-us"><font face="맑은 고딕" size="2">“게다가 성적이 아주 형편없더구나. 그걸로 어떻게 의대에 합격할 생각인거니?”</font></span></p> <p class="바탕글"><font face="맑은 고딕" size="2"><br></font></p> <p class="바탕글"><font face="맑은 고딕" size="2">엄마, 나는 의대에 가고 싶지 않아요.</font></p> <p class="바탕글"><font face="맑은 고딕" size="2"><br></font></p> <p class="바탕글"><font face="맑은 고딕" size="2">목구멍 끝까지 그 말이 올라왔지만 입 밖으로 나오지 않았다. 소녀는 자신이 한심스럽게 느껴졌다.</font></p> <p class="바탕글"><span lang="en-us"><font face="맑은 고딕" size="2"><br></font></span></p> <p class="바탕글"><span lang="en-us"><font face="맑은 고딕" size="2">“도대체 넌 커서 뭘 할 생각인거니? 집에서도 하라는 공부는 안하고 하루 종일 바이올린만 붙잡고 있고. 역시 바이올린을 취미로 붙여주는 게 아니었는데…….”</font></span></p> <p class="바탕글"><font face="맑은 고딕" size="2"><br></font></p> <p class="바탕글"><font face="맑은 고딕" size="2">엄마, 나는 바이올린이 하고 싶어요.</font></p> <p class="바탕글"><font face="맑은 고딕" size="2"><br></font></p> <p class="바탕글"><font face="맑은 고딕" size="2">눈물이 날 정도로 그 말이 하고 싶었다. 그러나 소녀의 아버지가 허락할 리 없었다. 조용히 엄마가 소녀를 혼내는 것을 바라보던 아버지는 소녀를 바라보며 말했다.</font></p> <p class="바탕글"><span lang="en-us"><font face="맑은 고딕" size="2"><br></font></span></p> <p class="바탕글"><span lang="en-us"><font face="맑은 고딕" size="2">“학원까지 빠지면서 뭘 하고 싶은 것이냐.”</font></span></p> <p class="바탕글"><font face="맑은 고딕" size="2"><br></font></p> <p class="바탕글"><font face="맑은 고딕" size="2">아버지를 설득하려면 정당한 이유와 실력을 보여야 한다.</font></p> <p class="바탕글"><span lang="en-us"><font face="맑은 고딕" size="2"><br></font></span></p> <p class="바탕글"><span lang="en-us"><font face="맑은 고딕" size="2">“내가 돈을 얼마나 들여가며 널 가르치는지 알고나 있는 거니?”</font></span></p> <p class="바탕글"><font face="맑은 고딕" size="2"><br></font></p> <p class="바탕글"><font face="맑은 고딕" size="2">소녀는 눈을 꽉 감았다. 손에서 식은땀이 났다. 아버지의 맹렬한 질타는 계속되었다.</font></p> <p class="바탕글"><span lang="en-us"><font face="맑은 고딕" size="2"><br></font></span></p> <p class="바탕글"><span lang="en-us"><font face="맑은 고딕" size="2">“뭐라고 말을 해보렴. 응?”</font></span></p> <p class="바탕글"><font face="맑은 고딕" size="2"><br></font></p> <p class="바탕글"> <font face="맑은 고딕" size="2">  </font></p><p></p> <p class="바탕글"><span lang="en-us"><font face="맑은 고딕" size="2">‘뭐야, 큰소리도 잘 내잖아?’</font></span></p> <p class="바탕글"><font face="맑은 고딕" size="2"><br></font></p> <p class="바탕글"> <font face="맑은 고딕" size="2">  </font></p><p></p> <p class="바탕글"><font face="맑은 고딕" size="2">왜 이럴 때 소년의 목소리가 들리는 걸까? 귓가에 맴도는 그 목소리에 당장이라도 울어버릴 것만 같았다. 그 목소리가 자신의 등을 떠밀고 있었다. 소녀는 눈을 떴다. </font></p> <p class="바탕글"><span lang="en-us"><font face="맑은 고딕" size="2"><br></font></span></p> <p class="바탕글"><span lang="en-us"><font face="맑은 고딕" size="2">“몇 주 뒤에…구에서 전국 청소년 바이올린 대회 예선전이 열려요.”</font></span></p> <p class="바탕글"><font face="맑은 고딕" size="2"><br></font></p> <p class="바탕글"><font face="맑은 고딕" size="2">소리는 작았지만 부모님이 들을 수 있을 정도로 또렷하였다.</font></p> <p class="바탕글"><span lang="en-us"><font face="맑은 고딕" size="2"><br></font></span></p> <p class="바탕글"><span lang="en-us"><font face="맑은 고딕" size="2">“저희 바이올린 부원들이 모두 참가해요.”</font></span></p> <p class="바탕글"><font face="맑은 고딕" size="2"><br></font></p> <p class="바탕글"><font face="맑은 고딕" size="2">부모님의 표정이 놀람으로 바뀌어 있었다. 소녀가 의견을 이렇게 피력한 적은 난생처음 있는 일이었다.</font></p> <p class="바탕글"><span lang="en-us"><font face="맑은 고딕" size="2"><br></font></span></p> <p class="바탕글"><span lang="en-us"><font face="맑은 고딕" size="2">“그 때 제 연주를 들으러 와 주세요.”</font></span></p> <p class="바탕글"><font face="맑은 고딕" size="2"><br></font></p> <p class="바탕글"><font face="맑은 고딕" size="2">소녀는 바이올린 케이스를 꽉 쥐었다.</font></p> <p class="바탕글"><span lang="en-us"><font face="맑은 고딕" size="2"><br></font></span></p> <p class="바탕글"><span lang="en-us"><font face="맑은 고딕" size="2">“뭘 하고 싶은지는 그 때 말씀드리겠어요.”</font></span></p> <p class="바탕글"> <font face="맑은 고딕" size="2">  </font></p><p></p> <p class="바탕글"> <font face="맑은 고딕" size="2">  </font></p><p></p> <p class="바탕글"><span lang="en-us"><font face="맑은 고딕" size="2">#08</font></span></p> <p class="바탕글"> <font face="맑은 고딕" size="2">  </font></p><p></p> <p class="바탕글"><span lang="en-us"><font face="맑은 고딕" size="2">“나에게 바이올린을 가르쳐 줘.”</font></span></p> <p class="바탕글"><font face="맑은 고딕" size="2"><br></font></p> <p class="바탕글"><font face="맑은 고딕" size="2">다음날 점심시간 옥상.</font></p> <p class="바탕글"><font face="맑은 고딕" size="2">소년은 소녀의 발언에 놀랐다는 듯이 눈을 동그랗게 떴다. 마치 못들을 말을 들은 것 같은 표정이었다.</font></p> <p class="바탕글"><span lang="en-us"><font face="맑은 고딕" size="2"><br></font></span></p> <p class="바탕글"><span lang="en-us"><font face="맑은 고딕" size="2">“네…뭐라고?”</font></span></p> <p class="바탕글"><font face="맑은 고딕" size="2"><br></font></p> <p class="바탕글"><font face="맑은 고딕" size="2">그렇게 말하는 소년의 표정은 퍽 멍청해보였다.</font></p> <p class="바탕글"><span lang="en-us"><font face="맑은 고딕" size="2"><br></font></span></p> <p class="바탕글"><span lang="en-us"><font face="맑은 고딕" size="2">“너의 도움이 필요해.”</font></span></p> <p class="바탕글"><font face="맑은 고딕" size="2"><br></font></p> <p class="바탕글"><font face="맑은 고딕" size="2">소녀의 목소리는 크고 또렷하였다. 소녀는 소년에게 어제의 일을 설명해 주었다. 설명이 다 끝나자 소년이 고개를 끄덕였다.</font></p> <p class="바탕글"><span lang="en-us"><font face="맑은 고딕" size="2"><br></font></span></p> <p class="바탕글"><span lang="en-us"><font face="맑은 고딕" size="2">“너 바이올린 참 좋아하는구나.”</font></span></p> <p class="바탕글"><font face="맑은 고딕" size="2"><br></font></p> <p class="바탕글"><font face="맑은 고딕" size="2">소년의 말에 소녀는 잠시 고개를 갸웃거렸다.</font></p> <p class="바탕글"><span lang="en-us"><font face="맑은 고딕" size="2"><br></font></span></p> <p class="바탕글"><span lang="en-us"><font face="맑은 고딕" size="2">“너는 좋아하지 않아?”</font></span></p> <p class="바탕글"><span lang="en-us"><font face="맑은 고딕" size="2">“…어렸을 때는.”</font></span></p> <p class="바탕글"><font face="맑은 고딕" size="2"><br></font></p> <p class="바탕글"><font face="맑은 고딕" size="2">소년이 자리에서 일어났다.</font></p> <p class="바탕글"><span lang="en-us"><font face="맑은 고딕" size="2"><br></font></span></p> <p class="바탕글"><span lang="en-us"><font face="맑은 고딕" size="2">“죽도록 싫었지. 여기서 잠시만 기다려.”</font></span></p> <p class="바탕글"><font face="맑은 고딕" size="2"><br></font></p> <p class="바탕글"><font face="맑은 고딕" size="2">소년이 나간 뒤 소녀는 잠시 생각했다. 그러고 보니 자신은 왜 바이올린을 좋아 했더라……? 너무 까마득히 오래전의 일이라 잘 기억이 나지 않았다. 다만 긍정할 수 있는 건 자신이 바이올린을 아주 좋아한다는 것이다. 한번 연주해 본 곡의 악보는 전부 외울 정도로. 그 정도로 바이올린과 그 속에서 나오는 소리들을 사랑하였다.</font></p> <p class="바탕글"><font face="맑은 고딕" size="2">잠시 후 다시 올라온 소년의 손에는 바이올린 케이스가 들려져 있었다.</font></p> <p class="바탕글"><span lang="en-us"><font face="맑은 고딕" size="2"><br></font></span></p> <p class="바탕글"><span lang="en-us"><font face="맑은 고딕" size="2">“나도 바이올린이 필요하겠지. 좋아. 비브라토는 연습 많이 했어?”</font></span></p> <p class="바탕글"><font face="맑은 고딕" size="2"><br></font></p> <p class="바탕글"><font face="맑은 고딕" size="2">소녀는 고개를 끄덕였다. 어제도 정말 열심히 연습했고 이제는 암 비브라토도 제법 속도가 붙었다.</font></p> <p class="바탕글"><span lang="en-us"><font face="맑은 고딕" size="2"><br></font></span></p> <p class="바탕글"><span lang="en-us"><font face="맑은 고딕" size="2">“내가 네 바이올린을 들으면서 느낀 건데 너는 바이올린을 켤 때 꼭 네 세계 속에만 있는 거 같더라.”</font></span></p> <p class="바탕글"><font face="맑은 고딕" size="2"><br></font></p> <p class="바탕글"><font face="맑은 고딕" size="2">사실이었다.</font></p> <p class="바탕글"><font face="맑은 고딕" size="2">정곡을 찔리자 소녀는 깜짝 놀라서 눈을 둥그렇게 떴다. 소년이 그럴 줄 알았다는 듯이 씨익 웃었다.</font></p> <p class="바탕글"><span lang="en-us"><font face="맑은 고딕" size="2"><br></font></span></p> <p class="바탕글"><span lang="en-us"><font face="맑은 고딕" size="2">“너무 자신만을 위한 곡이니까. 느낌이 달라.”</font></span></p> <p class="바탕글"><font face="맑은 고딕" size="2"><br></font></p> <p class="바탕글"><font face="맑은 고딕" size="2">소년이 바이올린을 어깨에 올렸다.</font></p> <p class="바탕글"><span lang="en-us"><font face="맑은 고딕" size="2"><br></font></span></p> <p class="바탕글"><span lang="en-us"><font face="맑은 고딕" size="2">“나도 내 세계가 있지만.”</font></span></p> <p class="바탕글"><font face="맑은 고딕" size="2"><br></font></p> <p class="바탕글"><font face="맑은 고딕" size="2">소년의 깊고 검은 눈동자가 소녀를 향했다. 소년의 눈이 장난스럽게 휘어졌다.</font></p> <p class="바탕글"><span lang="en-us"><font face="맑은 고딕" size="2"><br></font></span></p> <p class="바탕글"><span lang="en-us"><font face="맑은 고딕" size="2">“내 세계에 너를 초대할게.”</font></span></p> <p class="바탕글"><font face="맑은 고딕" size="2"><br></font></p> <p class="바탕글"><font face="맑은 고딕" size="2">차이코프스키 바이올린 협주곡 op.35.</font></p> <p class="바탕글"><font face="맑은 고딕" size="2">그렇게 멋진 차이코프스키의 바이올린 협주곡은 난생처음 들어보는 음색이었다.</font></p> <p class="바탕글"><font face="맑은 고딕" size="2">대회까지는 앞으로 15일 남았다. </font></p> <p class="바탕글"> <font face="맑은 고딕" size="2">  </font></p><p></p> <p class="바탕글"> <font face="맑은 고딕" size="2">  </font></p><p></p> <p class="바탕글"><span lang="en-us"><font face="맑은 고딕" size="2">#09</font></span></p> <p class="바탕글"> <font face="맑은 고딕" size="2">  </font></p><p></p> <p class="바탕글"><font face="맑은 고딕" size="2">소년의 레슨을 받으면서 소녀는 독학으로 연주했을 때보다 실력이 확실하게 늘고 있음을 느꼈다. 그는 바이올린 연주도 훌륭하지만 가르치는 자질도 뛰어나서 소녀가 쉽게 이해할 수 있게 해 주었던 것이다.</font></p> <p class="바탕글"><span lang="en-us"><font face="맑은 고딕" size="2"><br></font></span></p> <p class="바탕글"><span lang="en-us"><font face="맑은 고딕" size="2">“아니, 사실 네 이해가 빠르긴 해.”</font></span></p> <p class="바탕글"><font face="맑은 고딕" size="2"><br></font></p> <p class="바탕글"><font face="맑은 고딕" size="2">연습 10일 째 소년이 소녀에게 그렇게 말했다.</font></p> <p class="바탕글"><span lang="en-us"><font face="맑은 고딕" size="2"><br></font></span></p> <p class="바탕글"><span lang="en-us"><font face="맑은 고딕" size="2">“비브라토의 솜씨가 많이 늘었어. 연주도 많이 부드러워졌고. 그래도 많이 부족해. 좀 더 자유자재로 비브라토를 할 수 있도록 연습해놔.”</font></span></p> <p class="바탕글"><span lang="en-us"><font face="맑은 고딕" size="2">“응.”</font></span></p> <p class="바탕글"><font face="맑은 고딕" size="2"><br></font></p> <p class="바탕글"><font face="맑은 고딕" size="2">소녀는 소년과 하는 레슨이 좋았다. 그의 말 하나하나가 살아 있는 것 같이 자신의 심장을 건드려와 그의 한마디 한마디에 가슴이 두근두근 뛰는 것이다.</font></p> <p class="바탕글"><font face="맑은 고딕" size="2">수업이 파하고 소년에게 방과 후 레슨을 받기 위해 책을 가방에 집어넣던 소녀는 두근거리는 심장을 진정시키며 조용히 웃었다. 이렇게 즐거운 적이 도대체 얼마만이더라? 살아있다는 게 이런 느낌인 것 같았다.</font></p> <p class="바탕글"><span lang="en-us"><font face="맑은 고딕" size="2"><br></font></span></p> <p class="바탕글"><span lang="en-us"><font face="맑은 고딕" size="2">“……려?”</font></span></p> <p class="바탕글"><span lang="en-us"><font face="맑은 고딕" size="2">“…어?”</font></span></p> <p class="바탕글"><span lang="en-us"><font face="맑은 고딕" size="2">“내 말이 안 들리냐고!! 왜 혼자서 웃고 있는 거야!”</font></span></p> <p class="바탕글"><span lang="en-us"><font face="맑은 고딕" size="2">“아…….”</font></span></p> <p class="바탕글"><font face="맑은 고딕" size="2"><br></font></p> <p class="바탕글"><font face="맑은 고딕" size="2">또 못 들었다. 고개를 돌리자 언제 왔는지 바이올린 부의 부장이 자신의 옆에 있었다.</font></p> <p class="바탕글"><font face="맑은 고딕" size="2">이름이 하린이었나? 자신과 같은 학년의 음대 지망 학생이라고 알고 있다.</font></p> <p class="바탕글"><span lang="en-us"><font face="맑은 고딕" size="2"><br></font></span></p> <p class="바탕글"><span lang="en-us"><font face="맑은 고딕" size="2">“여전히 기분 나쁘네. 너 지역 예선대회에 나올 거야 안 나올 거야? 그거 물어보러 왔어. 도대체가 아침 회의에 나와야지. 요즘 부실에도 잘 오지 않는 거 같은데 바이올린 부는 뭐하러 들었니?”</font></span></p> <p class="바탕글"><font face="맑은 고딕" size="2"><br></font></p> <p class="바탕글"><font face="맑은 고딕" size="2">빠르게 쏘아지는 말에 소녀는 잠시 말을 삼켰다. 하린의 얼굴을 보니 그녀는 이미 소녀가 대회에 나가지 않는 것을 확신하고 있는 것 같았다.</font></p> <p class="바탕글"><span lang="en-us"><font face="맑은 고딕" size="2"><br></font></span></p> <p class="바탕글"><span lang="en-us"><font face="맑은 고딕" size="2">“대회에 안 나갈 거면 지금이라도 취소해야 하니까. 너 참가비용도 안 냈지?”</font></span></p> <p class="바탕글"><span lang="en-us"><font face="맑은 고딕" size="2">“…얼만데?”</font></span></p> <p class="바탕글"><span lang="en-us"><font face="맑은 고딕" size="2">“칠…잠깐, 너 나갈 거야?”</font></span></p> <p class="바탕글"><font face="맑은 고딕" size="2"><br></font></p> <p class="바탕글"><font face="맑은 고딕" size="2">소녀는 지갑을 열어 그녀에게 돈을 건네주었다. </font></p> <p class="바탕글"><span lang="en-us"><font face="맑은 고딕" size="2"><br></font></span></p> <p class="바탕글"><span lang="en-us"><font face="맑은 고딕" size="2">“응. 그렇게 됐어.”</font></span></p> <p class="바탕글"><font face="맑은 고딕" size="2"><br></font></p> <p class="바탕글"><font face="맑은 고딕" size="2">소녀는 멍하니 있는 그녀를 뒤로하고 교실 밖으로 나왔다. 소년이 아닌 다른 사람과 이야기를 하는데도 전혀 불편하지 않았다. 오히려 몸도 마음도 가벼웠다. 소녀는 씨익 웃으며 옥상으로 올라갔다. </font></p> <p class="바탕글"><font face="맑은 고딕" size="2">소년이 기다리고 있었다.</font></p> <p class="바탕글"> <font face="맑은 고딕" size="2">  </font></p><p></p> <p class="바탕글"> <font face="맑은 고딕" size="2">  </font></p><p></p> <p class="바탕글"><span lang="en-us"><font face="맑은 고딕" size="2">#10</font></span></p> <p class="바탕글"> <font face="맑은 고딕" size="2">  </font></p><p></p> <p class="바탕글"><font face="맑은 고딕" size="2">시간은 눈 깜짝할 사이에 흘러갔고 마침내 대회당일 날이 되었다. </font></p> <p class="바탕글"><font face="맑은 고딕" size="2">소녀는 부모님보다 먼저 도착해 대기실에서 자신이 오늘 연주할 곡을 되풀이하고 있었다. </font></p> <p class="바탕글"><font face="맑은 고딕" size="2">대기실에는 소녀와 같은 아마추어 바이올리니스트들이 잔뜩 하였다. 자신보다 어린 학생들이 더 많은 것 같았다. 한 번도 이런 대회에 나와 본 적이 없는 소녀는 가슴이 쿵쾅쿵쾅 뛰는 것을 느꼈다.</font></p> <p class="바탕글"><span lang="en-us"><font face="맑은 고딕" size="2"><br></font></span></p> <p class="바탕글"><span lang="en-us"><font face="맑은 고딕" size="2">‘진정하자…연습 많이 했잖아? 괜찮아…….’</font></span></p> <p class="바탕글"><font face="맑은 고딕" size="2"><br></font></p> <p class="바탕글"><font face="맑은 고딕" size="2">가만히 자신만의 세계에서 연습을 하고 있다가도 이따금 튕겨져 나왔다. 긴장 때문에 손이 덜덜 떨리고 있었다. 아까 입구에서 봤을 때 들어오던 많은 사람들이 생각났다. </font></p> <p class="바탕글"><font face="맑은 고딕" size="2">그 많은 사람들이 전부 자신의 연주를 듣는 것일까? 부모님도 보시고 있는데, 기회인데 실수하면 어떻게 하지?</font></p> <p class="바탕글"><font face="맑은 고딕" size="2">별의 별 생각이 머릿속에 떠올랐다. 소녀는 더 이상 대기실에서 견딜 수가 없어서 그곳을 뛰쳐나와 화장실로 들어갔다. 아침에 먹은 것도 없는데 속이 메슥거렸다. 불편했다.</font></p> <p class="바탕글"><span lang="en-us"><font face="맑은 고딕" size="2"><br></font></span></p> <p class="바탕글"><span lang="en-us"><font face="맑은 고딕" size="2">“…말이야 나왔다면서?”</font></span></p> <p class="바탕글"><font face="맑은 고딕" size="2"><br></font></p> <p class="바탕글"><font face="맑은 고딕" size="2">아는 목소리가 칸 밖에서 들렸다. 학교의 바이올린 부원 중 한명이었다.</font></p> <p class="바탕글"><font face="맑은 고딕" size="2">가만히 내용을 들어보니 자신에 관한 이야기였다.</font></p> <p class="바탕글"><span lang="en-us"><font face="맑은 고딕" size="2"><br></font></span></p> <p class="바탕글"><span lang="en-us"><font face="맑은 고딕" size="2">“말도 제대로 못하는 녀석이 왜 여길 나왔나 몰라.”</font></span></p> <p class="바탕글"><span style="font-family:'맑은 고딕';font-size:small;line-height:1.5;">“그러니까. 깜짝 놀랐다니깐. 걘 어차피 이런데 나와 본 경험도 없지? 아마?”</span></p> <p class="바탕글"><span lang="en-us"><font face="맑은 고딕" size="2">“그럴걸? 바이올린 실력도 형편없고…뭐, 그러니 안 나오는 거 아니겠어?”</font></span></p> <p class="바탕글"><font face="맑은 고딕" size="2"><br></font></p> <p class="바탕글"><font face="맑은 고딕" size="2">그들의 한마디 한마디에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역시 이런 대회에 나오기엔 내 실력이 부족한 걸까?</font></p> <p class="바탕글"><font face="맑은 고딕" size="2">식은땀이 흘러내렸다.</font></p> <p class="바탕글"><span lang="en-us"><font face="맑은 고딕" size="2"><br></font></span></p> <p class="바탕글"><span lang="en-us"><font face="맑은 고딕" size="2">“하린이가 1등으로 통과할거야.”</font></span></p> <p class="바탕글"><span lang="en-us"><font face="맑은 고딕" size="2">“맞아. 하린이는 대회에 나가서 상도 많이 타왔잖아. 그 애랑은 비교도 안 돼.”</font></span></p> <p class="바탕글"><font face="맑은 고딕" size="2"><br></font></p> <p class="바탕글"><font face="맑은 고딕" size="2">그 뒤로도 그들은 한참을 더 수다를 떤 뒤에 밖으로 나갔다. 다리가 후들후들 떨려왔다. 안내방송소리가 들려왔다. 대회가 시작되었지만 소녀는 대기실로 가고 싶지 않았다.</font></p> <p class="바탕글"><font face="맑은 고딕" size="2">떨리는 다리로 조금씩 밖을 향해 걷고 있는데 익숙한 목소리가 소녀의 등 뒤에서 들려왔다.</font></p> <p class="바탕글"><span lang="en-us"><font face="맑은 고딕" size="2"><br></font></span></p> <p class="바탕글"><span lang="en-us"><font face="맑은 고딕" size="2">“도망치는 거야?”</font></span></p> <p class="바탕글"><font face="맑은 고딕" size="2"><br></font></p> <p class="바탕글"><font face="맑은 고딕" size="2">고개를 돌렸다. 소년이 그곳에 있었다.</font></p> <p class="바탕글"><span lang="en-us"><font face="맑은 고딕" size="2"><br></font></span></p> <p class="바탕글"><span lang="en-us"><font face="맑은 고딕" size="2">“내…연주를 들으러 와 준거야?”</font></span></p> <p class="바탕글"><span lang="en-us"><font face="맑은 고딕" size="2">“어…?! 왜 울어?”</font></span></p> <p class="바탕글"><font face="맑은 고딕" size="2"><br></font></p> <p class="바탕글"><font face="맑은 고딕" size="2">모른다. 자신도 알 수가 없었다. 소녀는 그저 소년을 본 순간 한 없이 눈물이 나왔다. 아무 이야기가 막 튀어나왔다. 생각도 정리하지 않은 채 그저 하고 싶은 말을 소년을 붙잡고 다 쏟아내었다.</font></p> <p class="바탕글"><span lang="en-us"><font face="맑은 고딕" size="2"><br></font></span></p> <p class="바탕글"><span lang="en-us"><font face="맑은 고딕" size="2">“이 대회에 네 실력이 어울리지 않는다니 그럴 리가 없어.”</font></span></p> <p class="바탕글"><font face="맑은 고딕" size="2"><br></font></p> <p class="바탕글"><font face="맑은 고딕" size="2">소년이 소녀의 눈물을 닦아주었다. 소녀가 소년을 올려다보았다. </font></p> <p class="바탕글"><span lang="en-us"><font face="맑은 고딕" size="2"><br></font></span></p> <p class="바탕글"><span lang="en-us"><font face="맑은 고딕" size="2">“무려 나한테 레슨을 받았는 걸? 좀 더 자신감을 가져.”</font></span></p> <p class="바탕글"><font face="맑은 고딕" size="2"><br></font></p> <p class="바탕글"><font face="맑은 고딕" size="2">소년이 소녀를 일으켜 세워 주었다. </font></p> <p class="바탕글"><span lang="en-us"><font face="맑은 고딕" size="2"><br></font></span></p> <p class="바탕글"><span lang="en-us"><font face="맑은 고딕" size="2">“나는 네 연주를 들으러 왔어.”</font></span></p> <p class="바탕글"><font face="맑은 고딕" size="2"><br></font></p> <p class="바탕글"><font face="맑은 고딕" size="2">소년의 목소리가 소녀의 세계에 닿았다. </font></p> <p class="바탕글"><span lang="en-us"><font face="맑은 고딕" size="2"><br></font></span></p> <p class="바탕글"><span lang="en-us"><font face="맑은 고딕" size="2">“네 세계에 나를 초대해줘.”</font></span></p> <p class="바탕글"> <font face="맑은 고딕" size="2">  </font></p><p></p> <p class="바탕글"> <font face="맑은 고딕" size="2">  </font></p><p></p> <p class="바탕글"><span lang="en-us"><font face="맑은 고딕" size="2">#11</font></span></p> <p class="바탕글"> <font face="맑은 고딕" size="2">  </font></p><p></p> <p class="바탕글"><font face="맑은 고딕" size="2">소녀의 앞 번호는 하린의 차례였다. </font></p> <p class="바탕글"><font face="맑은 고딕" size="2">그녀가 연주한 곡은 비발디의 사계 중 봄 1악장. 그러나 소녀는 너무나 긴장해서 그녀의 연주가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마침내 소녀의 차례였다. 계단에서 하린과 마주쳤다. 그녀는 소녀를 비웃은 채 계단을 내려갔다. 소녀는 더욱 심장이 죄어듦을 느꼈다. </font></p> <p class="바탕글"><font face="맑은 고딕" size="2">잘 할 수 있을까?</font></p> <p class="바탕글"><font face="맑은 고딕" size="2">무대는 크고 자신은 너무 작았다.</font></p> <p class="바탕글"><font face="맑은 고딕" size="2">정 중앙에 서자 수많은 관객들과 심사위원들이 보였다. 저 많은 사람들 중 소녀의 부모님도 계실 것이다. 소녀의 연주를 듣기 위해서. 소녀는 긴장돼서 손을 덜덜 떨었다. 마치 그들 앞에 무방비하게 노출되어 있는 거 같아 부끄럽기 까지 하였다. </font></p> <p class="바탕글"><font face="맑은 고딕" size="2">잠시의 침묵.</font></p> <p class="바탕글"><font face="맑은 고딕" size="2">그 수많은 인파들 가운데서 소녀는 소년을 찾았다. 아무도 눈에 들어오지 않았었는데 소녀는 소년만은 알아 볼 수 있었다. 수많은 사람들 속에서도 소녀는 소년을 찾을 수 있었다. 그는 맨 뒤에 서서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 </font></p> <p class="바탕글"><font face="맑은 고딕" size="2">소녀의 눈이 소년과 마주쳤다. 멀리 떨어져 있었지만 소녀는 소년이 웃고 있음을 알았다. 그것은 참으로 신기한 일이었다.</font></p> <p class="바탕글"> <font face="맑은 고딕" size="2">  </font></p><p></p> <p class="바탕글"><span lang="en-us"><font face="맑은 고딕" size="2">‘네 세계에 나를 초대해줘.’ </font></span></p> <p class="바탕글"> <font face="맑은 고딕" size="2">  </font></p><p></p> <p class="바탕글"><span lang="en-us"><font face="맑은 고딕" size="2">‘응…이번엔 네가 너를…나의 세계로…….’</font></span></p> <p class="바탕글"><font face="맑은 고딕" size="2"><br></font></p> <p class="바탕글"><font face="맑은 고딕" size="2">파헬벨 캐논 d장조.</font></p> <p class="바탕글"><font face="맑은 고딕" size="2"><br></font></p> <p class="바탕글"><font face="맑은 고딕" size="2">처음으로 소녀의 세계에 관객들이 초대되었다.</font></p> <p class="바탕글"> <font face="맑은 고딕" size="2">  </font></p><p></p> <p class="바탕글"> <font face="맑은 고딕" size="2">  </font></p><p></p> <p class="바탕글"><span lang="en-us"><font face="맑은 고딕" size="2">#12</font></span></p> <p class="바탕글"> <font face="맑은 고딕" size="2">  </font></p><p></p> <p class="바탕글"><font face="맑은 고딕" size="2">하늘은 높고 떠다니는 구름은 평온했다. </font></p> <p class="바탕글"><font face="맑은 고딕" size="2">시간은 흘러 어느 새 봄의 기운이 완연하였고 자신이 왔다는 것을 자랑이라도 하는지 봄은 그 향기를 이곳저곳에 뿌리며 다니고 있었다. </font></p> <p class="바탕글"><font face="맑은 고딕" size="2">소년이 다니는 학교도 그 사실은 피할 수가 없었는지 교정에는 심어놓은 벚나무들이 화려하게 새하얀 꽃잎을 펼쳐내었다. 그래도 가끔은 불어오는 바람과 인사라도 하는 듯이 손짓하며 하늘하늘 떨어져 내렸다. </font></p> <p class="바탕글"><font face="맑은 고딕" size="2">내려오는 햇살이 따사한 것이 정말로 봄이라는 것이 확연히 느껴졌다. 소녀는 흩날리는 벚꽃을 바라보며 그렇게 생각했다. </font></p> <p class="바탕글"><font face="맑은 고딕" size="2">얼마나 기다렸을까?</font></p> <p class="바탕글"><font face="맑은 고딕" size="2">누가 다치기라도 할까봐 부드러이 내려앉고 있는 꽃잎들 사이로 소년이 걸어왔다. </font></p> <p class="바탕글"><font face="맑은 고딕" size="2">그 날로부터 어느 새 1년이 지났다.</font></p> <p class="바탕글"><font face="맑은 고딕" size="2">소녀는 구 예선전을 1등으로 통과하고 본 대회에서는 간소한 차이로 2등을 차지했다. </font></p> <p class="바탕글"><font face="맑은 고딕" size="2">자신의 실력을 증명해 보인 덕분인지 소녀는 자신이 그렇게 바라던 바이올린을 연주하는 것을 부모님으로부터 정식으로 허락받았고 1년 뒤인 오늘, 대학 입학이 결정되었다.</font></p> <p class="바탕글"><font face="맑은 고딕" size="2">소녀는 다른 누구보다 소년에게 먼저 그 사실을 알려주고 싶었다. </font></p> <p class="바탕글"><font face="맑은 고딕" size="2">합격 통지서를 우편물에서 발견한 것을 가장 먼저 소년에게 직접 말해주고 싶었다. 선생님보다, 부모님보다, 그 누구보다 먼저에게.</font></p> <p class="바탕글"><font face="맑은 고딕" size="2">오랜만에 보는 소년의 모습에 소녀는 무슨 말부터 해야 할지 몰랐다. 그저 콩닥콩닥 뛰는 가슴만 누르고 있는데 소년이 그런 소녀를 가만히 보더니 퉁명스럽게 물었다.</font></p> <p class="바탕글"><span lang="en-us"><font face="맑은 고딕" size="2"><br></font></span></p> <p class="바탕글"><span lang="en-us"><font face="맑은 고딕" size="2">“뭐야, 불렀으면 말을 하라고.”</font></span></p> <p class="바탕글"><font face="맑은 고딕" size="2"><br></font></p> <p class="바탕글"><font face="맑은 고딕" size="2">소녀가 소년을 바라보았다. 피식-하고 웃음이 새어나왔다. 소년은 1년 전 처음 만났을 때와 마찬가지였다. 그런 소녀를 보며 소년이 눈살을 찌푸렸다.</font></p> <p class="바탕글"><span lang="en-us"><font face="맑은 고딕" size="2"><br></font></span></p> <p class="바탕글"><span lang="en-us"><font face="맑은 고딕" size="2">“부모님이랑 점심 먹다가 네 전화에 나왔단 말이야. 꼭 해야 될 말이 있다며. 빨리 말해.”</font></span></p> <p class="바탕글"><font face="맑은 고딕" size="2"><br></font></p> <p class="바탕글"><font face="맑은 고딕" size="2">소녀는 그런 소년이 고마웠다. 감히 말로 다 표현할 수 없을 만큼. </font></p> <p class="바탕글"><font face="맑은 고딕" size="2">소년이 소녀를 보았다.</font></p> <p class="바탕글"><span lang="en-us"><font face="맑은 고딕" size="2"><br></font></span></p> <p class="바탕글"><span lang="en-us"><font face="맑은 고딕" size="2">“나 대학에 합격했어.”</font></span></p> <p class="바탕글"><span lang="en-us"><font face="맑은 고딕" size="2">“…….”</font></span></p> <p class="바탕글"><font face="맑은 고딕" size="2"><br></font></p> <p class="바탕글"><font face="맑은 고딕" size="2">잠시 둘 사이에 침묵이 돌았다. 바람이 불어와 바닥에 흩어져있는 꽃잎들을 휘날렸다. 소녀가 다시 입을 열었다.</font></p> <p class="바탕글"><span lang="en-us"><font face="맑은 고딕" size="2"><br></font></span></p> <p class="바탕글"><span lang="en-us"><font face="맑은 고딕" size="2">“정말 고마워.”</font></span></p> <p class="바탕글"><span lang="en-us"><font face="맑은 고딕" size="2">“…뭐가.”</font></span></p> <p class="바탕글"><span lang="en-us"><font face="맑은 고딕" size="2">“네 덕분이야. 이렇게 모든 일이 잘 풀릴 수 있었던 거.”</font></span></p> <p class="바탕글"><font face="맑은 고딕" size="2"><br></font></p> <p class="바탕글"><font face="맑은 고딕" size="2">마음 속 깊이 감사하고 있었다. 진심이었다. 그러나 소녀의 진심을 아는지 모르는지 소년은 여전히 인상을 찌푸리고 있었다.</font></p> <p class="바탕글"><span lang="en-us"><font face="맑은 고딕" size="2"><br></font></span></p> <p class="바탕글"><span lang="en-us"><font face="맑은 고딕" size="2">“그래서?”</font></span></p> <p class="바탕글"><span lang="en-us"><font face="맑은 고딕" size="2">“어?”</font></span></p> <p class="바탕글"><span lang="en-us"><font face="맑은 고딕" size="2">“정말 고맙다면서 말 한마디로 끝낼 생각이야?”</font></span></p> <p class="바탕글"><font face="맑은 고딕" size="2"><br></font></p> <p class="바탕글"><font face="맑은 고딕" size="2">예상치 못한 소년의 말에 소녀는 그저 눈을 깜박거렸다. </font></p> <p class="바탕글"><font face="맑은 고딕" size="2">그럼 뭘 해줘야 하는 거지?</font></p> <p class="바탕글"><font face="맑은 고딕" size="2">마치 그렇게 묻는 듯한 소녀의 얼굴에 소년은 잠시 한심하다는 듯이 그녀를 바라보고는 소녀의 팔을 부드럽게 잡아끌었다. </font></p> <p class="바탕글"><font face="맑은 고딕" size="2">바람이 불어왔다.</font></p> <p class="바탕글"><font face="맑은 고딕" size="2">그 바람은 나무에 매달린 벚꽃들과 인사하며 바닥에 있는 꽃잎들을 잠시 휘감다가 소년의 속눈썹이 바로 눈앞에 있는 것에 놀라있는 소녀의 붉어진 볼을 장난스레 건드리고는 다시 날아가 버렸다. </font></p> <p class="바탕글"><font face="맑은 고딕" size="2">소년의 까만 눈이 소녀의 바로 눈앞에 있었다. 밤하늘과도 같은 그 눈에 소녀는 잠시 할 말을 잃었다. 그런 소녀가 재미있는지 소년이 살짝 웃었다. 그리고 말했다.</font></p> <p class="바탕글"><span lang="en-us"><font face="맑은 고딕" size="2"><br></font></span></p> <p class="바탕글"><span lang="en-us"><font face="맑은 고딕" size="2">“내 세계에서 기다리고 있을 게.”</font></span></p> <p class="바탕글"><font face="맑은 고딕" size="2"><br></font></p> <p class="바탕글"><font face="맑은 고딕" size="2">소년은 그렇게 장난스럽게 웃으며 그대로 돌아가 가버렸다. 흩날리는 벚꽃 잎 사이로 소녀만이 덩그러니 서 있었다. </font></p> <p class="바탕글"><font face="맑은 고딕" size="2">소녀는 손가락으로 입술을 만져보았다. </font></p> <p class="바탕글"><font face="맑은 고딕" size="2">데인 듯이 뜨거웠다.</font></p> <p class="바탕글"><font face="맑은 고딕" size="2">부끄러워 어쩔 줄 몰라 소녀는 그대로 주저앉아버렸다. </font></p> <p class="바탕글"><font face="맑은 고딕" size="2">다리에 힘이 하나도 들어가지 않았다. </font></p> <p class="바탕글"><font face="맑은 고딕" size="2">소녀는 소년이 마지막에 해 준 말은 하나도 기억에 남지 않았다. 그저 나무들만이 그 비밀을 안다는 듯이 조용히 웃으며 바람결에 맞추어 나뭇가지를 흔들고 있었다.</font></p> <p class="바탕글"><font face="맑은 고딕" size="2">그러니까 이것은 나중의 이야기.</font></p> <p class="바탕글"><font face="맑은 고딕" size="2">소녀가 수시로 합격한 그 유명한 음악대학에 소년은 장학특차로 입학했다는 것을 소녀가 안 것은 지금으로부터 훨씬 더 후의, 아껴두어야 할 이야기인 것이다.</font></p> <p class="바탕글"> <font face="맑은 고딕" size="2">  </font></p><p></p> <p class="바탕글"> <font face="맑은 고딕" size="2">  </font></p><p></p> <p class="바탕글"><span lang="en-us"><font face="맑은 고딕" size="2">#외전 - 소녀가 모르는 소년의 이야기</font></span></p> <p class="바탕글"> <font face="맑은 고딕" size="2">  </font></p><p></p> <p class="바탕글"><font face="맑은 고딕" size="2">소년의 집은 유명한 바이올리니스트를 많이 배출한 음악가 집안이었다.</font></p> <p class="바탕글"><font face="맑은 고딕" size="2">소년은 어렸을 때부터 그것이 싫었다.</font></p> <p class="바탕글"><font face="맑은 고딕" size="2">아이들과 제대로 놀지도 못하고 하루 종일 지루한 악보를 읽는 법을 배워야 했으며 손이 아프도록 매일매일 바이올린 연습을 해야만 했었다. </font></p> <p class="바탕글"><font face="맑은 고딕" size="2">이것은 소년이 8살일 때의 이야기. </font></p> <p class="바탕글"><font face="맑은 고딕" size="2">학교가 끝나면 바이올린 학원에 가서 바이올린을 켜고 집에 와서는 또 과외 선생님께 바이올린을 배운다. 그런 쳇바퀴 같은 생활에 서서히 질려가 바이올린을 때려치워 버릴까 하고 심각하게 고민하던 그 때 학원에 새로운 아이가 들어왔다. </font></p> <p class="바탕글"><font face="맑은 고딕" size="2">바이올린을 처음 배운다는 작은 소녀였다.</font></p> <p class="바탕글"><font face="맑은 고딕" size="2">자기 이름도 제대로 말하지 못할 정도로 내성적인 데다가 바이올린은 ‘정말로’ 처음이었는지 학원 선생님들을 답답하게 만드는 아이였다. </font></p> <p class="바탕글"><span lang="en-us"><font face="맑은 고딕" size="2"><br></font></span></p> <p class="바탕글"><span lang="en-us"><font face="맑은 고딕" size="2">“어떻게 몇 번을 가르쳐 줘도 잘 못하는 거니?”</font></span></p> <p class="바탕글"><font face="맑은 고딕" size="2"><br></font></p> <p class="바탕글"><font face="맑은 고딕" size="2">어린아이에게 너무 심한처사가 아니냐고 말하고 싶은지도 모르겠지만 여기 모인 아이들은 모두 바이올리니스트를 꿈꾸는 아이들이 모인 이 일대 최고의 바이올린 학원이었다. 학원에서도 아이들이 누가누가 잘하나 경쟁하기에 학원이 끝나고 나서도 다들 1대 1로 비싼 과외를 받는 아이들이 대다수였다. </font></p> <p class="바탕글"><font face="맑은 고딕" size="2">저 작은 소녀는 여기 학원에 다니는 게 전부인 모양인데 당연히 학원에 과외까지 받는 다른 아이들의 속도를 따라올 수 있을 리가 없었다. 그리고 여기 선생님들에게는 그것이 답답하게 느껴진 모양이었다.</font></p> <p class="바탕글"><font face="맑은 고딕" size="2">얼마 안 있어 포기할 줄 알았는데 소녀는 선생님께 혼날 때마다 울 것 같은 얼굴을 하면서도 절대 포기하지는 않았다. 소년은 그것이 신기했다. </font></p> <p class="바탕글"><font face="맑은 고딕" size="2">게다가 자신이 보기에는 바이올린을 배우는 속도도 자신보다 빠른 것 같았다. </font></p> <p class="바탕글"><font face="맑은 고딕" size="2">제대로 된 한 곡을 연주하는데 자신은 무려 1년이 넘게 걸렸다. 그러나 소녀는 그것을 석 달 만에 해내었다. </font></p> <p class="바탕글"><font face="맑은 고딕" size="2">소년은 문득 어느 순간 소녀가 자신을 추월할 것만 같아 두려웠다. 자신은 그렇게 많은 것을 희생해 가며 바이올린을 잡았는데 처음 배우는 소녀가 자신을 곧 따라잡을 것만 같았다.</font></p> <p class="바탕글"><font face="맑은 고딕" size="2">그 날 이후로 소년은 바이올린을 배우는 것에 불을 붙였다.</font></p> <p class="바탕글"><font face="맑은 고딕" size="2">누가 시키지 않아도 스스로 찾아서 연습했고 스스로 물어가며 배웠다. </font></p> <p class="바탕글"><font face="맑은 고딕" size="2">과외 선생님도 부모님도 놀라워하며 소년을 칭찬하였지만 소년은 아버지처럼 훌륭한 바이올리니스트가 될 거라는 그 말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 작은 소녀는 벌써 자신이 반 년 전에 겨우 끝낸 모차르트 곡을 연주하기 시작했던 것이다. </font></p> <p class="바탕글"><font face="맑은 고딕" size="2">소년의 불안은 몇 달 뒤, 현실로 나타났다.</font></p> <p class="바탕글"><font face="맑은 고딕" size="2">그 작은 소녀는 어느 새 학원의 몇몇 아이들의 실력을 훨씬 웃돌고 있었던 것이다. 소년은 자신도 연습을 전처럼 게을리 했다면 저 아이들처럼 됐을 거라는 생각에 식은땀이 흘렀다.</font></p> <p class="바탕글"><font face="맑은 고딕" size="2">지고 싶지 않다는 이상한 승부욕에 그 날도 소년은 소녀와 함께 남아 학원에서 바이올린을 연습하고 있었다. </font></p> <p class="바탕글"><font face="맑은 고딕" size="2">바치니 요정의 론도. </font></p> <p class="바탕글"><font face="맑은 고딕" size="2">일주일 전부터 과외선생에게 받고 있는 곡이었다. 오늘따라 어쩐지 잘 풀려서 기분 좋게 연주를 끝냈는데 언제부터인지 그 작은 소녀가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font></p> <p class="바탕글"><span lang="en-us"><font face="맑은 고딕" size="2"><br></font></span></p> <p class="바탕글"><span lang="en-us"><font face="맑은 고딕" size="2">“…넌 참 대단해.”</font></span></p> <p class="바탕글"><span style="font-family:'맑은 고딕';font-size:small;line-height:1.5;">“어?”</span></p> <p class="바탕글"><font face="맑은 고딕" size="2"><br></font></p> <p class="바탕글"><font face="맑은 고딕" size="2">처음으로 소녀의 목소리를 들었다. 소년은 소녀를 바라보았다. 소녀는 질투가 아닌 정말 순수하게 감탄했다는 듯이 소년을 바라보고 있었다.</font></p> <p class="바탕글"><span lang="en-us"><font face="맑은 고딕" size="2"><br></font></span></p> <p class="바탕글"><span lang="en-us"><font face="맑은 고딕" size="2">“어떻게 하면 바이올린을 그렇게 잘 켤 수가 있지?”</font></span></p> <p class="바탕글"><font face="맑은 고딕" size="2"><br></font></p> <p class="바탕글"><font face="맑은 고딕" size="2">…과외선생에게 돈을 많이 들여서, 라고 대답하는 것은 소녀의 환상에 금을 내는 것만 같아서 소년은 조용히 입을 다물었다.</font></p> <p class="바탕글"><font face="맑은 고딕" size="2">대신 소년은 다른 이야기를 하였다.</font></p> <p class="바탕글"><span lang="en-us"><font face="맑은 고딕" size="2"><br></font></span></p> <p class="바탕글"><span lang="en-us"><font face="맑은 고딕" size="2">“내가 볼 땐 너도 바이올린을 충분히 잘 하고 있어.”</font></span></p> <p class="바탕글"><span lang="en-us"><font face="맑은 고딕" size="2">“…정말? 선생님들은 날 혼내기만 하는 걸?”</font></span></p> <p class="바탕글"><font face="맑은 고딕" size="2"><br></font></p> <p class="바탕글"><font face="맑은 고딕" size="2">소년은 네가 바이올린을 켤 때마다 반짝반짝 빛나는 거 같다고 말해주고 싶었지만 왠지 그건 자존심이 용납하지 않았다.</font></p> <p class="바탕글"><span lang="en-us"><font face="맑은 고딕" size="2"><br></font></span></p> <p class="바탕글"><span lang="en-us"><font face="맑은 고딕" size="2">“그럼 왜 하는 거야?”</font></span></p> <p class="바탕글"><span lang="en-us"><font face="맑은 고딕" size="2">“어……?”</font></span></p> <p class="바탕글"><span style="font-family:'맑은 고딕';font-size:small;line-height:1.5;">“그렇게 혼나면서 왜 바이올린을 하냐고.”</span></p> <p class="바탕글"><font face="맑은 고딕" size="2"><br></font></p> <p class="바탕글"><font face="맑은 고딕" size="2">소녀는 아닐지 몰라도 소년은 소녀를 질투하고 있었다. </font></p> <p class="바탕글"><font face="맑은 고딕" size="2">자신보다 더 빨리 배우고 있고 자신보다 언젠가 더 잘 연주할 것만 같았다. 소년은 소녀의 재능이 부러웠다. 하지만 소녀는 고개를 저었다.</font></p> <p class="바탕글"><span lang="en-us"><font face="맑은 고딕" size="2"><br></font></span></p> <p class="바탕글"><span lang="en-us"><font face="맑은 고딕" size="2">“재능이 아니야 그저…난 바이올린이 무척이나 좋은걸?”</font></span></p> <p class="바탕글"><span lang="en-us"><font face="맑은 고딕" size="2">“…바이올린을 좋아한다고?”</font></span></p> <p class="바탕글"><span lang="en-us"><font face="맑은 고딕" size="2">“응. 세상에서 제일 좋아.”</font></span></p> <p class="바탕글"><font face="맑은 고딕" size="2"><br></font></p> <p class="바탕글"><font face="맑은 고딕" size="2">소녀의 목소리는 작지만 맑고 또렷했다. </font></p> <p class="바탕글"><font face="맑은 고딕" size="2">소년은 여태까지 바이올린을 좋아한다는 생각을 단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었다. 소년이 소녀를 바라보았다. 소녀는 살짝 웃고 있었다. </font></p> <p class="바탕글"><font face="맑은 고딕" size="2">소년이 소녀와 대화를 나눈 것은 그것이 처음이자 마지막 이었다.</font></p> <p class="바탕글"><font face="맑은 고딕" size="2">소녀의 집이 다른 곳으로 이사를 가버린 것이었다. 아마 그 때부터였을 것이다. 소년이 하루 종일 바이올린만 연습하고 나갈 수 있는 대회란 대회는 다 나가보게 된 것은.</font></p> <p class="바탕글"><font face="맑은 고딕" size="2">혹시나 라도 그 때의 소녀를 다시 만날 까 기대하며, 외국으로 나갔나 싶어 해외의 대회까지 출전해보았지만 10년도 더 지난 지금, 소년은 소녀를 다시는 볼 수가 없었다.</font></p> <p class="바탕글"><span lang="en-us"><font face="맑은 고딕" size="2"><br></font></span></p> <p class="바탕글"><span lang="en-us"><font face="맑은 고딕" size="2">“…김 기사. 나 여기서 내려줘.”</font></span></p> <p class="바탕글"><span lang="en-us"><font face="맑은 고딕" size="2">“네? 그치만 도련님, 눈도 오는데…….”</font></span></p> <p class="바탕글"><span lang="en-us"><font face="맑은 고딕" size="2">“됐어. 그냥 좀 걸어갈래.”</font></span></p> <p class="바탕글"><font face="맑은 고딕" size="2"><br></font></p> <p class="바탕글"><font face="맑은 고딕" size="2">소년은 기분이 심란하였다. </font></p> <p class="바탕글"><font face="맑은 고딕" size="2">이제 더 이상 만날 수가 없나 라는 생각도 들었다. 아마 그녀는 자신을 까맣게 잊고 있을 것이다. 자신만 너무 목메는 것이 아닌가, 라는 생각도 들어 한숨이 새어나온 바로 그 순간 눈으로 새하얀 세상이 순간 반짝였다.</font></p> <p class="바탕글"><span lang="en-us"><font face="맑은 고딕" size="2"><br></font></span></p> <p class="바탕글"><span lang="en-us"><font face="맑은 고딕" size="2">“……?!”</font></span></p> <p class="바탕글"><font face="맑은 고딕" size="2"><br></font></p> <p class="바탕글"><font face="맑은 고딕" size="2">소년은 이 느낌을 알고 있었다. 아주 오래 전에, 지금은 잊어버렸다고 생각했던 느낌이었다.</font></p> <p class="바탕글"><font face="맑은 고딕" size="2"><br></font></p> <p class="바탕글"><font face="맑은 고딕" size="2">쇼팽의 야상곡(nocturn) No 9. </font></p> <p class="바탕글"><font face="맑은 고딕" size="2"><br></font></p> <p class="바탕글"><font face="맑은 고딕" size="2">잔뜩 틀리면서도 즐겁다는 듯이 연주하는 바이올린이 그 곳에 있었다. </font></p> <p class="바탕글"><font face="맑은 고딕" size="2">그렇게 애타게 찾아 헤매던 반짝거림이 그 곳에 있었다.</font></p> <p class="바탕글"><span lang="en-us"><font face="맑은 고딕" size="2"><br></font></span></p> <p class="바탕글"><span lang="en-us"><font face="맑은 고딕" size="2">“찾았다.”</font></span></p> <p class="바탕글"><font face="맑은 고딕" size="2"><br></font></p> <p class="바탕글"><font face="맑은 고딕" size="2">소녀는 여전히 바이올린을 좋아하고 있었던 것이다.   </font></p> <p class="바탕글"><span style="font-family:'바탕';"><br></span></p> <p class="바탕글"><span style="font-family:'바탕';"><br></span></p> <p class="바탕글"><span style="font-family:'바탕';"><br></span></p> <p class="바탕글"><span style="font-family:'바탕';">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span></p> <p class="바탕글"><span style="font-family:'바탕';"><br></span></p> <p class="바탕글"><span style="font-family:gulim, Dotum, Helvetica, AppleGothic, sans-serif;line-height:21.6000003814697px;text-align:center;">“우리는 세월호를 아직 잊지 않았습니다”</span></p>
    출처 5년도 더 전에 썼던 자작 단편소설
    세레나의 꼬릿말입니다
    수정하는데_오글거려서_참을수가_없었다.ASK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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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5/08/14 23:50:26  180.67.***.195  나무호야  608276
    [2] 2015/08/15 01:03:52  211.245.***.236  찹찹옹  4835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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