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책을 읽다 보면 간혹 음식 먹는 것을 묘사하는 부분이 있습니다.<br>묘사 방법에 따라서는 별 것 아닌 음식도 괜히 한번 먹어보고 싶게 만드는 느낌까지 들 때가 있어요.<br>그 중에 기억나는 부분을 좀 적어보고자 합니다.<br><br>1. 삼국지연의(나관중) - 술과 고기<br>삼국지에서는 전장에서 사소한 좋은 일이 있었거나 하면 꼭 군사들에게 술과 고기를 내어 군사들의 배를 불리는 장면이 나옵니다.<br>아무래도 전장이니 만큼 고기는 간단하게 구워 먹지 않았을까요? 술과 고기를 어떻게 먹었는지에 대한 정확한 묘사는 나오지 않지만,<br>술은 고기와 먹는 것이 어울리는 음식이구나 하는 걸 이 책을 통해 처음 배우게 되었습니다.....<br><br>2. 이반 데니소비치의 하루(알렉산드르 솔제니친) - 빵, 죽, 국, 소세지 등<br>이 책은 주인공인 이반 데니소비치의 '하루'를 묘사한 내용인 만큼 하루에 먹는 삼시 세끼에 대한 묘사가 대단히 상세합니다.<br>특히 아침에 몰래 남긴 딱딱한 빵 껍질로 다른 식사 시간 때 죽그릇을 싹싹 긁어낸 후 입안에 톡 털어넣는 부분은<br>제가 갖고 있는 평소 음식습관과도 비슷한 면이 있어 좋아하는 편입니다.<br>그리고 소세지를 씹을 때 그 육즙을 즐기는 장면을 보게 된 후, 저도 이휴에 소세지를 먹으면 눈을 감고 육즙을 음미하게 되었습니다.<br>저는 어릴 때부터 밥을 혼자 먹을 때는 반드시 책을 보면서 먹는 버릇이 있었는데, 이 책에서 밥 먹는 부분을 가장 많이 찾아 봤었습니다.<br>그 덕에 이 부분들만 유독 더러운 건 비밀입니다.<br><br>3. 제인 에어(샬롯 브론테) - 빵<br>이 책은 내용 상 주인공인 제인이 어릴 때 거의 학대 수준으로 학생들을 다루는 교육시설에서 살면서 처참한 수준의 음식을 먹는 장면이 나옵니다.<br>그리고 이 책은 영국 작가가 썼습니다.<br>정확한 음식의 내용까지는 다 기억나지 않지만 주인공이 말라빠진 딱딱하고 시커먼 빵을 먹는 장면에서,<br>'상식적으로 어떻게 애들한테 저런 걸 먹으라고 주지;' 라고 생각했던 기억이 있습니다.<br>저는 이 책을 중학교 때 읽어서 당시 영국음식에 대한 가슴 아픈 현실을 잘 알지 못했었는데,<br>지금에 와서 생각하면 어느 정도 납득이 가기까지 합니다(...)<br><br>4. 희망(양귀자) - 삼겹살<br>많지 않은 저의 독서 경험 중 이 책에는 삼겹살 먹는 모습을 가장 기름지고도 초라하게 그린 장면이 있었습니다.<br>여기서 삼겹살을 먹는 인물은 삼겹살을 매우 맛있게 먹고 있으나<br>이 책의 전체적인 내용의 암울함과, 내용 중간에 사소한 사물에도 일반적이지 않은 묘사를 갖다 붙인 부분들과 함께 조화를 이루며<br>책 내용 중에서도 가장 저열한 모습으로 재창조되어 독자를(저를...) 쉽게 설득시켰습니다.<br>저는 이 내용을 읽을 때마다 고기를 굽고 나서 프라이팬을 닦은, 식은 고기 기름이 잔뜩 묻은 휴지가 생각납니다.<br><br><br>당장 떠오르는 건 여기까지인데요.<br>다른 분들도 이런 책에 나오는 밥 먹는 부분에 대해서 기억나는 부분이 있으신가요?<b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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