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 나에게 말했다. <div>"당신은 왜 책게를 눈팅하십니까? 그 재미도없고! 감동도 없는 책게를 왜!!"</div> <div>나는 지긋이 그의 눈을 쳐다보았다. 어리석은 자들이 흔히 짓는 그런 표정이였다. 대답할 가치는 없었지만 대답해주었다. 뭐.. 배려심이였을까?</div> <div>"눈팅하는데 이유가 있겠나. 그저 책게가 나를 부르고 나는 책게를 부르고 있었을 뿐이지."</div> <div>그는 내말을 듣고도 이해를 못하는 눈치였다. 이해 못하는 그의 표정을 보고 난 쓴웃음을 지었다. </div> <div>뭐ㅡ 어쩔수가없다. 그 말이 사실인건 어쩌란 말인가?</div> <div>책게는 우리 모두를 당기고있다. 다만, 당신이 부르지 않을뿐.</div> <div><br></div> <div>--------------------------------------------------------------------------------------------------------------------------------------</div> <div><p class="바탕글">내 여자친구를 내 친구에게 소개시켜준건 거의 3개월 전이였다. 예전부터 여자친구를 사귀면 내 친구에게 항상 소개시켜줬으므로 이번도 당연하듯이 소개를 시켜줬다. 맨날 가던 그 사거리쪽에 있던 스타벅스에서 그녀를 소개시켜줬다. 그 녀석은 나의 여자친구에게 이쁘다고 나에겐 너무 과분하다고 그런 말들을 했고 나는 항상 그녀석이 그런 말을 해왔기 때문에 자동적으로 그에 대한 대답으로 멋쩍은듯한 웃음을 내보였다. 함께 커피를 마시며 나와 내 친구 사이의 재밌는 경험담을 들려주고 카페에서 이야기를 나누다가 저녁시간이 다가오면 같이 저녁을 먹으러가고 술을 마시고 이야기를 또 하고 마지막에 헤어지는. 그러한 래퍼토리였다. 내 전여친 모두 이 지루한 래퍼토리를 반복해왔다. 그리고 이번에도 지루한 래퍼토리는 지속해왔다. 근데 난 지루한 래퍼토리 속에서 공기의 미묘한 차이를 알아차리지 못했다.</p> <p class="바탕글">그래.</p> <p class="바탕글">그것이 잘못이었다.</p> <p class="바탕글"> 내 앞에는 친구가있다. 포장마차 안 이였다. 내가 가끔 들르는 포장마차로 집 앞에있어 쉽게 올수있다. 집 앞이라는 장점도 있지만 무엇보다 좋은건 사람이 거의 없어서 조용하다. 내가 힘들때나 걱정이 많을때 혼자와서 먹거나 친구를 불러서 먹는 곳이다. 뭐, 지금도 그 경우이다. 내가 너무 힘들다.</p> <p class="바탕글">"뭔일이냐? 여자친구 생기고나서 한 번도 안오더니만.."</p> <p class="바탕글">친구녀석이 안주인 오징어를 질겅질겅 씹으며 말했다.</p> <p class="바탕글">"음.. 그냥 뭐.. 인생이 뭐 힘든거지"</p> <p class="바탕글">친구가 내 말을 듣고 칫 하고 쓴웃음을 짓는다.</p> <p class="바탕글">"뭔일있냐?? 뭔 이상한 말하고 그래?"</p> <p class="바탕글">"하..."</p> <p class="바탕글">한숨이 나왔다. 땅이 꺼지라 한숨을.. 아니, 차라리 땅이 꺼졌으면 좋겠다. 씨발</p> <p class="바탕글">친구녀석을 쳐다봤다. 10년동안 내가 의지하고 믿어왔던 친구였다. 인상이 찡그려졌다.</p> <p class="바탕글">"어제 내 여자친구 핸드폰에 사진을 봤거든?"</p> <p class="바탕글">난 인상을 거두고 미소를 지어보였다. 그래야 편할것 같았거든.</p> <p class="바탕글">"근데 왜?"</p> <p class="바탕글">아직도 친구녀석은 영문을 모르는듯했다. 아직도 살짝 미소를 머금은 표정을 하고있었다.</p> <p class="바탕글">"여자친구가 디즈니랜드에서 사진을 찍었어. 근데 나는 여자친구랑 디즈니랜드를 간 기억이없어.."</p> <p class="바탕글">친구의 미소가 살짝 사라졌다 다시 나타났다. 그녀석 나름의 태연함을 나타내기 위함이리라.</p> <p class="바탕글">"그래? 음.. 뭐 친구랑 갔나보지. 너랑 무조건 디즈니랜드 가야되는것도 아니고말야.."</p> <p class="바탕글">나는 미소를 지어보였다. 훨씬 더 활짝.</p> <p class="바탕글">"남자랑 갔더라고.. 셀카를 찍었던데? 남자랑 내 여친이랑. 아주 꼬옥 붙어서 말이야. 당연히 난 그 남자애 얼굴을 기억했지. 근데 그 얼굴이 누군지 알어?"</p> <p class="바탕글">그 녀석한테 물었다. 그 녀석이 살짝 머금고 있던 미소는 점점 사라졌고 오징어를 씹던 입은 점점 느려졌다.</p> <p class="바탕글">"누구였는데?"</p> <p class="바탕글">활짝 지어보였던 억지 미소를 감춰두고 다시 무표정으로 돌아왔다. 이 순간에는 가장 어울리는 표정을 지어보여야만했다.</p> <p class="바탕글">"너."</p> <p class="바탕글">그렇다. 내 10년 친구는 나 몰래 내 여자친구와 사귀고있었다. 모든 믿음과 신뢰를 주었던 내 친구가 내 여자친구와 사귀고있었다. 그렇게 믿었던 새끼가 날 배신했다.</p> <p class="바탕글">내 앞에있는 그 새낄 쳐다보았다. 점점 사라졌던 미소는 아예 사라지고 없었고 눈빛은 포장마차의 빛과함께 매우 흔들리고있었다.</p> <p class="바탕글">"자... 잘못 본거아냐? 너 여자친구 친오빠라든지.. 아님 뭐.."</p> <p class="바탕글">"내 여자친구는 친오빠같은거 없어."</p> <p class="바탕글">옆에 있던 소주를 들고 그 새끼 잔에다 부었다. 손이 떨렸다. 내가 잘못한게 아닌데도 손이 떨렸다.</p> <p class="바탕글">"또 있어"</p> <p class="바탕글">소주를 제자리에 두고 말을 이어갔다.</p> <p class="바탕글">"이주전인가 일주일전에 너 나랑 길에서 우연히 만난적있지?"</p> <p class="바탕글">"으...응"</p> <p class="바탕글">"그때 너 내가 어디가냐고 물었는데 피시방 간다했지? 근데 너한테서 피시방에 가면 맨날 나던 담배냄새가 안나더라?"</p> <p class="바탕글">"그때 그냥 다른 피시방으로 가서.."</p> <p class="바탕글">"닥쳐. 개소리하지마."</p> <p class="바탕글">그 때를 생각하니 치가 떨려왔다. 손이 저절로 꽉 지어졌다.</p> <p class="바탕글">"너한테서 담배냄새 대신 향기가 났어. 씨발! 내가 내 여자친구 생일 선물로 준 향수의 향기가 났다고! 너한테서!!!"</p> <p class="바탕글">감정이 격해져 순간적으로 큰소리가 나와버렸다. 주변사람 몇 명이 우리쪽을 쳐다보았다. 무시했다. 지금의 나는 다른 걸 신경쓸만한 머리 상황이 아니였다. 너무 화가났고 그 새끼와 엉겨 붙어있는 내 여자친구 모습이 내 머리속에 갑자기 들어왔다.</p> <p class="바탕글">숨이 거칠어졌다. 앞에 있던 소주 한잔을 들이키고 심호흡을 한다음 다시 그 새끼에게 말을 걸었다.</p> <p class="바탕글">"향기가 얼마나 강하던지 얼마나 엉겨붙어서 별 지랄을 떨었는지 예상이 가더군."</p> <p class="바탕글">알코올이 내 머릿속에 들어와서 그 새끼와 여자친구의 엉겨붙는 모습을 점점 더 선명하게, 더 강렬하게 만들었다. </p> <p class="바탕글">씨발. 씨발. 씨발.</p> <p class="바탕글">"말해봐. 씨발. 왜! 왜 그랬는지. 왜! 나한테 왜!!!!"</p> <p class="바탕글">그 새끼는 아무 표정없이 날 쳐다보았다. 무표정인 그 새끼의 표정은 날 더 흥분시키기에 충분했다. 이성의 끈이 끊어질려던 찰나 갑자기 그 새끼가 말을 했다.</p> <p class="바탕글">"이유면 나와 그녀가 사랑에 빠졌으니까?"</p> <p class="바탕글">그 너무 여유로운 말은 나의 이성의 끈을 완전히 놓아버리게 했고 나는 진심으로 돌아버렸다. 그 새낄 죽이고싶었다. 때리고싶었다. 손은 점점 더 심하게 떨려왔고 내 눈은 완전히 돌아버리기 일보직적인 되어버렸다.</p> <p class="바탕글">"그.. 그게 할소리야? 10년 친구의 여자친구를 뺏어놓고? 이유가 사랑에 빠졌으니까? 개새끼야? 씨발!! 너를 믿었는데!! 난 너를 믿고 소개시켜줬는데! 너가 어떻게 그럴수있어! 어떻게!!!!!!!"</p> <p class="바탕글">"닥쳐!!! 그게 맞는 이유니까 말한거지! 넌 씨발 맨날 여자들하고 놀아나잖아! 주변에 여자가 넘치잖아!! 넌 맨날 여자를 소개받고 몇 개월도 안가 깨지잖아! 항상 그런식이였잖아!!!!!! 근데 씨발 나는 봐! 나는 소개 한번 못받아봤고 여자는 주변에 더더욱 없어. 씨발! 여자 한번 못 사겨봤다고."</p> <p class="바탕글">"그래서 뭐? 그걸로 정당화 되? 니가 내 여자친구를 뺏.."</p> <p class="바탕글">"어차피 곧 헤어질꺼잖아! 어차피 좋아하지도않잖아! 그냥 소개 받았으니까 사귀는거잖아!!!! 씨발 난 널 10년동안 봐왔어. 넌 결국 그런 애란걸 나는 존나 잘안다고 씨발새끼야! 너는 겉치레로 좋아한다고 말하는 것뿐이잖아!"</p> <p class="바탕글">감정에 휩싸이던 내 몸이, 분노로 인해 떨리던 내 몸이 그 녀석 말 한마디에 갑자기 멈췄다. </p> <p class="바탕글">무슨 말을 하는거지?</p> <p class="바탕글">"난 널 잘알아. 10년동안 봐왔으니까. 넌 눈빛이 달라. 진짜와 가짜의 눈빛이 다르다고. 씨발. 그녀를 봤을때 니 눈빛은 10년동안 봐오면서 느끼던 그 눈빛과 똑같했어."</p> <p class="바탕글">아니야. 난 아니야. 그런게 아니야.</p> <p class="바탕글">그 녀석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동안 참아왔던 말을 모두 내뱉었다는 듯이. 담고있던 모든걸 풀었다는 듯한 한숨이었다.</p> <p class="바탕글">내 가슴은 아직도 뛰고있었고 내 마음은 아니라고 외치고있었다.</p> <p class="바탕글">"지루한 눈빛. 또 이거냐는 듯한 눈빛. 어쩔수없다는 듯한 눈빛. 씨발새끼. 안 좋아하면 사귀지를 마. 그 개 같은 눈빛 보기싫으니까. 넌 겉치레였을지는 몰라도 난 진심이야. 그녀도 나도 진심이라고."</p> <p class="바탕글">침을 삼켰다. 아무말도 안나왔다. 아니, 못나왔다. 그녀석의 말을 듣기싫었다. 분노로 일그러지던 나의 몸은 풀어져버렸고 어느새 나는 아니라고만 하고있었다. 부정하고있었다.</p> <p class="바탕글">"아니야. 난.. 난"</p> <p class="바탕글">"아니라고 하지마!! 맞으니까... 피하지마. 개새끼야. 그냥 예전처럼 똑같이 이제 그녀랑 헤어져."</p> <p class="바탕글">아니라고 계속 부정했지만 내 맘속 한켠은 무시하지마라고 외치고있었다. 그리고 그 외침은 그 녀석 때문에 점점 커지더니 결국 내 머릿속을 삼켜버렸다. 그 사실을 무시하지마라고. 넌 그냥 겉치레라고.</p> <p class="바탕글">그렇다. 나는 진심이 없었었다. 소개를 받으면 나는 좋아하지도 않았지만 여자에 대한 배려심에 어쩔수 없이 사귄적이 많았다. 이번 것도 그랬다. 이러면 안된다는걸 난 너무 잘알았지만 애써 무시해왔다. 왜 무시해왔을까? 돌아보기 싫어서? 과거의 나도 똑같아서? 변화시키기 싫어서? 귀찮아서? </p> <p class="바탕글">내가 그렇게 화를 낸것도 여자친구가 아까워서가 아니였다. 10년 친구의 배신이 너무 화가났기때문이었다.</p> <p class="바탕글">그래. 난 쓰레기였다.</p> <p class="바탕글">술에 정신이 취한 척 나는 비틀거리며 일어섰다. 밖에는 나도 모르는사이 비가 내리고있었다. 그녀석은 날 계속 째려보다가 결국엔 나를 따라 일어섰고 나와 그 녀석은 아무말 없이 포장마차를 나와 걸었다.</p> <p class="바탕글">걷고 계속 걷고 계속 걸었다. 아무런 말없이 계속 걸었다.</p> <p class="바탕글">큰길 신호등 앞에서 나는 멈췄다. 항상 그녀석이랑 포장마차에서 술을 다 마시고 나오면 마지막으로 배웅했던 그 곳이였다.</p> <p class="바탕글">빨간불이 파란불로 바뀌었고 나와 그 녀석은 동시에 앞으로 갔다. 세발자국 걸었을까. 나는 멈췄다. 그녀석도 나를 보더니 갑자기 뭠췄다. 날 보기 힘든지 몸과 고개를 나에게서 완전히 돌렸다. 마음까지도 돌렸으리라.</p> <p class="바탕글">비는 계속 내 옷을 젖게 만들었고 안경은 이미 빗방울이 너무 많이 맺혀 앞을 보기 힘들었다. 씨발. 욕이 나왔다. 난 왜 지경이되도 이런것에 신경을 쓰는것인가. 빨리 말을 해야된다. 미안하다고 차라리, 그게 더 낫다. 미안하다고, 미안하다고! 제발! 미안하다고 말해!</p> <p class="바탕글">"가라."</p> <p class="바탕글">내 뱉은 말은 정반대의 말이었다.</p> <p class="바탕글">어느새 빨간불로 바뀌었는지 뒤에 차가 계속 경적을 울렸고 옆으로 버스가 급작스럽게 지나갔다. 그치만 움직일수없었다. 말을 해야만했다. 그 쉬운 다섯글자를 말해야만했다.</p> <p class="바탕글">"가라... 다음에 만날땐....적이다."</p> <p class="바탕글">씨발!!</p> <p class="바탕글">씨발.</p> <p class="바탕글">씨발.......</p> <p class="바탕글">그렇게 난 10년 친구와 여자친구를 잃었다.</p> <p class="바탕글"><br></p> <p class="바탕글">--------------------------------------------------------------------------------------------------------------------------------------</p> <p class="바탕글"><br></p> <p class="바탕글">"We still have not forgotten <u>sewol ferry</u><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span></p> <p class="바탕글"><br></p> <p class="바탕글"></p> <p class="바탕글"></p> <p class="바탕글"> </p> <p class="바탕글"></p></di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