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책게시판은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 글을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면 누구든지 와서 즐길수 있는 공간입니다!</p> <p>-------------------------------------------------------------------------------------------------------------------------------------</p> <p><br></p> <p><br></p> <p><br></p> <p><br></p> <p>내 손에 들린 검.</p> <p><br>무겁다. 손에 들린 검의 무게가 손목을 타고 올라와 내 몸에 절실히 퍼진다. 그 무게 때문일까 검을 쥐고 있는 난 손끝에서부터 팔 끝까지 종내에는 몸마저 부들부들 떨리고 있었다. 호흡은 거칠어지고 있었다. 숨결이 몸속에서 경주를 벌이듯 연이어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호흡이 만들어내는 소음은 내 귓가를 멍멍하게 만들기 충분했다. 귓가에는 아무런 소리도 들려오지 않고 그저 거친 내 숨소리만이 존재했다.</p> <p>어릴 때 검도장에 다니면서 들어본 목도와 죽도 그리고 가검 이들과는 상대도 되지 않는 중압감 어린 시절에 검도도장에서 사진을 찍기 위해 들려준 진검의 무게와 압박감이 되살아나고 있었다.</p> <p>비록 그때 들고 있던 검신이 매끄럽게 빠진 ‘도’의 형태가 아닌 투박한 양손 검 이었지만 날카로운 검 날은 뾰족한 검 끝은 이것으로 상대를 배거나 찌른다면 ‘살해’가 가능하다는 걸 여실히 나타내고 있었다. 그리고 그 사실이 나를 짓누르고 있었다. </p> <p>내 시선은 눈앞에 있는 ‘적’에게 고정되어 있었다. 주위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상대에게 집중한 것이 아니었다. 이 상황이 나를 이렇게 몰아붙였다. 좁아진 시야는 간신히 상대만을 보여주고 있었지만 이제 그 조차도 내 눈 앞의 상대조차 점점 희뿌예지고 있었다. 눈앞에서 서서히 피는 안개마냥 그것과 내 사이를 반투명한 장막이 교활한 뱀이 움직이듯 천천히 가로막기 시작했다.</p> <p>하지만 불행한건 반투명이란 단어는 나에게만 해당되는 단어였다. 상대는 어떠한 두려움도 없는지 나를 빤히 바라보고 있었다. 아무 감정이 느껴지지 않는 그 눈, 나를 빤히 바라보는 그 눈동자에는 어떠한 두려움도 서려있지 않았다.</p> <p>그렇다고 시선을 땔 수는 없었다. 그 눈동자에서 아무것도 읽어낼 수 없다고 해도, 그것이 나를 바라보고 있다는 건 분명한 진실이었으니까. 상대가 노리는 게 내가 시선을 돌리거나 몸을 돌려 도망간다는 것을, 그것을 노린다는 걸 알고 있기에, 애써 흔들리는 시선을 붙잡으며 상대를 바라보았다. 그것이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이었다.</p> <p>뚝뚝 하고 내 몸에서 흐른 물방울이 손목에 떨어지고 있었다. 아까부터 떨리던 몸 때문일까? 내 시선이 좌우로 흔들리기 시작했다. 내 양 발은 분명 이 대지를 딛고 있다는 게 느껴지고 있었지만 상체만이 천천히 그러나 확실하게 비틀거리고 있었다. </p> <p>‘눈앞이 새하얗다.’ 라는 단어가 그 상황이 내 몸에 일어나고 있었다. 우유바다에 빠진 것 마냥 답답한 시야 어지러운 머리 그로인해 비틀거리는 내 신체 그리고 헛구역질 당장이라도 토할 것만 같았다.</p> <p>시야가 점차 흐려져 반투명 이라는 단어가 불투명이 되어가고 있기에 눈을 꾹 감고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흔들리는 심신을 어떻게든 붙잡고 시선을 꽉 하고 붙잡고 있는 안개를 털어내려고 말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안개는 끈덕진 껌 마냥 짙게 눌러 붙어 쉽사리 떨어지지 않았다.</p> <p>단 한순간만 단 한번만 눈을 감고 내 손에 들린 금속을 휘둘러 저것을 베어 가른다면 그렇다면 이 더러운 감정의 장막역시 베어 날아갈 것은 분명한 사실이었다.</p> <p>하지만 그렇게 한다면 내 손에 들린 무기에 의해 상대의 피부는 잘려 나가고 살점에 베이고 근육이 갈라지고 핏줄이 끊어지게 될 것이 자명했다 상대의 몸에선 피가 뿜어져 나오고 상대의 성대에선 비명이 터져 나올게 당연했다.</p> <p>호구라는 안전장치 입고 죽도라는 안전한 도구를 들고 하는 검도경기가 아닌. 오로지 맨몸으로 양손에 들린 양손 검으로 경기가 아닌 결투. 승과 패 가 아닌 삶과 죽음으로 나뉠 행위. 그것이 지금 내가 하려는 일 이었다.</p> <p>난 지금까지 태어나서 단 한번이라도 무언가를 죽인 기억은 없다. 물론 바닥을 기어 다니는 개미나 귀찮은 파리, 모기는 잡았지만 일정 크기 이상의 동물을 잡은 적이 없다. 길고양이에게 멀리서 돌을 던져 상해를 입히려 한 적은 있지만 그저 ㅤㅉㅗㅈ아내기 위한 행위일 뿐 죽이려는 의도는 전혀 없었다.</p> <p>드라마나 영화를 보면 등장인물들 모두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검을 휘두르며 무언가의 숨결을 거두어 낸다. 그 와중에 피가 얼굴에 튀기도 하고 상대 신체의 일부분을 잘라내기도 하지만 그래도 결국에는 상대의 목숨을 끊어 놓는다.</p> <p>하지만 난 일게 고등학생일 뿐이다. 영화 속 주인공은커녕 드라마 속 조연이라도 되지 못한다. 전쟁 신에 등장한다면 겁에 질려 벌벌 떨다 도망가는 병사1, 깡패들이 나오는 장면에 등장한다면 깡패끼리 싸우는걸 보고 겁에 질려 도망가는 행인1 정도의 역할일 것이 분명하다.</p> <p>하지만...</p> <p>절그럭 소리를 내며 검을 다시 한 번 다잡았다. 도망이라는 단어는 존재하지 않았다. 도망이라는 선택지를 선택한다면 도망은 가면을 벗고 죽음 이라는 정체를 드러낼 것이 분명했다. 내가 등을 돌려 도망간다면 저것은 분명히 그때를 노리고 날 공격할 것 이 분명했다.</p> <p>이렇게 내가 상대에게 검을 겨누고 시선을 맞추고 있는 지금 이 상태가 어찌 보면 대결 중 가장 안전한 상태였다 비록 눈앞이 탁해지고 속이 울렁거리고 상체가 흔들리고 있지만 그래도 이 형태만이 상대도 나도 살아있을 수 있었다.</p> <p>그렇다 하더라도 계속 이러고 있을 수는 없었다. 10분이 넘게 들고 있던 검 끝은 부들거리며 점점 내려가고 있었고 흐르는 땀방울도 더욱 많아지고 있었다. 아마 이대로 계속 있다가는 5분도 채 되지 않아 검을 들고 있을 힘도 남아있지 않을 터였다.</p> <p>그렇다면 난 죽는다.</p> <p>아직 검을 들어 올릴 수 있는 지금 휘두를 수 있는 지금 이 순간만이 내가 산다. 라는 선택지를 선택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p> <p>살해의 공포보다 죽음의 공포가 더욱 큰 것은 자명한 이치였다. 죽이고 싶지 않다. 하지만 내가 죽는 것은 더욱 싫었다. 그럼에도 난 최후까지 버티고 버티었다. 마지막 정말 마지막까지 내가 검을 휘두를 수 있는 힘만이 남아 있을 때까지 버텨 보았다 혹여 지나가던 누군가가 이 상황을 마무리 해 주지 않을까, 혹은 상대가 포기하고 도망가지 않을까 하는 헛된 희망을 품었다.</p> <p>하지만 1분이 지나고 2분이 지나 갈 때까지도 내가 확인할 수 있었던건 정말 헛된 희망이었음을 확인하는 것 말고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상대는 내 검 끝이 더욱 내려가는걸 보더니 자신의 승리를 직감한 듯 천천히 나에게 다가오기 시작했다.</p> <p>사신이 다가와 내 목을 조르는 것처럼 너무 느리지도 그렇다고 빠르지도 않게 정확히 나를 향해 걸어오고 있었다. 그 걸음걸이에선 확실한 살의가 느껴지고 있었다.</p> <p>‘죽음.’</p> <p>이라는 단어가 내 머릿속을 강하게 때려 박았다. 이젠 진짜였다. 더 이상 시간을 끌 방법이 없었다. 이미 무거워 질대로 무거워진 내 팔을 부들부들 떨리는 내 손을 이젠 불투명이라고 표현하는 게 올바를 정도인 내 시선을 숨을 쉬는 것인지 발작을 하는 것인지 모를 내 호흡을 정리해야 했다.</p> <p>천천히 검을 들어 올렸다.</p> <p>“으아아아아아아아아!!!!!!!!!!!”</p> <p>훙-</p> <p>하는 소리와 함께 장막이 찢겨 날아갔다.</p> <p>서걱-</p> <p>하는 소리와 함께 상대가 베어졌다.</p> <p>푸슛- </p> <p>하는 소리와 함께 상대의 피가 튀어나왔다.</p> <p>그리고........</p> <p><br></p> <p><br></p> <p><br></p> <p><br></p> <p><br></p> <p><br>띠링-</p> <p>하는 소리와 함께 알림이 튀어 나왔다. </p> <p>경험치 +5xp를 획득하셨습니다.<br>+3원을 획득하셨습니다.<br>토끼고기를 획득하셨습니다.</p> <p><br></p> <p><br></p> <p><br></p> <p><br></p> <p><br></p> <p><br></p> <p><br></p> <p><br></p> <p>----------------------------------------------------------------------------------------------------------------------------------- <strong><u><font color="#00b0f0">"우리는 세월호를 아직 잊지 않았습니다."</font></u></strong></p> <p><br></p> <p><br></p> <p><br></p> <p><br></p> <p><br></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