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는 바야흐로 2015년.<br>평소에는 잘 출몰하지 않는 부장이 인자한 미소를 지으며 다가오셔서는..<br><br>"Mio씨, 요새 GDS 팀 분위기 좋은가봐. 얼굴이 폈네?" <div>"아이고. 여긴 어쩐 일로.."</div> <div>"부서 사람들 챙겨야지 하하하. 내가 바빠서 자주 못챙기긴 해도 말이에요."<br><br><div>회식 때는 그렇게 안 오셔도 된다 그래도 기가막히게 찾아오시더니.</div></div> <div><br></div> <div>"네, 그래서 어쩐 일이십니까?"</div> <div>"여기 USB 안에 프로그램이랑 소스코드가 들어가 있는데, 이거 테스팅이 좀 필요할 거 같아서 부탁 좀 하려고...."</div> <div><br></div> <div>무심코 USB를 받아들고 확인하는데,</div> <div>뭔 해괴한 소스와 Visual Basic 냄새가 물씬나는 UI로 된 프로그램이 있었다.<br></div> <div><br></div> <div>"...회사에 이런 것도 있었습니까;;?"</div> <div>"좀 오래됬지만, 대리 때 내가 있던 팀에서 짠거거든. 이래뵈도 내가 개발자 출신이야."</div> <div>"그거야 제가 잘 알죠. 개발이신거."</div> <div><br></div> <div>같은 사내 축구팀 동아리에 들어가 있긴 해서 아주 잘 알지만, 차마 진심을 내뱉지는 못했던 나.<br>부장이 얼마나 개발인지를 떠올리려던 찰나, 폭탄투하를 시도하더라.</div> <div><br></div> <div>"근데, 이거 Java나 C#으로 컨버팅 가능할까?"</div> <div>"...;;;;; 그냥 기능만 확인하고 새로 개발하시죠. 꼭! 필요한거면요."</div> <div>"그게 낫겠지? 그럼 그냥 버그 몇 개만 해결해서 사이트 가서 업데이트 좀 부탁해요."</div> <div><br></div> <div>뭔가 까먹은게 있는 거 같은데.. 아 맞다.</div> <div><br></div> <div>"저기, 이거 무슨 툴인가요?"</div> <div>"아, 파워빌더."</div> <div>"-_-;;;;"</div> <div><br></div> <div>PowerBuilder라니. 그것도 <span style="font-size:9pt;">7.0. </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회사 처음 들어갈 때 한 번 유지보수해봤던 거 같기는 한데..</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br></span></div> <div>뭐 어쨌든, 수많은 툴 자체의 버그와 싸우면서 버그 몇 개 잡아놓고 테스팅 끝내고.<br>비록 다른 프로젝트였지만 클라이언트 쪽 담당자와 안면도 있어서 <br>초면인 다른 누구를 보내는 것보다는 나을 거라는 판단에 <span style="font-size:9pt;">후임인 A씨를 불러 USB와 함께 외근 지시를 주었다.</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br></span></div> <div>굳이 업데이트를 사이트로 가서 해야했던 이유는..<br>보안 체계와 클라이언트 사이트의 업무.. 따위는 아무 관계 없고.</div> <div>단지 부장에 의하면 담당 실무자가 컴맹에 가까우면서 목소리가 큰 갑이라는데 있었다.</div> <div><span style="font-size:9pt;">A씨도 별 문제 없다면서 출발 잘 했고. 부장에게는 A씨 보냈다고 보고 완료.</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br></span></div> <div>3시간 뒤..<br><br>부장에게서 걸려온 전화.<br>"Mio씨 어디에요?"</div> <div>"퇴근 중인데요."</div> <div>"지금 사이트에서 뭔 일 터진 것 같은데 확인 좀 해줘야 할 것 같아요."</div> <div>"........."</div> <div><br></div> <div>하아.. 지하철 타기만 하면 됬는데.<br></div> <div>어쩄든 회사로 돌아가면서 A씨에게 전화를 걸었다.</div> <div><br></div> <div>"A씨, 뭔 일이에요?"</div> <div>"저기.. 그게.. 그게"</div> <div><br></div> <div>평소답지 않게 울먹거리는 목소리로 전화를 받길래, 가슴이 덜컥해서 일단 진정시키고 이야기를 들었는데..</div> <div>6개월 데이터 처리된게 원상복귀 됬단다.</div> <div><br></div> <div>무슨 말인고 하니.<br>해당 클라이언트는 그 프로그램을 사용해서 일종의 사정처리를 하게 되어있다.</div> <div>4,1 분기 - 2,3분기로 6개월 단위 처리를 하고, 스키마가 처리 전 스키마와 처리 후 스키마가 나뉘어 있는 상태로.</div> <div>처리 전 스키마에서 데이터를 불러와 처리하고 그걸 처리 후 스키마로 덮어 씌운 뒤 담당자가 문제가 없는지 일일히 확인을 하고,<br>문제가 없으면 사정 완료하여 연도와 분기별 스키마를 생성하게 되어있다.<br><br>그런데 그 사정처리된 부분이 아예 원복되었다는 이야기였다.</div> <div><br></div> <div>원인은 프로그램에 있었다.</div> <div><br></div> <div>해당 프로그램에는 Admin이 사용할 수 있는 무시무시한 버튼 2개가 있었는데,</div> <div>1. 테이블 리셋</div> <div>2. 스키마 리셋</div> <div><br></div> <div>예상하기로는 초기개발 이후 세팅작업에 쓰던 것 같았다.</div> <div><br></div> <div>근데 이 버튼을 Admin으로 로그인 했던 A씨가 무심코 눌렀던 것이다.</div> <div>물론 버튼을 한 번 누른다고 바로 실행되지는 않게 되어있었지만 <span style="font-size:9pt;">큰 함정 하나가 있었으니..<br><br>"테이블 / 스키마가 초기화 됩니다. 실행하시겠습니까?" 메세지가 뜨면서 예/아니오 를 누를 팝업이 뜨는데.<br><br></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b>아니오 (No) / 예 (Yes) </b>로 되어있었다.<br>그걸 A씨는 무의식적으로 오른쪽을 눌러버렸던거..</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br></span></div> <div>뭐 하루 날 밤 새서 담당자 욕 먹어가며 셋이 처리해서 어떻게 해결은 되었고,</div> <div>예전에 디아블로2 하다가 저 빌어먹을 예/아니오 위치 때문에 할배검 든 바바를 날려본 적이 있어서 A씨의 당황함이 이해가 됬달까.<br><br>참 잊을 수 없던 겨울이었네.</div> <div><br></div> <div><br></div> <div><br><br></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