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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물ID : poop_13884
    작성자 : 멜옹
    추천 : 8
    조회수 : 924
    IP : 59.21.***.151
    댓글 : 4개
    등록시간 : 2017/11/04 13:55:01
    http://todayhumor.com/?poop_13884 모바일
    2017년의 어느날 아침의 똥과의 혈전
    옵션
    • 창작글
    <div>회사 업무 때문에 평소 8시까지 출근하던걸 한시간 앞당겨서 7시까지 출근을 하게 되었다.</div> <div>다섯시 반에 일어나서 씻고 밥먹고 6시에 출발하면 현장사무실에 6시 45분경에 도착하게 된다</div> <div>보통 아침에 일어나서 양치하고 세수하고 머리감고 밥먹고 배출하면 대략 30분 정도니 5시 반 기상이 마지노선이 되겠다</div> <div> </div> <div>그날 아침에 눈을 떴는데 시계를 보니 5시 50분이다. 망했다.<br>5분만에 씻고 머리 감고 5분만에 밥먹고 옷입고 집을 나섰다</div> <div> </div> <div>그래도 늦지 않았을거라는 안도감으로<br>출근거리 40km중 15km정도를 달려가던 중<br>집에 두고 와야할 것을 가지고 왔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div> <div> "아! 배아파.."<br>그렇다 난 집에 둬야 할 똥을 내 배에 저장한 상태로 출근중이었던 것이다.</div> <div> </div> <div>난 일을 하기위해서 직장으로 가고 있는데 나의 직장은 지금 하지 않아도 될 일을 하고 있었고<br>출근거리의 절반정도 간 상황이라 돌아가기도 그렇다고 돌파하기도 어려운데다가<br>달리는 도로의 80프로가 자동차 전용도로라 마땅히 해결할만한 곳도 생각나지 않았다</div> <div> </div> <div>해결책을 끊임없이 갈구하던 중 가는길을 살짝 우회하면 하나로 마트가 있던게 생각이 났다<br>"그래 거기라면.." 마트까지 얼마남지 않은 거리를 달리며  난 나에게 부탁을 하고 있었다.<br>제발 잘 버텨다오 나의 문지기여</div> <div> </div> <div>저 멀리 하나로 마트가 보이는 순간 난 문을 더 걸어잠그며 뱃속에서 날 압박하며 요동치는 난봉꾼들을 더 옥죄며 탈압박를 시도했다.</div> <div>그들은 단 한번만 뚫어내면 되고<br>난 단 한번의 실수를 해서도 안된다.</div> <div> </div> <div>난 이미 알고 있었다.<br>무사히 경기를 치르고 승리감에 취한 상상을 하는 순간 난 패배하게 된다는 것을..<br>끝날때까지 끝난게 아니라는거<br>누구나 다 공감할 이야기가 아닌가 싶었다.</div> <div> </div> <div>모퉁이를 돌아 하나로 마트 입구로 들어가면 최후의 결전을 치를 경기장으로 들어갈 수 있다.</div> <div>모퉁이를 돌아 입구를 보는 순간 굳게 내려진 셔터를 보며 좌절을 하게 되고 경기장 사정으로 결전을 치르지 못하게 된 나는 주변의 다른 경기장을 그제서야 찾아나서기 시작했다</div> <div> </div> <div>야구로 치면 1점앞선 9회말 투아웃에 쓰리볼 노스트라잌 상황<br>축구로 치면 1점앞선 후반 45분에 페널티킥을 준 상황<br>난 급한 마음을 뒤로 하고 다시금 차분해지기로 마음먹었다</div> <div> </div> <div>사실 며칠 지난이야기지만 지금도 잊을수 없는게 출퇴근할때 라디오를 듣는데 요즘 파업때문에 음악방송을 틀어주는 방송국이 있다</div> <div>그 주파수를 맞추고 내 딸아이를 재우듯 내 속의 아이들에게 자장가를 불러주고 있었는데 정말 거짓말 같이 박신양버젼의 사랑해도 될까요가 나왔다</div> <div>아름다운 가사와 따뜻한 멜로디로 나의 귀와 마음과 아이들을 위로해주겠지 라는 생각과 함께 노래의 첫마디가 시작되었다 </div> <div> </div> <div>"문이 열리네요~"<br>그렇게 문이 열리려 하고 있었다.<br>"그대가 들어오죠"<br>하지만 그대는 나가려 하고 있었다.<br>" 첫눈에 난 내 사랑인걸 알았죠"<br>이건 사랑이 아니라 고통 그 자체였다.</div> <div>"내 앞에 다가와~"</div> <div>오지마 오지말라고 나오지 말라고!</div> <div> </div> <div>이쯤되니 노래는 더이상 들리지 않고 식은땀만 나오는 상황 <br>그리고 내 배에서도 그 누군가가 문을 열고 고개를 빼꼼 내밀어 "계세요?" 하려는 상황</div> <div> </div> <div>뱃속이 싸늘하다..<br>포기하면 편해.. 라는 말이 머릿속을 맴돈다<br></div> <div>운전을 하는 이 자리에서 사태가 발생한다면 몇초간은 천국일테지만 그 이후의 모든 시간은 지옥일테지..</div> <div>머릿속으로 지금 가능한 모든 시나리오를 가동한채 눈으론 최후의 결전장을 스캔하고 있다.</div> <div> </div> <div>아파트가 보인다.<br>그리고 그 앞에 상가건물이 보인다.<br>그래 너로 정했어 하며 차를 주차하고 시동을 끄고 문을 열면서 문쪽 수납함에 있는 주유소에서 받은 휴지를 덥썩 잡았다</div> <div> </div> <div>바사삭<br>생각보다 얇다.<br>아니 비닐의 촉감은 그렇다 치더라도 뭔가 위화감이 든다<br>두께감이랄까 푹신함이랄까<br>그런 느낌은 오간데 없고<br>차가운 비닐의 마찰음과 반대쪽으로 전해지는 내 손가락들의 따뜻한 기운</div> <div>그래 따뜻했다<br>내 손가락도 따뜻했고<br>내 배도 따뜻해져 왔다</div> <div> </div> <div>머리는 끊임없이 마인드컨트롤을 시도하고 내 손은 끊임없이 차 안을 수색해나갔다</div> <div>또 다른 휴지가 잡힌다<br>무..물티슈<br>주유소에서 받아서 그냥 쑤셔둔 3장가량 들어있는 물티슈가 찬란한 두께감을 뽐내며 내 따뜻한 손끝에 찬 기운을 뿜어내어 주었다.</div> <div> </div> <div>출발이다<br>문을 열고 재빨리 차를 나섰다<br>그리고 빠르게 천천히 상가를 향해 다가갔다</div> <div> </div> <div>출발이다<br>마음속의 이 외침은 나의 행동에만 영향를 미친건 아니었다.<br>내 뱃속의 적군에게도 강한 의지를 심어주게 되었다.</div> <div>약 50여보를 걸어가야만 목표지점에 도달 할 수 있을거 같았다.<br></div> <div>문제는 그 건물안에 화장실이 있는가<br>그리고 그 화장실의 문이 잠겨있진 않은가 였다.</div> <div> </div> <div>한발자국씩 줄어들때마다 <br>머릿속엔 조금만 더 이제 다왔으니 조금만 더를 새기고<br>난 배를 쓰다듬으며 그들을 달래려 했다.</div> <div> </div> <div>하지만 그 쓰다듬음이 그들을 자극했나보다<br>동력이 없어서 약간의 휴식을 가진 그들이었던것인지 나의 손바닥 온기를 느끼자마자 갑자기 전투적으로 변했다</div> <div> </div> <div>최후의 혈전<br>다행히 화장실도 있고 문도 열려있고 휴지도 걸려있다.</div> <div>걸려있는 휴지까지 보고 안도를 하는 상황과 반쯤 내려간 나의 옷들<br></div> <div>그리고 착석하는 순간</div> <div>밖에서 수만마리의 비둘기들이 날라가는거 같다<br>푸다다다다닥</div> <div> </div> <div>알수없는 알싸함으로 하늘높이 비상하는 수만마리의 비둘기들에게 인사를 하고나니 머릿속에 급격하게 퍼져나가는 엔도르핀으로 난 점차 극락의 세계로 인도되었다 <br></div> <div>짧은 시간이었겠지만 억겁과도 같은 혈투를 벌이고, 힘겨웠지만 어렵게 승리를 따낸 나에게 너무나도 감사해 하며 남아있는 비둘기들을 떠나보내기 위해 휴지를 뽑아드는 순간 어느새 저 하늘 높이 날아간 수만마리의 비둘기들은 한데 뭉쳐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div> <div> </div> <div>그 모습을 보고있자니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br>알고보면 인간의 조상은 원숭이가 아니라 코끼리가 아닐까?</div> <div> </div> <div>그렇게 수만마리의 비둘기는 한마리의 코끼리가 되어 내 눈앞에서 사라져갔다.</div> <div> </div> <div>2017년의 어느날<br>날 미치도록 승리하고 싶게 만든 그날<br>결국 난 승리하였고 앞으로도 승리만 할 것이다. 제발..</di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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