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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물ID : pony_91223
    작성자 : 기뮤식의노예
    추천 : 4
    조회수 : 583
    IP : 1.249.***.249
    댓글 : 3개
    등록시간 : 2016/07/26 22:53:49
    http://todayhumor.com/?pony_91223 모바일
    졸역)선셋 리셋 - 제 12장 : 엇갈린 연애감정의 인식 part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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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장 제 1장 제 2장 제 3장 제 4장 제 5장 제 6장 제 7장 P1 제 7장 P2 제 8장 제 9장 제 10장 제 11장 제 12장 p1




    저녁은 여느 때와 다름없이 맛있었다. 주방장 램 지 는 비싼 월급 받고 저급한 음식을 조리하는 게 여전히 마음에 안 들었는지 연신 툴툴댔지만 그래도 프로 정신이 가득한 사람이라 최선을 다해 음식을 조리했다. 고급 음식이 아닌 평범한 음식은 어떤 맛이었지? 밤중에 나가 먹어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 밥상머리에서 하고 있는 대화는 다행히 선셋이 피하고 싶었던 주제들은 안 건드리고 잘 넘어가고 있었다. 어머니는 캐이댄스가 선셋을 질투한 이유 중 하나인, 선셋이 학교에서 빠르게 사귄 친구에 대해서 물어보았다. 약간 죄책감이 들었지만 뭐랄까 약간.. 희한하게 행복하기도 했다.


    살면서 처음으로 선셋에게 그런 감정을 느끼는 포니가 한 필 생겼으니까.


    ..뭐.. 어디까지나 선셋이 아끼는 포니들 중에서는 말이다.


    "교장실 가기 전에 제가 도와줬던 여학생이에요." 치어릴리에 대한 이야기였다. 아직 아는 게 별로 없으니 설명도 간소했다. 인간 세상의 치어릴리까지 포함하면 이야기가 다르겠지만, 어머니 앞에서 그런 이야기를 할 필요도 이유도 없었으므로, 선셋은 그냥 그 점에 관해선 침묵하기로 했다.


    캐이댄스는 후식을 먹어치우고 난 뒤 선셋의 이야기를 곱씹으며 입을 열었다.


    "그럼... 잠깐. 그냥 근처 지나가다가, 걜 도와주고 나서, 교장실이 어디인지 안내받고 난 뒤에, 곧바로 걔랑 점심시간에 같이 먹자고 약속을 잡은 거야?"


    사랑의 공주는 이해가 안 된다는 듯 약간 찌푸린 표정을 짓다가, 이내 장난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었다.


    "에이~ 못 믿겠는걸! 막 너 내 친구가 되라고 겁을 준 거 아냐?"


    "그러는 넌 네 태도부터 돌아보시지 그래? 학교 내에서 유명한데 왜 친구가 안 생기나 불평만 하지 말고."


    물론 캐이댄스가 농담으로 한 소리란 건 알고 있었다. 하지만 선셋은 필요 이상으로 날카롭게 대꾸했고 캐이댄스의 얼굴에선 웃음이 바짝 가셨다.


    "어.. 선셋? 설마 내가 말실수한건-"


    "물론 예전의 나는 그랬겠지만, 지금은 아냐."


    반쯤 혼잣말로 선셋은 대답했다.  누군 계속 과거에서 벗어나려고 갖은 노력을 다 하고 있는데... 아니, 그래도 농담 삼아 하는 말에 대놓고 정색하는 건 좀 과했나... 이놈의 성질, 좀 죽여야 하는데.


    "미안. 신치 교장 때문에 화가 아직 덜 풀려서." 


    인간 세계의 신치는 그깟 학교 대항 경기에서 이겨보겠다고 인간 트와일라잇에게 불안정한 마력이 가득한 기계 장치를 강제로 열게 만들었다. 신치가 생각하는 꼬락서니는 거기나 여기나 다를 게 없어 보이니 포니 신치의 행동을 분석하는 건 선셋에게 있어서는 식은 죽 먹기였다. 거울 너머에서 들었던 신치에 대한 몇몇 소문들은 여기에 와서도 그대로겠지. 이퀘스트리아 식으로 약간의 각색을 걸쳐서 말이다.


    셀레스티아가 헛기침을 하는 소리에 선셋은 자신의 어머니를 돌아보았다. 잠깐 동안이지만 어머니의 존재도 망각한 것 같아 선셋은 약간 죄스러운 기분이 들었다. 몇 년 동안 선셋은 셀레스티아가 자기를 다시 돌아봐주기를 바랬다. 하지만 막상 그게 현실이 되자 오히려 선셋 쪽에서 셀레스티아를 밀어내는 꼬락서니가 되어가고 있었다.


    물론 여러 가지 말 못할 이유가 있다 보니 선셋도 어쩔 수 없었다.


    일단, 지금 이 순간에 셀레스티아의 사랑에 목을 매는 건 위험부담이 너무 높았다. 과거로 돌아온 첫 날에 들은 셀레스티아의 칭찬 한 마디에도 선셋은 너무 좋아서 사경을 해맬 정도였다. 하지만 선셋에게는 지금 사명이 있었다. 특히나 트와일라잇이 멀쩡히 존재한다는 걸 안 이상, 이미 엉망진창이 된 역사를 수습해야만 했고 그러기 위해선 다른데 시선을 빼앗길 틈 따윈 없었다. 


    그게 설령 선셋의 행복과 반대되는 일이라고 해도..


    "선셋.."


    어머니의 말씀이었다. "깃털 관리가 약간 소홀한 것 같구나."


    선셋은 지금이라도 당장 떼서 누굴 주고 싶은 쓸데없는 두 날개를 돌아본 뒤 셀레스티아에게로 시선을 옮겼다.


    "..그러네요."


    선셋은 조심스럽게 대답했다. 경험상 저건 그냥 '예.' '아니요.'를 듣고 싶어서 말을 건 게 아니었다. 좀 더 중요한 말을 하거나, 혹은 긴 대화를 하기 위해 어머니가 놓는 포석과도 같은 말이었다.


    "저.. 잔소리 하는 것 같아서 좀 그렇지만.. 솔직히 좀 어수선하긴 하다." 캐이댄스가 거들었다.


    "거 참 미안하게 됐네! 너처럼 그림에서 튀어나온 것 같은 미마가 아니라서!"


    자기도 모르게 큰 소리가 나와 선셋은 몸을 잔뜩 움츠렸다.


    "... 미안."


    다행히 캐이댄스는 아까처럼 바짝 졸아들지 않았다. 다만 선셋을 쳐다보며 멀뚱멀뚱 두 눈만 깜빡이고 있었을 뿐이다.


    "...미...미마? 지금 날 보고 예쁘다고 해 준 거야?"


    저건 또 무슨 반응이란 말인가? 선셋도 잠시 멍하게 캐이댄스를 보았다. 그나저나 왜 갑자기 자기 입에서 캐이댄스가 예쁘다는 소리가 튀어나왔을까?


    오늘 학교 갈 준비를 하던 캐이댄스의 모습을 본 것 때문에 그런 건가.. 특별히 무슨 단장을 하거나 갈기 및 털 손질에 많은 공을 들이는 것 같지는 않았다. 하지만 그냥 몸을 씻고 적당히 단정하게 정리하는 것만으로도 캐이댄스는 눈부시게 아름다워보였다. 이른바 자연미마라는게 바로 저런 거겠지.


    "아니 왜 못 알아들은 척을 하고 난리야?"


    선셋의 대답에 캐이댄스는 얼굴을 붉히고 고개를 돌렸다. 아닌가? 분홍빛 털 때문에 알아보기가 힘들었다.


    "흠! 흠! 저... 그래도... 학교에서 수말들의 인기를 끌고 있는 건 음.. 내가 아니라 넌데.."


    어설픈 칭찬이로군.. 선셋은 콧방귀를 뀌며 대꾸했다. "내가 무슨 틀린 말 한 것도 아니고.."


    잠깐.. 이대로 대화를 마무리하면 또 어머니에게 말할 기회가 돌아갈지도 모른다. 위험했다. 다시 아무 말이나 할 필요가 있었다.


    "아.. 저.. 날개는... 음.. 보니깐 조금 너저분하긴 하다 야."


    "지금껏 깃털 정리는 한 번도 안 해 봤겠구나."


    셀레스티아가 은근한 어조로 끼어들었다.


    다시금 선셋의 머리에 경보가 울렸다. 셀레스티아가 이런 말을 먼저 꺼낸다는 건, 곧 셀레스티아 자신이 설계한대로 강제로 상황을 끌고 가겠다는 것, 즉 무언가 꿍꿍이가 있다는 이야기였다. 날개 이야기는 핑계에 불과할 테고..


    최대한 표정관리를 하며 선셋은 예전 생물수업시간에 들은 페가수스의 신체 특성을 떠올렸다. 다른 한편으론 셀레스티아의 함정에 걸려들지 않기 위한 수단을 강구하면서 말이다.


    "윽.. 깃털 고르기라.. 그런 기본적인 걸 까먹을 줄이야.."


    이렇게 이야기하며 선셋은 캐이댄스를 보았다. 그러고 보니 캐이댄스도 오늘 학교 갈 준비할 때 깃털 고르기를 했었던 것 같은데...


    "저기 캐이댄스. 이 깃털 말인데.. 정리하는 방법 가르쳐줄 수 있어?"


    사랑의 공주가 고개를 끄덕일 때, 셀레스티아의 표정은 미세하게 일그러졌다.


    "어... 좋아."


    살포시 미소를 지으며 캐이댄스는 말을 이었다.


    "근데 나 어스포니 양부모님 사이에서 자랐거든. 어쩌면 네 생각보다 좀 서툴러서 네 성미엔 안 맞을지도.. 혼자서 깃털 관리하는 법을 배우는 건 진짜 어려운 일이더라."


    "아..!" 셀레스티아가 목소리를 높였다. 캐이댄스의 과거 이야기가 나오자 약간 기쁜 표정이었다. "그렇겠군.. 그럼 대신해서 내가 가르쳐줄 수도 있겠구나."


    이제야 선셋은 셀레스티아의 의중을 완전히 파악했다. 가슴이 찢어지는 것만 같았다. 셀레스티아가 원했던 건 그저 딸과의 오붓한 시간이었던 것..


    승낙하고도 싶었다. 어머니와의 비행 연습처럼(결국엔 대실패로 끝나긴 했지만), 어린 시절부터 선셋이 쫒아왔던 꿈이기도 했으니까.. 간곡함이 묻어있는 어머니의 두 눈을 쳐다보며 어머니 대신 캐이댄스를 선택하려니 극심한 죄책감이 들어 죽을 것 같았다.


    하지만.. 아직은 어머니와 같이 보내는 것으로 시간을 낭비할 겨를 따윈 없었다. 트와일라잇을 어떻게 할지 갈피조차 잡지 못한 상황이었다.


    문득 그냥 어머니에게 다 털어놓고 만사 편해지자라는 자포자기식의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여전히 셀레스티아가 그 말을 믿고 도와준다고 해서 모든 게 만사형통하게 해결되리라는 보장도 없었다. 오히려 악화만 될 가능성도 다분했으므로..


    거기에 덧붙여, 선셋은 캐이댄스와 이야기를 나눠봐야 했다. 캐이댄스는 분명 왜 선셋이 샤이닝 아머와 캐이댄스를 엮었는지에 대한 설명을 요구할 것이다. 지체 없이 타당한 이유를 설명해주어야 이치에 맞을 것이다.


    '죄송해요 어머니.. 나중에 진짜.. 만에 하나라도 진짜.. 기회만 생기면 그땐 꼭..'


    선셋은 마음속으로 맹세했다. 턱 막히는 말문을 힘겹게 뚫고 말을 꺼냈다.


    "아...아뇨. 됐어요. 캐이댄스에게 베울게요.. 걔 마법도 가르쳐주는 겸 해서요.. 그..그게.. 공평하잖아요? 안 그래요?"


    캐이댄스는 뻘쭘하게 두 필의 알리콘의 눈치를 살폈다. 선셋은 이제 완전히 나쁜년이 된 기분이었다. 어머니와 딸, 더 나아가 스승과 제자 사이의 미묘한 기류에 캐이댄스만 억울하게 휩쓸렸는데 무슨 상황인지 파악도 하지 못하고 쩔쩔매는 모습이 영 안쓰러웠다.


    "..진심이야?"


    캐이댄스는 질문했다.


    "당연하지!" 선셋의 목소리엔 처음에 계획했던 것보다 약간 과하게 의욕을 실어 말했다.


    태양의 공주는 고개를 끄덕였다. 평소 짓는 그 잔잔한 미소를 얼굴 가득 품고 말이다.


    "그럼 둘이 그렇게들 하거라. 기실, 처리해야할 잡무가 남아있던 차란다."


    너무 순순히 보내주시는 게 오히려 맘에 걸리는데... 그렇다고 불평할 생각은 전혀 없지만. 선셋은 캐이댄스를 끌고 빠르게 자신의 방으로 걸어갔다. 문을 꽝 닫고 벽난로에 불을 지펴 늦가을 추위를 몰아낸 뒤 연기 말소 주문을 활성화하고 뒤를 돌아보았다. 아니나 다를까, 캐이댄스가 눈에 쌍도끼를 켜고 선셋을 노려보고 있었다.


    "설명 좀 해줄래? 왜 이모님께 내가 샤이닝 아머랑 사귄다는 뜬금없는 거짓말을 했는지."


    퉁명스럽게 캐이댄스가 던지는 말에 선셋은 한숨을 쉬었다. 미리 예측한 일이긴 했다.


    "일단, 진심으로 미안. 그리고 구해줘서 정말 고마워."


    캐이댄스는 잠시 말없이 불만스럽게 두 눈만 굴리다가 천장을 올려보며 한숨을 쉬었다.


    "그야, 제일 친한 친구니까 당연하지.. 근데 설명 안 하고 딴 소리만 할래?!"


    다시 선셋을 쏘아보며 캐이댄스는 투덜투덜 되물었다.


    "저..."


    선셋은 마음 속으로 대답할 말을 신중히 고르기 시작했다.


    "어머니가 괜히 이곳저곳 들쑤시고 다니는 걸 막기 위해서 그랬던 것뿐이야. 모든 걸 다 준비하고 내가.. 직접 말하기 전 까진 그렇게 놔둘 수는 없어."


    반쯤은 거짓이었다. 선셋의 말문이 또 한 번 콱 막혀오고 있었다. 과연 양심을 계속 속일 수 있을까?


    "그...그러니까, 샤이닝 아머랑 걔네 가족은 평범한 포니들이잖아. 난 공주고.. 걔가 내 위치에 적응하기 전까진.. 그게.."


    캐이댄스는 혼란스럽다는 표정으로 선셋을 보았다. 선셋의 속은 뒤집혀가고 있었다.


    "그게 뭐? 그래서, 내가 샤이닝이랑 사귄다고 둘러대면 이모님이 꼬치꼬치 캐묻지 않기라도 한다는 이야기야 뭐야?"


    왜 내가 캐이댄스도 모자라서 샤이닝까지 거짓말에 끌어 쓸 생각을 했는지.. 선셋의 죄책감의 무게만 더 가중되었다.


    "아니.. 사실 샤이닝 아머가 걱정되는 건 아니고, 아! 물론 걱정되긴 하지만 제일 큰 문제는  그...그..저... 어머니랑 트와일라잇 스파클이 혹시라도 만나게 될까 봐 그런 일은 가급적이면 피하고 싶어서.."


    선셋은 고개를 축 늘어트렸다. 이게 누군가와 친구가 됐을 때의 최대 단점이었다. 친구가 되는 순간 그 누구를 도구처럼 이용하는 건 불가능에 가까웠으니까..


    사랑의 공주는 말없이 선셋을 살폈다. 그리고는 선셋에게 가까이 다가가 선셋의 어께 위에 한 쪽 발굽을 올려놓았다.


    "선셋. 뭐가 문젠지 솔직히 말해줘."


    고개를 숙일 수밖에 없었다. 캐이댄스의 목소리에 담긴 절절한 우려가 선셋의 죄책감에 또 한반 치명타 한 방을 박아 넣었기 때문이었다. 캐이댄스는 지금 선셋을 진심으로 걱정해주고 있었다. 비록 선셋이 지금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걸 알고 있어도 말이다.


    "미안.. 미안해 캐이댄스... 사실..."


    선셋은 캐이댄스의 두 눈동자를 마주보며 속을 털어놓기 시작했다.


    "저번에 이퀘스트리아로 다시 돌아왔을 때 샤이닝 아머는 만난 적이 없다고 말한 적이 있었지.. 하지만 트와일라잇 스파클 과는 직접 만난 적이 있어."


    "그런..!" 캐이댄스는 더 말을 이을 수 없었다. 눈만 깜빡였다.


    선셋은 고개를 숙인채로 캐이댄스의 성난 추궁을 기다렸다. 샤이닝 아머와의 연애를 도와주었는데도 배은망덕하게 어설픈 거짓말만 늘어놓았으니 그래도 쌌다.


    하지만 돌아오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 선셋은 캐이댄스를 다시 쳐다보았다. 캐이댄스는 골똘히 생각이 잠긴 표정이었고, 절대 화가 난 것 같진 않았다. 오히려 호기심이 가득한 표정이라고 해야 되나?


    "...음... 그럼 여러 가지가 설명이 되네."


    캐이댄스는 홀로 중얼거렸다.


    ??... 안 때려? 소리도 안 쳐? 선셋은 움츠렸던 몸을 펴고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어?"


    "전에 내가 망아지 돌보기 알바를 한다고 했을 때 네가 분명 넌 망아지들 안 좋아한다고 말했잖아. 근데 네가 트와일라잇과 만났을 때... 아니, 정확힌 기절했다가 다시 깨어났을 때-"


    "잠깐 그건-!"


    선셋은 말을 멈췄다. 무심결에 죄다 쏟아 내버려선 안 된다. 어떤 비밀들은 발설해봤자 긁어 부스럼인 비밀도 있으니까.


    "그건 그냥.. 배가 고파서 기절한 거야..."


    캐이댄스는 히죽 웃으며 재밌으니 더 해보라는 듯 선셋을 쳐다보았다.


    "그래~ 그래~ 물론 네가 트와일라잇을 보자마자 탈진해서 쓰러진 건 그냥 기막힌 우연이겠지. 비록 또래 다른 망아지들보다 뛰어나긴 하지만 아직 잠재력이 검증조차 되지 않은 애에게 덜컥 거액을 후원하겠다고 한 것도 물론 우연의 산물일 테고.."


    조금 더 진지한 표정을 지으며 캐이댄스는 말을 이었다.


    "..설마 샤이닝 아머에게 잘 보이기 위해서 그랬던 거라고 변명할 생각이라면 그만둬. 아무리 나라도 그건 환심을 사려고 하는 일 치곤 좀 과도하다는 걸 잘 알고 있으니까."


    캐이댄스의 말은 끝났다. 선셋은 10초 동안 경악한 얼굴로 캐이댄스를 쳐다보았다. 캐이댄스를 너무 과소평가했다! 얘가 대책 없는 멍청이도 아니었는데..


    "자..자...자...잠깐만! 이미 눈치 챘다면 그동안 나한텐 왜 말 한마디도 안 했어?"


    허겁지겁 선셋은 질문을 던졌다.


    "왜냐면 난 네 사생활을 존중하고.. 뭐니 뭐니 해도 널 믿으니까."


    마치 이게 당연하다는 듯 캐이댄스는 대답했다. 오히려 왜 이런 걸 질문했냐는 투였다.


    부끄러움을 못 이긴 선셋의 고개는 또 한 번 축 늘어졌다.


    "..이번엔 진짜 네 도움이 필요할 것 같다.."


    선셋은 자기의 큐티마크가 그려진 깔개 위에 몸을 포개고 누웠다. 


    "아니, 나 왜 이렇게 지지리 궁상을 떨고 있는 거지? 답지않게시리."


    캐이댄스는 낮게 웃으며 선셋의 뒤로 걸어가 선셋의 날개가 어떤지 살피기 시작했다.


    "어머? 샤이닝 아머가 곤경에 빠졌을 때랑은 사뭇 다른 모습인걸. 그때 네가 진심으로 불같이 달려드는 모습은 꽤 보기 좋았는데 말야. 물론 뜯어말리느라 힘들긴 했지만."


    지금 캐이댄스가 위로를 하는 건지, 선셋의 멍청함을 돌려 까는 건지 선셋은 알 수 없었다. 샤이닝 이야기를 하니 벅에게 맞아 바닥을 구르는 샤이닝의 처참한 몰골이 생각나 선셋은 힘겹게 생각을 떨쳐내려고 부단히 애를 썼다. 그 때를 생각하면 여전히 가슴 한구석이 죽도록 고통스러웠다.


    "그 트와일라잇 스파클에 대해서 우선 이야기 해줄래?"


    캐이댄스가 선셋의 날개를 이리저리 살피며 운을 때자 선셋은 상념에서 퍼뜩 깨어났다.


    한숨을 쉬며 선셋은 생각을 정리했다. 요점을 정리한 후 선셋은 대강 깃털 정리에 들어간 캐이댄스를 돌아보며 말을 꺼냈다.


    "내가 거울 너머로 도피했었다는 이야긴 했었지? 내가 없는 동안 셀레스티아는 새로운 수제자 한 필을 들였어. 그게 트와일라잇 스파클이고... 내가 인간세상에서 있었던 31년 동안 이퀘스트리아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나도 정확히는 몰라. 근데 내가 이퀘스트리아에 돌아왔을 때 음... 아.. 여기부턴 말이 안 되는 이야기들뿐인걸..."


    "뭐가?" 선셋의 날개를 살피며 캐이댄스는 질문했다.


    기왕 이야기한 거 다 쏟아내기로 맘을 먹은 뒤 선셋은 다시 한 번 땅이 꺼져라 한숨을 쉬었다.


    "내가.. 어.. 미래..로 돌아왔을 때, 신문은 봤는데 날짜를 안 봐서 정확한 시간은 모르겠지만, 아마 트와일라잇의 그 때 나이로 미루어봤을 땐 이퀘스트리아에선 10년의 세월이 흐른 것 같았거든?"


    생각에 잠긴 표정으로 선셋은 중얼중얼 말을 이었다.


    "아니.. 그것보단 더 흘렀던 것 같다. 한 12년? 13년? 공주 회담 때 내가 거울을 빠져나왔었는데 그때 보니까 트와일라잇은 알리콘이 되어있더라? 외모만 보면 나보다 1살 정도 더 어리거나 동갑인 것 같았고.."


    "잠깐! 방금 분명 인간세상에서 3년을 지내고 나왔다고 했었잖아!"


    "말 했잖아. 도무지 말이 안 되는 이야기라고!"


    캐이댄스가 날개의 중간 부분을 뒤로 잡아당기는 게 느껴졌다. 사랑의 공주는 인상을 구기고 있었다. 엉망이 된 날개 때문에 그런 건 확실히 아닌 것 같았다.


    "선셋.."


    눈빛과 목소리, 모두 지극한 걱정이 담겨있었다. "정말 날짜 못 본거 맞아?"


    바보 같은 질문이어서 선셋은 퉁명스럽게 두 눈을 굴렸다. "그것도 분명 말을 했을 텐데.."


    "좋아. 그러니까.. 어... 공주 회담은 보통. 음... 이모님의 개국 이후로 천년마다 한 번씩 하는 거 맞지? 그.. 모든 공주들이 모여서 어... 중요한 이야기를 하는 그.."


    "몰라. 그 당시엔 신경 안 썼어. 트와일라잇의 마법 왕관을 뺏어서 지구로 돌아갈 생각밖에는 없었으니까. 이퀘스트리아와의 연결을 차단해서 마력을 나 혼자 독차지할 생각이었거든. 근데.. 트와일라잇은 날 따라 인간 세계로 건너오더니 여차저차 날 호되게 혼쭐내주고는 왕관 가지고 도로 이퀘스트리아로 돌아갔지.. 하지만 왕관에서 나온 잔여 마력이 나와 그 마력에 노출된 몇몇 인간들의 몸에 여전히 남아있게 되었는데, 내가 인간 세상을 영영 뜨기로 작정했을 때 그 마력들을 모두 내 몸으로 회수했거든.. 그래서 내가 어울리지도 않는 알리콘으로 변한 거고."


    도둑질이나 다름없는 알리콘 승천에 대한 걸 고백해도 캐이댄스의 표정은 변하지 않았다. 이미 심각한 표정이긴 했지만, 최소한 더 일그러지지는 않았다.


    "말하자면.... 하아.."


    캐이댄스가 하던 말을 멈추고 한숨을 쉬며 고개를 절레절레 젓자, 선셋은 짜증 섞인 신음을 뱉으며 일어나서 뒤로 돌아 사랑의 공주를 정면으로 쳐다보았다.


    "그러니까 내 말은! 내가 알리콘이 된 건 내 공도 아니고 그냥 외부 마력을 흡수해서 그런 거라고. 말 그대로 도둑질을 했다니까, 도둑질! 그것도 모자라서 내 친구 트와일라잇의 미래까지 지근지근 짓밟고 있는데, 얼레? 등신같이 뭘 어쩌지도 못하고 쩔쩔매고만 있네? 뭐라도 말해봐, 캐이댄스! 이게 과연 잘 하는 일이냐고!"


    "선셋..."


    캐이댄스의 표정이 더 일그러졌다. 얼핏 보면 화가 난 것처럼 보일 정도였다.


    "그래서 지금, 내가 질타라도 해 줘야 속이 편해지겠다 이 말이지? 네가 자격 없는 알리콘이 된 거? 근데 그거 알아? 나도 지금 너 정도로.. 아니, 오히려 너 이상으로 내게 공주 자격이 없다고 생각하는 거? 그리고 트와일라잇의 미래를 짓밟느니 어쩌느니 하는데, 지극정성 트와일라잇을 사랑으로 보살펴주면서 그런 말을 하면 내가 어떻게 '너 그러면 안 돼.' 라고 말하겠냐구요, 아 아가씨야."


    "하.. 하지만.. 난-"


    선셋의 어께에 발굽 하나가 올라왔다.


    "제발... 선셋.. 알리콘이 된 것 가지고 자꾸 그렇게 자책하지 마."


    선셋은 한 발짝 뒤로 물러났다.


    "그게..."


    시선을 돌렸다. 셀레스티아에게 거울 너머의 일들이 모두 환각이었다는 이야기를 들은 뒤로 당분간 찾아오지 않았던 자책감, 자괴감이 스멀스멀 선셋의 마음을 다시금 좀먹어가고 있었다. 거울 너머에서 저지른 선셋의 과오는 어머니의 말씀과는 달리 모두 실제로 일어난 일이었으므로..


    "이모님은 아셔?"


    캐이댄스의 질문에 선셋은 한숨을 쉬고 고개를 끄덕거렸다.


    "훔친 마력으로 승천한 거? 응.. 아셔.."


    중얼중얼 선셋은 대답했다. 희한하게도 그 땐 어머니에게 자기 잘못을 감출수가 없었다.


    "그래서, 뭐래셨어?"


    죗값을 다 청산도 안 했는데 면제를 받다니.. 선셋은 고개를 축 내리며 대답했다.


    "... 그렇게 훔친 마력으로 강제로 승천했을 때 내 마음에 한 점의 어둠이라도 있었다면, 이 모습이 아니라 흉측한 괴물이 되고 말았을 거라고 하시던데.."


    마지못해 선셋은 대답했다. 실제로 훔친 마력으로 괴물이 한 번 되어 본지라, 그때를 연상케 하는 주제는 떠올리기가 싫었다.


    "뭐... 그게 내가 알리콘 자격이 있는 증거라고 하시더라.. 마력을 훔쳤더라도..최소한 옳은 동기가 있었으니까."


    캐이댄스는 눈을 감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다시 약간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선셋을 쳐다보았다. 


    "..내가 봐도 넌 그럴 만한 자격이 있어. 중간에 약간 해찰하는 바람에 다른 길을 해쳐왔다고 해서 네가 한 고생과 속죄, 업적까지 부정할 수는 없는 거니까. 그리고. 봐봐. 내 뿔 말인데, 너완 달리 이건 나 혼자 단게 아니야. 언제까지나 이모님의 힘을 빌려 달게 된 거지. 그러니까 누군가의 힘을 빌린 것 정도로 네가 가치가 없는 거라고 쉽사리 여기지 말아줘. 그리고 찌질하게 자학은 좀 그만둬 주었으면 좋겠다. 알았지?"


    "현인 났네 현인 났어.." 한결 밝아진 투로 선셋은 장난스럽게 툭 비꼬았다.


    "이퀘스트리아식 표현을 쓰라구. 현마라고 해야지." 씨익 미소를 지으며 캐이댄스가 그 말을 받아쳤다.


    선셋은 콧방귀를 뀌었다. 앞몸통을 일으켜 엉덩이로 앉은 뒤 앞발짱을 끼었다. 


    "건방지긴, 감히 전능한 포니 공주님의 말에 토를 다는 거야?"


    대답 대신 캐이댄스는 선셋을 와락 껴안았다. 이렇게 대화는 끝났다. 더 할 말이 남아있긴 했지만, 선셋은 캐이댄스의 품에 녹아내리듯 안긴 체 더 이상 무슨 말을 할 수 없었다. 얼굴을 푹신한 분홍색 털에 파묻으며, 선셋은 친한 친구와 함께 하는 평온한 시간을 말없이 즐겼다.


    방금 전까지 선셋을 옥죄고 있었던 긴장감은 눈 녹듯 사라졌다. 혹시나 캐이댄스가 어디로 도망이라도 갈까봐 선셋은 부스스한 날개로 캐이댄스를 껴안았다. 짓궂은 이야기지만 케이댄스는 전과가 있었으니까...


    도대체 캐이댄스는 선셋의 죄책감을 얼마나 덜어준 것일까? 선셋은 이제 울지도 않고, 날뛰는 감정으로 히스테리를 부리지도 않았다. 다만.. 완전히 진정한 채로 그 자리에 고요히 앉아있을 따름이었다.


    "고마워.. 캐이댄스..."


    고맙다는 말로는 부족했다. 선셋의 괴롭힘, 거짓말, 거울 너머에서 저질렀던 끔찍한 일들까지... 캐이댄스는 이 모든 걸 듣고 또 직접 겪기까지 했는데도 선셋을 받아들였고, 또 용서해주었다.


    사랑의 공주는 선셋의 목에 얼굴을 비비며 말했다.


    "이정도 가지고 뭘.. 다 선셋 널 사랑하니까 그런 거지."


    "윽.. 야.. 방금 그건 좀 오그라든다." 작은 태양의 알리콘은 포옹을 약간 풀며 중얼거렸다.


    캐이댄스는 약간 뒤로 물러나 선셋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여전히 선셋을 바짝 껴안고 있긴 했지만..


    이윽고 시건방진 미소를 지으며 캐이댄스는 입을 열었다.


    "사랑의 공주에게 사랑이라는 말을 쓰지 말라는 거야 지금? 차라리 포니들한테 걸으면서 발굽소리 내지 말라고 하시지!"


    캐이댄스는 선셋을 향해 혀를 베 내밀었다.


    시비를 거시겠다? 질 수는 없지! 선셋은 최대한 비열한 미소를 지으며 응수했다. 


    "얘는 왜 혀를 막 내밀고 난리야? 아 나 진짜, 나도 콱 혀를 쓰고 싶게 만드네."


    악의 없는 공갈협박(?)은 제대로 먹혀들어갔는지, 캐이댄스는 혀를 쏙 집어넣고 경악한 표정을 지으며 선셋의 품에서 멀어졌다.


    "그..그건 좀.. 어흠!"


    허둥지둥 캐이댄스는 말을 이었다.


    "깃털 고르기를 해야 되니까, 바닥에 누워서 활짝 벌려줘. 내가 입으로 직접 해 줄 테니까."


    선셋은 캐이댄스를 지긋이 응시하며 두 눈만 깜빡거렸다.


    한번.


    .....두번.


    ...그리고 세번.


    "그래.."


    고개를 갸우뚱하고 있는 캐이댄스를 바라보며, 선셋은 얼굴을 붉히며 선언했다. "네가 짱 해라..."


    ---------------------------------------------------------------------------------


    깃털 고르기는 정말이지, 선셋 쉬머의 마생에서 가장 흥미로운 경험이었다. 한 올 한 올 깃털을 고를 때마다 왜 이걸 지극히 개마적인 공간에서 해야 하는지 선셋은 온 몸으로 절절히 깨달았다. 한편 왜 어머니가 이걸 둘만의 사적인 대화를 나눌 시간으로 이용하려고 했는지 이해도 됐다. 


    포니가 날갯짓을 할 때는 뿔과는 달리 날개에 자동으로 마력 보호막이 형성되어 날개에 받는 여러 충격으로부터 둔감해진다. 하지만, 이런 보호막의 여과 없이 직접 자극받아보니 알게된 게 한 가지 있었다. 세상에.. 날개가 이렇게 민감한 부위였었나?!


    물론 그게 나쁘다는 건 아니었다. 쾌감도 음.. 상당했다. 하지만 자칫 분위기가 어색해질 수도 있었으므로 대놓고 좋은 척은 내지 않았다. 어쨌든 깃털 고르기가 끝나자 선셋은 바로 찬물로 샤워를 시작했다. 마치 인간의 손가락으로 적절한 곳을 애무한 것 같은 효과가 선셋의 하복부에 몰려왔었던 것이다.


    선셋의 므훗한 흥분이 진정된 후, 두 포니는 평소처럼 마법에 관한 공부를 함께 한 뒤 잠자리에 들었다. 캐이댄스가 갑자기 크리스탈 왕국의 마법에 관심을 보였던 탓에, 선셋은 처음으로 자신이 약간 딸린다는 생각이 들었다. 캐이댄스가 감정 관련 마법에 관심을 가졌다면 모를까, 아예 크리스탈 조종술로 넘어가 버렸던 탓에 특히나 더 그랬다.


    뭐.. 그래도 선셋이 한 일이 아주 없진 않았다. 마법서의 복잡한 설명을 알아먹기 쉽게 풀어서 캐이댄스에게 설명해 주긴 했으니까. 캐이댄스가 크리스탈 왕국의 비전 마법을 마스터한다면 그건 선셋 쉬머의 친절한 1:1 교육이 있었던 덕분이겠지. 체면치례는 이 정도면 그럭저럭 된 것이다.


    신치 교장에 대한 이야기를 해볼까도 생각했었다. 선셋은 한때 학교의 선생들을 농락,겁박하여 찍소리도 못하게 한 뒤 그 위에 군림했던 적도 있었다. 이 경험을 바탕으로 이미 켕길 것 덩어리인 신치 교장 하나 매장하는 것은 선셋에게 있어선 식은 죽 먹기나 다름없는 일이 될 테지만, 웬일인지 캐이댄스는 신치 교장에 관해선 다음에 이야기하자는 말로 선셋의 제안을 일축했다.


    어쨌든 야밤의 일과는 다 끝나고 잠자리에 들 일만 남았다. 잠시 선셋이 먼저 침대에 누워 심각한 얼굴로 지난 일을 돌아보고 있던 찰나...


    "선셋.. 저... 혹시 좀 불편하면-"


    캐이댄스가 말을 하기가 무섭게 선셋은 마력으로 캐이댄스를 번쩍 들어 옆자리에 눕혀놓았다.


    "괜찮으니까 걱정하지 마."


    양 날개로 옆에 있는 절친한 친구를 품으며 선셋은 대답했고, 캐이댄스는 선셋의 턱 아래 얼굴을 묻었다."


    "그냥 좀.. 신경쓰이는게 있어서.."


    캐이댄스는 선셋에게서 몸을 약간 떼려고 했지만, 침대가 둘이서 함께 눕기엔 너무나 좁아서 함부로 그럴 수는 없었다.


    "..신경쓰이는게 뭔데?"


    "트와일라잇.." 아냐 이건.. 조금 안전한 화제로 돌려야겠군.. "..이랑 샤이닝 아머."


    "아휴.. 선셋, 네가 트와일라잇의 앞길을 막을까봐 걱정중인 건 이해하는데.. 근데 아무리 생각해도 그럴 수 있을 것 같지가 않거든? 넌 지금 이모님 수제자 자리는 진작 졸업해서 트와일라잇에게 물려줄 수도 있는데다가, 트와일라잇이 스스로 그 자리를 찾아갈 수 있게끔 자신감도 복돋워주고 있잖아? 그치? 넌 걔에게 도움이 됐으면 됐지 절대 알아서 치워져야할 방해물은 아냐. 더 이상 걱정하지 마. 다 잘될 테니까."


    "사실.. 내가 진짜 급하게 이야기하고 싶은 건 샤이닝 아머에 관해선데.." 선셋은 미적미적 말을 돌렸다.


    한숨. 또 한숨. 그게 캐이댄스의 첫 대답이었다. 골머리가 심하게 지끈거리는 것 같았다.


    "..알았어. 네가 정 필요하다면 이모님 앞에서 일부로 사귀는 척 정도는 해 줄게. 그래도 너, 나중에 꼭 이모님에게 사실대로 말해야한다?"


    그 이후 선셋이 캐이댄스가 눕기 편하게 몸을 몇 번간 뒤척인 뒤로, 몇 분간 둘은 말없이 누워있었다. 어스포니의 마력이 깃든 딱딱한 근육을 베고 눕는 게 그다지 편할 것 같지는 않았지만, 캐이댄스는 선셋에게 딱 달라붙어 떨어질 생각을 하지 않았고, 선셋도 그냥 캐이댄스를 그대로 놔두기로 했다.


    불현듯 지금 침대에 같이 누워있는 캐이댄스의 편의보다 더 중요한 것이 선셋의 머리에 떠올랐다.


    이대로 트와일라잇 스파클의 마생을 망쳐버리고 말 것인가 같은 생각들..


    그 꿈이 기억난다. 어머니와 함께 왕좌에 올라가는데 뒤에선 트와일라잇이 억울한 눈빛으로 선셋을 쳐다보고 있었다.


    -"어...? 난 어쩌고.."


    선셋은 두 눈을 질끈 감고 꿈의 기억을 떨쳐내려고 했다. 아냐.. 캐이댄스가 옳아. 내..내가 걜 도와주면 돼지..


    이미 트와일라잇이 유니콘 학교에 입학할 수 있게끔 조치도 취해 놓지 않았는가? 트와일라잇이라면 입학시험쯤 가볍게 통과할 테니 셀레스티아도 그 광경을 꼭 보게 만들어서 트와일라잇의 자질을 입증하기만 하면 되는 것이다. 그럼 남아있는 선셋은 분명..


    ..걔한테 나쁜 물을 들일 테고..


    ..타락시키고 말 것이다..


    ..아이러니하게도 트와일라잇은 자기가 원래 가야 할 길의 정 반대의 길을 걷고 있는 선셋을 동경하고 있었으니 이건 필연적이었다.


    선셋은 숨을 깊게 들이마셨다. 캐이댄스의 딸기향 샴푸 냄새... 그 향기를 선셋은 폐 속 가득히 들이마셨다.


    달콤하고 편안한 향기.. 어머니와 함께 베리 그로브에 있는 어떤 마을의 딸기 주스 축제에 갔던 게 생각났다. 그 때 선셋은 진심으로 행복했었다. 셀레스티아도 엄격한 스승보단 인자한 어머니 같았다.  자격 없는 날개를 달고 있는 지금보다 더욱 더...


    "선셋?"


    회상을 하고 있던 작은 태양의 알리콘은 생각에서 깨어나 캐이댄스를 내려 보았다.


    "응?"


    "또 무슨 문제라도 있어?" 조심스러운 질문이었다.


    "문제 같은 거 없-"


    말을 다 할 틈도 주지 않고 캐이댄스가 끼어들었다.


    "가까이 붙어 있다 보니 말 안 해도 다 알 수 있는걸, 네 호흡의 변화나, 네 근육이 순간 긴장하다가 풀어지는 걸 관찰만 해도 말야."


    캐이댄스는 두 앞발로 선셋의 한 쪽 앞발 발목을 감쌌다. 무슨 이야기든 들어주겠다는 자세였다.


    "처음에는 네가 바짝 긴장한 줄 알았는데, 이제는 그.. 뭐냐.. 힘이 쫙 빠졌네. 무슨 문제라도 있는 거야?"


    애써 아무렇지 않은 척 하려고 해봐도, 선셋은 또 한 번 바짝 굳고 말았다. 또 한 번 트와일라잇에 대해 캐이댄스와 이야기를 나누는 건 싫었다. 아까 한 대화도 겨우 겨우 해쳐나왔다. 아무리 캐이댄스 같은 친구가 곁에서 도와준다고 말을 해도 절대로 자신감이 생기지 않았다. 게다가 캐이댄스의 대답은 아까와 똑같을 게 분명했고..


    그래. 다른 이야기를 하자. 곧바로 둘러댈 수 있는 그런 이야기를. "그냥 샤이닝 아머 생각 중이었어."


    "아하하! 아. 그래서였구나. 엉뚱한 구석이 꽤 귀엽지 않아 걔? 착하기도 하고... 뭐, 다 알고 있는데 이런 말을 할 필요는 없겠지만-"


    캐이댄스의 쾌활한 수다 덕분에 트와일라잇의 미래에 대한 걱정을 잠시 잊을 수 있었다. 그 목소리에 담긴 행복과 웃음. 선셋의 가슴에 묘한 감각이 통했다. 그건.. 아주 나쁜 감정은 아니었지만.. 동시에 약간.. 공포심 비슷한 감정이었다.


    "캐이댄스."


    오늘 두 번째로 재잘재잘 샤이닝 아머에 대한 칭찬을 쏟아내는 캐이댄스를 보며 선셋은 덤덤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샤이닝 아머.. 좋아해?"


    -----------------------------------------------------------------------------------------------------




    이걸로 제 12장은 끝.


    13장에서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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