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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물ID : pony_91140
    작성자 : 기뮤식의노예
    추천 : 2
    조회수 : 435
    IP : 1.249.***.249
    댓글 : 1개
    등록시간 : 2016/07/14 23:04:16
    http://todayhumor.com/?pony_91140 모바일
    졸역)선셋 리셋 - 제 12장 : 엇갈린 연애감정의 인식 part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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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장 제 1장 제 2장 제 3장 제 4장 제 5장 제 6장 제 7장 P1 제 7장 P2 제 8장 제 9장 제 10장 제 11장




    제 12장 : 엇갈린 연애감정의 인식




    왕궁 연회실의 거대한 식탁의 한 자리를 차지하고 앉아, 셀레스티아는 저 멀리서 선셋이 캐이댄스가 걸어오는 걸 보고 있는 중이었다. 희한하게 오늘은 평소보다 늦게 도착했지만, 셀레스티아는 굳이 추궁하지는 않기로 했다. 특히나 선셋과 캐이댄스가 서로 친근하게 대화를 시작한 이후부턴 굳이 잔소리로 산통을 깰 생각은 없었다.


    ..하지만 오늘의 분위기는 약간 달랐다. 캐이댄스는 염려하는 표정으로 선셋의 눈치를 살피고 있었고 셀레스티아는 그게 마음에 걸렸다.


    둘 사이에 또 무슨 일이라도 생긴 건 아닐런지..


    다시 둘이 험악한 관계로 돌아서지만 않았으면 좋으련만.. 최근 들어 둘 사이가 완만해진 건 최근 겪었던 것 중 최고의 일이니 말이다. 선셋과 캐이댄스 둘의 성정은 서로간의 관계를 통해 점점 개선되어가고 있었다. 아무리 캐이댄스가 선셋의 영향을 받아 성질이 약간 거칠어지고 있다고 해도 말이다. 캐이댄스가 크리스탈 조작 마법을 배우고 싶어 했던 이유를 들어보니 선셋의 물이 들어가고 있음을 절절히 통감할 수 있었다.


    '하지만 결코 나쁜 일은 아니지.'


    셀레스티아는 스스로 이렇게 생각했다. 알리콘들은 전 기제류의 수호자였다. 필요하면 무력행사도 불사해야 됐던 것이다. 게다가 앞으로 국가의 일을 맡아야 했으므로 캐이댄스도 강단을 좀 가질 필요가 있었다.


    하지만 선셋이 자리에 앉자마자 캐이댄스가 선셋에게 기습적으로 한 질문에, 셀레스티아의 걱정은 약간 누그러들었다.


    "샤이닝 아머는 괜찮아?"


    대신 호기심이 그 자리를 채웠다. 불쑥 그 남정네가 누구냐고 물어보고 싶은 욕구를 억누르고 공주는 상황을 살피기로 했다. 결과를 예측할 수 있기 전까지는 섣불리 움직여선 안 된다는 건 수세기간 힘겹게 쌓아온 경험을 통해 잘 알고 있었다. 예측 못한 결과는 미리 예측한 재앙보다 질이 더 나쁠 수도 있는 법.


    선셋이 그 질문을 탐탁치 않아하는 건 분명했다. 원래 아주 격정적인 성격의 포니 치곤 표정관리도 잘 하고 잘 감췄다만, 아직 익숙하지 않은 기관인 날개가 슬슬 부들거리며 선셋이 가리고 싶은 불편한 감정을 대신 표현해주고 있었다. 날개 하니까 신경이 쓰이는데, 날개 깃 정리가 약간 엉망이로군... 주말에 있을 그리폰 외교관과의 회담을 위해 날개깃을 정리하는 방법을 가르쳐주어야겠다고 태양의 공주는 생각했다. 외국 귀빈들을 맞이할 때는 한 올의 흐트러짐도 없어야하니 말이다.


    "응."


    선셋은 단답으로 대답한 뒤 신속하게 주방을 돌아보며 말했다. "식사 주문은 하셨어요?"


    덜 곤란한 쪽으로 화제를 돌리겠다는 선셋의 의지가 노골적으로 드러나는 말이었다. 셀레스티아는 이제 둘의 대화에 끼어들기로 마음을 먹었다.


    "네 결벽적인 위생 감각 덕택에 주방 관리마들이 조리 시작 전 의무적으로 주방 청소를 하게 되었단다. 해서, 오늘 저녁식사는 평소보다 더 늦어질 것 같구나."


    그리고 얼굴 한 가득 짓궂은 표정을 지으며 셀레스티아는 은근한 목소리로 추궁했다. 


    "헌데 샤이닝 아머라.. 내가 잘 못 들은 게 아니라면 분명 수말의 이름일 텐데.."


    공주의 예측이 정확하다면 여기서 재미삼아 둘을 조금 골려주어도 별로 해는 없을 듯싶었다. 언제까지나 강약을 잘 조절한다는 전제 하에 말이다.


    공주가 그 의문의 남성의 이름을 언급하자 선셋의 표정은 더욱 어두워졌고 캐이댄스 또한 표정이 굳어갔다. 그게 그 수말 때문인지, 혹은 그냥 선셋이 심기가 불편한 것 같아 그간 괴롭힘 당한 기억에 몸이 본능적으로 반응을 일으키는 건지는 잘 알 수 없었다. 그런 건 쉽사리 잊을 수 있는 게 아니므로..


    "..그냥 학교에서 만난 포니 한 필 있어요."


    선셋은 한 쪽 발굽을 절레절레 저으며 대답했다. '신경 끄시죠!' 라고 아주 광고를 하는 모양새였다.


    무슨 이유인지 캐이댄스는 선셋의 행동에 적잖이 충격을 받은 얼굴이었다. 그러거나 말거나 선셋은 다시 주방 쪽을 돌아보고 있었다.


    "잠깐만 선셋.. 혹시 집에서 무슨 일이라도 있었어?"


    다시 한 번, 선셋의 몸이 선셋의 표정을 대신해 선셋의 생각을 말해주고 있었다. "아냐. 아무 일도."


    "흠! 흠!"


    셀레스티아는 일부러 목청을 가다듬었다. 진지하게 이야기를 할 시점이었던 것이다. 딸의 얇은 인내심이 점점 바닥을 드러내는 것 같으니, 빠르게 요점으로 들어가야 할 필요가 있었다. 


    "무슨 일이 있었는지 정확히 설명해주겠니?"


    선셋 대신 캐이댄스가 뭐라고 말하려던 순간, 선셋의 속 긁는 신음소리가 캐이댄스의 말을 가로막았다.


    "끙... 샤이닝 아머는 말이죠. 캐이댄스가 망아지 돌보기 알바를 하러 나가는 집에 사는 애인데요. 어제 걔한테 아주 지대한 유감을 가진 웬 쓰레기 같은 놈들이 떼거리로 샤이닝을 괴롭히고 있기에 캐이댄스랑 나랑 둘이서 걜 구해줬거든요. 그래서-"


    말 마디마디가 지날 때마다 선셋의 분노 또한 진득하게 묻어나왔다. 스스로도 너무 격양된 것 같았는지 선셋은 잠시 말을 멈춘 뒤, 숨을 크게 들이마셨다가 다시금 크게 내쉬었다. 


    셀레스티아는 이 광경을 놀랜 눈을 하고 쳐다보았다. 딸이 분노를 성공적으로 참아낸 게 이번이 벌써 두 번째다. 모두 딸에게 새 날개가 돋아나고 난 뒤 일어난 변화였다.


    "..그래서 건강 검진 주문으로 샤이닝 상태를 확인한 뒤 양호실에 데려다 줬어요. 캐이댄스는 샤이닝을 때린 벅이란 녀석을 퇴학시킨답시고 교장실로 갔고요."


    가당치도 않았다는 듯, 선셋 쉬머는 눈을 옆으로 굴렸다.


    "전 샤이닝을 데리고 걔 집까지 데려다줬어요. 그러다가 겸사겸사 걔 부모님도 만나고, 그게 끝이에요. 그래서 오늘은 둘 다 늦게 왔어요. 걔 부모님이랑 몇 가지 이야기도 하고.. 굽신굽신 거리는 것도 말려가면서 뭐.. 여러 가지 일이 있었죠."


    설명은 끝났지만 셀레스티아는 잠시 두 눈만 깜빡거렸다. 곤란한 포니를 도와준 선셋을 지금 자랑스러워해야할지, 불필요하게 삐딱한 태도를 꾸중해야할지 고민 중이었던 것이다. 하지만 곧 선셋을 칭찬해주기로 공주는 마음을 먹었다. 약간의 칭찬으로 선셋의 태도를 교정할 수도 있으리라.


    "곤경에 빠진 포니를 도와주다니, 대견하구나 선셋."


    선셋의 볼에 홍조가 일었다. 하지만 그건 잠시 뿐... 선셋은 표정을 찡그리며 다시 주방 쪽을 바라보았다.


    "...아뇨, 그런 걸로 칭찬해주시면 안 되죠..."


    자부심을 충족시키려면 뭐든 하는 아이가 칭찬을 마다하다니.. 셀레스티아는 염려하는 시선으로 자신의 딸을 바라보았다.


    "선셋... 어째서 그런 말을 하는 거니?"


    가까이에 있으면 껴안아 줄 기세로 셀레스티아는 선셋 쪽으로 몸을 기울이며 물었다.


    치솟아 오르는 화를 겨우 참으며 선셋은 한 쪽 발굽을 좌우로 세차게 흔들었다. 거기에 역정 섞인 탄성을 내는 걸 보니 더 이상 이 이야기를 하고 싶지 않은 건 확실했다.


    "얻어터진 수말 하나 집으로 바래다준 제 찌질한 업적 말고 다른 이야기 좀 하면 안돼요? 네?"


    이대로 대화를 끝내고 싶지는 않았지만, 일단 선셋이 누그러질 때까지 기다리는 게 최선인 것 같았다. 하지만 아주 다른 이야기로 넘어가는 건 불가능했으므로, 공주는 아까 그것보단 좀 가벼운 소재로 대화를 이어나가기로 마음을 먹었다.


    "그렇다면 캐이댄스.. 네 새로 사귄 남자친구에 대해 말해보거라."


    캐이댄스는 길가다 이유 없이 뺨 얻어맞은 포니같은 표정을 지으며 셀레스티아를 쳐다보았다.


    "넷?! 이모님! 샤이닝은-"


    "잘 됐네. 캐이댄스. 이 기회에 어머니께 말씀드려. '네 남자친구'에 대해서 말이야."


    더더욱 혼란에 빠진 캐이댄스를 보며 선셋은 마치 궁지에 몬 쥐를 노리는 고양이 같은 미소를 짓고 있었다. 이런.. 착각을 한 모양이었다.. 먼저 수말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기에 그런 줄로만 알고 있었더니. 희한한 일이로군..


    선셋의 행동도 희한했다. 분명 저건 질투 때문은 아니었다. 예전에 캐이댄스를 향해 한참 질투심을 불태우던 예전 선셋의 모습과 지금의 모습을 비교하면 아주 현저하게 차이가 났으니까... 하지만 왜 선셋이 계속 허둥지둥 뭘 감추려고 한다는 기분이 드는 걸까?


    '오늘 밤, 깃털 고르기를 가르쳐주며 단 둘이 있을 때 슬쩍 물어보는 게 좋을지도..' 공주가 이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 캐이댄스는 약간 정신이 돌아온 듯 셀레스티아를 쳐다보며 입을 열었다.


    "네.. 그게요..."


    캐이댄스는 이제 약간 성질이 가라앉은 것처럼 보이는 선셋에게서 시선을 거둔 뒤, 다시 셀레스티아를 돌아보며 머뭇머뭇 운을 때었다.


    "샤이닝 아머는 저랑 같은 학교에 다니는 같은 학년 포니인데요, 약간 범생이스러운 모습도 있고 좀 뭐랄까.. 부끄러움을 많이 타거든요. 그래도 좋은 얘에요. 수학 성적이 딸리는 학생이 있으면 가르쳐 주기도 하고, 반의 다른 학생 남동생을 시간 날 때마다 돌봐주기도 하고.."


    셀레스티아가 잠자코 캐이댄스의 설명을 듣고 있자, 선셋의 감정도 점점 더 가라앉아가고 있는 눈치였다.


    "그치만 확실히 짚고 넘어가야 할 게 있어요. 흠.. 샤이닝 아머는 분명 책임감 있고, 용감하고, 자상한 포니긴 하지만, 사실 지금 샤이닝 아머에게 지대한 관심을 쏟고 있는 건 선-"


    "커흠!"


    선셋이 헛기침으로 캐이댄스의 말을 잘라먹었다.


    "어, 미안. 목이 좀 칼칼해서... 뭐해? 샤이닝 아머에 관한 이야기 계속하지 않고?"


    캐이댄스에게 아까 하려던 이야기를 마저 하라고 하고 싶었지만, 선셋이 또 자리를 박차고 뛰어나갈 것 같아 공주는 그냥 잠자코 있기로 했다... 하지만 캐이댄스가 다시 이야기를 시작하자 선셋의 눈에서 다시 한 번 긴장과 우려가 섞인 기색을 엿볼 수 있었다.


    "저.."


    캐이댄스는 망설이는 태도로 이야기를 계속했다. 최대한 선셋의 성질을 안 건드릴만한 단어를 고르는 눈치였다.


    "..약간 흠은 있긴 하지만, 그래도 지금껏 만난 수말 중에는 최고 수준이죠."


    샤이닝 아머라고 불리는 수말에 대한 캐이댄스의 평가가 끝나자, 선셋은 대뜸 캐이댄스를 노려보았다.


    "방금 무슨 소리야? '약간의 흠'이라니?"


    묘하게 억울하다는 듯한 투였다.. 희한하군..


    "뭐어~ 너도 잘 알잖아? 걔가 좀 소극적인 거."


    캐이댄스는 오히려 아무것도 모르는 척, 천진난만하게 선셋을 보며 대답했다.


    "엇..! 야!"


    선셋은 잔뜩 굳은 표정으로 언성을 높였다.


    "네가 걔 입장에서 한 번 생각해보라고! 갑자기 알리콘 공주하고 엮이게 됐는데 안 빌빌대게 생겼어?"


    이제 선셋은 그 미지의 수말을 변호하고 있었다. 이로 인해 셀레스티아가 처음에 새웠던 이 상황에 대한 가설은 산산 조각났다. 무슨 일인지 다시금 실마리를 잡기도 어려웠다. 처음에 셀레스티아는 캐이댄스가 어떤 수말이랑 교제를 시작했고, 선셋은 그냥 단순히 그 날 일어난 말 못할 어떤 일 때문에 죄책감을 느껴서 칭찬도 마다하는 줄 알았었다... 여전히 가능성은 있는 가설이지만.. 그건 아무렇지도 않아 보일 정도로 지금 언뜻 보이는 큰 그림은 최악의 사태를 예고하는 것 같았다.


    아마도 캐이댄스는 자기 신분을 신경 쓰지 않고 친하게 어울려줄 친구를 캔틀롯에서 한 필 찾은 것 같고, 더  진지한 관계를 원하는 것 같았다. 그리고 선셋이 캐이댄스가 가지고 있는 걸 '또 한 번' 질투하게 된 게 분명할 테고..


    문득 선셋이 알리콘이었던 캐이댄스를 질투했을 때가 생각났다. 그 때 셀레스티아는 선셋이 그 질투심을 스스로 극복해 조화의 참뜻을 크게 깨닫고 온전하게 승천하기를 바랐었다.


    ..하지만 이젠 이미 승천해버렸으니, 굳이 선셋의 내면의 깨우침을 기다릴 필요는 없었다. 둘의 친구 사이에 웬 수말 하나가 끼어들어 둘의 우정을 망쳐서는 안 된다. 이퀘스트리아의 미래를 위해서 둘의 갓 새싹을 틔운 우정을 꼭 유지할 필요가 있었으니까.


    "둘 다 이쯤 해라. 치정싸움 때문에 둘이서 이러는 것, 별로 보기에 좋지 않구나. 그리고 선셋. 네 친구가 새로운 애마를 사귀었다고 해서 질투하는 게 과연 바람직한 일이라고 생각하니?"


    엄격한 어조로 공주는 말했다. 하지만 돌아오는 건 선셋의 어리둥절한 시선뿐이었다. 캐이댄스는 잠시 선셋의 표정을 관찰한 뒤 셀레스티아를 쳐다보며 운을 때었다.


    "아뇨 이모님.. 이건 선셋이 질투해서 그러는 게 아니라.. 하아.. 선셋이 진짜 날 질투했다면 지금쯤 왕궁 여기저기서 화재가 일어났어야죠."


    말을 마치고 나서 캐이댄스는 셀레스티아가 겨우 알아들을 정도의 작은 목소리로 투덜거렸다. "걔가 날 질투할 거리가 뭐가 있다고 그렇게 생각하시는 거야 대체.."


    "잠깐.. 그건 또 뭔 말이래?" 


    무언가가 심상치 않았다. 선셋은 의구심이 가득 담긴 표정으로 캐이댄스를 쳐다보며 물었다.


    캐이댄스는 몸을 약간 움찔거렸다. 잠깐 전전긍긍하다가, 이마에 약간 주름을 잡고 선셋을 쳐다보며 캐이댄스는 이야기를 시작했다.


    "왜 알면서 모르는 척을 해? 넌 나완 달리 마법 쓰는데도 능숙하잖아!"


    캐이댄스의 언성은 점점 높아지고 있었다.


    "나완 달리 넌 여러 신문사에서 집중 취재를 하고 싶어 하지! 학교에 갓 입학한 것만으로도 수많은 포니들이 친구가 되고 싶어 하고! 정작 난 몇 주 동안 그런 포니가 단 한 필도 없었는데! 그래! 다들 널 진지하게 생각해 주는데 그에 반해 난 뭐야? 고작 학교의 교장 따위에게도 무시당하고 지랄이잖아!"


    두 필의 태양의 알리콘은 숨도 멈춘 채 바짝 얼어붙은 표정으로 캐이댄스를 쳐다보았다. 헉 소리를 내고 입을 양 발굽으로 가리며 캐이댄스는 둘의 눈치를 살폈다. 감았다 뜨는 두 눈엔 눈물이 약간 어려 있었다.


    "미..미..미안... 난-"


    "캐이댄스."


    선셋은 부드러운 목소리로 캐이댄스를 달랬다. 하지만 캐이댄스는 몸을 잔뜩 움츠릴 뿐이었다.


    "미안.. 바람좀 쐬고 올게."


    그 말과 함께 캐이댄스는 날개를 젓기 시작했다. 3번 정도 저었을 때 청록색의 마력이 캐이댄스의 전신을 감싸더니 동작을 봉쇄했다.


    셀레스티아가 끼어들지 말지 고민하던 와중, 선셋은 공중에 떠있는 알리콘을 자기 쪽으로 끌어왔다.


    "왜? 내가 그냥 널 보내줄 줄 알았어? 매우 유감스럽지만 아냐."


    선셋은 분홍색 알리콘을 양 앞발로 껴안았다.


    "미안. 괜히 나 때문에-"


    "사과하지 마!"


    캐이댄스는 선셋의 말을 확 잘랐다. 선셋의 포옹에서 벗어나기 위해 부단히 바동거리면서 말이다.


    "넌 잘못한 거 없어! 그러니 사과하지 마!"


    다시 한 번 둘 사이에 실랑이가 벌어지려는 찰나 셀레스티아가 끼어들었다.


    "좋다 얘들아. 무슨 일인지 설명해주겠니?"


    선셋의 포옹은 이제 캐이댄스를 꼼짝 못하게 붙잡기보단 잡고 얼러주는 판국이 되어가고 있었다. 딸이 친구를 달래주는 걸 보는 셀레스티아의 마음은 흐뭇해졌지만, 그건 그거고 지금 관심을 집중해야 할 일은 따로 있었다.


    "음... 잘 모르겠는데 말이죠..."


    몇 초간 말을 흐리며 선셋이 대답했다. 그리고 품 안의 캐이댄스를 한 번 쳐다본 뒤, 선셋은 다시 셀레스티아를 쳐다보았다. 슬픈 표정이었다.


    "..오늘 낮 경에 어... 학교에서 일이 있었거든요. 우리 둘 다 잘 아는 그.... 학교 친구 중 하나가 집단 괴롭힘을 당하고 있었길래, 난 걔가 괜찮은지 봐 준 뒤에 집까지 데려다줬고, 캐이댄스는 신치 교장에게 가서 괴롭힘을 주도한 벅이란 학생을 퇴학시켜달라고 말하러 갔었거든요?"


    셀레스티아는 잠자코 딸의 행동을 살폈다. 수세기간의 경험이 저건 결코 완전한 이야기가 아니라는 걸 알려주고 있었다. 딸은 분명 설명을 하는 걸 머뭇거리고 있었다. 태도나 감정도 아까에 반해 이상하리만치 절제되어 있기도 하고 말이다. 설명의 내용도 아까 한 설명과 별로 큰 차이도 없었고..


    선셋의 품에 안긴 캐이댄스의 입에서 고뇌에 찬 작은 신음 소리가 터져 나왔다.


    "미안.. 괜한 성질 부려서.."


    코웃음을 치며 선셋은 대답했다.


    "그것 가지고 무슨 성질을 부렸다고 그래? 아무리 봐도 사소한 역정 수준인데, 내가 평소에 하고 다니는 것에 비하면 그 정도는 양반 수준이구만 뭐.."


    이제 선셋의 얼굴엔 약간의 침울함이 감돌았다.


    "그리고.. 괜히 나 때문에 그런 생각이 들었다면 미안.."


    "아니, 너 또 왜 그래?"


    캐이댄스는 두 눈을 치켜뜨고 선셋을 정면으로 노려보았다.


    "나한테 사과하지 마! 넌 잘못한 거 없으니까."


    "그래. 없지. 하지만 그렇다고 내가 옳은 행동을 한 것도 아니잖아."


    선셋의 표정에는 얕은 미소가 어렸다. 이 순간을 기다리기라도 했던 것일까..


    "뭐가 잘못되어 가는지 파악하고, 파악한 그 즉시 너를 도와줘야 됐었어. 네가 반대로 내 입장에 있었다면 분명 그렇게 했을 테지만 말야."


    캐이댄스는 한숨을 쉬고 다시 선셋의 어께에 자신의 몸을 기댔다.


    "..나를 너무 과대평가하는 거 아냐? 게다가 넌 나를 충분히 도와주고 있는걸. 마법도 가르쳐주고.."


    선셋은 고개를 젓고 두 날개를 펴서 사랑의 공주를 감쌌다.


    "아니. 오히려 네가 너를 엄청 평가절하 하는 거지. 오늘 만약 네가 내 곁에 없었더라면.. 으으, 얼마나 시궁창 같은 상황이 되었을지 차마 상상하기도 싫네.. 그리고 내가 마법에 능숙한 건 맞지만, 넌 네 자신을 제어하는 데 엄청 능숙하잖아? 그게 더 대단한 거야."


    캐이댄스는 말없이 선셋의 품에 자신의 볼을 비볐다. 둘 사이의 갈등이 완만히 끝났다는 신호였다. 그래서 셀레스티아는 다시금 아까부터 신경이 쓰이는 쪽으로 화재를 돌리기로 마음먹었다.


    "캐이댄스. 아무도 널 진지하게 생각해주지 않는다고 여기는 것 같은데, 필시 이유가 있어 그러는 거겠지. 무슨 일인지 말해주겠니?"


    부디 내 탓은 아니었으면 좋으련만.. 태양의 공주는 이렇게 생각하며 캐이댄스의 대답을 기다렸다. 확실히 캐이댄스보단 선셋에게 지대한 관심을 쏟았긴 했다. 아무리 합당한 이유가 있었다 할지라도 셀레스티아는 그런 이유로 무시당한 포니를 납득시킬 수 없으리라는 걸 잘 알고 있었다.


    두 필의 포니는 깜짝 놀라 셀레스티아를 쳐다보았다. 셀레스티아의 존재 자체도 망각했던 모양일까.. 캐이댄스는 목청을 가다듬은 뒤 입을 열었다.


    "선셋. 이제 그만 놔도 돼."


    "왜? 또 포르르 날아가 버리게?" 무덤덤한 어조로 선셋은 캐이댄스를 힐난했다.


    캐이댄스가 고개를 가로젓자 그 때서야 선셋은 캐이댄스를 놓았다. 그리고 셀레스티아는 아까 했던 질문을 다시 던졌다.


    "그럼 모두 널 진지하게 여기지 않는다고 생각한 이유를 말해주려무나."


    한숨을 한 번 쉰 뒤, 캐이댄스는 선셋을 잠시 힐끔 쳐다보았다. 그리고 설명을 시작했다.


    "그게요.. 선셋이 샤이닝 아머를 걔네 집으로 데려갔을 때, 저는 샤이닝을 린치한 벅이란 학생을 제보하러 신치 교장을 찾아갔어요."


    사랑의 공주의 어조엔 점점 분노가 실려 가고 있었다.


    "근데 교장은 제 말을 귓등으로도 안 듣더라구요. 그냥 벅이 샤이닝 아머를 구타하도록 놔두라고 하는 거 있죠? 마치 그게 당연하단 것처럼!"


    수 세기동안 이퀘스트리아를 지켜보며 단련된 셀레스티아의 감각이 샤이닝과 그 주변 상황에 대해서 더 잘 알아봐야 된다고 외치고 있었지만, 앞서 한 캐이댄스의 폭탄선언 때문에 도저히 다른 곳으로 신경을 쓸 수가 없었다. 교장이 책무 유기를 한 사실을 그냥 넘어갈 수는 없었으니까.


    "어째서 신치 교장이 그런 발언을 했는지 궁금하구나."


    "왜냐고요? 그 작자는 애초에 근시안적이고 이기적인, 자기 평판만 신경 쓰는 포니니까요."


    선셋이 날 선 어조로 대답을 대신 했다.


    "게다가 벅 위더스는 유명한 폴로 선수라서 폭력사태에라도 연루됐다간 명예고 뭐고 없어지니까 그러는 것 같네요. 미친, 고명하신 캐이댄스 공주님께서 학교에 입학한 것만으론 만족을 못 하겠다는 건가. 그 아줌마.."


    궁금했다. 왜 선셋은 이렇게 신속하게 신치라는 포니를 파악할 수 있었던 걸까? 물론 딸은 대단히 명석한 포니이기는 했지만 그걸 감안해도 상당히 빠르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셀레스티아는 빠른 설명을 해 낸 선셋을 칭찬하는 것 보단, 일단 캐이댄스의 일에 먼저 집중하기로 했다. 지금 이 순간은 캐이댄스가 가장 최우선 사안이었으니까.


    특히 캐이댄스가 현재 당면한 문제도 해결할 겸 해서 말이다.


    "캐이댄스. 넌 이 일을 어떻게 해결할 생각이니?"


    셀레스티아는 수집한 정보를 모아 머릿속으로 차후 계획을 짜가며 캐이댄스에게 질문을 던졌다.


    "아니.. 무슨 말씀이세요?"


    얼굴을 찡그리며 캐이댄스는 대답했다. "지금 해결하려고 이모님께 말씀드리고 있잖아요. 그런 교장은 당장 해임을 당해야 한다구요!"


    셀레스티아가 대답하려던 찰나, 선셋의 셀레스티아를 향한 짜증에 찬 신음소리가 그 말을 막았다.


    "정말 이러시기에요? 그 개녀.... 아니, 견공 자제분께서 샤이닝 아머가 맞든 말든 방치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똑똑히 들으셨잖아요! 아니 진짜! 남은 진짜 거지같은 상황에 빠졌는데, 그걸 이용해서 시험을 하나 낼 생각을 하시다니.."


    선셋이 화를 내는 걸 보니 생각을 약간 잘못한 것 같았다. 아마도 여러 해 동안 선셋을 보며 생긴 편견 때문에 선셋이 지금 진심으로 주변의 다른 포니들을 선셋 자신보다 더 아끼고 있다는 사실을 망각한 모양이다. 실수했군.. 공주는 내심 씁쓸하기 그지없었다.


    "그럼 내가 어떻게 했으면 좋겠니? 학교로 가서 신치 교장을 직접 해임해달란 이야기니?" 


    공주는 차분한 어조로 딸에게 질문했다.


    "네!" 캐이댄스가 기쁘게 끼어들었다. "그럼 진짜 완벽할 것 같아요."


    "아니... 그건 별로 좋은 생각은 아냐."


    선셋은 아까와는 달리 약간 주저하는 태도로 캐이댄스를 말렸다.


    "뭐라구? 왜?"


    대번에 콧등에 주름을 잡으며 캐이댄스는 선셋을 노려보았다.


    그러자 두 태양의 알리콘들은 시선을 교환했다. 셀레스티아는 고개를 끄덕였다. '네가 설명해주렴.'이라는 의미였다.


    "왜냐면, 어머니가 바로 그 대단하신 셀레스티아 공주님이시니까."


    캐이댄스는 멀뚱하게 선셋을 쳐다보았다. 도저히 말이 되는 설명 같지가 않은 것이었다.


    ".. 선셋. 나 독심술 못 쓰거든? 알아듣게 좀 설명해줘."


    가늘게 눈을 뜨고 캐이댄스는 선셋을 쀼루퉁하게 쳐다보았다.


    선셋도 인상을 약간 찡그린 뒤 한숨을 쉬며 말했다.


    "그래. 분명 어머니는 무소불위의 권력을 가지셨지. 일단 이퀘스트리아는 절대 왕정 체제니까 말이야. 어머니는 귀족들이나 의원들에게 권한의 일부를 위임하긴 했지만, 실권까지 포기하는 어리석은 짓은 하지 않으셨지. 결국 최종 결정권은 어머니에게 고스란히 남아있으니까. 그것 때문에 몇몇 포니들은 어머니가 편하게 앉아서 문서에 서명만 한다느니, 사소하고 편한 일들만 해결한다느니 하는 오해를 하고 있지만... 하지만 그렇다고 그 이퀘스트리아의 최고 지도자께서 상아색 왕궁에서 나와 학교 폭력을 방관하는 부패교장을 직접 징계한다면 과연 어떤 일이 벌어질 것 같아?"


    선셋은 잠시 캐이댄스가 생각할 시간을 준 뒤 이야기를 이어갔다.


    "생각해 봐. 조금 냉정한 말이긴 하지만, 지금 네가 골머리를 앓고 있는 이 문제는 일의 경중만 따지자면 아주 사소한 일에 불과해. 근데 그 사소한 일을 어머니께서 직접 해결해버린다면, 앞으로 많은 포니들이 자기에게 엄청 사소한 문제가 생길 때마다 본마들이 해결할 생각도 하지 않고 이것 좀 해결해 주십사하고 어머니의 방을 문턱이 닳아지도록 찾겠지. 아. 이것도 아주 낙관적으로 봤을 때 그렇단 이야기고."


    선셋의 설명이 끝나자 캐이댄스는 혹시 모르는 심정으로 셀레스티아를 쳐다보았다. 셀레스티아는 고개를 끄덕였다. 선셋의 말이 옳다는 이야기였다. 약간 부족한 설명이었지만, 요점은 그런대로 잘 짚었다.


    "물론 그렇다고 내가 도와주지 않을 거란 이야기는 아니란다."


    여전히 분이 풀리지 않은 표정인 수양조카를 바라보며 공주는 말을 계속했다.


    "내가 이 일을 해결할 가장 공식적이고 사무적인 방법으론 교육부 장관에게 언질을 주는 등 하부 조직에 알림으로써 순차적으로 해결되게 두는 수밖에는 없단다. 그럼 교육부 장관은 감사를 담당하는 교육부 내 조직에 지시를 하달할 테고, 여러 절차와 허가를 걸쳐 결국 학교 전체에 감사가 진행될 테지. 그럼 걸리는 시간은 아마.. 아! 아마 넉 달이나 다섯 달 정도는 지나야 본격적인 조사가 시작될 것 같구나."


    역시 달가운 소식은 아니었는지, 캐이댄스는 셀레스티아를 쏘아보았다.


    "넉 달에서 다섯 달 정도라구요?!"


    이렇게 따지며 캐이댄스는 선셋을 돌아보았다.


    "선셋! 너도 뭐라고 말 좀 해봐! 갑자기 왜 이렇게.. 침착한 거야 지금?!"


    "침착하긴 개뿔이.."


    선셋은 양 눈꼬리를 치켜뜨며 날이 선 목소리로 투덜거렸다.


    "지금 당장이라도 그 빌어먹을 할망구를 3층 건물 꼭대기에서 떨어트린 뒤 바닥에서 부들거리는 꼴을 보고 싶은걸 참고 있느라 속이 터져 죽겠는데.."


    "선셋!" 셀레스티아가 황급하게 선셋을 만류하려 했다.


    "아 쫌 진짜! 누가 진짜로 한댔어요?! 포니가 열받다 보면 그런 생각좀 할 수도 있지!"


    콧방귀를 한 번 뀐뒤 선셋은 말을 이었다.


    "제가 지금 화가 나 있긴 했지만 멍청이는 아니라고요! 그리고 솔직히 어머니가 하려는 일에 비하면 이건 별로 나쁜 일도 아니잖아요!"


    캐이댄스는 잠시 멀뚱히 셀레스티아를 쳐다본 뒤 선셋에게로 다시 시선을 옮겼다.


    "?... 이모님이 뭘 하신다고 그래?"


    "한번 맞춰볼까요? 어머니는 분명 캐이댄스에게 이러시겠죠. 점잔 쫙 빼고 '신치 교장이 자격이 없어 해임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면, 네가 스스로 해임할 방법을 알아보도록 하거라.' 이렇게요. 전에 제가 변신충 누명을 썼을 때, 제 의료 검진 기록서만 발표하면 쉽게 누명을 벗겨주실수 있었는데도 방관만 하시고 계셨던 것처럼 말이죠. 그래. 그 때 기록서는 어디에 숨겨두고 계셨어요? 엉덩이 아래?"


    들켰는걸.. 셀레스티아는 히죽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사실 검진서는 내 날개 아래에 숨겨놨었다만.."


    그렇다. 딸이 스스로 변호를 하는 데 실패할 경우를 대비해서 셀레스티아는 그 때 대안을 하나 마련해 놨었다. 미리 준비한 의료 검진서를 실수를 가장해 흘린 뒤 선셋을 고발한 스트롱 위더스 의원에게 앞으로 나와 직접 그 서류를 낭독하게 함으로써 스트롱 위더스의 정치 생명을 끝장냄과 동시에 감히 딸에게 정략을 시도한 것에 대해 그 자리에 모인 모든 포니들 앞에서 공개적으로 굴욕을 줄 생각이었던 것이다.


    "그래. 선셋의 말이 옳단다. 캐이댄스. 거기에 덧붙여 이야기 할 게 더 있구나."


    셀레스티아는 목소리를 가다듬은 뒤 말을 이었다.


    "네가 정녕 공주로써 모두에게 진지하게 받아들여지기를 원한다면 스스로 공주다운 업적을 쌓는 수밖에 없단다. 결국에 넌 나와 동등한 공주의 위치에 있잖니."


    최소한 형식상으론 그렇다는 이야기이고, 일반 포니들의 관점은 많이 다를 수도 있겠지. 권력이란 건 지금 캐이댄스가 적당히 다루는 법을 깨우치지 못한다면 아무 의미도 없는 거나 다름없었다.


    하지만 기꺼이 도전을 받아들이는 대신 캐이댄스는 지금 매우 망설이고 있었다. 어쩌면 조금 더 독려가 필요할지도..


    "혹시 어떻게 시작해야 할 지 가닥을 잡기가 힘들다면 아주 사소한 일 부터 해결해 나가는 것도 방법 중 하나란다. 기실, 캐이댄스 너한테 처음부터 너무 과한 건 기대하고 있지 않으니 너무 부담은 가지진 말고. 만약 필요하다면 보드 교육부 장관이랑 만남을 주선해주겠다. 그럼 일에 착수하는 것도 썩 쉬워질 테지."


    캐이댄스는 한숨을 쉬었다. 완전히 자신감이 결여된 목소리로 힘없이 대답했다. "..감사해요 이모님.. 그럼 그것부터 해 볼게요."


    비록 셀레스티아가 바라던 대답은 아니었지만, 셀레스티아는 알고 있었다. 저 아이는 꼭 해답을 찾아내고 말 거라는 걸. 물론 캐이댄스에게 부여된 권력만 휘두른다면 내일 아침에 신치를 퇴출시키는 것 따윈 일도 아닐 것이다. 하지만 셀레스티아는 캐이댄스가 신치 교장 다음의 대안이 미처 마련되기도 전에 성급히 일을 저지르는 건 좋은 대책이 아니라는 걸 깨닫기를 바랐다.


    이제 일 하나는 대략 해결되었고 다른 것들이 남았다. 선셋이 오늘 새로이 물고 온 문제들 말이다.


    셀레스티아는 생각을 정리해보았다. 처음에 캐이댄스가 어떤 수말에게 관심 있어 하는 모습을 보였을 때 선셋의 태도는 삐딱했고 셀레스티아는 그게 마음에 들지 않았다. 처음에 셀레스티아는 그게 그저 단순한 질투인줄로만 알았더랬다. 


    하지만 선셋이 캐이댄스를 다독거리는 모습을 보고 나니 셀레스티아는 이게 어찌된 영문인지 제대로 예측하기가 힘들었다. 선셋과 캐이댄스의 우정.. 과연 둘의 우정은 그저 플라토닉한 관계일 뿐일까? 벌써 어떤 경계를 넘어버린건 아닐런지..


    그렇게 생각하기엔 선셋이 말다툼 와중에 샤이닝 아머를 변호한 게 영 찜찜했다. 만약 선셋이 캐이댄스를 독차지하고 싶어 한다면, 왜 연적이 될 만한 수말의 단점을 감싸고 나섰을까? 선셋이 아무리 거울에서의 경험으로 엄청난 정신적 성장을 거두었다지만, 연적의 간섭을 허용할 정도로 이타적인 성격은 못 된다는 걸 셀레스티아는 아주 잘 알고 있었다.


    어쩌면 선셋이 진짜로 그 의문의 수말을 짝사랑하고 있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셀레스티아의 뇌리를 스쳤지만, 아무래도 어리석은 생각 같아 셀레스티아는 그만 헛웃음이 나올 뻔 했다. 거울 속 세상에서 선셋이 겪은 경험담을 들어보면 선셋이 이성에게 관심이 없는 건 확실했으니까. 설령 원래 있었다 쳐도 인간 세상에서 차마 말로는 못할 경험들을 겪고 나서 남성에겐 학을 땠을 게 분명했다. 이퀘스트리아에선 차마 상상도 못 할 추잡한 경험들뿐이었으니까.


    셀레스티아의 생각엔 지금 선셋이 가장 애정을 쏟는 상대는 분명 캐이댄스였다.


    자기 지도하의 두 필의 어린 알리콘이 애마 관계가 되는 건 그다지 바람직해보이지는 않았지만 말이다.


    선셋이 다른 포니를 사랑하게 된다면, 그 결과가 결국 비극이 될 거라는 건 불 보듯 뻔했다. 아무리 옛 격언에 '비록 사랑을 하다 잃을지라도, 아예 사랑하지 않는 것보단 낫다.'라는 말이 있다 하지만, 그건 불멸자의 입장에서는 별로 공감할 수 없는 말이었다. 셀레스티아, 그리고 선셋 같은 영생이라는 멍에가 지워진 포니한테는 지독한 상실의 고통을 여러 번 겪고 흐르는 시간에 씻겨나가길 기다리느니 애초에 그럴 일을 만들지 않는 게 훨씬 더 좋은 일임을 셀레스티아는 개마의 경험을 통해 아주 잘 알고 있었다. 거울 너머의 솜브라. 세월이 목숨을 앗아간 셀수 없는 포니들.. 그 포니들을 떠나보낸 상처들을 어떻게 지금까지 버텨왔을까?


    그러니 선셋이 캐이댄스를 좋아하는지, 샤이닝 아머를 좋아하는지는 아무래도 상관 없었다. 어차피 선셋의 곁은 그 누구에게라도 허용하지 않을 생각이었으니까. 누구가 됐던간에, 선셋의 판단을 흐리게 만들 위험요소가 되어선 안 된다. 장차 선셋을 굳건하고 흔들림 없는 이퀘스트리아의 지도자로 만들기 위해서라도 말이다.


    ---------------------------------------------------------------------------------------------------------



    이번엔 일단 반쯤 작업해둔걸 미리 업로드하겠습니다. 이유요? 다들 너무 오래 기다리시는 것 같아서요.




    아무리 봐도 이 장편의 진정한 악역은 셀레스티아 공주같다는 생각이 물씬물씬 듭니다. 아무리 좋은 의도라고 해도 남의 의견과 개성, 욕구까지 묵살하고 자기 뜻을 우직하게 밀어넣으려는 점을 보니까 그런 생각이 적지 않게 드는군요.


    뭐, 약간 변호를 하자면 셀레스티아 공주는 선셋이 알리콘으로 승천한 걸 보고 나서부터 이미 루나(나이트메어 문)과 함께 동귀어진을 할 각오를 굳히고 있었으므로, 짧은 시간 동안 자신의 대리마를 준비시키려면 셀레스티아도 어쩔 수가 없었겠죠. 물론 캐이댄스, 샤이닝 아머, 어떻게든 모든 걸 되돌려보려고 안간힘을 쓰는 선셋에게는 큰 불행이 될 수도 있지만, 이퀘스트리아의 대다수를 위해서라면 어쩔 수 없는 희생이라고 셀레스티아는 생각할 겁니다. 물론 본마도 별로 탐탁치 않게 생각하고 있는 것 같지만요


    어차피 시간선은 엉망이 되었으니 그나마 나은 방향으로 가려면 셀레스티아가 조화의 원소를 다시 복구할 생각을 하게끔 셀레스티아를 설득하는 수 밖에는 없는 것 같지만, 문제는 선셋이 인간 세상으로 안 건너간게 되어버렸고 심지어 알리콘까지 된 바람에 셀레스티아가 그 외의 나이트메어 문 대책을 전혀 준비하고 있지 않다는 게 문제입니다. 심지어 선셋도 조화의 원소가 도대체 어디에 봉인되어 있는지 아직 모르고 있죠. 그냥 막연히 '타이밍 맞춰 인간 세계로 건너가면 다 해결되지 않을까.' 라고 생각하고 있는 것 같지만, 그 거울은 몇 화 전에 셀레스티아가 (아마도)박살내 버린지가 오래입니다.


    앞으로 과연 무슨 일이 벌어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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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6/07/14 23:23:16  122.32.***.146  queot  567418
    [2] 2016/07/15 19:19:43  49.174.***.99  마인브로리  528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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