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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그때가 작년 이맘때였을 겁니다. 27살에 직장을 다니며 제 일에 만족을 느끼던 저는 한창 지방출장을 자주 나갔었지요. 매일매일이 피로하지만 저는 제가 정말 하고 싶은 일을 이렇게 열심히 할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하며 지방출장을 갔었습니다. 지방에서의 모든 일정이 끝나고 저는 다시 서울로 올라가기 위해서 조금 늦은 시간에 차에 몸을 실었습니다. 정말 운전하기가 여간 피곤한게 아니었지만 일단 집에 가야했습니다. 집 안에 외동딸인지라 하루라도 집을 비우면 많이 혼나거든요. 저는 운전대를 잡고 서울로 뻗어있는 고속도로 위를 달렸습니다. 어서 집에 도착 해 씻고, 쉬고 싶은 마음 뿐이었이죠. 절반도 채 오지 못해 날은 어둑어둑 해졌고, 이상하리만큼 안개마저 짖게 껴버렸습니다. 안개등을 켜고, 상향등을 켜봐도 앞이 보이지 않는 것은 매 한가지더군요. 그렇게 5분쯤 갔었을 때 였습니다. 갑자기 눈 앞이 아찔 하더군요. 순간이나마 정신줄을 놓은 것마냥 어질한게, 고속 도로위에서 핸들을 잡은 제 손을 축축하게 하기에 부족함이 없었지요. 그 뒤로부터 약 30분간 두통과 어지러움에 시달리다간 더 이상은 안되겠다 싶어 가까운 졸음 쉼터에 들르기로 했습니다. 귀신같이 전방 500m에 졸음 쉼터가 있다는 표지판이 뜨길레 잘됬다 싶어서 서둘러 졸음 쉼터로 향했습니다. 졸음쉼터를 향하는 내내 아버지께는 뭐라 말씀드려야 할지를 몰라 계속해서 고민이 되더군요. 하지만 극심한 두통과 어지러움 앞에 일단은 좀 쉬어야 겠다는 생각 뿐이었습니다. 저는 그렇게 휑한 졸음 쉼터에 들어갔습니다. 차 안에서 주변을 둘러보니 차라곤 오로지 제 차 뿐이더군요. 괜시리 오싹한 생각이 들어 우선 아버지께 전화를 드리기로 했습니다. 아무래도 전 아버지께 혼날 것을 걱정 하는 것 보다, 당시에 누구든지 사람의 목소리를 듣고 싶었나 봅니다. 저는 핸드폰을 꺼내 아버지 번호를 누르고 통화버튼을 눌렀습니다. "......" 이상하리 만큼 핸드폰 스피커가 조용하더군요. 그래서 저는 신호가 좀 늦게 가는가 보다 하고 잠시 기다렸지만, 20여초가 지날 때 까지 전화를 거는 소리는 들리지 않았습니다. 저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통화를 종료하고, 다시 전화를 걸었습니다. 하지만 역시나 신호는 가지 않았습니다. 저는 차에서 내려 주변을 둘러 보았죠. 완벽하게 어두워진 하늘, 짖게 낀 안개, 불빛 하나 없는 쉼터, 구름에 가려진 달 빛으로 희미하게 보이는 차 윤곽. 정말 오싹한 기분이 들더군요. 어쩐지 무섭기도 하고, 쌀쌀하기도 해서 저는 다시 차에 탑승했습니다. 시트에 앉자마자 저는 등받이를 뒤로 젖히고 누웠습니다. "똑똑똑." 눕는 순간 트렁크 쪽에서 노크소리가 들리더군요. 저는 괜시리 무서운 마음에 차문을 잠그고, 백미러와 사이드 미러로만 뒤를 확인 해 보았습니다. 하지만 아무것도 보이지가 않았습니다. 저는 그냥 제가 컨디션이 좋지 않아 잘 못 들었겠거니 했습니다. 노크소리 때문인지 저는 다시 아버지한테 전화를 했지요. 다행입니다. 이번엔 신호가 가더군요. 저는 아버지가 빨리 받길 빌며, 차안에서 발을 동동 굴렀습니다. 생각해보니 눈물도 조금 흘린 것 같네요. 신호가 가는 중, 아까보다는 좀더 큰 소리로 '텅텅텅'하는 소리가 나더군요. 정말 오싹했습니다. 마치 무언가로 트렁크를 내려 치는 듯한 소리였죠. 저는 전화기를 때지 않고, 고개도 돌리지 않은 채 눈동자만 움직여 백미러를 보았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보이지 않더군요. 아무것도 없다는 안도감과 소리의 근원에 대한 공포로 저는 패닉 상태에 빠졌습니다. 그렇게 울어버릴 것만 같았을 때 아버지가 전화를 받으시더군요. [희영이냐? 어디쯤 오고 있냐?] [아, 예...저 지금 잠깐 쉬고 있...어요...] [곧장 오질 않고 왜?] [저 그게...갑자기 머리가 너무 아파서...] [그래? 그럼 일단 내리거라 한번 보자꾸나] 라고 하시며 전화를 끊으 시더군요. 그래서 저는 무의식적으로 운전석 문 고리를 잡았다가 화들짝 놀랐습니다. [그래? 그럼 일단 내리거라 한번 보자꾸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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