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살고 있는 동네는 몇 년 전부터 재개발 지역으로 지정되어 하루도 쉬지 않고 공사가 진행되고 있었습니다.<br><br>어느 날 새벽.<br>모처럼 일어났는데, 창문을 보니 높게 솟아 오른 노란색 크레인을 볼 수 있었습니다.<br>저희 집 주변에서도 공사를 하고 있어서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았습니다.<br>새벽부터 일을 하시는 게 대단하다고 생각했습니다.<br><br>공사장은 여느 공사장과 마찬가지로<br> 드릴의 굉음과 인부들의 외침소리로 가득했습니다.<br>상당히 시끄러웠지만 부모님은 적응이 되셨는지 아무 말도 하지 않으셨습니다.<br><br>그렇게 며칠이 지난 어느 날.<br>밤늦게 집으로 돌아오는 길이었습니다.<br>통금시간이 지나서 서둘러 집으로 가야했기에<br> 평소에는 가지 않았던 공사장 옆 길로 지나갔습니다.<br><br>그런데 지나가면서 보니 이상했습니다.<br>크레인이 있어야 할 자리엔 아무 것도 없었습니다.<br>아니, 공사장에 공사했던 흔적이 전혀 없었습니다.<br>마치 공사를 하지 않은 것처럼.<br>그저 공터가 있었을 뿐이었습니다.<br>소름끼치는 기분을 뒤로 한 채 집으로 달려왔습니다.<br>엄마에게 공사장에 대해서 물어보니,<br> "크레인이라니? 무슨 소리니?" 라고 오히려 반문하셨습니다.<br>그제야 부모님이 공사장 소음에 대해 말씀하지 않으셨던 이유를 알게 되었습니다.<br><br>대신 엄마께서는 몇 년 전 있었던 사고에 말씀해주셨습니다.<br><span class="q1">제가 지금 살고 있는 아파트를 건축할 때 타워크레인이 붕괴되면서 기사를 비롯한 인부 몇 분이 돌아가셨다고 합니다.</span> 하지만 아파트 업체가 입막음 했는지 언론에는 크게 알려지지 않았다고 합니다.<br><br>다음날부터는 바삐 공사를 하던 크레인과 드릴, 인부들 모두 보이지 않게 되었습니다.<br>며칠 간 제가 환상을 보았던 걸까요?<br>하지만 죽어서도 계속 일을 하던 사람들의 눈빛이 지금도 잊히지 않습니다.<br><br>지금은 그저 적막한 공기의 공터만이 남아있습니다.<br><br> [투고] Boread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