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v><br></div> <div>여동생 이야기다.</div> <div><br></div> <div>여동생이 5살이고, 내가 7살이던 해, 삼촌이 놀러왔었다.</div> <div><br></div> <div>삼촌을 보자마자, 여동생은 [철컹철컹, 아프고 아파하는 삼촌.] 이라고 말하기 시작했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삼촌도, 부모님도, 나도 당황해 그저 입만 벌리고 있었다.</div> <div><br></div> <div>여동생은 삼촌의 오른손을 잡더니, 의아하다는 듯 말했다.</div> <div><br></div> <div>[어라? 손가락 있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삼촌이 공장 프레스에 손이 찍혀, 오른손 손가락 2개를 잃은 건 다음달의 일이었다.</div> <div><br></div> <div>여동생에겐 이런 게 흔한 일이었다.</div> <div><br></div> <div>근처 와병하던 할아버지가 세상을 떠나기 며칠 전에도, 동생은 어머니에게 이렇게 말했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그 집 할아버지 장례식에서, 엄마가 검은 옷 입고 있는 걸 봤어. 도중에 비가 와서 흠뻑 젖었어.]</div> <div><br></div> <div>마치 보고 온 것처럼.</div> <div><br></div> <div>실제로 장례식 도중 비가 쏟아져, 어머니는 흠뻑 젖어 돌아왔었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이런 일들은 스스로 아는 게 아니라, 같이 노는 "잇짱" 이라는 친구가 가르쳐준다는 것이었다.</div> <div><br></div> <div>잇짱은 여동생이 만들어낸 상상 속의 친구로, 자주 둘이서 논다고 했다.</div> <div><br></div> <div>다만 상상 속의 친구라고는 해도, 실제 이상한 일도 많았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방에서 아이 둘의 웃음소리가 들려 들어가보면, 여동생 밖에 없다던가.</div> <div><br></div> <div>[누가 있었어?] 라고 물으면 [잇짱이 있잖아.] 라는 대답이 돌아오곤 했다.</div> <div><br></div> <div>언젠가는 여동생이 울면서 [잇짱이 화나서 장난감을 숨겼어.] 라고 말했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여동생 말을 따라 천장 근처 벽장을 엄마가 열어보니, 정말 안에 여동생 장난감이 있었다.</div> <div><br></div> <div>어린 동생은 물론이고, 두 살 더 많은 나도 손을 댈 수 없는 장소였다.</div> <div><br></div> <div>잇짱은 열살 정도 된 여자아이로, 피부가 희고 귀엽다고 했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다만 화가 나면 무섭다고, 여동생은 말했다.</div> <div><br></div> <div>화가 나면 눈이 새하얗게 되고 머리가 부푼다는 괴상한 표현을 썼던 기억이 난다.</div> <div><br></div> <div>여동생이 열살 되던 해.</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잇짱을 화나게 해버렸어... 잇짱이 사라졌어. 더는 용서해 주지 않는대.]</div> <div><br></div> <div>여동생은 그렇게 말하며 흐느껴 울었다.</div> <div><br></div> <div>왜 그러냐고 물었더니, [잇짱이 같이 가자길래 싫다고 말했는데, 무섭게 화를 냈어...] 라고 대답했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그러더니, 그럼 함께가 아니라 너 혼자서 가버리라고 말하고 사라졌어.]</div> <div><br></div> <div>며칠 뒤.</div> <div><br></div> <div>여동생은 고열로 인해 입원했다가 2개월 뒤 의료사고로 세상을 떠났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여동생이 죽은 것과 잇짱이라는 존재가 어떤 관련이 있는지는 모르겠다.</div> <div><br></div> <div>다만 죽기 며칠 전, [방귀퉁이에 잇짱이 있어!] 라며 울며 호소하던 여동생의 얼굴은 지금껏 잊을 수가 없다.</div><br><br>출처: <a target="_blank" href="http://vkepitaph.tistory.com/933?category=348476" target="_blank">http://vkepitaph.tistory.com/933?category=348476</a> [괴담의 중심 - VK's Epitap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