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v> <div>역 구내 흡연구역에서, 나는 담배를 피우고 있었습니다.</div> <div><br></div> <div>흡연구역이라고는 해도, 시골 역이라 홈 가장자리에 덩그러니 재떨이 하나 놓여있는 간이식입니다.</div> <div><br></div> <div>곧 깔끔한 노신사 한 명이 뒤에서 다가왔습니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가볍게 인사를 건네자, 그는 품에서 담배갑을 꺼내 담배를 입에 물었습니다.</div> <div><br></div> <div>그러다 손에서 미끄러져 담배갑이 떨어졌습니다.</div> <div><br></div> <div>마침 내 발밑에 뚜껑이 열린채 떨어졌기에, 나는 그걸 주워 뚜껑을 닫고 돌려주려 했습니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그러다 문득 기묘한 걸 알아차렸습니다.</div> <div><br></div> <div>확실히 남자는 그 상자에서 담배를 꺼냈었습니다.</div> <div><br></div> <div>하지만 20개비가 들어있는 그 담배갑에는 담배가 가득 차 있어, 하나 빠진 흔적이 보이질 않았습니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이상하다 싶으면서도 남자에게 상자를 돌려주려고 얼굴을 바라봤는데, 어디선가 본 듯한 기분이 들었습니다.</div> <div><br></div> <div>실례라는 걸 알면서도 남자의 얼굴을 빤히 바라보며, 나는 [혹시 어디서 뵌 적이 있나요?] 라고 물었습니다.</div> <div><br></div> <div>남자는 상냥하게 대답했습니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저도 나이가 나이다보니, 요새 들어서는 사람 얼굴 기억하기가 힘드네요. 하지만 이 좁은 시골동네 어디선가 한 번쯤 마주쳤을지도 모르겠습니다.]</div> <div><br></div> <div>묘하게 이야기하기 편한 그 분위기에, 나는 잡담삼아 평소라면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을 것들을 늘어놓기 시작했습니다.</div> <div><br></div> <div>스스로도 내가 이렇게 수다쟁이였나 싶을 정도로 많은 이야기를요.</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그는 그런 내 이야기를 싫은 얼굴 한 번 하지않고 싱글싱글 웃어가며, 종종 맞장구도 치면서 들어줬습니다.</div> <div><br></div> <div>먼저 담배를 다 피워버린 나는, 그에게 [다음에 또 어디서 만나뵈면 좋겠네요.] 라고 흔해빠진 말을 건네고 등을 돌려 개찰구로 향했습니다.</div> <div><br></div> <div>묘하게 그리운 기분이 들게 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하며 두세걸음 걸었을 때, 문득 나는 떠올렸습니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어릴 적 자주 담배를 피우며 나랑 같이 놀아주셨던 삼촌의 얼굴을요.</div> <div><br></div> <div>삼촌은 내가 대학교 2학년 때 세상을 떠나셨던 터였습니다.</div> <div><br></div> <div>나는 반사적으로 뒤를 돌아봤습니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삼촌은 마치 내가 돌아볼 것을 알고 있었다는 듯, 시선이 서로 마주쳤습니다.</div> <div><br></div> <div>머리에 쓴 중산모를 살짝 들어올리고, [건강하길.] 이라며 상냥하게 웃어보입니다.</div> <div><br></div> <div>착각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며, 나는 그대로 홈에서 빠져나왔습니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개찰구를 나와 흡연구역 쪽을 바라보자, 그는 사라진 후였습니다.</div> <div><br></div> <div>시골 역 홈이라 개찰구도, 출입구도 하나 뿐이고, 그 사이 전철이 지나간 것도 아니었습니다.</div> <div><br></div> <div>나는 당분간 출구에서 그가 나오길 기다려봤지만, 역시 나오지 않았습니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역시 삼촌이셨구나.</div> <div><br></div> <div>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역을 뒤로 했습니다.</div> <div><br></div> <div>그로부터 얼마 후, 삼촌 무덤에 성묘를 갔습니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그렇게나 좋아하시던 담배에 불을 붙여 올리고, 예의가 아니란 걸 알면서도 나 역시 담배 한 개비 입에 물고 어릴 적 이야기를 했습니다.</div> <div><br></div> <div>어쩐지 무언가 가득 채워진 것 같은 기분이었습니다.</div> <div><br></div> <div>담배연기가, 그리운 삼촌의 냄새를 떠올리게 합니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그 날 이후, 나는 매일 같이 그 흡연구역에서 담배를 피우고 있습니다.</div> <div><br></div> <div>다시 삼촌을 만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며.</div> <div><br></div> <div>그리운 옛 추억을 곱씹어가며.</div></div> <div><br></div> <div><br></div><br><br>출처: <a target="_blank" href="http://vkepitaph.tistory.com/938?category=348476" target="_blank">http://vkepitaph.tistory.com/938?category=348476</a> [괴담의 중심 - VK's Epitap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