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v> <div>게시글은 이전에 이슈가 되었던 글을 다시 업로드 합니다.</div> <div><br></div> <div>제 글이 불편하신분은 차단기능을 활용하시기 바랍니다.</div> <div><br></div> <div>틈틈히 신규 게시글도 올리도록 하겠습니다.</div> <div>------------------------------------------------</div> <div>-이 이야기는 아는 선배의 군생활동안 벌어졌던 일들을 소설식으로 엮은 것입니다-</div> <div>내가 그 친구를 처음 본 것은 가을의 중턱에 들어설 무렵이었다.우리 부대는 지원중대로서 인원이 원래 20명이었는데 지원대대로 증편하면서 80명, 무려 네배나</div> <div>부대원이 늘어난 것이다. </div> <div>500명 정도 되는 일반 보병대대에 비하면 매우 적은 숫자이지만 20명 인원속에서 아웅다웅거리면서 생활했던</div> <div>기존의 부대원들에게는 큰 변화가 일어난 것이다.</div> <div>게다가 부대증편이 신병으로 채워진 것이 아니라 기존의 복무하던 다른 부대의 군인들이 전입하는 형식으로</div> <div>이루어져서 우리는 큰 혼란에 빠졌다.</div> <div>위계서열을 정하는데만 며칠이 걸린 것 같았다.</div> <div>그런데 정작 나를 괴롭힌 것은 그것이 아니었다.</div> <div><br></div> <div>우리 부대 증편으로 다른 각 부대에 차출 명령이 떨어지자 각 부대장들은 자신의 부대의 골치 아픈 사고뭉치들만 골라서 </div> <div><br></div> <div>우리부대로 보내버린 것이다.</div> <div>정말로 X친 놈들이 한 둘이 아니었다.삐쩍 골아서 밤마다 중증 환자처럼 신음하는 놈, </div> <div>자다가 갑자기 괴성을 지르며 일어나 춤을 추는 지, 아니면 제식 훈련을 하는지 몸을 이리저리 비틀다 자는 놈, </div> <div>자다가 갑자기 일어나 내무반 밖을 한 바퀴 돌고 들어와 후임병 불침번에게 경례를 하고 자는 놈.</div> <div>화장실에서 대변을 보는데 1분만에 안 나왔다고 문 부수고 들어가 두들겨 패는 놈, </div> <div>심심하면 졸병들 세워놓고 훈련용 대검으로 가슴팍 쿡쿡 찌르는 놈, </div> <div>새벽 3시만 되면 아무나 불러내 이유없이 조인트 까는 놈.</div> <div>자기는 건물내에서 심심하면 자위행위를 한다며, 부대 건물내에 내 정액이 안뿌려진 곳이 없다며 자랑하던 변태놈,그 중에 제일 괴상한 놈이 있었는데 '고장포'라는 요상한 이름을 가진 상병이었다.</div> <div>사회에서 나이트 클럽 기도를 하다가 왔다고 하는데 키가 180이 넘고 덩치가 우람하였으며, </div> <div>오른쪽 어깨 부분에 작은 문신이 있는 공포스럽게 생긴 놈이었다. </div> <div>성격은 의외로 온화하였는데 그 걸 이용해서 고참들이 항상 고장난 대포라고 놀리기도 하였다.</div> <div><br></div> <div>고참이지만 그 놈은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을 자주 했다. </div> <div>일과가 끝나면 세면대로 가서 핀셋으로 수염을 뽑기도 하고, 보급품이 지급되면 "어머..이거 예쁘다" 이러면서</div> <div>마치 옷을 새로 산 여자처럼 행동하기도 하였다.</div> <div>그러나 한번 열받으면 눈에 걸리는 졸병들을 반실신상태로 만들어버리는 그의 우악스런 주먹질을 두려워 했기 때문에 </div> <div>졸병들은 물론 심지어 고참들 또한 웬만하면 그의 심기를 건들지 않았다. </div> <div>그들이 모두 고참이라는 사실은 이등병 말호봉인 나에게 지옥 중의 생지옥을 만난 것이나 다름 없었다.그들과 짧지 않은 군생활을 해야 한다는 생각에 정말 눈 앞이 캄캄했다.</div> <div><br></div> <div>맹수가 득실거리는 야생의 세계에 홀로 버려진 느낌이라고나 할까?그 와중에 그나마 정상적인 사람들도 많았다.</div> <div>이등병인 나에게 친 형 이상으로 잘해주는 병장과 상병들도 있었고, 부대원들이 말다툼을 할 때는 </div> <div>그 사이에서 논리정연한 언변으로 중재를 하는 병장도 있었다.</div> <div>그들이 이전의 부대에서 어떤 사고를 치고 돌아다녔는지는 몰라도 지금은 나에게 천사와 같은 존재였다.</div> <div><br></div> <div>특이한 경우도 있었는데 서울대 나온 30살 먹은 병장과 같은 서울대를 나온 29살 먹은 일병이 있었다.</div> <div><br></div> <div>그들은 박사학위를 따지 못하고 늦은 나이에 군대를 왔는데, 30살 먹은 병장은 결혼까지 했고 아들까지 하나 있었다.</div> <div>내가 제대하는 그 날까지 아내와 아들이 면회오는 사병을 본 것은 그 사람이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다.</div> <div>그야말로 우리 부대는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유형의 사람들이 다 모인 것 같았다.</div> <div><br></div> <div>그런데 전입병 중에 유일하게 나보다 후임병인 친구가 들어왔는데 나보다 두달 늦은 이등병이었다.</div> <div>이제 막 자대 생활을 시작했을텐데 왜 우리 부대로 오게 되었는지 의아했다.이강수.....그 친구가 처음 왔을 때 너무나 체격이 왜소하여 중학생 정도로 보였다.</div> <div>군인답지 않는 새하얀 얼굴에 귀염움이 묻어나는 이목구비, 170 정도로 보이는 키에</div> <div>마르지도 않고 찌지도 않은 물렁살을 가진 친구였다.지나치게 입이 무거워 필요한 말 이외에는 절대 입을 열지 않았고, 무언가를 계속 살피는 듯</div> <div>혼자 멍하니 서서 눈동자를 이리저리 굴리기도 하였다.처음엔 똘아이가 아닌가 생각이 들기도 했었는데 얘기를 해보면 굉장히 온화하고 차분한 성격이며,</div> <div>말 또한 매우 논리정연하게 했다.나는 좋았지만 성깔있는 고참들은 싫어할 수 있는 스타일이었다.</div> <div>군대에서는 논리정연한 놈보다 눈치 빠르게 행동하는 놈이 최고이니까</div> <div><br></div> <div>나는 그를 같은 이등병이라는 이유로 그리고 우리 부대에서 유일한 나의 후임병이라는 이유로</div> <div>매우 좋아했고, 내가 아는 범위 내에서 부대의 모든 것을 이것 저것 하나씩 가르쳐 주기 시작했다."강수야..."</div> <div><br></div> <div>"이병. 이강수!!"저녁 식사 후 식당 뒷편 세면장에서 고참들 식기를 닦고 있던 나는 고참들이 모두 나간 틈을 타서 강수에게 말을 걸었다."너 전에 무슨 부대에 있었냐?"</div> <div><br></div> <div>"공병대에 있었습니다."</div> <div><br></div> <div>"와....졸라 노가다 뛰는 곳에서 니 체격으로 어떻게 버텼냐? 적응 못해서 쫓겨 났구만."".........."</div> <div><br></div> <div>"사고쳤냐?"</div> <div><br></div> <div>"아닙니다."</div> <div><br></div> <div>"자대생활도 거의 못한 이등병이 뭔 빽을 믿고 홀로 이 부대까지 왔냐?"</div> <div><br></div> <div>".........."나는 주변을 이리 저리 살핀 후 그에게 얼굴을 가까이하며 조용히 숨소리로 속삭였다."고참들을 봐봐. X친 새끼들이 한 둘이 아냐. 와.....내 짧은 인생에 이렇게 X친 놈들을 종합선물세트로 만나보기는 처음이다."그는 긴장한 듯 무표정한 얼굴로 아무말 없이 나를 계속 주시했다.</div> <div><br></div> <div>나는 입꼬리를 살짝 치켜 올리며, 그를 안심시켰다."쳇..너무 걱정마. 우리 부대에 이등병은 너하고 나 둘 뿐이다. 우리는 군생활 졸라 꼬인거지만 서로 도우면서 잘 벼텨보자."</div> <div><br></div> <div>"네. 알겠습니다."</div> <div><br></div> <div>나는 비아냥 섞인 허탈웃음을 몇 번 지은 후 계속 산더미같이 쌓인 식기를 닦아나갔다.그런데 갑자기 내가 식기 닦는 모습을 차렷자세로 지켜 보던 이강수가 이리저리 눈동자를 굴리기 시작했다.</div> <div><br></div> <div>나는 아무 말없이 그냥 쳐다보고 있었는데, 나무토막처럼 뻣뻣이 서서 눈동자만 이리 저리 굴리는 </div> <div><br></div> <div>행동이 너무나 어색하여 나는 조용히 그를 불렀다.</div> <div>"이강수..."그러자 아무런 대답없이 같은 행동을 반복하는 그.</div> <div><br></div> <div>약간의 소름이 끼친 나는 조금 더 큰 소리로 그를 불렀다.</div> <div>"야! 이강수!!""네?"</div> <div>그제서야 정신을 차린 듯 그는 대답했다."너 왜 그래? 간질병 있냐?"</div> <div><br></div> <div>"아....아닙니다."</div> <div><br></div> <div>"그런데 왜 자꾸 눈깔을 이리 저리 굴리냐? 너 틱증후군 있냐?"</div> <div><br></div> <div>"틱증후군이 뭡니까?"</div> <div><br></div> <div>"그거 있잖아. 자신도 모르게 기이한 행동을 반복하는거, 갑자기 소리를 지른다든가, 턱을 좌우로 낚아채듯이 자꾸 돌려댄다든가,</div> <div>아니면 눈을 자꾸 불규칙적으로 깜박인다든가...하여튼 그런거 말야."</div> <div><br></div> <div>"그런 건 아닙니다."</div> <div><br></div> <div>"그런데 왜 그래?"나의 질문에 그는 대답을 거부한 채 갑자기 엉뚱한 말로 되물었다."오전에 싸리나무 채취하러 갈 때 취사장 뒷산 가셨습니까?"</div> <div><br></div> <div>"뭐?"</div> <div><br></div> <div>그는 내가 어떤 생각인지는 고려하지도 않은 채 계속 자신의 말을 이어갔다.</div> <div><br></div> <div>"혹시...어느 날 그 산이 낯설다고 느껴진 적 없었습니까?늘 다녔던 산이 무섭다거나 이런 것 말입니다."</div> <div>"너 갑자기 뭔소리 하는거야?"그러자 갑자기 그가 무섭게 눈을 부릅뜨더니, 가래가 걸린 듯한 탁하고 억센 그리고 괴상하게 변질된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절대로 혼자 가지 마시기 바랍니다!!!."난 순간 온 몸에 싸늘한 기운을 느끼며 아무 말도 하지 못한 채 그의 얼굴을 쳐다보며 수세미질을 멈추었다."무서운 기운이 가득 서려 있습니다.....그것도 아주 많이......."</div> <div><br></div> <div>나는 순간 그 X친 놈 종합선물세트 포장을 뜯었을 때 예상치 못한 메뉴를 발견한 기분이었다.</div> <div><br></div> <div>"너.....목소리 왜 그래?"-계속-</div></div> <div><br></di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