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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시물ID : panic_96322
    작성자 : 쿠밤
    추천 : 10
    조회수 : 1130
    IP : 223.33.***.54
    댓글 : 1개
    등록시간 : 2017/11/12 19:59:31
    http://todayhumor.com/?panic_96322 모바일
    [단편] 우리의 심장을 찔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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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처음엔 그녀의 심장박동이 그대로 느껴져서 좋았다. 하나가 된다는 일의 무게를 그때는 알지 못했으므로.

    우리는 대학시절 한 동아리에서 만났다. 글을 써오고 서로 감상을 나누는 작고 조용한 동아리였다. 벌써 오래 전의 이야기지만 나는 우리의 첫 만남을 정확히 기억한다.

    동아리방은 조용했다. 스르륵하고 종이가 넘어가는 소리 외에는 아무것도 들리지 않았다. 집중하지 못하고 있는 것은 나뿐이었다. 얼마간의 시간이 지나고 하나 둘 안절부절못하고 있는 나와 눈을 맞추기 시작했다. 여전히 동아리방은 조용했지만 하나둘씩 고개를 들었다. 10여분의 시간이 지나고 동아리장이 입을 열었다.
    '그러면 합평 시작할까요?' 아직도 고개를 숙이고 글을 읽고 있는 것은 그녀뿐이었다.

    가감 없는 혹평들이 이어졌다. 간간히 문장력이 좋다던가 묘사력이 좋다던가 하는 칭찬들이 있었지만 진심이라기보단 일종의 동정처럼 들렸다. 나는 그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도 정신은 시종일관 나의 글을 들여다보고 있는 그녀에게 가있었다. 어쩌면. 어쩌면 혹시 그녀라면. 마침내 차례가 그녀에게 돌아갔을 때 그녀는 말했다.
    '오늘 저는 합평 쉴게요.'

    나는 곧장 집으로 돌아가고 싶었으나 속 좁은 인간으로 보일까 두려워 뒤풀이 3차까지 모조리 참여했다. 그들은 신입 환영회랍시고 내게 이것저것 물어왔다. 나는 웃는 낯짝으로 그들의 질문에 친절히 답해주고 그들에게 비슷한 질문을 하기도 했지만 존재의 무게는 참을 수 없이 가벼울 뿐이었다.

    여전히 느껴지는 실망감. 무엇이 그렇게 실망스러웠던 걸까. 그들이? 나 자신이? 그녀가? 그녀는 여전히 말이 없었다. 술도 입에 대지 않고 말없이 마른안주만 오독오독 씹고 있었다. 새빨간 입술과 갈색 땅콩, 흰 손. 나는 그것을 왠지 견딜 수 없었다.
    '아직 네 얘기는 듣지 못했는데.'
    내가 그날 진심으로 건넨 첫 한마디였다.

    어느새 우리는 나의 자취방으로 향하고 있었다. 우습게도 15명의 사람들 앞에서 당당하게 나를 이끌고 나왔던 그녀는 고양이를 무서워했다. 나는 두려움에 차있는 그녀의 눈빛이 내심 마음에 들었던 것 같다.

    나는 그녀에게 키스했다. 새빨갛던 립스틱은 찐득하게 나의 입술을 물고 늘어졌고 땅콩을 녹이던 그녀의 혀가 나의 입안에 맴돌았다. 나는 단추를 풀고 그녀의 심장에 손을 갖다 대었다. 그녀는 내 손이 차가웠는지 조금 움찔거렸다. 브래지어도 벗기지 않고 파고들어 만진 그녀의 유두는 부풀고 발기되어 있었다. 그곳을 꾹 누르며 이리저리 비틀자 그녀의 폐로부터 뜨거운 숨결이 토해져 나왔다. 나는 그것을 모조리 빨아들일 것처럼 그녀의 입을 덮었다.

    그녀를 천천히 뉘었다. 그녀의 유두를 매만지던 나의 손은 천천히 그녀의 몸을 타고 내려갔다. 나의 손바닥은 그녀의 배와 기분 좋게 마찰했다. 스타킹 위로 그녀의 음부를 만졌다. 스타킹 위로도 뜨겁고 축축한 것이 느껴졌다. 그녀는 음부는 나의 페니스를 달콤하게 부르고 있었다.

    우리는 서로 앞에서 완전한 나체가 되었다. 그녀는 부풀어 오른 나의 페니스를 보더니 '선배, 나 처음이에요.'라고 말했다. 나는 그 의중을 파악할 수 없어서 잠시 혼란했다.

    그녀와 하나가 되기 직전 그녀는 잠시 나를 밀치고 말했다. '선배. 우리가 결혼하게 되면 샴 수술을 받겠다고 약속해줘요.' 나는 알겠다고 대답했다.

    우리는 서로와 서로의 몸을 맞추었다. 그것은 대단히 고통스러우며 동시에 환희로운 일이었다. 그녀는 나의 심장박동에 나는 그녀의 심장박동에 맞추어갔다. 그리고 마침내 나는 그녀의 질에 사정했다.


    그날 우리는 서로를 사랑하지 않게 되면 서로를 죽이기로 약속했다.

    우리는 더 이상 글을 쓰지 않았다. 당연히 동아리도 나가지 않았다. 존재는 그녀로 가득 차 있었다. 그녀는 여전히 고양이를 무서워했지만 얼마 후 나의 방에서 그녀도 살기로 결정했다.

    5년 후 우리는 약속대로 샴 수술을 받으러 갔다. 의사는 간단히 수술 과정과 나타날 수 있는 부작용에 대해 설명하고 수술동의서를 작성하게 했다. 그는 수술이 가능한 18개의 부위를 알려주었는데 우리는 처음부터 손으로 정해놓고 있었다.

    나는 오른손잡이고 그녀는 왼손잡이라 서로 덜 불편한 쪽을 이을 수도 있었지만 우리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

    나의 오른손과 그녀의 왼손을 깍지 낀 채 우리는 수술실로 들어갔다. 부분마취만으로 수술이 가능한 부위라 우리는 수술 과정을 전부 보기로 했다.

    수술의는 세심하고 부드럽게 우리의 손을 잘라냈다. 그는 조심스럽게 남은 손목뼈 조각들을 발라냈다. 손은 우리가 보관하고 싶다고 요청했기 때문에 그 자리에서 곧바로 방부 처리되었다. 깍지 낀 채 잘린 우리의 손은 아름다웠다. 약지에 낀 결혼반지는 수술실의 어두운 조명을 받아 반짝였다.

    마취되어 느낄 수 있는 감각은 아무것도 없는데도 손목 아래로 아무것도 없는 팔을 보자 허전했다. 하지만 곧 허전함은 그녀로 채워져 갔다.

    그는 그녀의 대동맥과 나의 대정맥을 연결했다. 그녀는 환희 일지 고통일지 모르는 눈물을 흘렸다. 나는 그녀의 심박을 느꼈다. 그녀의 숨결, 그녀의 세포와 원자 하나하나를 느꼈다. 그녀가 거칠게 쉬는 숨은 그녀의 폐와 심장을 거쳐, 그녀의 혈관을 타고 내려와 내게 전해졌다. 그녀는 분명히 그곳에 있었다.


    3시간에 걸친 수술은 성공적으로 끝났다.

    돌발적인 거부반응도 없었고, 수술부위의 봉합은 완벽했다. 체순환은 정상적으로 이루어져 그녀의 심장에서 뿜어져 나온 피는 온몸을 거쳐 나의 심장까지, 다시 나의 심장에서 뿜어져 나온 피는 그녀의 심장까지 닿았다. 우리는 의사에게 간단히 주의사항을 듣고 2주 치 약을 받아왔다.

    우리는 집에 돌아오자마자 옷을 찢었다. 의사는 혈압이 급격히 증가하는 자제 하라고 당부했지만 나의 페니스는 터질 듯이 부풀어 올라 있었다. 그녀의 질도 애액이 다리를 타고 흐를 정도로 축축하게 젖어있었다. 우리는 하나가 되었다는 고양감에 무척이나 흥분했다. 서로의 맥박이 미칠 듯이 뛰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우리가 처음 섹스를 했던 그때의 몇만 배 이상의 흥분과 쾌감이 몰려왔다. 그녀는 나의 몸에 올라타 허리를 흔들었다. 존재의 무게는 그토록 기쁜 것이었음을 드디어 실감했다. 그리고 마침내 나는 그녀의 질에 사정했다.

    몇 시간에 걸쳐 정사를 마치고 우리는 샤워를 했다. 두 개의 몸에 두 개의 손뿐이니 우리는 서로 닦는 것을 도와주어야 했다. 미리 샴 전용 하우스에서 지내고 있었기 때문에 크게 불편한 것은 없었다. 애초에 모든 불편은 감수할만한 것이었다. 우리는 고독으로부터 완전히 자유로워졌으므로.


    그리고 어느 날 서로에 대한 우리의 열렬한 감정은 죽었다.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는 모르겠지만 그냥 그렇게 되어버린 것이었다. 아침에 일어나 서로의 얼굴을 보는 순간 문득 서로를 사랑하지 않고 있음을 깨달았다.
    나는 다시 글을 쓰고 싶어 졌는데 나의 오른손은 현관 앞 선반에 포름알데히드에 절여져 진열되어있었다. 손은 여전히 깍지 낀 채였지만 그녀는 분리수술을 받길 원했다. 나는 우리가 첫 섹스 때 했던 약속을 떠올렸다.

    말을 꺼내기도 전에 그녀는 나를 바라보았다. 고양이를 볼 때 늘 보았던 그 눈빛으로.

    뜨거운 피가 오른팔로 미친 듯이 요동치며 들어오는 것이 느껴졌다. 나는 우리를 부엌으로 끌고 갔다. 그녀는 뒷걸음질 치며 도망치려 했지만 우리의 결속은 그것보다는 더했다. 나는 과도를 꺼내 들었다. 그녀는 반사적으로 그녀의 급소를 방어했다. 하지만 나는 그녀를 아프게 할 생각이 없었다.

    나는 그대로 과도를 나의 심장에 찔러 넣었다. 뜨거운 것이 가슴에서 흘러나왔다. 그녀의 피였다. 나는 그녀의 위로 쓰러졌다.

    나의 심장은 죽지 않고 계속 열심히 뛰었다. 박동에 맞춰 다량의 피가 흘러내렸다. 그녀는 그녀의 피로 물들었다. 그녀는 나를 밀쳐내려 했지만 존재의 무게는 그렇게 가벼운 것이 아니었다. 우리는 서서히 정신을 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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