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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시물ID : panic_96142
    작성자 : 나니까닥쳐줘
    추천 : 15
    조회수 : 1392
    IP : 220.71.***.156
    댓글 : 1개
    등록시간 : 2017/11/08 05:15:21
    http://todayhumor.com/?panic_96142 모바일
    (단편) 내가 다가갈수록, 사람들은 멀어져갔다
    "아빠는 니미 씨-벌.. 야! 가서 니 애미 애비한테나 같이 가달라해! 썅것들이 쌍으로...칵  퉤!"

    이것은 나의아버지, 아니 아버지였던 사람으로부터 들었던 마지막 말.   '아빠와 함께하는 요리수업'에 같이 가달라고 조심스럽게 꺼냈던 열살의 내가 다시는 저사람을 찾지 않겠다고 다짐하게 된 계기.

    그보다 더 어렸을 때, 그래도 그와 나의 관계는 꽤 괜찮았다. 아니 그를 아빠라고 불렀던 시간은 아마도 내 인생에서 가장 행복했던 순간일 것이다. 그가 사실은 내 친아빠가 아니라는 것을 알게되기 전까지는...
    무조건적인 사랑만 받아왔던 유년기의 나는, 이제 사랑을 갈구해야만  하는 사람이 되었다. 그러다 세상 모두에게 사랑받을 수 없다는 사실을 남들보다 조금 일찍 깨닫고 남들보다 조금 일찍 어른이 되었을 뿐이다.
    가장 좋은 방법은 누군가를 싫어하는 티도, 좋아하는 티도 내지 않는 것. 그렇게하면 그들이나 내가 실망하고 상처받는 일도 없을테니까.

    그런데 며칠 전부터 자꾸 반복되는 꿈을 꾸고있다. 꿈에서의 나는 항상 누군가를 발견하고 그에게로 걸어간다. 그의 얼굴은 때때로 이제는 멀어진 친구로, 몇해 전부터 한 번도 보지 않은 엄마로, 또는 잊어버렸다고 생각한 그사람 얼굴로 나타난다. 그들을 발견한 순간 나는 무언가에 이끌리듯 그들을 향해 걷는다. 이상한 것은 걸으면 걸을수록 그들과 멀어진다는 것이다. 다급해진 나는 꿈이라는 것을 자각도 못하고 달려보지만 더욱더 빠르게 그들과 멀어질 뿐이었다.

    "안돼... 가지마...가지마.. 제발거기에 멈춰.....하"
    "은아야!은아야!! 괜찮니? 은아야!!"
    "....?!!"
    같은 꿈을 꾼지 한달 째, 이제는 학교에서 유일하게 눈 붙일 수 있는 점심시간까지 나를 가만히 냅두지 않는다. 걱정스럽게 쳐다보는 세연이가 시야에 나타나자 창피함이 먼저 밀려왔다.
    "아 뭐야, 내가 자고있을때 깨우지 말랬지 하.."
    "아니..너 식은땀 흘리면서 엎드려있길래 아픈가 걱정되서.."
    "하.. 야 내가 요새 꿈때문에 잠 깊이 못잔다고 했잖아. 이 삼십분도 겨우 잠들었는데 그냥 좀 두면안돼?"
    "알겠어.. 미안해.. "

    그 후론 어색한 침묵만이 우리를 감쌌다. 슬쩍 세연이를 쳐다보니 내 눈치를 보느라 책장마저 조심스럽게 넘기는 모습이 보인다. 착한 세연이. '아빠가 집을 나간 아이'로 놀림을 받을때부터 항상 내 옆에 있어주던 세연이. 누구에게도 정을 주지 않았지만 세연이만큼은 진심으로 대하고 싶었다. 하지만 그와중에도 언젠가 그애가 나를 떠날 때 상처 받지 않고 싶은 마음이 더 컸다.
    그런데 그날은 뭔가 달랐다. 항상 같이 하던 하교길에서 세연이는 다른 친구들과의 약속이 있다며 먼저 가보라고 했다. 그러던가, 먼저간다. 하고 아무렇지 않은 척 돌아섰지만 그 순간 난 직감적으로 알았다. '아 얘도 이제 떠나려는 구나...'

    다음날, 등교길이 전날보다 배로 무겁게 느껴졌다. 서로 연락을 하지 않아도 으레 세연이와 만나서 가던 길을 혼자 걸었기 때문일 것이다. 문방구 옆 모퉁이를 돌면 항상 서있던 세연이는 내 예상대로 보이지 않았고 나는 이렇게 될 줄 알았잖아..라 생각하며 학교에 도착했다. 휴대폰을 제출하기 전 확인해본 메시지에는 '은아야 나 영어책 못챙겨서 다시 돌아가는 중, 먼저가!' 라는 문자 한 통이 남아있었다. 

    착하고 남한테 싫은 말 못하는 세연이. 아마 '우린 잘 안맞는 것 같아. 이제 더이상 네 친구로 있기 힘들어'라는 말을 할 수가 없었겠지. 모든 것이 정리된 나는 내 역할을 다 하기로 했다. 평소보다 늦게 도착한 세연이의 눈을 보지 않고 수업을 들었다. 쉬는시간, 점심시간에도 나를 돌아보며 무언가 말하려는 그애의 눈을 쳐다보지 않은 채 "됐어, 이제. 그만해도돼. 나 잘꺼니까 건드리지마" 한마디를 뱉을 뿐이었다. 무언가 말하려다 포기하는 듯한 그애를 곁눈으로 보며 나는 다시 내 작은 공간에 엎드려 잠들길 기다렸다.


    그런데 씨발, 또 그꿈이다.
    이번엔 저 멀리서 세연이 얼굴이보인다. 처음으로 꿈인줄 자각해서 그랬을까, 꿈에서나마 세연이에게 진심을 전하고싶었다. 오래전부터 내 곁에 있어줘서 고마웠다고, 사실은 네가 나와 멀어지는게 싫다고.. 한 걸음, 한 걸음 발을 뗄때마다 나는 좌절했다. 내가 너에게 다가갈수록 너는 나에게서 멀어졌다. 더 멀어질것을 알면서도 나는 달렸다 그리고 외쳤다
    "세연아!! 거기서 내 말 잘들어!! 난 사실..!"
    "....을 봐...!"
    꿈속 상대가 처음으로 내게 입을 열었다. 멀어질 것을 알면서도 나는 걸음을 멈출 수가 없었다
    "뭐라고!!! 다시말해줘!! 내가 거기로 갈게!!!"
    "ㅂ...을 봐...! .....을 봐!!! 니 두 발을 보라고!!!!!!!"


    뭐? 희미하지만 정확하게 들린 그 음성에 반사적으로 고개가 내려갔다.

    나는 걸음을 멈출 수 밖에 없었다.

    아,





    나는 뒤로 걷고 있었다.




    출처 고등학교 야자시간에 문득 생각났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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