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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물ID : panic_94476
    작성자 : 한달
    추천 : 10
    조회수 : 892
    IP : 116.126.***.172
    댓글 : 0개
    등록시간 : 2017/07/29 01:51:01
    http://todayhumor.com/?panic_94476 모바일
    [단편] 전염병 (BG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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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작글




    산으로 에워싸인 촌에서는, 종종 그들 사이에서만 공유할 수 있는 일이 일어난다.

    특히 외지와의 거리가 멀면 멀수록 비밀은 잘 지켜진다.

    그건 노인들만 남은 그 촌에서 거의 유일한 젊은이였던 내가 끔찍한 일을 겪고서 깨달은 사실이다.




    마을은 여느 시골 마을처럼, 도시 사람들이 보통 생각하는 시골 인심과, 반대로 텃세도 공존하는 곳이었다.

    그러나 그곳은 거진 오지와도 같은 곳이라, 도시인들의 접근성이 낮아서인지 젊은 귀농인들이 잘 오지 않아서

    텃세에 못이겨 40대 부부가 그 마을을 뜨고 난 뒤엔 노인들만이 그들의 소중한 논밭 몇 뙤기를 지키고 있었다.

    나는 홀몸이셨던 할머니를 도와드리기 위해 가끔 그곳에 들릴 뿐이었다.




    그 여름도, 나는 할머니의 농사일을 돕기 위해 부산에서 3시간을 달려 그 오지 마을에 갔었다.

    폭염속에서 비닐하우스 온실속의 더위를 뒤집어쓰고 일한다는 것은 매우 고된 일이다.

    나는 매년 이맘때면 일손을 거들기 위해 그곳에 가서 강도 높은 일거리들을 해결해드렸지만

    그날은 뭔가 달랐다. 유난히 현기증이 돌았고, 더욱 피로했다. 뉘엿뉘엿 해가 지기도 전에 나는 피로감에 실신했다.
     
    할머니는 운전을 많이 하고 일을 해서 그럴 수도 있다며 오늘은 쉬라는 말씀을 하셨지만, 영 석연치 않았다.




    할머니 댁에 돌아가 선선한 저녁무렵이 되어 대문을 열어놓고 대청마루에 앉아 수박을 먹는데, 속이 미식거려서 소화도 시킬겸 

    이웃집에 가신 할머니를 마중하기 위해 삼선슬리퍼를 끌고 털레털레 문 밖을 나선 나는 이상하리만치 조용하고 한적한 거리를 보았다.

    나는 혹시 내가 잘못한 일이 있는 걸까 생각하게 되었다. 마을 노인들에게 나에 대한 안좋은 소문이 난 걸까. 

    온갖 상상을 하며 대문에서 몇 발 지나지 않은 곳에서 돌아서서 집으로 돌아와 어렵게 잠을 청했다.




    날이 밝으면 개운할 줄 알았지만 그렇지 않았다. 또, 이상한 증상을 겪는 사람이 나뿐만이 아니라는 것도 알게 되었다.

    개미새끼 한마리 얼씬하지 않던 전날의 거리는 마을에서 돌고 있다는 전염병 때문이라는 것.

    구면이던 이웃 노부부 역시 자주 복통에 시달린다고 했다. 약을 먹어도 낫질 않으며, 이런 사람이 한 두사람이 아니라고 했다.

    심한 사람은 피부가 녹아내려 괴사했다.




    할머니는 코피를 쏟았고, 갈수록 사람들의 증상은 심해져, 많은 마을 사람들은 더위 속에서 흘러내리는 땀과 함께 살이 녹아내리는 고통을 겪어야 했다.

    마을 사람들 사이에서는 전례없는 전염병이 돌았다며 공포감이 조성되었다.

    누구도 전염병의 이유를 알지 못했다. 토양이 오염되었다는 등 추측만이 난무했다.

    단지 그것만은 확실히 알 수 있었다. 이곳을 제외한 외지는, 아무 문제 없다는 것.




    정부에서는 이 마을을 떠야 된다고만 했다. 원인불명의 전염병이 풍토병일수도 있다는 설명과 함께.

    어쩐지 나는 그 속셈을 알것도 같았다. 말같지도 않은 말을 하는 것을 보니, 판단력이 흐린 노인들을 대상으로 실험을 하는 걸까?

    그들을 꾀어서 얻는 것이 무엇일까.




    생각 끝에, 떠오르는 것이 있었다.





    '이 마을 근처에는 원자력 발전소가 있다.'
    출처 참고: 러시아 키시팀 사고

    https://namu.wiki/w/%ED%82%A4%EC%8B%9C%ED%8C%80%20%EC%82%AC%EA%B3%A0
    한달의 꼬릿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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