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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물ID : panic_94292
    작성자 : 셔니언
    추천 : 12
    조회수 : 1404
    IP : 128.134.***.84
    댓글 : 2개
    등록시간 : 2017/07/13 13:11:57
    http://todayhumor.com/?panic_94292 모바일
    [단편] 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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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iv>"웃지마, 그렇게 웃는 모습이 얼마나 얼빠져 보이고, 멍청해보이는 지 알기는 알아?"</div> <div><br>얼굴에 핏대 올리며 벌겋게 상기된 그 모습에 더 이상 겁을 먹지도, 당혹스러워 하지도 않게 되었다. 어차피 인간은 적응의 동물이니까.<br>"그럼 잘 알지. 내 얼굴인데 내가 그걸 왜 모르겠냐? 웃는게 뭐 어때서 그래? 웃는 얼굴에 침 못뱉는다잖아."<br></div> <div> </div> <div>그는 더욱 역정을 내며 거칠게 소리쳤다.</div> <div>"이 멍청아, 세상 돌아가는거 안보이냐? 웃는 얼굴에 침을 못뱉어? 웃기고 자빠졌네. 웃는 얼굴에 침을 뱉는 정도가 아니라 아스팔트에 면상을 갈아버려도 시원찮게 생각하는게 요즘 세상이라고! 너 정신이 있는거니? 없는거니?"<br></div> <div> </div> <div>"그만 소리질러, 머리 속이 웅웅거려. 웃는 거 가지고 뭐라고 하는 네가 더 이상해보여. 넌 스스로 그렇게 생각 안 해봤어?"<br></div> <div> </div> <div>"허, 참내...."<br></div> <div> </div> <div>이내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돌리고마는 녀석. 이 녀석은 늘 이런식이다. 늘상 나만 보면 한심하다느니, 골통이라느니, 얼이 빠졌다는 식의 말을 지껄이곤한다. 워낙 자주 있는 일이라 결국 적응해버렸지만.... 예전에는 얼마나 공포였는지 원....생긴 것도 적응 못 하게 생겼는데 말하는 투까지 그러니 꼭 잔소리 괴물이라도 나타난 것같았다. <br>"너 그나저나 그 애 어떻게 할꺼야?"<br></div> <div> </div> <div>"응? 아, 미유냥? 그 분은 왜?"<br></div> <div> </div> <div>"만나기로 해놓고 바람맞혔잖아. 그래도 계속 연락할거냐?"<br></div> <div> </div> <div>미유냥은 인터넷에서 알게 된 사람이었다. 하는 행동이 좀 괴기쩍긴 하지만 분명 여자이고, 또 왠지 모르게 호감이 가곤 해서 어렵게 어렵게 만나자는 약속을 잡았지만 정작 당일 날 약속시간에서 20여분 지나서야 이제 일어났다느니, 목이 너무 아파서 전화도 못했다느니하며 약속이 파기되어버렸다. <br>"흠, 계속 연락할 생각이야, 그건 왜?"<br></div> <div> </div> <div>"또라이."<br></div> <div> </div> <div>"말 좀 곱게 쓸 수없냐?"<br></div> <div> </div> <div>"네 행동 보고 그 정도면 양호한 줄 알아, 이 또라이새끼야."<br></div> <div> </div> <div>"너는 가면 갈수록 언어구사능력이 점입가경이다. 앞으로 어떤 육두문자가 튀어나올지 기대되는데? 완전 스펙타클 영화 한편감?"<br></div> <div> </div> <div>"미친 새끼, 너 죽고 싶어 환장했냐? 응! 아가리를 찢어 목구멍에 팔꿈치 쑤셔박을 새끼가...."<br></div> <div> </div> <div>"어차피 네가 날 죽일 수 있다고 난 생각 안해."<br></div> <div> </div> <div>당장이라도 한입에 꿀꺽 삼킬 것 같은 눈.<br>"화도 안나냐?"<br></div> <div> </div> <div>"아프다잖아. 나도 아프면 약속이고 뭐고 없다고. 그런거 하나 이해 못하냐?"<br></div> <div> </div> <div>"그러니 핸드폰 없던 시절에 삐삐 연락 안온다고 세 시간씩이나 추위에 벌벌 떠는 gae새끼처럼 기다리고 앉아있지."<br></div> <div> </div> <div>"그거에 비하면 20분이면 엄청 양호한 거야. 안 그러냐?"<br></div> <div> </div> <div>"아우! 나까지 돌아버리겠네! 으아아!"<br></div> <div> </div> <div>이내 등까지 돌려버린 그 녀석. 한참을 그렇게 있다가 고개만 샥 돌려 힐끗 쳐다보고는 다시 탄식을 하면서 가슴을 퍽퍽 두들겼다.<br>"야...."<br></div> <div> </div> <div>"밸도 없냐고?"<br></div> <div> </div> <div>"그래."<br></div> <div> </div> <div>"그까짓거 갖다 버린지 오래됐다. 어쩌랴? 세상 살다보니 그런거랑 친해지질 않더라. 자존심 세워봐야 세상 좋을거 없더라."<br></div> <div> </div> <div>"바보녀석....멍청이, 또라이...."<br></div> <div> </div> <div>"더 지껄여봐."<br></div> <div> </div> <div>"두 글자로 줄이자. 바보."<br></div> <div> </div> <div>"세상에는 바보가 너무 없어. 나 한명쯤은 더 늘어나줘야 하지 않겠냐?"<br></div> <div> </div> <div>"병신, 그게 왜 하필 너냐?"<br></div> <div> </div> <div>"글쎄, 그거에 대해서는 생각 안해봤어. 뭐, 모든 일에 이유가 있어야하는건 아니지."<br></div> <div> </div> <div>"혼자 착한 척이나 하고, 속으로는 배배꼬여서 제대로 세상 보지도 못하는 천치."<br></div> <div> </div> <div>"예, 제대로 보셨습니다."<br></div> <div> </div> <div>"화가 나도 화도 못내고"<br></div> <div> </div> <div>"못내는게 아니라 안내는 것입니다요."<br></div> <div>이 말을 듣고는 몸을 돌려 앉아 실눈을 가늘게 뜨고 나를 노려보며 말했다.<br></div> <div> </div> <div>"지금도?"<br></div> <div> </div> <div>"아마 그럴걸?"<br></div> <div> </div> <div>"그럼 여전히 내가 무섭다는 거네?"<br></div> <div> </div> <div>징그러운 비웃음이 녀석의 입술에서 슬슬 비어져 나오기 시작했다. <br>"적응됐어도 무서운건 무서운거니까."<br></div> <div> </div> <div>난 녀석의 눈을 피하지 않았다. <br>"어휴, 무서운거 감추시느라 고생이 많수다. 깔깔깔깔깔"<br></div> <div> </div> <div>징그러운 웃음소리. 저 놈 웃음소리만 들으면 자다가도 경기 일으킨다니까....<br></div> <div> </div> <div>"그리고, 무거우시겠습니다. 그 가면만 해도 무게가 장난이 아닐텐데? 좀 떼어놓고 살 생각은 없수?"<br></div> <div> </div> <div>"그래, 무겁긴하더라."<br></div> <div> </div> <div>"그럼 버려."<br></div> <div> </div> <div>"그렇게는 못하겠던데? 이거 버리느니 무거운거 감수하련다."<br></div> <div> </div> <div>다시 쥐를 노려보는 뱀눈이 된 녀석은 음울하게 내뱉었다.<br>"화내는게 무서워서 억지웃음으로 얼굴이나 가리는 비겁한 자식."<br></div> <div> </div> <div>"흥, 논리로 무장된 욕설이나 퍼붓는 주제에."</div> <div><br> </div> <div>서로 그렇게 한참을 노려보았다. 녀석은 서리가 끼도록 냉혹한 눈으로, 나는 더 얼려보라는 식으로 태연히.<br>얼마가 지났을까, 녀석은 조용히 한 마디 했다.<br>"날 꺼내."<br></div> <div> </div> <div>"안돼."<br></div> <div> </div> <div>"왜 안돼! 너 엿먹이는 년놈들 전부 한방 먹여주고 싶지 않아?"<br></div> <div> </div> <div>"별로."<br></div> <div> </div> <div>"거짓말 하지마! 그럼 왜 지난번에는 내가 나와도 가만있었어! 너도 날 꺼내고 싶잖아!"<br></div> <div> </div> <div>"부분이 전체가 될수는 없어."<br></div> <div> </div> <div>"그깟 개똥철학은 버려! 난 너한테 없는걸 줄수있어."<br></div> <div> </div> <div>"그거 필요없어. 넌 너무 위험해."<br></div> <div> </div> <div>꽈악<br>숨이 막혀왔다. 녀석의 팔이 목을 졸라왔다.<br>"멍청한 자식, 이래도 화가 안나냐, 화가 안나? 당장 누가 널 죽인데도 이대로 당하고만 있을거냐? 널 물로보고 약속파기하고, 실컷 이용해먹고 버리고, 필요할때나 연락하고 아니면 감감무소식에, 그래도 그 삐에로 가면이나 쓰고 살테냐!"<br></div> <div> </div> <div>한참을 그렇게 숨막히게 목을 조르던 손이 풀렸다. 눈 앞이 아른거리고 숨이 막혔지만 그래도 버틸만 했다. 어차피 녀석은 나한테만큼은 어찌하지 못하니까.<br>녀석은 서서 쓰러진 나를 내려다 보며 말했다.<br>"넌 날 이길 수 없어. 날 받아들이게 될거야."<br></div> <div> </div> <div>"넌 날 죽일 수 없지. 그러면 너도 날 못 이기는 게 돼."<br></div> <div> </div> <div>기침이 목을 막았다. 담배진이 누렇게 밴 가래를 몇번 뱉어내고는 다시 일어섰다.<br>"웃음가면이던, 삐에로 가면이던지간에 그건 내가 선택한거야."<br></div> <div> </div> <div>"왜 하필 그거지?"<br></div> <div> </div> <div>"사람들이 싫어하니까."<br></div> <div> </div> <div>"사람들이 싫어하는 걸 왜 해!"<br></div> <div> </div> <div>"똑바로 알아들어. 싫어하는건 내 웃음가면이 아니라 바로 너야. 너! 너라고! 그래, 너처럼 내 가면을 보고 비웃거나 조롱하고 욕하는 사람들도 많아. 하지만 날보고 무서워하느니 난 차라리 조롱거리가 되겠어. 남들한테 손가락질을 받아도 웃어넘기는 손가락질이 낫지, 무서워서 또는 상대하기 싫어서 하는 손가락질은 싫어!"<br></div> <div> </div> <div>잠시 숨을 고른 다음 다시 말을 이어갔다.<br>"넌 유아독존이야. 너 자신 외에는 아무도 인정안해. 하지만 너나 나나 사람없이는 못사는 동물이야. 그게 바로 인간이라고. 그 관계를 유지 못하면 사람으로서의 존재는 사라져. 그 관계가 없어지면 곰이나 호랑이같은 혼자사는 육식동물과 다를 바가 없어!"<br></div> <div> </div> <div>"넌 그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정체성도 버릴테냐? 여기에서는 이렇게 맞추고, 저기에서는 저렇게 맞추고? 흐흐, 재밌겠네. 나말고도 다른 녀석이 또 나타날수도 있겠네. 과연 어떤 녀석이 나올지 꽤나 기대되는구나. 네가 말한 것처럼....스펙타클한 영화 한편이야."<br></div> <div> </div> <div>녀석은 거울 저편으로 천천히 걸어가며 손을 흔들었다. <br>"당분간 나는 사라져줄게. 네가 옳은지 내가 옳은지는 두고봐야할테니. 그런데 말야.... 아, 아니다, 좋은 밤 되라고..좋은 밤."<br> <br></div> <div>녀석은 그렇게 멀어져갔다. 그리고 오랫동안 나타나지 않았다. <br>앞으로 언제까지 녀석이 침묵하고 핏줄선 눈으로 멀리서 지켜볼지는 모르겠다. 아무튼 녀석은 너무 폭력적이고, 난폭하고, 자신밖에 모른다. 그런 녀석을 꺼내봐야 좋을건 없다. <br> <br></div> <div>며칠이 지났다. 오늘 다시 미유냥으로부터 연락이 왔다. 지난번에는 너무 미안하다며 오늘 술을 사겠다고 했다. 꽤나 주당인걸로 아는데....<br>간만의 외출이라 옷에도 신경쓰고 머리에도 꽤 공을 들였다. 몇번을 헝크리고 다시 머리감으며 매만졌는지 모르겠다. <br>거울 속의 나에게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미유냥이 하는 행동은 별나도 꽤 괜찮은 사람같단말야. 그렇지?<br>거울 속의 나는 기분 좋은 미소로 화답을 해주며 말했다.<br><br></div> <div>"술 먹고나면? 그 후에는 어떻게 할거야? 여자 안아본지도 꽤 오래잖아?"<br> <br></div> <div>그 녀석의 말이 맞았다. </div> <div> </div> <div>어느새 </div> <div> </div> <div>또 한 녀석이 들어앉아있었다.</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div> <div> </div> <div>지금은 싸이월드에 있지만 2007년쯤 NFCS(넷츠고->네이트 환상문학동호회)라는 곳에서 활동할 적에 썼던 글입니다.</div> <div>싸이월드를 뒤적이다가 발견해서 이렇게 한번 올려봅니다. </div> <div>딱히 공포스럽진 않지만 그렇다고 마땅히 올려볼만한 게시판도 못찾겠어서요.....</div>
    셔니언의 꼬릿말입니다
    보라색은 신성합니다. 
    고기는 언제나 옳죠.
    하지만 보라색 고기는 먹고 싶지 않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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