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v>지금이 4월달이니 벌써 14년하고도 5개월 전의 얘기다.</div> <div> </div> <div>당시엔 호기심 천국이라는 TV 프로그램이 유행하고 있었고 나를 포함한 4명의 키작은 사내들은 골방에서 오징어포를 뜯으며 TV를 보고 있었다.</div> <div> </div> <div>내 친구 세명 경훈, 지현, 무찬은 다 비슷하게 생겨 겉모습으로 표현을 할 수 없음이 한탄스럽다.</div> <div> </div> <div>어쨋든 TV에서는 겨울에 맞지않게 오싹한 흉가에 대해서 설명을 하고 있었고 한창 피 끓는 청춘이었던 네명은 각자의 생각을 내비치며 귀신이란 없다고 결정을 내리고 있었다.</div> <div> </div> <div>그 중 카투사를 다녀온 경훈은 당당하게 '니네들 흑인 귀신 봤나? 옛날 흑인이 그렇게 억압 받았는데 흑인 귀신 본 사람은 한명도 없다 안하나 귀신이 어딨노 요즘 같은 세상에'</div> <div> </div> <div>그 말을 들은 나머지 두명은 서로 고개를 끄덕이며 암묵적인 동의를 했으나 무찬이의 생각은 애석하게도 경훈이와 달랐다.</div> <div> </div> <div>'임마 그래도 저런 흉가에 가 있으면 니도 지릴걸. 귀신 없다고 믿는 사람치고 귀신 안무서워하는 사람 못 봤다'</div> <div> </div> <div>그 얘기를 들은 경훈이는 바로 TV에서 나오는 흉가를 찾아 가보자며, 하루동안 흉가의 방에 머물면서 귀신이 나오고 안나오고에 따라 경훈이와 무찬이 둘 중 지는 사람이 탕수육을 사자고 내기를 제안했고 자존심이 센 무찬이는 바로 받아들였다.</div> <div>나와 지현이는 굿이나 보고 떡이나 먹자며 좋아라 했지만 경훈이와 무찬이의 무력에 굴복하고 굿을 직접하고 난뒤에야 떡을 먹게 되었다.</div> <div> </div> <div>다음날 지갑과 간단한 소지품만 챙기고 우리는 바로 나주에 있는 한 흉가로 향하게 되었다.</div> <div> </div> <div style="text-align:left;"><img width="378" height="489" alt="캡처.PNG" src="http://thimg.todayhumor.co.kr/upfile/201704/1493112693d2839221dc15433d9cec887fc0b4bb7a__mn375112__w378__h489__f46215__Ym201704.png" filesize="46215"></div> <div style="text-align:left;"><img width="377" height="284" alt="1.PNG" src="http://thimg.todayhumor.co.kr/upfile/201704/1493112688fa56321a5f8e49229f5b1bba8175bad1__mn375112__w377__h284__f28122__Ym201704.png" filesize="28122"></div> <div> </div> <div> </div> <div><br>길을 잃어 주변의 양로원에서 바둑을 두고 계신 두 할아버지의 도움으로 가까스로 도착한 집은 음산함 그 자체였다.</div> <div> </div> <div>분명 흉가가 된지 오래 지났다고 했었는데,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던 탓인지 나름 정리는 잘 되어 있었고, 다만 천장에 곰팡이만이 이 집이 흉가라는 것을 느끼게 해주었다.</div> <div> </div> <div>경훈이는 집을 보고는 오히려 안심하는 눈치였다.</div> <div> </div> <div>'폐가라 해가지고 창문도 다 뚫려있고, 쥐새끼가 바글바글 할 줄 알았드만 이래 좋은 집이면 우리 아지트로 써도 되겠다 내가 묵었던 생활관보다 좋구만'</div> <div> </div> <div>하지만 겁 많은 나와 지현이는 빨리 탈출하고 싶다는 생각 뿐이었다.</div> <div> </div> <div>무찬이는 탕수육을 꼭 먹여주겠노라며 하루만 꾹 버티고 가자고 기도까지 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오히려 귀신을 부르고 있었는지도 모를 일이다.<br></div> <div>해가 밝은 낮에 도착한 우리는 해가 지기 전까지 밖에 구경하고 돌아다니고 밥을 먹은 뒤 다시 흉가로 들어왔다.</div> <div> </div> <div>낮에 보던 집과는 사뭇 그 느낌이 달라 가기가 매우 망설여졌지만 짜장면도 아닌 탕수육을 공짜로 먹을 수 있다는 희망에 닐 암스트롱 마냥 한 발자국 내딛였다.</div> <div> </div> <div>사실 탕수육은 어떻든 상관 없었고 여기서 무섭다고 도망치면 무식한 사내놈들이 내 결혼식장에 쳐들어와서 이 일들을 까바릴게 눈에 훤했기 때문에 눈물을 머금고 간 것임을 여러분께 알린다.</div> <div> </div> <div>한창 바람의 나라라는 게임에 빠져있던 우리는 한 방에 들어가 주작, 백호, 현무, 청룡처럼 네 변방에 자리잡고 앉았다. </div> <div> </div> <div>시각은 대략 밤 12시였고, 이야기 보따리를 풀어 두시간 정도를 떼우고 나자 그 마저도 지루해져 각자 앉아서 졸기 시작했다.</div> <div> </div> <div>그 중 나와 함께 겁 많은 캐릭터를 담당한 지현이는 귀신은 믿지 않지만 흉가에서 자면 혹시나 빙의가 될지도 모르고 최소한 입이 돌아갈 것이라고 경고하며, 앉아있다가 한 시간 후에 바톤터치 식으로 한명이 먼저 다음 자리로 이동하면 터치를 받은 사람도 바톤터치를 해서 서로를 깨워주자고 했다.</div> <div> </div> <div>나 (백호) ㅁ<--------------ㅁ 지현(주작)</div> <div> ㅣ ㅣ</div> <div> ㅣ ㅣ</div> <div> ㅣ ㅣ</div> <div>무찬(현무)ㅁ-------------->ㅁ 경훈(청룡)</div> <div> </div> <div> </div> <div>우리 모두 입은 돌아가기 싫기에 그렇게 하자고 했고, 새벽 두시부터 그렇게 아침이 밝을 때까지 우리는 졸린 눈으로 불침번에 충실했다.</div> <div> </div> <div>경훈이는 왠일인지 기분이 좋아보이지 않았지만 우리는 귀신의 코털도 보지 못했고, 실망한(속으론 정말 기뻤던) 우리는 다시 고향으로 내려와 중국집에서 탕수육을 먹었다.</div> <div> </div> <div>배부르게 먹고나서 내기에서 진 무찬이에게 돈을 내라고 했는데, 경훈이는 폐가에서 나온 뒤로 아무리 생각해도 자기가 내는 것이 맞다고 했다.</div> <div> </div> <div>'다들 지현이가 얘기한대로 구석에 앉아있었던거 맞제? 그러면 지현이가 니를 깨우고 니는 무찬이를, 그리고 무찬이는 내를 깨우는게 맞다아이가. 그럼 내는 누구를 깨워야되노'</div> <div> </div> <div>나랑 지현이랑 무찬이는 '임마 당연히 지현이 깨워야지' 라고 대답을 했다가 경훈이의 말을 들은 우리는 새파랗게 질렸다.</div> <div> </div> <div>'지현이는 백호 자리로 갔는데 분명 주작 자리에 앉아있었단 말이다'</di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