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나름 중요한 시험이 있어서 오랜만에 학교에서 혼자 밤을 새워 공부를 했습니다. <div><br></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아침 7시 반까지 학과조교 출근도 해야해서 처음으로 학과 사무실 한켠에서 공부하며 혼자 밤을 샜지요.</span></div> <div><br></div> <div>보통은 연구실에서 같이 시험보는 연구실 사람들과 함께 밤을 새서 그런게 없었던 것 같은데,</div> <div><br></div> <div>익숙하지 않은 과사에서 잠시 굳은 머리좀 풀어내려고 <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새벽 두시쯤</span><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 </span><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눈을 붙이려던 차 잡음이 들리기 시작했습니다.</span></div> <div><br></div> <div>몸이 굳어 마음대로 움직이지 않고, 귀에 라디오 노이즈를 붙여놓은 듯한, 쥐가 난 느낌이 소리로 들려오듯 </div> <div><br></div> <div>머릿속으로 온갖 소리가 다 섞인 듯한 잡음이 몰려오며 점차 감은 눈위로 잡음이 보이기 시작합니다.</div> <div><br></div> <div>네, 오랜만에 가위에 눌렸습니다.</div> <div><br></div> <div>저는 가위가 눌리면 이렇더라구요. </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br></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내가 잠든 곳과는 무언가 좀 다른 노이즈 가득한 세계가 잠든 곳과 비슷한 형태로 다가옵니다.</span></div> <div><br></div> <div>흐릿하게 지글거리는 어두운 세계가 조금 익숙해질 때 쯤 옆에 시커먼 형체가 보이더군요. </div> <div><br></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얼굴이 온통 검기만한 것이 </span>마치 여자가 머리를 앞으로 내려 온 얼굴을 다 가린 듯 했습니다.</div> <div><br></div> <div> "열쇠... 열쇠 좀 찾아줘..."</div> <div><br></div> <div>열쇠를 달라고 하더군요.</div> <div><br></div> <div> "문을 열아야하는데..."</div> <div><br></div> <div>문까지 열어달라고 합니다.</div> <div><br></div> <div>피곤해 죽겠는데 30분정도만 자고 일어나야하는데 가위가 눌리더니 이상한 형체가 열쇠를 내놓으라고 합니다.</div> <div><br></div> <div> "열쇠..."</div> <div><br></div> <div>제 머리 옆에 검은 머리카락으로 가린 얼굴(?)을 들이밀고 계속 열쇠만 찾는 형체를 보며 저는 열이 받기 시작했습니다.</div> <div><br></div> <div>가위눌림 자체는 좀 익숙했던지라 상황파악을 못하고 분노가 터져나왔습니다.</div> <div><br></div> <div> "니가 여기서 왜 열쇠를 찾고 앉았냐!"</div> <div><br></div> <div>화가난 나머지 저는 옆에있는 테이블을 번쩍 들어서(테이블이 좀 컸는데 그냥 번쩍 들렸습니다) 주변에 보이는 집기(그냥 흐릿한 형체들 뿐이었는데 손에 테이블이 잡혀서 휘두르기 시작하니 뭔가 부숴져나갑니다)를 죄다 후려치기 시작했습니다.</div> <div><br></div> <div> "내가 지금 언능 자고 일어나야하는데 니가 지금 나한테 뭔 열쇠나 찾고 앉았냐!!"</div> <div><br></div> <div>쿵쾅! 뿌직! 우당탕!!</div> <div><br></div> <div>하도 후려쳤더니 테이블이 부숴지기 시작합니다.</div> <div><br></div> <div>왜인지 옆에 검은 덩어리를 직접 후려치지는 않았고 제 분노를 담은 테이블은 주변을 초토화 시켰습니다.</div> <div><br></div> <div>한참 분노를 승화시키다가 씩씩대며 검은 형체를 봤는데, </div> <div><br></div> <div>문득 갑자기 공포영화에서 볼 법한 끔찍한 귀신의 심상이 심장 박동과 함께 두근거리며 정신을 압박해 오더군요.</div> <div><br></div> <div>갑자기 으슬으슬해지면서 검은 형체의 뒤로 무서운 귀신의 모습이 겹쳐보이기 시작하며 오금이 찌릿하니 몸이 굳어갔습니다.</div> <div><br></div> <div>무서운건 무서운지라 심장이 쫄깃쫄깃 쫄아가던 차에 테이블을 움켜쥐며 <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다시 전의를 불태우기 시작했습니다.</span></div> <div><br></div> <div> 'C발, 전설의 고향이고 전기톱 살인마고 같이 후려패면 될꺼아니야. 나오라그래 C발!'</div> <div><br></div> <div>몸은 움찔움찔 쫄았지만 무서운 귀신형상이 되어가는 검은 덩어리를 같이 노려보며 이를 악물었다 풀었다 턱을 자근자근 씹었습니다.</div> <div><br></div> <div>다시 분노가 공포를 앞서 테이블을 제대로 움켜쥐고 후려치려던 찰나 <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노이즈가 약해지며 </span><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슬슬 검은 덩어리가 흐릿해지더</span><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라구요.</span></div> <div><br></div> <div>가위가 풀려가는게 느껴졌습니다.</div> <div><br></div> <div>잠시 후 가위가 풀려 자연스럽게 수면상태로 넘어갔고, 잠시후 깨서 보니 알람도 무시하고 한시간을 조금 넘게 자버렸습니다.</div> <div><br></div> <div> "아... 공부할꺼 아직 많이 남았는데... 짜증나네..."</div> <div><br></div> <div>문득 검은 덩어리때문에 떠오른 귀신형상들이 떠올라 살짝 으슬하니 움찔했습니다만, 할게 너무 많아 일어나 다시 펜대를 잡았습니다.</div> <div><br></div> <div>그래도 한번 푸닥거리를 해서 그런지 네시쯤, 여섯시쯤 두번더 눈을 붙였을 때는 아무 탈없이 깔끔하게 쪽잠을 자고 일어나 무사히 공부를 마칠 수 있었습니다.</div> <div><br></div> <div>좀... 싱겁기는 하시겠지만... 그랬습니다... </div> <div><br></div> <div>가위눌림과 노이즈가 익숙해서 그런가 싶기도 하구요...</div> <div><br></div> <div>참고로 제 방은 거실에서 제 방으로 한걸음만 들어가면 통화권 이탈이 되고, 방 베란다로도 한걸음만 걸어나가면 통화권 이탈이 풀리는,</div> <div><br></div> <div>아파트 외벽 찬기운이 그대로 느껴지는 전화받기 힘든 방입니다.</div> <div><br></div> <div>이 집에 이사와서 언젠가 처음으로 가위눌리기 시작해 귀신꿈을 꽤나 꿨었는데, 이런식으로 가위와 함께 찾아오는 형체들과 몇번 푸닥거리를 하니 제 방에서는 이제 가위눌리는 잡음이 들리는 듯 하다가 사라져 버리더라구요.</div> <div><br></div> <div>혹시 가위 눌려 귀신보는게 힘드신 분들, 정신을 가다듬고 맞서 싸워봅시다.<br><br></div> <div>그쪽도 귀찮은 사람은 잘 안건드리는 것 같습니다.</div> <div><br></div> <div>쓰다보니 지난 가위눌림들이 새록새록 하네요.</div> <div><br></div> <div>다음에는 가위와 본격적으로 싸우게된 첫 꿈을 써봐야겠습니다...</div> <div><br></div> <div>오유여러분 모두 미리미리 공부하는 새나라의 어른이가 됩시다...</div> <div><br></div> <div>감사합니다.</div>